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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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역사를 공부하고 읽는 이유는 재밌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전개과정에서 드러나는 갈등, 매력적인 인물들, 배경이 되는 또다른 숨은 이야기들 등이 조화를 이루며 이야기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인들이 원서를 직접 읽으면서 이런 재미를 찾기란 힘들다. 당대에 대한 배경 지식 없이는 역사 원서를 제대로 소화하기 힘들다. 또한 원서에 대한 매끄러운 번역이 되어 있지 않으면 한 문장 넘기기도 벅차다.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좋은 역사책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 즉 서사 구조를 바탕으로 전개된다. 여기에 번역까지 잘 되면 금상첨화인 것이다. 나를 역사의 매력으로 빠트린 것도 이런 책과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런 책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역사의 역사>는 오랜 기간 역사학자는 물론 세인의 큰 공감을 얻은 역사서들을 다룬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그런 역사책이 어떻게 쓰여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 서술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으며 전문 역사학계에서는 ‘사학사‘라고 부른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겸손히 거부한다. 역사 이론이나 서술 방법을 연구하는 사학사와는 달리 이 책은 역사 서술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다. 솔직히 어디에 속하든 둘 다 아주 재미 없는 도전은 아닐 듯하다. 게다가 역사 전공자도 아닌 저자가 이런 시도를 한다는 것이 다소 의외다. 그런 의구심을 가지고 나는 페이지를 넘겼다.

이 책에는 역사의 역사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었던 역사가와 그의 역사서, 그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 그리고 그 역사가들이 살았던 시대에 대해 주로 서술한다. 그래서일까 약간의 전공 지식이 있는 내게는 이 책이 술술 읽혔다. 잘 알지 못했던 내용은 저자의 친절한 배경 설명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갔다. 먼저 이 책을 읽다 포기해 버린 비전공 지인과는 다른 결말이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책의 내용에 집중하면서도 나를 묘하게 설득하는 저자 유시민에 관심이 더해졌다. 대체 그는 뭘 읽고 생각했길해 전공자도 어려워하는 분야에 도전했을까에 생각이 미쳤다.

<역사의 역사>을 읽자니 나는 저자의 전작인 <청춘의 독서> 역사편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주제만 역사일뿐 일종의 <유시민의 역사 독서>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에서 그는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 힘든 책을 선정해 분석하고 정리했다. 2500년 전의 <역사>에서 최근작인 <사피엔스>까지 골고루 다룬다. 현재 베스트셀러인 책도 있지만 서가에만 꽂혀 있는 책도 있다. 저자는 이 지루하고 어려운 책들을 비교적 잘 다듬과 정리하여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듯 전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대로 역사가에 대한 설명, 사회 배경, 서술상의 문제점들을 쉬운 언어로 설명한다. 내게 이처럼 매력적인 역사 사용 설명서는 없었다. 그것도 비전공자에게서... 전공자이지만 ‘역사의 역사‘에 대한 깊이가 없는 독자인 나로서는 저자의 뛰어난 문서 이해력과 시공을 뛰어넘는 통찰력에 그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나는 읽다 포기한 <역사란 무엇인가>를 그는 10번이나 도전했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역사학계에서는 이 책에 대한 대응이 없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학계나 전문 역사가를 대상을 쓴 것이 아니고 일반 독서 대중을 상대로 서적이 아니기 때문에 일일이 대응한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역사학계에 이런 책을 쓸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때로 3자의 입장에서 쓴 글이 효과적이고 의미가 깊을 수 있다. 유시민은 그럴 자격이 있다. 서자의 마음은 서자가 잘 아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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