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 개정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로부터 어떤 내용의 얘기를 들었는지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김형경’ 이란 이름 석자만은 지워지지 않고 내 뇌리에 박혀 있었다. 그래서였을거다. 폭발할 것 같은 내 마음속에 불현듯 김형경이란 이름 석자가 들어왔고 그제서야 작가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한 것이… 아무런 정보도 없이 김형경이란 이름이 나와있는 책이란 책은 모조리 사버렸다. 그 중에 처음으로 읽은 책이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이 책을 읽는 순간 뒷통수를 맞은 것처럼 머리가 멍해짐과 동시에 어깨가 묵직함이 느껴졌다. 이제껏 나라고 생각했던 ‘나’가 실제의 ‘나’가 아니었다니… 내가 만들어낸 허상일뿐이라니… 수십년간 쌓아두기만 했던 콤플렉스와 피해의식이 자아를 외부세계와 단절시키고 페르소나가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들었다니… 불혹의 나이가 되기까지 어떻게 그 분노를… 그 좌절감을 가슴속에 쌓아두고 세상에서 인정받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갔는지… 그녀들이 가엾고 안쓰럽다. 아니, 그녀들의 얘기에 공감하며 크게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는 나와 한국의 수많은 여성들이 가엾기 그지없다. 인생의 반도 겪어보지 않은 나조차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에 벌써 지쳐가고 있으니 그렇게 느껴질 수 밖에…

‘오.여.사’라는 모임이 결성되면서 그곳에서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세진과 인혜를 통해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번의 결혼 생활에 실패한 후 많은 남성들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섹스를 즐기는 인혜와 표출하지 못한 분노로 인해 성불능이 되어버린 세진. 공통점이라야 둘 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라는 것과 인정받는 전문직 여성이라는 것뿐. 그러나 세진과 함께 정신상담을 받으면 받을수록 결국 그 두 사람은 ‘한통속’이라는 것. 결국 나도 그들과 ‘한통속’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얘기가 곧 나의 얘기였고, 그녀가 고민하던 것들이 곧 나의 고민이었다. 내가 세진이나 인혜처럼 부모에게 버림받지도 결혼생활에 실패 해보지는 않았지만, 그녀들이 느꼈을 좌절감과 혼돈들이 내 속으로 그대로 전해져 왔다. 그래서 나도 이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했고, 분노했으며, 겁에 질려 잠이 오지 않았을거다. 그러나 그녀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나도 내 속에 솟아나는 수많은 의심과 번뇌를 훌훌 털어버리고 세상을 향해있던 의미 없는 나의 페르소나를 벗고 그 누구의 간섭도,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진정한 나로 돌아가기 위한 여행을 시작하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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