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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퓨마의 나날들 - 서로 다른 두 종의 생명체가 나눈 사랑과 교감, 치유의 기록
로라 콜먼 지음, 박초월 옮김 / 푸른숲 / 2023년 8월
평점 :
표지사진이 바로 퓨마 와이라에요. 나를 들여다 보는 듯한 강렬한 눈, 그리고 상반되게 너무 귀엽고 핑크핑크한 코.
책에 등장하는 ‘파르케‘는 1992년에 설립된 볼리비아 비정부 기구 ‘코무니다드인티와라야시CIWY‘가 운영하는 세 곳의 생추어리 중 한 곳인 ‘생추어리 암부에아리‘에요.
저자인 로라 콜먼이 파르케에서의 경험과 그 이후 달라진 것들을 기록한 책입니다. 직접 겪은 이야기인데다 워낙 감각을 적나라하게 표현해서 현장감이 살아있어요. 어떨땐 지나치게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로요. 열악한 환경에서 오는 불편함과 냄새, 벌레, 상처...산불로 정글이 다 타버릴때는 그 급박한 상황과 절망적인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어요.
껍질 속의 나, 깨어나는 나, 새로운 나.
크게 세 개의 챕터로 나누어지는 데 정말 딱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로라 뿐만 아니라 와이라도 이런 변화를 겪은 것 같고요.
정글의 삶이 정신없고 절박하고 혼란스럽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애정이 느껴지는 이야기였어요.
열악한 환경과 여러가지 위험 속에서도 생츄어리를 지키는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긴 시간을 파르케에서 보내는 장기봉사자들이 결국은 PTSD, 슬픔, 스트레스로 인해 파르케를 떠나야할 정도로, 해피엔딩이 없다는 게 슬프고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혼자 힘으로 바꾸기 어려운 일에 이렇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어떤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 (혹은 기후 위기를 믿지 않는)다는게 안타깝네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동물들에게도 이렇게 세심한 감정이 있다는 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서로 다른 종이지만, 말이 통하지 않지만, 사람과 동물들이 교감하게 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55. 케이지에 있던 와이라는 작아 보이기만 했던 게 아니었다. 짓눌린 것처럼 보였다는 게 맞다. 밖에서 보니, 그는 자신이 채워야 했던 공간을 이제야 채운다는 듯 부풀어 있다.
59. 한 달도 살아남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이윽고 내가 예전에 느꼈던 감정, 더 깊고 더 강렬한 감정이 또다시 솟구친다. 호기심. 기대감. 희망.
87. 그동안 가본 여느 장소와 달리 정글은 실제로 모든 것을 듣고 있다. 이 모든 소음에서 개의치 않는다. (중략) 정글은 듣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러니 정글이 싫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313. 저 밖의 세상은 텅 빈 것처럼 느껴진다. 전부 시시하고 평면적이다. 어떻게 이곳에 비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다채로운 빛깔로 불타오르는 이곳에.
376. 아마존 숲이 사라지고 있다. 목축과 콩 생산이 늘어나고, 다국적 기업이 지역 공동체와 땅의 정체성을 앗아가고 있다. 산불은 계속되고 범람은 악화된다. 기후 변화는 여전히 부차적인 문제다. 영국의 언론은 어쩌다 한 번씩 다루고 있지만, 파르케에서는 현실로 느껴졌다. 아니, 현실 그 자체였다. 우리는 파르케에서 야생 재규어의 개체 수가 기록적으로 늘어난 것을 목격했다. 그들이 잘 지내고 있어서가 아니라 야생 서식지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산림 파괴율과 화전 농업이 증가하고 기온이 상승하고 먹이 공급원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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