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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유주의의 기원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53
이나미 지음 / 책세상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을 자유라고 주장한 박영효는 친일인사가
되었고, 민권을 소리 높여 주장한 독립협회는 외국 군대를 불러서라도 동학을 진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단지 자유롭고 싶다는 '소박한' 신념이
친제국주의로 발전했으며 반민중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러한 귀결은 자유주의의 본질 자체에서도 도출될 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아나키즘, 포스트모던적 자유주의는,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극우 이념까지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자유주의 이념은 그것을
강제할 근거가 없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이미 자유주의가 아닌 것이다."
이나미, <한국 자유주의의 기원>, 책세상, 2001, 145쪽에서
인용함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위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하지만 현실에서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위해서 타인에게 간섭하고 강요한다.
가수 신중현이 '미인'이란 노래를 발표한 후 큰 인기를 끌었지만 알지 못할 이유로 금지곡이 된 이후 그 얼마나 많은 고통을 당했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정부는 물론 외세와도 싸워야 했다(본문 참조).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도 그때를 추종하는 세력들은 소위
(신)자유주의자들 아닌가. 이게 바로 자유주의의 아이러니이자 문제점이다.
얇은 책이지만 꽤 공부가 많이 되었다. 자유주의가 무엇인지, 이 사상이 어떻게 태동해 이땅에 전해지게 되었는지 친절하고 자세히
설명해준다. 그리고 짧지만 자유주의가 현실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간접적으로 말해준다. 결국 저자는 이 자유주의에게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유주의가 개인의 자유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조금은 놀라운 주장이었다. 내 머리 속에
민주주의만큼이나 자유주의도 당연한 것이었기에 말이다.
나는 이런 책이 좋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상식나 사실들을 뒤집어 엎어버리는 책들 말이다. 가령 백승종 선생님이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에서 정조가 신세계를 추구한 혁신군주가 아니라 성리학 체계를 공고하고자 한 보수주의자라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이 진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데서 어리둥절함을 느끼지만 이것이야 말로 책읽는 재미 아닐까?
이나미의 이 책을 읽으며 온통 밑줄을 치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몇 번이나 되돌아가 다시 읽었다. 내겐 소설만큼이나 흥미를 안겨준
책이다. 그의 다음이 기대된다. 다시 자유주의에게 뒤통수를 맞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