눈뜬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내가 읽는 소설들은 신간이 거의 없다. 주로 출간된지 서너 해가 지나 눈에서는 사라졌지만 가끔 인구에 회자되는 그런 책들을 고른다. 물론 그 기준은 다분히 주관적이겠지만. 오늘도 난 그런 철지난 책 한 권을 읽었다.

전작이던 <눈먼자들의 도시>가 주던 묘한 흥미와 관점이 이 책을 고르게끔 만들었다. 그런데 뭐할까. 이 책을 펼치자마자 뭔가 이상했다. 어느 책에나 있는 `문단 나눔`이 없는 게다. 또한 인물들의 대화를 따옴표 등으로 구분하기 마련인 데 이 책에는 아예 없는거다. 즉 한 장이 끝날 때까지 거의 하나의 문장으로 연결되어 있다. 대화를 포함하여. 허거거.....

<눈먼자들의 도시> 이후의 4년을 이 책은 무대로 하고 있다. 그런데 상황이 좀 웃긴다. 선거 결과 83%의 시민이 백지 투표를 한 것이다. 이를 놓고 정부는 일종의 `불순세력`이 사주했을 거라며 시민들을 의심하고 뒷조사를 실시한다. 그래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정부를 옮기고 수도를 포위한 다음 각종 사고들을 일으킨다. 정부가 주도하여 폭탄테러 등을 일으킨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정부는 전작의 여자 주인공을 이번 사건의 희생양 삼아 암살해버린다.

이 책을 읽는내내 작금의 한국 현실과 대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 정부가 벌이는 공작 정치가 소설 속의 정부와 닮아 있다. 총리 마음대로 인사를 하고 테러를 지휘하는 모습도 윗동네 지도자랑 똑 같아 보인다. 우리네 한반도는 그런 곳인가보다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데... 이 책은 결정적으로 전작에 비해 재미가 없다. 몰입하기 힘든 구조다. 그 이유는 첫문단에 밝힌 바다. 현실의 한국을 비판하는 도구로 읽다 (솔직히) 지겨워서 얼른얼른 책장을 넘겼다. 즉 크게 강추하는 책은 못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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