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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란의 도시 - 도시에 대한 권리에서 점령운동까지
데이비드 하비 지음, 한상연 옮김 / 에이도스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한강 이북 주민이다. 중학교 시절, 당시에도 충분히 복잡하게 얽혀 있던 서울 지하철노선도를 보면서 생긴 지 얼마 안 되는 분당선과 8호선을 타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수도권 지하철노선도를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간 이 도시는 끝없이 성장하여, 지금은 신분당선, 9호선, 공항철도, 수인선, 용인경전철, 의정부경전철, 경의선, 중앙선 등 새로운 노선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다. 수원까지 가던 1호선은 천안까지 그 촉수를 뻗쳤고, 춘천으로는 기차 대신 전철을 타고 갈 수 있게 되었다. 점점 복잡해져 이제는 제대로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의 지하철노선도를 보면, "서울"이라는 도시가 마치 괴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흔히들 하는 이야기지만, 전세계의 도시들이 점점 비슷해져 가면서 개성이 없어졌다고 한다. 파리나 베를린, 모스크바 같은 유럽 도시들은 몰라도, 서울, 도쿄, 베이징, 상하이, 타이베이, 두바이, 뭄바이 등의 도시들은 모두 '빌딩들, 빌딩들, 더 높은 빌딩들'로 묘사할 수 있을 정도다. 물론 도시들마다 나름대로의 개성이 있기는 하겠지만, '도시'는 동시다발적인 세계화의 최첨단을 보여준다. 세계화로 인한 압축적 발전은 각 도시들이 겪은 역사적 시간들을 없애고, 비슷비슷한 모양새로 획일화시킨다. 데이비드 하비는 <반란의 도시>에서 세계화, 자본주의를 압축해 놓은 공간, 즉 도시의 역사를 분석하고 있다.

 하비는 "도시 공간의 형성은 자본주의 역사 내내 과잉 자본과 노동을 흡수하는 주요 수단이었다"(85)고 말한다. 19세기 파리나 런던에서부터 20세기의 뉴욕, 그리고 오늘날의 상하이나 뭄바이까지 모든 도시들은 그러한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도시의 부동산 개발을 통해 저소득층을 외곽으로 몰아내고,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위기가 도시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주택이 가차 없이 압류되고 도시 주택시장에서 약탈 수법이 횡행하며 사회적 서비스가 감소하는 상황, 더불어 거의 모든 도시 노동시장에서 고용기회가 사라져 몇몇 도시에서는 고용 전망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오늘날의 위기는 예전에도 그랬듯 도시 위기의 양상을 띠고 있다." (102)

 저자에 따르면, 2008년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그러한 자본주의의 위기를 가장 극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저자의 제안은 자본주의로부터 도시에 대한 권리와 도시의 공동성을 되찾자는 것이다. 저자는 '대도시는 공동적인 것을 생산하는 공장'이라는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의 정의를 인용하면서 이를 반자본주의 운동의 시발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위기라는 저자의 진단이 다소 원론적인 반면, 그 처방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것으로 보인다. 도시를 통해서 자본주의의 위기를 진단할 때, 저자가 들고 있는 사례들은 추상적이거나 단편적인 감이 있어 하나의 체계적인 분석을 구축하기에는 원론적으로 느껴진다. 반면에 도시를 되찾기 위한 반자본주의 운동의 예로 들고 있는 것이 파리코뮌, 68혁명, 월스트리트 점령운동이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원서가 나온 2012년까지만 해도 월스트리트 점령운동이 무언가 거대한 가능성을 가진 운동이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졌을지 몰라도, 지금은 2008년 한국에서 있었던 광우병 반대 촛불시위와 마찬가지로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운동, 잊고 싶은 과거가 되지 않았는가?

 마르크스주의자인 저자는 인정하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오늘날 도시에서 '반란'은 불가능하다. 지하철노선도가 아무리 복잡해도, 사흘이 멀다하고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도, 집값이 내릴 줄을 몰라도, 살기 좋은 도시는 아닐지라도, 나는, 그리고 우리 대다수는 '도시'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어쨌든 자본주의 도시는 나름대로의 매력을 가지고 있고, 이를 쉽사리 극복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자본주의 운동을 주장하기 보다는 자본주의 도시 안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모색하는 것이 훨씬 유의미한 실천으로 생각된다.

 저자의 진단과 처방은 다소 이상적일지 몰라도, 도시와 자본주의의 문제를 사유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는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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