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보경심 세트 - 전3권
동화 지음, 전정은 옮김 / 파란썸(파란미디어) / 2013년 2월
평점 :
품절
우리에게는 익숙한 서문이지만 낯설다는 이야기가 보인다. 그녀의 첫번째 작품이라는 말에 놀랐다. 나도 이런 멋진 작품을 생애 처음으로 쓸 수 있다면.....
드라마가 끝나고도 자신의 역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여전히
~ ~ 앓이에 빠져있다는 연예인의 이야기는 식상할만큼 진부한 대사처럼 들렸었다.
빼먹지 않고 드라마를 열렬히 시청해도 화면에서 사라지면 머릿속에서도 지워버리던 나인데,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아직까지 난 약희를 잊지 못하고 있다.
왜 내가 이럻게 그녀를 잊지 못하는 것일까 생각해봤는데, 25살 장효에서 13살 만주족 소녀 마이태 약희로 시간을 거슬러 시작한 뒷 그녀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쭈욱 옆에서 그녀를 지켜봤기 때문에 쉽게 보내지 못하나보다.
장효는 교통사고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300년 전 청나라 강희 43년의 약희라는 몸에 들어와 있다. 나중에 다시 현실로 돌아오겠지 싶었는데 뜻밖에도 그녀는 마지막 생을 약희로 마감한다.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운 환경에서 역사책과 사극 속에서 보고 들었던 것들을 떠올리고 역사를 더듬어 보는 모습은 나였어도 그렇게 했을 것 같아서 고개가 끄덕여지고, 드라마 속 세트장에 와 있을 것 같아 흥미로울 것도 같다.
그녀의 언니는 강희제의 여덟 번째 아들 팔황자의 측복진이다. 정실은 아니지만 황제의 일가 이다보니 약희는 황실의 위험하고 미묘한 정치속에서 아슬아슬하고 애타는 사랑을 한다. 그녀의 사랑이 다른 이야기 속 주인공보다 훨씬 더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상대가 황자들이여서가 아니라 시간 속에 충분히 녹아들어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진실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인스턴트사랑에 익숙해져 버렸다. 쉽게 만나고, 쉽게 약속하고, 쉽게 사랑을 하는 우리들. 반면 약희의 사랑은 미련할 만큼 조심스럽고, 느리고, 신중하고, 외롭다. 그래서 안타깝지만 오랜 시간 닳여 만든 약처럼 은근하고 깊은 맛이 나서 훨씬 아름답다.
황제와 14황자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그녀의 특별한 매력에 때로 질투가 날 때도 있지만, 주인공의 자리에서 내려와 쓸쓸히 퇴장하듯 화려한 자리에서 내려오는 인생의 곡예를 보면서 어느새 나도 그녀의 매력에 빠지고 만다.
하지만 팔황자와 사황자 사이에서 역사의 승자에게 자연스럽게 마음이 기우는 것을 보고는 솔직히 실망도 햇다. 처음 그녀의 미음에 묵직한 사랑을 건네준 사람이 분명 팔황자였고 그녀도 그 사랑의 무게에 기뻐했는데도 불구하고 역사의 승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약속을 져버리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팔황자와 사랑으로 맺어지지는 못하지만 역사속의 참극을 막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귀뜸해주는 반칙을 해보지만 역사의 거대한 물결은 한 인간이 거스를 수 없는 것 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모두 3권이지만 한권처럼 재미있고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을 만큼 몰입도가 굉장히 높은 책이였다. 역사소설이지만 특별히 역사적 이해나 기본지식이 없어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고 방대한 분량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지만 꽤 짜임새 있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인물 때문에 혼란스러운 것도 없다.
오랜만에 사랑다운 사랑이야기를 읽은 것 같아 즐거운 시간 이였다. 다양한 사랑을 집대성 한 이야기가 아니였나 싶다. 자매간의 사랑도 있고, 오랜 시간 곁에서 식구처럼, 친구처럼 지낸 시녀와의 사랑도 있고, 남녀 간의 사랑, 황제와 신하와의 사랑, 견원지간 같았던 명옥 과의 동성 간의 사랑, 신분의 상하를 뛰어넘는 사랑도 있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관객처럼 그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장효가 그녀의 안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대를 거슬러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약희 삶은 그곳에서 끝났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듯 싶다.
십황자에게 진심이 담긴 자신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을 주기 위해 직접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다. 누가 이런 여인에게 반하지 않겠는가~
솔직발랄한 장효를 담은 약희는 십황자와 친구처럼 지냈는데 갑잡스런 강희제의 혼인명령으로 십황자는 거절하지도 못하고 당황해하는 장면이다.
명옥과 원치 않는 결혼을 했지만 조심스럽게 약희에게 측실이 되어줄 것을 청해보지만 약희는 거절을 한다.
책속에서 배우고 익히던 군주를 눈앞에서 알현한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녀의 속마음에 웃음이 절로 난다.
사랑은 이렇게 빗나가서 더 애틋한 것일까? 약희는 언니에게는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팔황자때문에(?) 목숨을 잃었고 그이후로 언니도 웃음을 잃었다.
약희에게 보일듯 말듯 사랑을 주고 큰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팔황자. 따뜻하고 배려심 많은 팔황자.
역사의 승자이기에 그의 기호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십삼황자에게 부탁했는데 오히려 오해만 불러일으키게 된다. 하지만 그 오해는 그들에게 더 애틋한 사랑놀이를 시작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보일듯 말듯 닿을 듯 말듯한 존재감은 더 애틋함을 심어준다. 늘 내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어떤 여자든 혼란스러워 하고 들뜨지 않을까? 이런 사랑이 매력이 아닐까 싶다.
팔황자는 오래전부터 언니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이제 약희에게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는 장면.
한 남자의 한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약희의 마음.
새로운 그녀의 운명의 시작. 제 2막의 시작이다.
역사의 승자를 대접하기 위해 준비했던 그녀의 치밀함이 오해가 되어 새로운 시작의 싹이 된다.
역사를 미리 알고 잇다는 것이 결코 유리한 입장은 아닌가 보다
몽고 왕의 딸 민민과 친구처럼 속마음을 나누게 되는 사이가 된다. 사랑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면서 더 친밀해져간다.
나쁜남자 스타일은 어느시대든 통했나보다. 사황자에겐 상남자 냄새가 풍긴다.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나중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인간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