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옳다 (들꽃 에디션)
정혜신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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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국에서 살면서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았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과거부터 터부시되던 행동이었다. 상대에게 자신의 수를 들킬 수도 있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거라는 낙인 효과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남자들에게는 더욱 그랬다. 감정보다는 이성이 더 우선시 되었다.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고 가정과 학교에서도 그리 교육되었다.

시대가 변해서일까? 정신의학자 정혜신은 이에 대해 반기를 든다. 아랫글을 읽어보자.

˝한 사람이 제대로 살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할 스펙이 감정이다. 감정은 존재의 핵심이다. 한 사람의 가치관이나 성향, 취향 등은 그 존재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중요한 구성요소들이지만 그것들은 존재의 주변을 둘러싼 외곽 요소들에 불과하다. 핵심은 감정이다. (중략) 내 감정은 오로지 ‘나‘다. 그래서 감정이 소거된 존재는 나가 아니다. 희로애락이 차단된 삶이란 이미 나에게서 많이 멀어진 삶이다.˝(57쪽)

처음엔 이 글이 와닿지 않았다. 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이성의 판단과 거기에 따른 행동이 중요하니 내부의 감정 따위에 휩쓸리면 에너지 소모만 크고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앞서서다. 읽고 또 읽었다. 세 번을 다시 읽으니 그제사 저자의 생각이 내 마음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감정은 어쩌면 이성을 통제할 수도 있고 내 일상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한국 남자로서 나는 감정 표현에 서툴렀다. 불안해지면 입을 닫았고 주위와 교통을 삼갔다. 그것은 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을 ‘공감‘이라는 단어 하나로 관통하고 있다. 그것도 우리가 익히 상대방을 배려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수준의 공감을 넘어선다. 형식적으로 해주는 공감으로는 아픈 이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고, 몰입이 지나쳤을 때는 내담자의 감정에 빠져들어 눈물을 거두지 못한다. 저자는 이를 공감이라 하지 않는다.

˝공감은 내 생각, 내 마음도 있지만 상대의 생각과 마음도 있지만 상대의 생각과 마음도 있다는 전제 하에서 시작한다. 상대방이 깊숙이 있는 자기 마음을 꺼내기 전에는 그의 생각과 마음을 알 수 없다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관계의 시작이고 공감의 바탕이다.˝(267쪽)

그래서 저자는 상대방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상대의 마음은 늘 옳다는 전제하에서 시작하라고 한다. 이는 그의 행동까지 승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아프고 화난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공감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여기에 이성적 사고가 끼어들면 위험해진다. 섣부른 도덕적 잣대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 아픈 내담자의 마음을 더 닫게 만들고 상처를 심화시킬 수 있다.

공감은 내담자의 마음을 인정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오히려 자신과 만나게 된다. 실제 책을 읽는 내내 나의 과거와 마음을 되돌아보게 되는 경험도 한다. 공감 받지 못한 상담자가 제대로 된 상담을 할리 만무하지 않은가. 내가 회복되고 건강해지면 상대를 이해하는 범주나 받아들이는 크기가 달라진다. 따라서 공감의 시작은 내담자의 마음 수용이면서 동시에 자기 이해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분명 과거나 현재의 자신과 마주할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내담자들은 정말 마음이 많이 아픈 사람들이다. 특히 자기 주변과 조화하지 못하고 갈등 상황 속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이 주대상이다. 어떻게 그들을 위로하고 공감해야 하는지 친절히 설명해 준다. 사례 중심은 아니지만 적잖은 사례를 통해 이해의 깊이를 더해준다.

좋은 책이다. 그런데 의외로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책을 읽으며 내 마음과 상황을 되돌아보느라 그랬나 보다. 단순히 독서만 하고 넘길 책으로는 아깝다. 가족이나 주위에 저자가 주장하는 공감을 실천할 마음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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