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를 모르겠다 - 착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다 보니
권수영 지음 / 레드박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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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오연호의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 심화편으로 선택했다. 오연호는 교육이나 상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덴마크 경험을 통해 나름의 길을 찾았다. 이에 비해 저자 권수영은 다년 간의 유학과 상담을 통해 얻은 결과를 이 책에 소개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렵지만 ‘영혼‘은 존재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상처받고 위태로운 사람들은 그 영혼마저 그런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책은 그런 이들과 그 주변인들에게 내 안의 자기를 지키기 위한 일종의 영혼사용설명서인 셈이다. 연세대 신학과 교수이면서 상담을 전공한 그는 ‘영혼‘영혼‘이라는 주제를 통해 일반 상담자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독자들(혹은 내담자들)을 이해하고자 한다. 그래서일까 책의 첫 장은 어렵지 않지만 내 가슴에 쉬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저자의 진심을 이해하노라면 책이 술술 넘어간다.

그는 나를 가장 안전하게 사랑하고 돌보아줄 대상은 내 안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바로 자기(The Self)다. 세상에 태어난 이후 꾸준히 진화해온 자기는 감성이 없는 인공지능이나 로봇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자기의 자연적 에너지는 생명의 호흡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숨을 잘 느끼지 못하듯이 자기의 존재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 진짜 나를 모르고 살 수 있다.

(신으로부터)생명의 선물로 받은 숨 그리고 자기를 완성해가는 영혼이 나를 새롭게 만들고, 그 기회는 종교를 떠나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다. 이렇게 자각한 영혼으로 인해 나는 나의 주인으로 살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자신의 숨을 고르고 영혼을 건강히 하며 살아야 한다. 너무 철학적인가? 책은 그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한다. 그중 내게 가장 와닿은 것이 ‘공감‘이다. 가족과 주변의 공감은 내면을 나를 긍정적으로 강화시키고 자기 존중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뻔한 얘기다. 이런 류의 책들은 우리가 뻔히 아는 정답을 내놓기 일쑤지만 그 실천이 어려운 것을 어쩌랴.

이 책을 다 읽자니 어쩐지 다시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가 떠오른다.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완벽은 늘 타인의 검열대를 통과하기 위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높은 기준을 내려놓고 내가 나를 기꺼이 통과시켜주면 영혼의 기능은 배가 된다.

오연호의 주장과 묘하게 겹치는 대목이었다. ‘괜찮아‘라는 위로의 말이 단순한 말이 아니라 내 가슴을 울리는 묘한 공명이 되어 다가왔다. 그려면서 다시 ‘연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실패해고 괜찮으니 함께 하자는... 그런 가족과 학교와 사회를 꿈꾼다. 이 야심한 밤에. ㅎㅎ

신학과 교수라는 저자의 프로필이 걸렸는지 책이 생각보다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에는 성경 인용구가 없다. 대신 상담 관련 성과와 각종 과학 지식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일반 독자들을 상대로 한 저자의 배려일 수도 있고 넓은 그의 지적 범주라고도 생각되었다. 종교적으로만 풀었다면 오히려 기대도 반감되고 설득력도 떨어졌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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