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休
반지인 지음 / 마음길(도서출판마음길,마음길어린이)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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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마추어다. 그래서일까? 그녀의 글은 상큼 발랄한 열일곱 살 소녀의 풋풋한 첫사랑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낡은 서랍 속 깊이 묻어둔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이 묻어나기도 한다. 그녀의 사진은 어설프지만 맑고 투명하다. 흔하디 흔해 눈 여겨 보지 않았던 익숙한 풍경들이 그녀의 시선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다가온다. 독특할 것 없는 소재들을 이용해 봄,여름,가을,겨울의 느낌을 살려 찍은 화려하고 다채로운 사진들과 나지막이 읊조린 시 같은 그녀의 독백들. 그녀의 독백에서 그녀가 지나쳐 온 과거의 그리움과 애틋함에 동참하여 한동안 책에서 손을 놓기도 했고, 어렴풋이 느껴지는 그녀의 옛 사랑의 추억에서 지나온 나의 옛 추억 을 떠올리며 아련한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 모두가 갖고 있는 추억과 기억은 제각각 이지만, 그래서 그녀의 글이 그다지 가슴에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녀의 글에서 옛 기억을 떠올리며 현재의 내 모습을 돌아보고, 미래를 기대하며 잠시나마 현재의 고달픈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유는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결말이 궁금하여 한자리에 진득하니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 소설과는 다르다. 문득 새파란 하늘이 보고플 때, 때 이른 코스모스 향 내음이 그리울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아무 페이지나 들춰봐도 하늘을 볼 수 있고, 향 내음을 맡을 수 있는 휴식 같은 친구다.

좋은데 싫은 이유,

싫지만 좋은 이유, 사람이 사람에게서,

사람이 인생에게서,

느끼는 모든 감정의 출발점은 그 두 가지가 아닌 듯 싶다.

- 그리고 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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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처럼 승리하라
강인선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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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미국에서 성공한 여성들의 험난한 역경과 파란만장한 삶의 단면을 보고 배울 수 있겠다 싶은 마음에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헌데 내 예상과 다르다. 제목과도 그다지 상관이 없다. 세계 1%에 속한 최고들의 치열한 도전과 성공담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한참을 읽어 내려가서야 제목과 책의 내용에 괴리가 있음을 알았다. 크나큰 실망감에 읽다 말다 반복하기를 수 십 번, 어쩔 수 없는 사명감에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읽는 족족 빨간색 펜으로 밑줄을 긋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힐러리와 콘디의 삶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배울만한 이야깃거리가 무수히 많았기 때문이다

.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얼 원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제 1장 '여자의 야망은 클수록 좋다' 에서는 당당하고 거침 없는 힐러리의 자신만만한 야심과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세상의 각종 잣대에 유능한 평가를 받은 콘디의 탁월함, 하고자 하는 일에 전념하기 위해 국장 자리를 박차고 나온 스티브 콜의 열정을 배울 수 있다.

제 2장 '인생은 저지르는 자의 것이다' 에서는 자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워싱턴에서 가장 큰 봉사단체를 창립한 로버트 에거의 비범한 추진력과 전 국무장관 콜린 파월의 성공 법칙도 들을 수 있으며, 저자의 워싱턴에서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제 3장 '상상력과 용기가 당신의 무기다' 에서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의 조언과 벤 스타인의 인생을 망치는 방법도 소개받을 수 있으며,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워싱턴 특파원 기자로 생활하면서 보고, 느끼고, 체험한 다양한 경험들과 미국의 저명인사들과의 만남을 통한 미국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컬럼 형식으로 전한 이 책은 느슨해진 내 생활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허나 역시나 제목과 내용과의 괴리에 대해서는 한마디 더 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가 없을 듯 싶다.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를 그대로 카피한 듯한 제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내용의 어색함은 처음 책을 접한 사람들에게 사기성이 짙은 책이라는 질탄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요즘의 독자들은 책의 내용도 중요시 여기거니와 그 밖의 세부적인 사항들(제목, 표지, 종이의 질)도 꼼꼼히 따짐을 잊지 말고 좀 더 신중을 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밑 줄 쫘~악

나는 남을 돕는 일을 하고, 그래서 행복해 보이는 그가 부러워졌다. 그래서 불쑥 “나도 언젠가는 남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 그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그 일을 왜 지금은 할 수 없나요?””

글 이란 게 참 이상하잖아요. 머릿속에 다 들어 있는 것 같은데도 막상 글로 옮기려면 참 고통스럽잖아요. 하지만 그게 진짜인 것 같아요. 어렵고도 행복한 거요.

독서가 습관이 되니 인생이 별로 지루하지 않았고 늘 할 일이 있었고 무엇보다 이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이해하는 안목이 생겼다. 어는 순간엔가는 ‘아 이렇게 한 단계 뛰어넘었구나’ 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한 1년 책을 열심히 읽은 정도 가지고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3년만 계속해봐라. 그때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하기 전에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나에게 먼저 질문을 던졌어야 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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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기담 -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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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에서 일어난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뜻의 [경성기담]은 이상야릇할지는 모르나 결코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식민지 조선을 뒤흔든 4건의 살인사건과 근대조선을 발칵 뒤집어놓은 6건의 스캔들을 다룬 논픽션 소설인 이 책은 ‘꼼꼼하게 복원된 사생활의 역사’를 부제로 달고 있다. 그렇다면 10건의 이야기들은 저자가 상상으로 만들어 낸 한낱 흥미거리로 치부할 수 있는 가벼운 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목이 잘려진 어린아이의 시체, 참혹히 살해된 일본 순사, 난자 당한 젊은 여인의 시체, 사교집단의 314건의 살인 등 오늘날의 우리 사회와 일맥상통할 수도 있는 살인사건에 관한 이야기는 매일 아침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연쇄살인, 존속살인 등의 엽기적 사건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건 일면에는 식민지하에 있는 조선인들의 아픔과 애환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조선인이라서 일본 경찰들의 강압적 수사에 당할 수 밖에 없었고, 억울한 구금 생활을 한 청년들은 미비한 보상금만으로 만족해야 했으며, 조선인 하녀 마리아를 죽인 일본인 여주인과 정부의 무죄 판결에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시절의 힘 없는 조선과 현재의 대한민국이 오버랩되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한때 울분을 토하며 목소리 높여 미군을 비난하던 미선이와 효선이의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미군에 의한 처참한 죽임을 당한 미선이와 효선이의 일만 하더라도 약소국인 대한민국의 실체 모습만 느낀 채 가슴속에 묻어야 했다. 대표적인 예로 든 이야기지만 이 외에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돈과 권력과 힘에 기생해 불합리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저자는 그 시절의 감춰진 이야기를 통해 현재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은 아닐까?

살인사건 이외에 다뤄진 명사들의 스캔들은 남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에 꺼림칙한 면도 없잖아 있었지만 그 속에 자리잡은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들의 비극적 생애에 먹먹한 아픔을 느끼며 함께 울분을 토함으로 인해 그런 기분을 말끔히 지워버렸다. 가부장적인 제도에 얽매여 가정을 돌보고 사회 생활을 병행하며 원더우먼처럼 살아야 했던 신여성들은 결코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한다. 그들을 이해해주고 받아들여주는 이 없이 내치기에만 급급했던 조선인과 조선이라는 나라에 몸담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의 능력을 조선을 위해 바치겠노라 다짐하며 스웨덴에서의 안정된 미래와 명예, 사랑을 등지고 돌아온 최영숙 애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콩나물 장수뿐이었다. 꽃도 제대로 피워보지 못한 채 27살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최영숙 애사는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여성이었다.

사람 냄새 나는 인문학을 쓰고 싶다던 저자의 말대로 그는 정말 사람 냄새 나는 글을 쓴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맡은 사람 냄새는 너무나도 지독하고 향기롭지 못해 읽는 내내 코를 막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사람에 대해 진저리가 쳐진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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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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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눈물이 많은 나는 되도록이면 슬픈 책이나 드라마는 보지 말자라는 나와의 묵계가 이미 성립되어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일지, 할아버지일지 모를 쭈글쭈글 검게 그을린 손과 어린아이의 탱탱한 손이 맞잡고 있는 표지에 마음을 뺏겨 결국 약속을 깨버리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슬픔’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만큼 책 제목만으로도 ‘아~ 눈물 꽤나 쏟겠구나’ 싶어 꺼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눈물만큼 웃음도 많이 묻어났기에 읽는 내내 울기도 하다가 웃기도 하다가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이 되어버렸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손자를 삶아버린 엽기적인 행동에 섬뜩하면서도 안타까움에 눈물 흘리다가 남자화장실에서 엉덩이를 드러내고 볼일을 보던 할머니가 저자를 보면서 씨~익 웃는 장면에서 눈물을 찔끔거리며 웃었고, 한쪽 다리를 절단한 아가씨가 미니스커트를 입은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으며, 50여년을 헤어져 살다가 만난 지 두 달 만에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 어느 노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에 목놓아 울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이 책을 단순히 병상 르뽀나 투병 일지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받아주길 소망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무엇’을 찾으려 했지만 저자가 의도한대로(저자는 독자들이 책을 읽고 조금은 당혹스러워지길 바랬다) 당혹감만 느꼈다. 선과 악의 기준이 헷갈리고 분명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어느 순간 알 수 없게 되고 내가 원하지 않은 일들이 내 뜻과는 무관하게 주위 곳곳에서 일어난다는 걸 더 확실히 알게 됨으로 느낀 당혹감이었다. 이 책을 읽지 않으면 몰랐을 타인의 죽음, 장애, 자살, 희로애락을 가슴에 품으며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박경철이란 사람에 대해, 그리고 우리 생활 곳곳에 존재하는 우리 이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결국 돌아보면 온 세상은 사랑인 것을, 우리는 왜 그렇게 힘들게 누구를 미워하고 증오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나는 금방 일상으로 복귀했다. 사람이란 참 이상한 동물이다. 마치 대단한 일이라도 생긴 양 수선을 떨다가도 그 상황이 종료되면 금방 원래 자리로 돌아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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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ED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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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려다가 몇 번이나 추락하고, 누군가에게 날개를 잡히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조금씩 강해져서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에 가까워지는거야."

“우리는 아직 어떻게 하면 세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지 방법은 모르지만, 일단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볼 생각이야. 영문을 알 수 없는 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어. 그것 때문에 험한 꼴을 당해도 좋아. 부서진 세계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

 “이렇게 동지들과 달리는 건 정말 즐겁다. 그렇지만 그들과 나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다. 필사적으로 달리는데도. 점점 더 멀어진다. 나도 허벅지를 높이 들어올리고 달리는데도. 더 멀어졌다. 있는 힘을 다해 달리는데도. 기다려, 나를 두고 가지 마. 너희들, 너무 빨라. 야마시다, 부탁이야, 제발 좀 넘어져. 아, 출구가 보인다. 그들이 어딘가로 날아가 버릴 것 같다."

삼류 고등학교의 문제아들인 더 좀비스에 새침한 여고생 오카모토 가나코가 가담하게 된다. 일류 고등학교의 학생답게 모범적이고 성실하기만 한 그녀에게 과외 선생인 아야코의 부고가 전해지면서 평범한 일상이 깨어지기 시작한다. 그녀의 자살에 의문을 품은 오카모토가 낯선 이들의 습격으로 큰 위험에 처했을 때 운명처럼 나타난 더 좀비스에게 도움을 받게 된다. 그 사건을 계기로 오카모토의 의문에 더 좀비스가 뛰어들게 되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게된다. 더 좀비스는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문제아들의 집단이지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어쩔 수 없지 뭐’ 라며 억지로 규범에 얽매이고 고정관념에 틀어박혀 있는 이들처럼 스스로를 틀에 가두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일에는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라도 달려들 준비가 되어 있고, 인생의 즐거움을 순간 순간 만끽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이다. 나는 가네시로 가즈키의 글을 통해 더 좀비스의 일원이 된 듯 대리만족을 느끼면서도 내가 그들의 실제 일원은 될 수 없음에 안타깝기만 하다. 나도 저 안에서 그들과 함께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다가가고 싶어도 다가갈 수 없는 그들과의 거리감에 한숨을 내어본다. 나는 때때로 예전의 무기력하고 소심한 채로 억지로 껴 맞춰진 규범에 순응하며 살던 학창시절을 후회한다.내가 다시 그때로 되돌아 갈 수만 있다면… 나는 또다시 예전의 미련한 행동을 하지 않으리라. 어른들이 비행청소년이라 불러도 좋다. 탈선했다고 꾸짖어도 좋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와 같은 뜻을 지닌 친구들과 함께 그 시절을… 평생에 남을 그 시절을 신나는 모험으로 물들일 것이다. 나와 같은 뜻을 지닌 친구들과 함께 더 좀비스를 결성하여 인생의 즐거움을 마음껏 만끽하고 싶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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