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 근대 기생의 탄생과 표상공간 한국근대사진연구총서 2
이경민 글, 중앙대DCRC 사진 / 아카이브북스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을 때는 가급적 중립적이거나 객관적 자세를 취하려 한다.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는 읽기도 좋지만 한걸음 떨어져 읽는 맛도 색다르고 좋다. 문학류들은 조금 어렵지만 학술서적들은 대체로 이런 독법이 가능하다. 적어도 내게서는.

이 책 <기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읽자니 저자의 분노가 확연히 전해져온다. 일제가 어떻게 한국의 문화를 파괴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갔는지 논증하는 장면은 학자로서의 자세를 넘어 인간적 분노를 드러낸다. 특히 가와무라 미나토의 <말하는 꽃 기생>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이 앞선다. 학술적 비판이기도 하지만 철저함과 검증이 부족한 글에 대한 비난에 가깝다. 그렇다고 저자 이경민에게 무어라 말하기 힘들다. 책을 읽으면 그의 분노가 어디에서 왜 발생했는지 명백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객관적으로 읽기에 실패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생은 우리 역사 속 기생과 다르다. 식민제국들이 통치의 편리를 위해 식민지의 전통들을 창조해냈듯이 일본제국 역시 우리의 역사를 날조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기생이다. 기생을 매춘부와 동일시하고 그녀들에게 봉건적 이미지와 성적 대상으로서의 이미지를 씌운 것은 일제였고 일본식 오리엔탈리즘을 배운 우리 지식인들이었다. 최종적으로 이러한 기생은 정체되고 수동적인 조선인들을 표상했다. 결국 일본은 위생경찰과 사진사, 민속전문가들을 앞세워 기생 문화를 왜곡하고 재창조하였으며 이를 식민통치에 이용한 것이다. 이 속에 인간과 여성에 대한 이해는 없다.

이러한 읽기를 하노라면 저절로 저자의 감정이 전해져온다. 왜 그가 화날 수밖에 없는지를.

이 책에는 조금은 어렵고 생경한 용어나 문장들이 종종 나온다. 이점이 책읽기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논지를 이해하기에는 지장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은 근대 문화를 이해하고 교묘했던 일제의 식민통치를 공부하기에는 유익했다.

이제 그토록 저자가 문제시했던 <말하는 꽃 기생>으로 넘어간다. 나도 욕할 준비를 해야겠지? ㅎ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