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는 간데없고 욕정의 흔적만이, 권번 문화의 길 12
이영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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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의 기억 속에 기생은 주로 ‘술집 여자‘정도로 남아 있다. 몸을 팔기도 하는. 하지만 실제 기생은 그보다 고상하고(?) 수준이 높았다. 기생은 가곡, 가사, 서예, 정재무 이외에는 구사하지 않는 일패 기생과 은근히 몸을 팔고 첩 노릇을 하는 이패 기생, 매춘을 목적으로 삼는 삼패 기생으로 구분했는데 일패 기생은 누군가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것은 그들이 가진 멋과 매력에 힘 입은 바 크다. 그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교육에 의해 기생으로 길러진 탓이다. 오랜 수련과 훈육을 통해 기생은 태어나는 것이었다. 그녀들은 ‘말하는 꽃‘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생들이 몸파는 이미지로 전락한 것은 일제의 침략과 궤를 같이 한다. 1908년 창기단속령이 내려지자 명기를 향햔 기생들의 바람은 조합 혹은 권번 시스템의 등장 속에 사라졌다. 기예가 있던 없든 상관없이 기생들은 권번에 적을 두고 활동했야했다. 이제 일패 기생과 삼패 기생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모든 기생은 창기 취급을 받아야했다.

한편 일본은 세금을 걷고 화류병(성병)을 관리하기 위해 기생의 활동지를 제한하고 일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부도유곽이 그것이다. 인천화류계의 불온한 시작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먼서 기생들은 빠나 카페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몸을 팔 수 있는 무대가 더욱 넓어지게 되었다. 그만큼 주택가는 좋지 못한 영향을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해방 후 미군의 진주를 통해 그녀들은 공창내지 집창촌의 양공주로 변모해갔다. 이 책은 그 많던 기생 중 주로 인천 지역에서 활동하던 이들과 권번을 다루고 있다.

사실 기생은 단순히 술집 여자라기보다 요즘으로 치면 재능 있는 연예인에 가깝다. 자신이 가진 재주를 팔아 돈을 벌고 인기도 끄는. 그리고 추종자들도 있고. 심지어 가수나 배우로 변신을 거듭한 이들도 있다. 그래서일까? 기생의 활동은 신문에 제법 소개되었고 소설화되어 판매되기도 했다. 그 유명한 이상과 백석의 애인들도 모두 기생이었던가?

이 책은 신문 기사와 문학류에 등장하는 내용을 기반으로 전개된다. 그만큼 사실적이면서도 건조하다. 흥미로운 주제인 반면 그렇게 재미있게 다루어지지 못한 느낌이다. 그리하여 나는 다른 이가 쓴 기생 이야기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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