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 - 김기협의 역사 에세이
김기협 지음 / 돌베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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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밌는 역사책을 읽었다. 전문 학술서라기 보다 표지에 써 있듯이 역사에세이다. 정연한 논리성과 근거를 갖춘 전공서라기보다 저자만의 판단과 비판에 입각한 책이다. 그리하여 다분히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일견 일리가 있는 책이다. 책에 매달릴수만은 없는 상황이라 한 번에 다 읽어내진 못했지만 천천히 곱씹으며 읽은 탓에 다른 책보다 내게 남긴 것이 많다.

  저자의 관점 중 내게 와닿는 것은 중화세계와 유럽의 전통 시대를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다. 즉 근대 이전 시대는 중국 중심의 세계가 세계를 압도한 반면 산업혁명 이후는 유럽 문명이 압도했다는 주장이다. 그것은 양대륙의 사회 질서의 안정도와 전쟁 양상을 통해 알 수 있다. 유명한 선교사 마테오 리치 또한 그 사실을 입증해준다. 그렇다고 중국과 조선을 높이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사실이 그랬다는 것일 뿐. 그렇다면 문제는 뭘까. 사회도 안정되고 질서도 잡혔던 조선을 어찌하여 망국의 대열에 끼게 된 것일까?

  임진왜란 후 조선, 특히 인조반정 이후에는 왕권이 약화되고 신권이 강조된다. 아마 송시열 같은 이가 가장 대표적이 아닐까 싶다. 이는 왕권과 신권의 조화 혹은 상호 견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왕도정치의 붕괴로 이어진다. 숙종, 영조, 정조 년간에 어느 정도의 회복을 이루기는 했지만 세도정치 이후 조선의 정치는 완전히 파탄나게 된다. 이를 이어 흥선대원군 집권, 민씨정권의 등장, 고종의 무능 등으로 이어지면서 조선은 되돌릴 수 없는 망국의 길을 걷는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말했다. 조선은 일본이 식민지화 하지 않더라고 다른 어떤 나라에게 식민지가 되었을 것이다라고. 여기에 저자는 그것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조선은 일본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도 거들떠 보지 않고 있었다고. 외교적 정치적 경제적 이득이 없는 조선에 목메는 나라는 없었고 또한 이런 조선을 힘들여 경영할 나라도 없었다. 반면 일본은 대륙 진출의 교두보이자 제국주의로 가는 첫걸음으로써 식민지가 필요했고 여기에 가장 가까이 있는 조선의 식민지화는 절대적이었다. 저자의 주장에 심히 공감하는 바다.

  한편 조선 후기의 세도정치기에 엘리트들의 도덕성도 거덜난다. 사회의 엘리트들은 어느 사회에서건 높은 도덕성을 갖추고 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정보력, 경제력, 권력 등을 갖춘 이들로 사회가 안정되어야 자신들의 이득이 많이 생긴다. 그렇기에 엘리트들은 자신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사회 전반으로 이어지며 사회의 안정을 꾀한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조선 후기에 깨지고 일제 침략기에는 친일파 등 도덕성이 없는 인물들이 출세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도덕성의 결여가 일상화된다. 대신 돈으로 상징되는 물질 최우선시 하는 사람들이 반도덕을 등에 업고 권력층에 나서게 된다. 이런 분위기는 해방 이후에도 이어서 오늘날에 이른다. 그것은 또한 대한항공의 조씨 일가를 비롯핫 이땅의 재벌들을 보면 쉬 알수 있다. 물론 고위공직자들도 빠질 수 없겠다. 그들에게 지난 날의 갑질이나 부도덕은 그리 부끄럽지가 않다. 왜냐면 도덕적 기준이 그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런 이들을 내세운 최고위층도 그런 점에 대해서는 관용적이니까. 부끄러운 세태로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읽는다. 역사는 그래서 중요하다. 간만에 재미난 역사책을 읽었다. 모두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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