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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오후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고령화, 저출산, 핵가족화, 비혼 및 이혼의 증가, 간병, 고독사... 기존 가족 제도의 해체로 인해 한국사회와 일본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비슷하다. 아니, 일본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몇 년 뒤에 한국사회가 경험하게 된다고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80년대 일본 학계를 뒤흔들었던 페미니즘 논객 우에노 치즈코가 최근 '노후'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독신의 오후>는 노년을 맞이하는, 혹은 이미 노년을 맞이한 독신 남성들을 위한 책이다. 돈, 성, 건강, 가족, 인간관계, 그리고 죽음 등 독신 남성이 부닥치게 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솔직담백하게 적어내리고 있다. 문장이 술술 잘 읽혀내려가는 데다가, 실용적인 조언 또한 적혀 있어 재미있게 읽힌다. 예를 들어 저자는 "남자 홀로 나이듦의 10가지 방법"이라는 십계명을 열거한다.

 1. 의식주의 자립은 기본 중 기본
 2. 건강 관리는 본인 책임
 3. 술, 도박, 약물에 빠지는 것은 금물
 4. 과거의 영광을 자랑하지 말 것
 5.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
 6. 사람과의 만남에 이해관계를 따지지 말 것
 7. 이성 친구들에게 다른 마음을 품지 말 것
 8. 다른 세대 친구를 사귈 것
 9. 자산과 수입 관리는 확실하게
 10. 여차할 때를 대비해 안전망을 준비해둘 것
(210,211)

 조목조목 그 사례들을 들고 있는데, 모두 다 수긍이 가는 내용들이다. 한국의 독신 남성들이 이 책을 읽으면 아마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사실 저자도 "인간이란 나이와 상관없이 적응하기 마련이구나 싶어 감탄했다"(66)고 이야기하고 있듯이, 노년을 맞이한 독신 남성들도 어떻게든 살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비혼이었던 독신은 물론, 이혼하게 된 독신 남성들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적응해 갈 것이고,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을 배워가지 않겠는가.

 우리 세대의 남성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저자는 일본의 전형적인 가부장적 남성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고 있는데, 우리 세대 남성들은 기본적인 가사노동은 할 수 있고, 가정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아마 이 책에서 저자가 걱정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보다 젊은 세대의 남성들이 노년이 될 무렵에는 해당사항이 없어질 것 같다.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는 더 심각한 문제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얼마 전, 현재의 젊은 세대는 나이든 세대에 비해 평생 혜택이 더 적다고 하는 뉴스도 나왔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노년을 걱정하기에는 젊은 나이인지라 이 책이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물론 20대 중반인데도 연애경험이 없는 소위 "모태솔로"라는 점에서 이대로 결혼을 할수는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결혼 말고 연애"가 더 시급한 문제다.ㅠㅠ

 사실 "혼자"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외롭기도 하다. 누구나 그렇듯이 혼자 있고 싶은 때도 있고, 누군가와 같이 있고 싶은 때도 있지 않겠는가. 저자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세상에는 함께해서 기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함께하면 불편한 사람도 있는 법이다.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운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 또한 있다. '내 시간'이란 혼자 있고 싶을 때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과, 혼자 있고 싶지 않을 때 누군가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의 조합이다. (184)

 인생은 어차피 고독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연애하고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자의 고정된 성관념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특히 남성에 대해서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독신 남성에 대해 쓴 책이라 어쩔 수 없는지 몰라도). 남성에 의한 간병 강간이나 간병 살인 사례가 많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고 하니 그렇다치더라도(출처가 없긴 하지만, 거짓말은 아니리라 믿는다), 다음과 같은 부분은 극히 한정된 사례에 저자의 개인적 편견을 덧씌운 것에 불과하지 아닌가 싶다.

 남자란 '죽지 않으면 결코 낫지 않는 병'과도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때가 있다. 다름 아닌 돈과 권력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여자란 여자라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남자에게 선택받아야 하지만, 그 반대는 성립되지 않는다. (중략) 남자가 남자가 되기 위해서 여자는 필요하지 않다. 남자는 남자에게 인정받음으로써 남자가 된다. 여자는 그다음 포상으로 딸려 온다.
 이런 남성 집단의 모습을 전문 용어로 '호모 소셜(homo-social)'이라 부른다. 호모 섹슈얼에 가까운 천황을 향한 무한한 지극정성과도 같은 사랑이 남자들 사이에 존재한다. 남자가 정말로 사랑에 빠지는 대상은 여자가 아닌 남자다. (중략)
 남자들을 보더라도 여자에게 선택받는 것보다는 동성인 남성에게 "너 꽤 쓸 만한데."라는 말을 듣는 것을 최고의 찬사로 여기는 면이 있다.
(125,126)

 물론 그러한 경우도 있겠지만, 지나친 일반화라는 생각이 더 강하다. 나만 해도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데 말이다. "일본 최고의 지성"이라는 분이 쓴 글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웃긴다.


 P.S. 138페이지에 "가모메 죠메이의 <호조키>"라고 나오는데, 잘못되었다. "가모노 쵸메이(鴨長明)의 <호조키>(方丈記)"가 맞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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