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 눈물이 많은 나는 되도록이면 슬픈 책이나 드라마는 보지 말자라는 나와의 묵계가 이미 성립되어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일지, 할아버지일지 모를 쭈글쭈글 검게 그을린 손과 어린아이의 탱탱한 손이 맞잡고 있는 표지에 마음을 뺏겨 결국 약속을 깨버리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슬픔’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만큼 책 제목만으로도 ‘아~ 눈물 꽤나 쏟겠구나’ 싶어 꺼려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눈물만큼 웃음도 많이 묻어났기에 읽는 내내 울기도 하다가 웃기도 하다가 종잡을 수 없는 마음이 되어버렸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손자를 삶아버린 엽기적인 행동에 섬뜩하면서도 안타까움에 눈물 흘리다가 남자화장실에서 엉덩이를 드러내고 볼일을 보던 할머니가 저자를 보면서 씨~익 웃는 장면에서 눈물을 찔끔거리며 웃었고, 한쪽 다리를 절단한 아가씨가 미니스커트를 입은 모습에서 희망을 보았으며, 50여년을 헤어져 살다가 만난 지 두 달 만에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 어느 노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에 목놓아 울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이 책을 단순히 병상 르뽀나 투병 일지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받아주길 소망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그 ‘무엇’을 찾으려 했지만 저자가 의도한대로(저자는 독자들이 책을 읽고 조금은 당혹스러워지길 바랬다) 당혹감만 느꼈다. 선과 악의 기준이 헷갈리고 분명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어느 순간 알 수 없게 되고 내가 원하지 않은 일들이 내 뜻과는 무관하게 주위 곳곳에서 일어난다는 걸 더 확실히 알게 됨으로 느낀 당혹감이었다. 이 책을 읽지 않으면 몰랐을 타인의 죽음, 장애, 자살, 희로애락을 가슴에 품으며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박경철이란 사람에 대해, 그리고 우리 생활 곳곳에 존재하는 우리 이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결국 돌아보면 온 세상은 사랑인 것을, 우리는 왜 그렇게 힘들게 누구를 미워하고 증오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나는 금방 일상으로 복귀했다. 사람이란 참 이상한 동물이다. 마치 대단한 일이라도 생긴 양 수선을 떨다가도 그 상황이 종료되면 금방 원래 자리로 돌아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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