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모델, 독점자본과 복지국가의 공존 SERI 연구에세이 87
김인춘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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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면 어디에서 태어나고 싶냐?˝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한 번쯤은 해봤음직한 이야기 주제이다. 그 시절엔 주로 강대국들이 인기였다. 간혹 애국심 강한(?) 녀석들이 우리나라라고 하기도 했지만. 그러다 성인이 되어서는 태어나고 싶은 나라의 기준이 달라졌다. 사회가 안정되고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나라로.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스웨덴, 덴마크 같은 나라들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모두 해당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유는 간단하지 않는가. 위에서 언급했듯이 사회가 안정되 있고 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으니 인간답게 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스웨덴이 어떻게 세계적 복지국가가 되었는지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명확한 사실은 그들이 하루아침에 복지국가를 건설한 것이 아니며 20세기 초부터 정부, 기업 그리고 노동자(시민)들이 협력하고 연대하여 지금의 업적을 이루었다는 사실이다.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고 노사간 협력은 우수했다. 만족스런 복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들은 기꺼이 고세금을 감내했다. 정부는 재정적 안정을 바탕으로 복지 정책을 추진해 나갔다. 너무나 모범적인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마 세상 어디에서 쉽게 이루어지 것은 없지 않은가. 스웨덴 역시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는 흥미있는 사실은 스웨덴이 (한국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독점자본을 인정한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 경쟁력 있는 우수한 기업(보통 대기업)을 집중 지원해 그 기업의 성장을 돕고 국제경쟁력을 높인다. 이를 통해 경제 성장이 일어나고 고용은 증대되는 것이다. 반면 경쟁에서 밀린 기업은 도태되지만 노동자들은 복지시스템에 의해 기존 급여의 80%정도에 이르는 실업급여를 받고 재고용을 위한 직업교육까지 무상으로 지원받는다. 정부와 기업과 노동자가 다함께 성장하기 위해 독점자본을 인정한다는 논리다.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이 안에는 복잡한 정치논리와 국민적 합의가 녹아 있다. 한국에서는 쉽지 않지만 스웨덴은 해낸 역사적 사실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이목을 끈 주제는 신뢰와 조정과 연대이다. 정부(정치인 포함)-기업가-노동자자는 별개의 조직이 아니라 상호신뢰와 연대 하에 사회적 문제를 조정하하여 목표한 바를 이끌어 낸다. 여기에 수반되는 문제는, 물론 쉽지 않고 반발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기꺼이 수용하되 변화가 필요할 때는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의지를 피력한다. 부러운 대목이다. 한가지 더 추구한다면 복지란 경제적 성장과 함께한다는 사실이다. 성장과 분배는 함께한다는 지적이다. 성장이나 분배만 주장하는 것은 하나의 다리로 서서 뒤뚱거리는 바보에 불과하다.

스웨덴 모델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역사의 길을 걸어왔고 처한 상황도 많이 다르다. 하지만 본보기로써는 좋은 참고가 될만하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신뢰-연대-조정은 더욱 그렇다. 사실 복지문제에 대한 한국사회의 대응은 늦은감이 있다. 경제규모를 말할 때는 세계 몇 위를 논하지만 정작 복지문제는 성장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만 봐도 그렇다. 성정과 분배라는 양 다리로 서 있는 복지를 위해 한국 사회 전체가 노력하고 양보해야 할 것이다.

더 하고픈 말은 많지마 맹목적 스웨덴 찬양론이 될까 지양한다. 이것은 하나의 모델에 불과하고 사례일 뿐이니까. 중요한 것은 한국식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제 출발이다. 재밌는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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