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
백승종 지음 / 들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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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현재 한국사학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두껍지 않은 책 한 권에 연구 결과물 모두를 담을 수는 없지만 대체로 정설이라 인정되는 것들을 수록하고 있다. 과거 대학 교수들에 의해 교과서가 집필되던 시절에는 나름의 지침서도 있었다. 이기백의 <한국사신론>과 변태섭의 <한국사통론>이 대표적이다. 이 두 책은 한국사 교과서의 확장판이라 볼 수 있다. 결국 정설의 집합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반면 교과서에 실리지 못하는 주장들도 많다. 그것이 합리적 주장이라 할지라도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교과서나 유명 서적에 실리기 힘들다. 거기에는 반론이 기록될 공간이 없다. 반론은 대학 역사 관련 학과에 진학해야 배울 수 있다. 일반인들은 이런 기회조차 접하기 힘들다. 물론 모른다해도 인생을 사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겠지만.

‘조선 후기‘나 ‘동학‘이란 주제는 역사학에서 중요한 주제이다.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격변기라고 해도 무방할 시대이다. 따라서 여기에도 다양한 이설이 존재한다. 이 책의 저자인 백승종 교수는 이 시대에 대해 조금은 다른 해석을 시도한다. 어쩌면 그는 비주류라고 할 수고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는 그의 전작인 <정감록 역모 사건의 진실게임>,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 <정감록 미스터리>, <한국사회사연구> 등을 보면 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의 위 연구들을 종합하면 조선 후기 사회는 교과서가 그리는 것과 제법 다르다. 상업이나 농업의 발전은 더디고 큰 변화조차 없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19세기 후반이라는 것이다. 반면 조선 후기 사회 저변에는 강고한 성리학적 질서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정감록>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비밀결사‘가 있었다.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를 증명하는 여러 역모 사건들이 발생했다. 이는 하나의 대항 이데올로기로서 차츰 성장하였다. 19세기에 이르면 여기에 영향을 받아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의 저항이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이것은 거부할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었다. 바로 이와 같은 분위기에서 ‘동학‘이 창시되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교과서에는 18~9세기의 힘든 상황 아래서 농민 저항과 동학이 발생하였다고만 나오지 그 이면에 대한 설명이 약하거나 그들 간의 연결 고리는 아예 설명치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조금 갸우뚱해질 수 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 다른 맛에 이 책을 읽기가 좋다. 다른 관점에서 보는 역사가 주는 흥미로움이 있다. 이 지점에서 교과서 내용이 모두 정설이고 한국인이라면 모두 알아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잃게 된다. 교과서 내용과 다른 주장도 많고 정설이라는 것도 여러 이론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교과서가 정답일 수는 없다.

<동학에서 미래를 배운다>는 동학의 역사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이다. 어떠한 역사적 배경 아래서 이 종교가 탄생했는지, 종교가 가지는 교리적 특성은 무엇인지, 가장 관심의 대상일 수 있는 동학농민운동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학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친절히 설명해 준다. 이 책의 기반이 된 강연회의 성격상 다양한 수준을 가진 청중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저자의 친절함은 더 배가된 인상을 가진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지점은 제4장이라고 생각한다. 역사가 단순히 과거의 일을 밝히는 데 있다면 그 존재 의미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역사는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힘이 될 때 연구나 학습의 이유가 생긴다. 저자는 4장에서 동학을 통해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앞으로 준비를 역설한다. 그것은 양극화를 부추기고 인간적 삶을 파괴하는 신용경제로부터의 탈피와 대의제 민주정치의 청산으로 나타난다. 물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매몰된 사람들이라면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며 불평할 수 있겠으나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동학이라는 잣대로 이해하고자 할 때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를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동학의 정신인 ‘유무상자‘(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가 서로 돕는다)를 내세운다. 이것은 맹목적 평등이 아닌 인간과 그를 둘러싼 만물 공생을 포함하여 화해, 협동, 연대의 사회 문화를
이루자는 주장에서 잘 드러난다. 저자의 전작인 <생태주의 역사강의>가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렇게 동학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에 되살려 현대 사회에 접목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변한다. 이것을 반드시 종교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 동학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역할을 이해한다면 ‘오래된 미래‘로서의 동학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중요한 유산이다. 이 책을 통해, 동학이 단순히 역사의 일부로써 기능하는 것을 넘어 현재적 가치가 크다는 점을 새로이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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