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봉투 속에 담긴 블라인드 추천도서를 빌려와 읽게 되었다. 하루키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아서 평소의 선택이라면 결코 읽지 않았을 에세이였을듯. 당연히 에세이 속 작품을 다 읽은 것도 아니어서 일부는 번역가분의 에세이로 읽었다. 마흔이 가까워졌어도 십대의 그것을 아직도 좋아하는 마음도 부러웠고 그것으로 밥벌이를 하고 책을 내는 것도 멋졌다. 나는 어릴적 정신없이 읽었던 때도 남주들이 조금 찌질 하다, 여자들이 왜 이유 없이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저 남자랑 밤을 보낼까 생각했는데 작가분은 주인공들이 취향을 갖추고 있어 멋있다고 생각하셔서 놀랐다. 나이가 들어 읽은 하루키에는 조금 더 박한 점수를 줬는데 세상 덤덤한 척 하며 사실은 되게 밝히는 느낌이었달까. 여성은 주인공에게 중요하진 않은데 섹스는 되게 중요하게 나와서 조금 헛헛하달까, 대단한 문인이지만 덜자란 어른을 보는 기분이긴 했다.가장 좋았던 챕터는 마지막 독서토론. 그녀들의 대화에 내가 느꼈던 대부분이 있었다. 아무튼, 하루키를 조금 더 읽어보기로 했다. 마지막 완독이 1Q84였던가.. 그 이후의 어떤 작품을 완독해내지 못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