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였다. 내 양 손엔 닭강정과 라볶기를 포장한 비닐 봉지가 각각 하나씩 들려져 있었다. 순간 행복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원하는 것들을 살 수 있다는 현실에 감사했다. 그리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뿌듯해짐을 느꼈다. 가장으로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큰 만족감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결국 내가 만족하고 감사할 수 있는 토대는 물질이고 돈이구나 하는. 내가 돈이 없다면 이런 현실에 만족할 수 없고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까? 나라는 존재 역시 어쩔 수 없이 돈의 노예요 물질의 노비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내 순간 느꼈던 행복감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읽고 공부하고 배워온 것들 중에 하나가 물질이나 돈에 굴종하는 삶을 살자는 것이었다. 이것은 내가 믿고 따르는 하나님 말씀과도 상통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내 현실은 그와 거리가 있다. 먹을 것 하나에, 물질의 구비 여부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순간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자본주의 현실에 나는 노예 근성으로 살고 있음이 명백했다. 물질과 돈만을 숭배하며 살아가는 작금의 상황 앞에 나는 충실했고 앞으로도 그리 살고자 노력하는 불쌍한 인간임에 틀림 없다.

 

하여 생각을 더 심화시켜 보았다. 그렇다면 나의 삶은 어떠해야 할까? 물질과 금전의 노예에서 해방이 되려면 어찌해야 하나? 내가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즉 현실에 만족하는 삶을 살자는 생각이다. 불만족스런 과거나 다가오지 않는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찬 삶보다 현실에 충실하여 나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채워가는 삶 말이다. 글이 길었을지 모르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 방식대로 살자는 게다.

나만의 삶의 철학을 짧은 시간 안에 완성하고나니 기분이 좋아지고 다시 우쭐해졌다. 그냥 혼자서 말이다.

 

그런데........... 길을 걷다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아내에게 몇 일 전부터 말하던 과자가 어느 가게 앞에서 할인행사되고 있는 것이었다. 고민이 되었다. 이미 양 손에 먹을거리가 있는 데다 나는 좀전에 물질의 노예가 되지 말자고 다짐하던 터였다. 이를 어째야 하나.... 결국 나는 졌다. 눈의 유혹 앞에 넘어가고 두 개 사면 하나를 더 준다길래 세 개를 손에 집고 말았다. 역시 내 머리에는 어쩔 수 없는 개똥철학만 가득찬 모양이다. 겨우 5분도 넘기지 못할.

 

나란 존재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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