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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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기본적인 연애소설을 쓰고자 했던 에쿠니 가오리. 그런데 나는 마지막 장을 넘기며 심플한 사랑이야기 한편을 읽었다는 느낌보다는 무관심과 무신경함이 주류를 이룬 어느 부부와 한 남자의 이야기로밖에 읽혀지지 않았다. 대체 어디가... 어떤 부분이 기본적인 연애 소설이라는 말인가.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아니다. 요즘엔 수많은 정신분열을 일으키는 우울증 환자와 동성애자들이 즐비하다. 그러니 그들의 특수한 성향이 문제 된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어떠한 이익을 위해 결혼을 선택한 그들이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들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다. 의사라는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사랑하는 애인을 두고 가엾은 여자와 결혼한 동성애자 무츠키와 정서적인 안정의 절심함에 결혼을 택한 쇼코. 그리고 무츠키의 애인 곤. 이들의 결혼 생활은 평온하다. 너무 평온해서 두렵기까지하다. 그 평온함에는 쇼코가 믿고 의지하고 있는 무츠키와 그의 남편의 사생활을 충분히 이해하는 쇼코가 있다. 갑작스런 쇼코의 우울 증세와 정신 분열적인 폭력에도 불구하고 무츠키는 화내지 않는다. "술 좀 그만 마셔, 몸에 좋지 않아." 언제나 조용히 기다려주고, 자상하게 타일러 줄 뿐이다. 그뿐이다. 쇼코에 대한 마음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쇼코와 곤을 둘 다 힘들게 하는 무츠키의 우유부단함에, 아무것도 바꾸려 노력하지 않는 그의 무능함에, 쇼코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르는 그의 무신경함에 나는 질려버렸다. 그러나 그들은 그대로가 좋다고 한다. 그들은 세 사람만의 공간에서 그들만의 행복을 찾았다. 그러나 나는 그들과 함께 행복의 단맛에 빠져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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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텐진 갸초(달라이 라마).빅터 챈 지음, 류시화 옮김 / 오래된미래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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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용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만 하더라도 나를 상처입히고 아프게 한 이들을 진정으로 용서한 일은 없는 것 같다.                           

'뭐 그럴수도 있지' '내가 그 사람 입장이라면 이해할만도 하지'  나 스스로 나를 위로 한 적은 많았지만 그들에 대해 진정으로 용서를 한건 아니다.

솔직히 이 책을 읽기 전까진 굳이 용서라는 단어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도... 관심도 가지지 않았었다.

일본만 예를 든다치면.. 옛날 우리가 당했던 수모를 생각하면 차마 '용서'라는 말과 그 나라를 연관시키는 것 자체도 이해가 안됐었다. 당한만큼 갚아줘야 한다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나라만 생각해도 화가 나고, 일본인, 일어, 일식 등 일본과 관련된 건 모두 싫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달라이라마는 티베트인을 학살한 중국을, 중국인을 미워하지 않느냐는 빅터챈의 물음에 이미 그들을 용서했으며, 그들에 대한 미움과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은 없다고 말한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국민의 한사람인 나도 이렇게 분노하는데... 티베트의 지도자인 그는 왜 분노하지 않지? 어떻게 그들을 용서할 수가 있지? 진정으로 용서를 하긴 한걸까? 달라이라마의 말에 절대 공감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그를 의심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달라이라마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 하나에 그 모두가 진실임을... 그의 마음에 한치의 거짓도 없음을 알게되었다.

달라이라마는 말한다. 너와 나는… 우리는.. 서로 개성도 틀리고 생각하는 것도 틀린.. 모두 제각각인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아무상관 없을 듯 싶지만 안보이는 실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서로 서로 엮어있다고…

그래서 남에게 피해를 주고 괴롭히는 등 해를 가한 사람에게는 또 그만큼의 아픔이 생긴다는 상호연관에 대해 역설하면서, 나의 아픔보다 다른 사람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보살피면서 사랑과 자비의 마음으로 그들을 대한다면 결국에는 내가 행복해진다고 한다.

어쩌면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용서 해야하고 사랑과 자비로 대해야 한다는게 이기적이라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그게 뭐가 그리 대순가... 나도 행복하고 당신도 행복해진다는데...

어려운 일이겠지만... 많이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한번 실천해볼 생각이다.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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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29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헨쇼 선생님께 보림문학선 3
비벌리 클리어리 지음, 이승민 그림, 선우미정 옮김 / 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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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리 보츠는 헨쇼 선생님께 편지를 쓴다.

선생님! 선생님은 왜 동화작가가 되셨어요?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죠?

리 보츠는 궁금한게 너무나도 많은 아이다. 게다가 거리낌 없이 당돌하기까지 하다.

'답장이 빨리 올수록 기분 좋고요 답장이 늦을수록 화가나요'

 

헨쇼 선생님이 쓴 동화책을 유난히 좋아했던 리는 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그와 친구가 된다.

그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리의 슬픈 가정환경(부모의 이혼)과 낯선 학교에서의 생활, 소소한 일상에서

묻어나는 자잘한 일들과 생각만으로도 미소 짓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부모의 이혼으로 낯선 학교로 전학을 한 후, 학교와 친구들에 적응하지 못하던 리는 점심시간마다

도둑맞는 도시락 때문에 스트레스다. 그러나 그 일로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구하지도 않고 오직

스스로 생각하고 연구해서 성능 좋은 도시락 경보기를 만든다. 결국 그 일로 학교 안의 유명인사가

되긴 했지만 도둑을 잡지는 못한다.

학교에서 어린이 작품집에 실을 작품을 공모한다. 리는 유명한 동화작가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아빠 트럭을 탄 날'에 대한 글을 쓴다. 비록 가작상을 받긴 했지만, 자기가 가장 잘

아는 일에 대해 다른 사람을 흉내내지 않고 진솔하게 자기만의 글을 쓴 리를 안젤라 선생님은 의

미 있는 글을 쓴 아이라고 칭찬한다.

헨쇼 선생님의 조언대로 편지를 쓰듯 일기를 쓰기 시작한 리는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한다.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으며, 야속하기만 했던 아빠를 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자괴감에 빠지는 아이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게

부모의 입장을 찬찬히 설명해주고 이해시켜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많은 생각할꺼리를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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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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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자와 한여자의 진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실래요?

한남자는 어릴 때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눈 먼 동생과 떠돌이 생활을 하며 근근이 생활해갑니다. 그러다 동생을 위해 라면 한박스를 훔치게 되고, 그 길로 범죄자의 길로 접어들게 되죠. 차가운 바닥에서 동생을 잃은 후엔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방황하다 결국 세명의 여인을 살해한 죄로 사형을 선고 받습니다. 한여자는 부유한 가정에서 부모와 오빠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죠. 그러다 어린 시절의 충격적인 사고 이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고 세상과 가족을 등지고 세번의 자살을 시도합니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한남자와 한여자는 서로가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첫 만남을 가지게 되지만, 그런 첫만남 이후 한여자는 한남자를 생활 곳곳에서 떠올리게 됩니다. 자신의 모습과 너무 닮은.. 그래서 두렵기까지 한 그를... 그와의 만남을 그녀는 기대하게 됩니다. 한번.. 두번... 그와의 만남 횟수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한여자는 가족과 세상에 대한 증오와 어둠이 사실은 눈부신 빛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한남자... 모니카 수녀와 한여자의 따뜻한 사랑 앞에 세상을 향한 증오와 분노를 사그라뜨리며 두려움과 맞서 본래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세상의 잣대로 비춰봤을 때 분명 그는 죄인이며 범죄자입니다. 그러나 저는.. 아니 그 누구라도 반드시 그를 죽여야 한다고 감히 말을 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그가 누명을 쓴 죄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는 세상이... 우리가... 내가 그렇게 만든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행위가 얼마나 가혹한지... 사람이 사람을 벌한다는게 얼마나 큰 모순인지... 내가 아무렇게나 버리려 하는 이 시간을 다른 누군가는 얼마나 원하고 갈구하는지... 내 삶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를... 많이 느끼고 공감하며 또 반성해봅니다.

정말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만난 좋.은.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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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 개정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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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로부터 어떤 내용의 얘기를 들었는지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김형경’ 이란 이름 석자만은 지워지지 않고 내 뇌리에 박혀 있었다. 그래서였을거다. 폭발할 것 같은 내 마음속에 불현듯 김형경이란 이름 석자가 들어왔고 그제서야 작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 아무런 정보도 없이 김형경이란 이름이 나와있는 책이란 책은 모조리 사버렸다. 그 중에 처음으로 읽은 책이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이 책을 읽는 순간 뒷통수를 맞은 것처럼 머리가 멍해짐과 동시에 어깨가 묵직함이 느껴졌다. 이제껏 나라고 생각했던 ‘나’가 실제의 ‘나’가 아니었다니… 내가 만들어낸 허상일뿐이라니… 수십년간 쌓아두기만 했던 콤플렉스와 피해의식이 자아를 외부세계와 단절시키고 페르소나가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들었다니… 불혹의 나이가 되기까지 어떻게 그 분노를… 그 좌절감을 가슴속에 쌓아두고 세상에서 인정받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갔는지… 그녀들이 가엾고 안쓰럽다. 아니, 그녀들의 얘기에 공감하며 크게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 나와 한국의 수많은 여성들이 가엾기 그지없다. 인생의 반도 겪어보지 않은 나조차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에 벌써 지쳐가고 있으니 그렇게 느껴질 수 밖에…

‘오.여.사’라는 모임이 결성되면서 그곳에서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세진과 인혜를 통해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번의 결혼 생활에 실패한 후 많은 남성들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섹스를 즐기는 인혜와 표출하지 못한 분노로 인해 성불능이 되어버린 세진. 공통점이라야 둘 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라는 것과 인정받는 전문직 여성이라는 것뿐. 그러나 세진과 함께 정신상담을 받으면 받을수록 결국 그 두 사람은 ‘한통속’이라는 것. 결국 나도 그들과 ‘한통속’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얘기가 곧 나의 얘기였고, 그녀가 고민하던 것들이 곧 나의 고민이었다. 내가 세진이나 인혜처럼 부모에게 버림받지도 결혼생활에 실패 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녀들이 느꼈을 좌절감과 혼돈들이 내 속으로 그대로 전해져 왔다. 그래서 나도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고, 분노했으며, 겁에 질려 잠이 오지 않았을거다. 그러나 그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나도 내 속에 솟아나는 수많은 의심과 번뇌를 훌훌 털어버리고 세상을 향해있던 의미 없는 나의 페르소나를 벗고 그 누구의 간섭도,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진정한 나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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