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안식과 평안을 주는 시다.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또 어떤 사람을 만나야할지 조용히 일러준다.
정호승의 시는 이렇게 읽는 맛과 느끼는 맛을 동시에 준다.
짪은 글이 주는 힘이 크다.
그만큼 글이나 말이 길면 헛소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나를 반성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