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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저자는 여느 연애소설에서 읽을 수 있는 사랑의 감정선을 건드리지 않는다. 몇 차례 그런 기미가 보일 듯하지만 주인공 스스로 그것을 밀어내 버린다. 그래서일까 주인공보다 독자인 내 마음이 더 아리고 안쓰러워진다. 그렇게 이 책을 내 안에서 녹아내렸다.
사실 이 책은 딸아이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했다. 유명한 애니메이션이니 책으로 읽어도 좋을 듯하여 펼쳤다 놓지 못했다. 불혹의 나이에 고2 청소년들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정작 이 책은 내게 다른 결론을 안겨주었다. 어쩌면 주인공들의 사랑놀음으로만 채워졌다면 나는 책을 던져버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에는 가벼움 속에 무시 못 할 주제가 있다. 내 보기에 그것은 ‘관계‘라 할만 하다.
남자 주인공 하루키는 일종의 은둔형 외톨이 같은 존재다. 내 안에 매몰되어 타인과 단절되고 책 안에서만 평안을 찾는다. 그런 그가 여자 주인공 사쿠라를 만나 관계의 절실함을 알아간다. 그는 이것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 하루키는 사랑이라는 관계를 넘어 인간으로서 자신이 타인과 교류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사쿠라에게서 배운다. 반면 췌장암으로 죽음을 앞둔 사쿠라는 타인 의존적이다. 그녀는 하루키를 통해 내면의 단단함이 무엇인지 알아간다. 이처럼 그들은 서로를 통해 관계를 배워가고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 이것은 사랑을 넘어서는 단계다.
그래서 그들은 서로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카니발리즘의 식인 의식이 아니라 그것은 상대의 아픔까지도 받아들이고 서로를 내 안에 받아들이려는 그들 나름의 강렬한 표현이다. 이를 받아들이고서야 거부감 느껴지던 제목이 스르르 이해되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무조건 좋은 책이라는 건 아니다. 사쿠라의 예고된 죽음이 아닌 갑작스런 죽음이 너무나 당황스럽다. 책에는 내내 예정된 죽음을 암시하지만 결국 그녀는 사고사하고 만다. 지나친 극적 반전이라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나더러 글 쓰라 하면 손도 못 대겠지만.
10대 청춘들의 이야기에서 인간관계와 상호 이해의 마음을 깨달았다. 남은 주인공들은 털고 일어섰지만 읽은 지 얼마 되지 않는 나는 아직 여주인공의 죽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마음이 아프다. 이 때문에 나는 소설을 자주 읽지 않다. 이놈의 몹쓸 습관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