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식의 문화 읽기 두란노 목회와신학 총서 8
이문식 지음 / 두란노아카데미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이문식은 광교산울교회의 담임목사다. 그의 설교를 여러번 듣기도 했지만 그와 알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다. 그저 제법 거리가 있는 목사와 성도의 사이랄까? 그렇기에 그의 책을 객관적으로 읽고 공부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를 달변가로 칭하면 실례가 될지 모르겠으나 그는 일반인의 수준을 뛰어넘는 언변과 지식의 소유자로 보인다. 그것도 한 교회의 목사지만 자신의 전공 분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대한 관심(특히 통일 문제), 역사, 전통, 문화의 영역에도 광범위한 독서와 연구를 하는 목사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책장을 넘기면 우선 '영화 읽기'가 나온다. 아바다, 밀양, 벰파이어,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기독교식으로 읽고 이해하고자 한다. 그렇다고 이런 영화를 사탄이라거나 반기독교 영화라고 매도하지 않는다. 그 속에 숨겨진 감독의 의도와 사회 의식을 읽고 이를 이떻게 기독교인들이 받아들여햐 할지 제안해준다. 특히 사랑과 치유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밀양'에 대한 평가는 압권이라 생각된다. 이는 당연히 일반인의 영화관과는 다르다.

 

  이문식 목사의 이 책에는 '성 문제'도 다룬다. 내 눈길을 끈 대목은 코엘류의 <11분>을 평가하는 대목이다. 이 소설 속에서 고대 중동의 이단적 속성을 찾아내 비판하는 대목은 그의 높은 안목을 알게끔 해준다. 심지어 대체 '이 사람은 어디까지 공부해서 알고 있는거야?'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여기에 성전환자들을 악마라고 비난만하지 말고 먼저 인권의 차원에서 그들에게 접근해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고까지 한다. 대표적 보수파라 할 수 있는 기독교계에서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여기에 한국의 전통문화를 기독교식으로 이해하는 법과 21세기 사회에 교회의 역할 등에 대해 이 책은 상세히 설명해준다. 즉 이 책은 원래 일반 대중을 위해 쓴 책이 아니라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한국 기독교가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긴밀하고 날카로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일반 기독교인들이 읽어서 안될 책도 아니다. 오히려 기독교식 사회 이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기독교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읽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문제점도 있다. 워낙 방대한 주제를 다루다보디 역사 고증에 어느 정도의 문제가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지중해 문명의 평민이 문자를 자유롭게 해독한 것이 기원후 1세기라고 하는데, 인류 역사에서 평민들이 문자를 해독하고 책을 자유로이 보게 된 것이 인쇄술 발달 이후라고 본다면 이는 정정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글쓰는 내가 기독교인이라 기독교의 입장에서 사회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늘 갈급했다. 하지만 이땅의 많은 목사들은 지나치게 협소한 주장만을 내세우기에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런 점에서 이문식 목사의 <이문식의 문화읽기>라는 책은 내게 적잖은 방향점과 생각거리를 안겨주었다. 좋은 책을 읽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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