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오디세이 - 평화로운 한반도로 가는 길을 묻는 스무 고개
홍석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금수저로 태어나 중앙일보 사주로 한국 보수의 중심으로 분류하기에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를 읽는 것은 내게는 일반적인 책 선택이 아니다.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 프로그램에서 정관용과 홍석현의 인터뷰를 보고 홍석현에 대한 이미지에 변화가 생겼다. 덕분에 좋은 책을 읽는다.

그에게도 내게도 어린 시절 북한이란 존재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뿔 달린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80년대 초가 돼서야 짐작과 귀동냥으로 70년대 이전까지 북한이 국제정치나 경제적으로 남한을 우습게보고 있을 거라는 것이 전부였다. 21세기에 들어서 남과 북의 경제력이 40대 1이라는 수치는 모르더라도 현격한 차가 있다는 사실이 누구에게나 알 수 있는 일이다. 박정희 시대는 철저하게 왜곡된 정보가 눈과 귀를 가리던 시대였음을 확인한다. 암흑의 시대였다. 독재가 이데올로기를 등에 업고 국민을 어리석게 만들었다.

 

홍석현은 유학시절 조앤 로빈슨(Joan Robinson)이라는 여성 경제학자가 1964년에 120쪽 분량으로 쓴 <Korean Miracle>이란 책을 1974년에 읽고 북한에 대해 크게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1960년대까지 북한은 남한보다 잘 살았고, 가난이 없는 나라로 기술하고 있다. 이후 40대가 돼서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며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지식인이 사리 분별없이 현실에 의거하지 않은 채 이념적으로 경도된 언론 논조를 갖는 것은 잘못이라는 말씀”을 듣고 마음이 크게 움직였다고도 고백한다. 이러한 변화 과정을 거쳐 연구해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를 내놓은 것이다. 책과 ‘2018년의 남북 대화 상황’은 통일정책은 정부가 만들고 국민은 통일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아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 놓은 무관심이란 관성에서 벗어나는 외부의 힘이 되었다.

통일이 먼저냐 평화가 먼저냐는 논쟁이 백낙청 교수와 최장집 교수 간에 있는 모양이다. 최장집 교수는 통일에 비중을 더 두는 보수에게 통일을 가슴에 담고 평화를 먼저 추구해야한다는 홍석현의 생각이 신선하다고 평가한다. 우리의 의식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아직도 이념이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보수와 진보를 넘나든 홍석현의 생각에서 취할 점이 여러 가지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보수 세력과 야당과도 대화량을 늘리라고 주문한다. 설득과 타협으로 하나의 관점을 만들어가지고 한다. 남남갈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원전공론화위원회와 같은 형식이라도 남한 내부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북한의 비핵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김정은의 입장에서 미국을 완전하게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에서 다자보장체제를 제안한다. 김정은에게도 핵보다 경제발전으로 주민들의 자발적 충성을 유도하는 것이 안전을 보장할 거라고 제안한다.

2002년과 2008년에 예산의 1%를 통일기금으로 조성하자고 제안했는데 실현되지 못해 아쉬워한다. 나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할 일이라 본다. 2018년 4월 2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의 완결을 선언하고, 앞으로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집중할 것을 결의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판단하는 사례로 본다. 또한 무오류의 화신으로 군림하던 지도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것도 진정성을 믿게 한다고 본다. 북한의 핵개발은 1990년 전후 소련의 붕괴로 강력한 후원자가 사라졌기 때문에 선택한 측면이 크다. 선군노선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전환한 까닭이다.

‘이제는 경제 건설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핵을 가지고는 국제적 제제와 압박으로 인해 잘 사는 나라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국제적 상황이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 ‘핵협상에서 최고가를 받을 수 있는 시점이다’라고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판단한다. 우수한 노동력, 지하자원, 남한의 지원이라는 장점을 살리면 베트남 식이든 중국식이든 싱가포르 식이든 경제발전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북한의 IT 수준은 우리보다 우수해 국제 코딩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했다.

선평화-후통일이 현 단계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궁핍과 빈곤에서 탈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선결해야할 인권적 과제로 본다. 북한이 잘한 것으로 첫째는 중국에 예속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하자원을 무분별하게 개발하거나 헐값에 팔아버리지 않는 것도 높게 평가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현실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가장 우려할 사항이다. 미중간의 무역 전쟁이 빠르게 진행되는 까닭은 미국 주류에서 보기에 중국의 군사적 팽창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탓이다. 북한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중국을 견제해왔으며 김일성이나 김정일은 비공식석상에서 통일 후에도 미군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주한 미군의 문제는 한반도 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세력 균형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에 유독 민감한 것이 아니라 북핵의 문제는 남북문제 만이 아니라 국제문제인 까닭이다. “좌든 우든 이념적 접근에 치우친 기존 사고방식에는 맹점과 함정이 존재한다.” 퍼주기로만 보아서는 안되며 “북한 경제가 스스로 살아나도록 체질 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투자’라는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홍석현은 북한 스스로 경제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북한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한다.

책 제목에 오디세이를 붙인 것은 완전한 평화 까지는 여전히 지난한 과정이 필요한 상황에 대한 메타포란 점에 공감한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협상은 좋은 기회다 쇠도 뜨거울 때 두드려야하듯이 실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는 메디치에서 2018년 10월 31일 발행했다.

아래 링크는 조앤 로빈슨의 코리언 미라클을 요약한 웹페이지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grimm1863&logNo=80143689030&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kr%2F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읽고 생각하고 쓰다
송숙희 지음 / 교보문고(교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읽고 생각하고 쓰다>를 삼일에 걸쳐 다시 읽었다. 일본 영화가 주는 감동에 젖어 매일 한두 편을 보다보니 책읽기에 게으름을 피운다. 오늘 메모한 내용과 3년 전에 써 둔 독서노트를 견주니 다르다. 과거의 노트내용은 책을 요약하는데 중점을 둔거다. 이제는 읽다가 만든 질문 메모가 많다. 이제는 ‘읽고 생각하여 글쓰고, 자신의 의견을 붙여 풀어내는 것이 지혜’라는 문장을 만든다.

왜 깊이 있는 독서를 하려고 하는가?

Q 깊이 있는 독서란 무엇인가?

A 깨달음을 얻는, 관점을 바꾸는, 감동받은, 인식을 깨는 독서, 통찰이 일어나는 독서 ......

 

Q 왜 깊이 있는 독서를 하지 않는가?

A 어떤 책이 깊이 있는지 모른다. 책은 재미없다. 읽지 않아서 모른다......

 

Q 깊이 있는 독서를 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가?

A 평소 견강부회한다. 가르치는 자임으로. 내적 성숙, 나는 누구인가 말할 수 있기를......

 

Q 깊이 있는 독서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A 알고 있는 사람들......

 

Q 깊이 있는 독서를 시작하지 않은 이유는?

A 시간이 없다.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른다. 어려우면 읽기 싫다. 에세이를 읽는다......

 

Q 깊이 있는 독서를 계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A 관심, 독서모임, 동아리, 독서노트, 누적, 공유, 책을 쓴다는 목표......

 

Q 깊이 있는 독서를 하면 어떤 이리 벌어질까?

A ‘알뜰신잡’이 재미없어 진다.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성숙해진다. 콘텐츠, 글감, 쓸거리가 생긴다.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채근할 수 있다.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모멘텀을 만든다.

원고를 쓰며 생각하는 비결로 “왜 이 원고를 쓰는가?”, “어떻게 표현할까”를 염두에 두라한다. 글쓰기는 글감, 쓸거리, 콘텐츠에서 영감, 아이디어를 얻어 발효시키는 과정과 같다.

글쓰기 도구로서 생각의 물꼬를 트는 법으로 WHAT를 말한다. Why(왜 쓰는가?), Hook(독자를 유혹하는 포인트는 무엇인가?), Audience(누가 읽는가?), Trigger(무엇을 요청해야 하는가?)

두번째 글쓰기 도구로 A4를 설명하는데 Appoint(주장하라), reAson(근거를 대라), Argument(예를 들어 설명하라), Appoint(주장을 강조하라)

세번째 글쓰기 도구로 PRSET로 요약한다. Point(독자의 문제를 지적), Result(문제가 지속될 경우 위험 안내), Solution( 문제에 대한 솔루션 제시), Evidence(솔루션에 대한 근거 제시), Trigger( 당신의 솔루션을 택하도록 요구하라)

글쓰기 훈련방법으로 debrieting을 소개한다. 이는 일어 난지 오래되지 않은 어떤 일에 대한 소회를 공유하는 행위다. 내가 쓰는 온라인 독서노트 쓰기가 예다.

글의 제목을 붙일 때

1. 질문하기로 표현하라(동네 철물점은 왜 망하지 않을까?)

2. 궁금증 자극하기(왜 듀폰은 나일론을 버려야 했는가?)

3. 이득 약속하기(상담만해도 성적이 올라갑니다)

4. 해법 알려주기(살도 빼고 당뇨도 줄이는 식사법)

5. 시각 언어 사용하기(한 방 보다 능치처참)

송숙희가 보는 설득력의 귀재이자 이론가는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설득하려는 메세지(로고스), 설득하는 방법(파토스), 설득에 임하는 사람(에토스)을 상정하되 로고스를 강조했다.

드라마틱 스토리텔링의 글쓰기 공식을 Action(주인공의 행위), Background(애 그런 행위가 나왔나), Development( 행위의 발전), Climax(행위의 결과), Eending(마무리)로 풀어간다.

나의 삶에서 나를 움직인 것들에 대해 쓴다. 나를 움직인 것은 제3자도 움직일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21세기 우리는 디지털치매환지일 수 있다.

영화 <마션>을 보며 미국인은 자연, 우주를 정복 대상으로 보고 관점을 갖고 있음을 확인한다. “어디에 있든 농작물을 재배하면 그곳을 점령한 것이다” 라며 와트니가 나는 화성을 정복했다고 말한다. 환경오염은 철학의 문제다라는 내 관점을 강화해준 영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마천의 화식열전 1 - 2000전의 비밀! 부를 이룬 사람들 ㅣ 사마천의 화식열전 1
우승택 지음 / 참글세상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기본기와 사기세가를 재미있게 읽기는 어렵다. 사기열전이 더 재미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였다. 책을 읽으며 사기는 기전체 역사 서술방식이란 생각은 담아두지 않고 읽었다. 책은 원전을 익히고 익힌 사람이 풀어 놓아야 더 재미있다는 생각을 김영수님의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에서 안다. 직장 상사로부터 받은 <사마천의 화식열전>은 한 걸음 더 나갔다. 증권회사에서 20년 넘게 투자를 업으로 삼던 저자가 직업 경험과 화식열전을 섞어 풀어 놓은 까닭이다. 화식열전을 현대식으로 풀어 놓으니 주식 투자요령, 복리의 개념이 쉽게 이해된다. 저자는 “무형재산인 貨를 증식하여 유형자산인 財를 구하는 것”이 화식열전의 가르침이라고 정의 한다.

 

첫 장 ‘나는 누구인가? 사람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답하며 우리 조상들이 화식열전을 외면했던 이유로 공자에 대한 비난 때문이라고 본다. 사마천은 당장 먹을 것이 없어서 온 가족이 굶어 죽을 판에 인의를 가르친다고 배고프고 숨넘어가는 인간의 기본 욕망이 해결된다고 보는 것은 위선이라 판단한다. 대신 禮는 富에서 나온다고 본다.

흥미로운 것은 사마천은 당시의 우주의 움직임인 오행사상을 믿었다고 보고 저자가 화식열전의 이해를 위해 오행설을 15쪽 분량으로 소개한다. 오행설로 우주의 이치, 자연의 이치, 인간의 이치를 알아야 글에서 뜻을 취할 수 있다는 거다.

추연(鄒衍)의 오행론은 목-화-토-금-수이나 사마천이 천하를 다스리는 이치와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순서는 수-화-목-금-토다. 독자가 말로 설명할 수준은 아니나 ‘자연의 모든 것은 본성대로 유지하여 이기지 못하면 그 이기지 못함을 따라 변화한다.’ 그 변화는 수-화-목-금-토의 순으로 흥망성쇠하니 우주에 영원한 존재는 없다고 본다. 수는 물로 오늘날 트랜드로 보고, 화는 기운의 확산으로 본다. 목은 유연성, 열린 생각과 행동으로 풀어가며, 금에서는 이름값, 브랜드 경영이란 개념을 끌어들이고, 토는 지켜냄으로 본다. 사마천은 화식열전을 통해 ‘세상의 이치를 아는 사람이 재화를 증식하더라’며 변화를 읽을 줄 알아야 하고, 변화해야 하고,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저자는 학창시절 역사적 사실만 배웠지 역사의 흐름을 배우지 못했음을 아쉬워하며 임난전 왜인 추방을 미안하다고 말하며 포로를 데려온 사명대사의 전기를 소개한다. 골품제에 따라 최치원과 장보고를 따돌림, 고려시대 금나라의 침입당시 경순왕 묘에 참배하고 조용히 물러났다는 사실(?! 경순왕의 성을 따 金나라), 청나라도 김씨들의 후손이며 그들의 성은 애신각라(愛新覺羅 : 신라를 사랑하고 신라를 잊지 않는 종족이라는 의미), 몽고의 침입을 받으니 비주류계층들이 대거 원나라로 귀화(?!), 청을 멸시하고 명을 섬기게 되자 평안도, 함경도 일대에 살던 고구려의 후손, 발해의 후손들이 대거 중국으로 건너감(?!), 일제시대 자작, 백작 등 텃세와 기득권, 자기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역사를 나열하며 근시안적인 면이 큰 부자를 만들지 못한 게 아닌가라고 풀어간다. 저자가 인식하는 역사적 사실들이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 일부는 진실인가 독자가 판단할 수 없다.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의 의미도 알려 준다.

 

“빈부지도 막지탈여(貧富之道 莫之奪予) 이(而) 교자유여 졸자부족(巧者有餘 拙者不足)은 가난함과 부유함은 누가 준다고 해서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부유함은 누가 빼앗아가도 가난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자는 여유롭게 살아가고, 졸자는 항상 부족하게 살아간다”는 문장을 그래프로 만들고 급수 따라 살아가는 물고기가 다름으로 설명한다. 이 부분에서 독자는 “統攝이란게 이런거지” 생각한다.

강태공, 관중, 범려가 부를 일군 케이스 스터디로 소개하며, ‘자연, 물질, 인간, 돈, 금융시장, 하늘, 가르침을 받는 이치’를 저자의 시각으로 풀어놓는다.

 

<화식열전>을 읽어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부를 일굴 수 있기를 바라지만 어찌 그 일이 쉬운 일인가? 본문에 소개한 플라톤의 ‘행복하게 사는 5가지 방법’이 더 와 닿는다.

1. 먹고 입고 살기에 조금은 부족한 듯한 재산

2.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외모

3. 자신이 생각하는 것의 반박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4. 남과 겨루어 한 사람은 이겨도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5. 연설했을 때 듣는 사람의 반 정도만 박수를 치는 말솜씨

 

<사마천의 화식열전 1>은 2010년 3월 3권까지 나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우리가 꿈꾸는 나라 ㅣ 지혜의 시대
노회찬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가 출연하는 시사프로그램은 볼만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나 편향된 시각에서 상대를 공격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의 순발력과 재치는 보통사람이라도 시사토론을 즐길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여름 먼 나라로 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며 애도했다. 이구동성으로 그가 떠난 까닭을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일조차도 극도의 수치감으로 느끼는, 수치스럽게 사느니 죽음을 택한 자존심 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에 대해 아는 바 부족한, 정치에 관심두지 않고 살아온 지난날을 <우리가 꿈꾸는 나라>를 읽으며 돌아본다.

 

<우리가 꿈꾸는 나라>는 2018년 2월 창비에서 주최한 ‘지혜의 시대’ 연속 특강 중 고 노회찬 의원님의 강연 ‘촛불시대, 정치는 우리 손으로’를 바탕으로 유시민 작가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추도사, 소설가 안재성이 쓴 故 노회찬 의원의 略傳으로 구성한 책이다.

강연은 현대사를 before candle과 애프터 캔들로 구분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애프터 캔들기에 이루어야 할 ‘우리가 꿈꾸는 나라’의 조건과 희망을 표현한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이 재난 구호 행사자리에서 모두 모인 장면과 우리나라 전직 대통영의 처지를 견주며 얼룩진 헌정사 70년을 돌아본다.

촛불이 준 과제로 불공정, 불평등, 전쟁의 위협을 해결하여야 한다는 거다. 공정한 사회를 위해 검찰개혁과 사법부(“우리나라보다 사법부 신뢰도가 낮은 나라는 콜롬비아, 칠레, 우크라이나 뿐” p.49)의 개혁을 요구한다. 불평등(2008년의 미국 금융위기 이후 낙수 효과 정책을 쓰는 나라는 거의 없다. 오바마와 메르켈 총리가 공식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고 인정, IMF조차도 낙수효과 정책을 폐기. p59)을 해소하고 평등한 사회(지난 20년간 기업총부채는 절반으로 줄고, 가계 총부채는 네 배가 늘었다. p61), 기회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GDP의 28%를 재분배하는 우리나라와 30% 중반대를 재분배하는 미국, 51%를 재분배하는 프랑스, 58%를 나눠 쓰는 스웨덴을 견준다. 재분배(세금을 많이 걷어 복지 늘리기, 경제민주화)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적절한 방법이란 주장을 여러 가지 쉬운 예(호주는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보다 25% 많다. 영국은 비정규직의 연봉이 정규직의 세배)를 들어 설명한다.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핵화가 선행되어야 함과 평화는 진보든 보수든 가리지 않고 지켜야할 가치라고 말한다. 평화는 의견이 갈릴 수 없는 문제다.

변화는 정치에서 시작되니 정당가입이나, 시민단체 가입, 후원, 댓글 등으로 참여하자고 말하며, 참여가 세상을 바꾼다고 한다. 선거제도 개편으로 국회가 민심을 대변할 수 있게 되어야 한국 정치가 발전할 것이다. 지켜볼 일이다.

 

묻고 답하기에서 ‘자영업자의 어려움’(우리나라 인구 대비 자영업자의 비율이 28%로 미국의 7%와 비교한다. ‘하루 20명, 미용사 자격증 60만명, 여성인구 2400만명, 1200만 명이 이틀에 한번’에서 페르미의 추정 사고를 떠오르게 한다.) ‘교육불평등 해소책’(모든 대학 학사관리 통합, 학벌과 학력에 따른 고용 차별 해소), ‘노동문제 진단’(파견노동의 위험성)과 큰 정당으로 가지 않고도 정치를 계속하는 원동력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마지막 유품이 10년이 넘은 양복 두벌과 낡디낡은 구두 한켤레에서, 스스로에게 엄격했지만 너무도 소박했던 노회찬”이란 문장에서 낯이 뜨거워진다.

약전을 통해 신용카드 발급 거부당한 일화, 지금도 전세살이하는 형편, 문학과 예술을 사랑한 노회찬, 2007년 민주노동당의 내홍(중앙당 당직자가 당원 명부를 북한 노동당에 보냄), “진보를 좋아하고 진보를 지향하는 사람들 속에 가장 부족한 것이 다원주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태도가 굉장히 부족하다” 는 생각 등 노회찬의 삶을 보며 먼 나라로 가기 전에 더 많이 알지 못했음이 안타깝다. 이 가을에.

 

평화는 의견이 갈릴 수 없는 문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공부유감
이창순 지음 / 모아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부가 뭐길래?”라는 자문에서 학습을 풀어가고 學에만 매몰되어 習을 게을리한다고 현실을 진단한다. 책의 60% 분량은 學習說作이란 공부법을 제안하며, 완성하기 위한 개념과 액션플랜으로 생각력, 질문력, 창의력, 공감력, 통찰력, 해결력, 가공력, 실행력에 대해 설명하고 예를 들어준다.

 

1장은 강요에 의한 공부는 이제 그만하자며, 강요에 의한 공부가 속도와 경쟁을 조장하고 사교육 성장의 원인으로 진단한다. 공부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며 소개한 탈무드의 ‘두챤가는 청년과 마부’이야기는 교육에 대한 생각을 원점부터 다시 생각하게 한다. 받아먹는 공부보다 딴지를 거는 공부, 경쟁보다 협력과 개별화가 시대적 요청이라며 사교육에서 헤치고 나와야 할 근거를 제시한다.

2장은 서울대에서 A+를 받는 학생들의 학습방법 연구사례에서 교수의 숨소리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학생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 헬리콥터 맘, 장학퀴즈, 도전골든벨의 교육적 효과는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진단한다.

3장은 <공부유감>의 본론으로 합습열작의 단계를 간략히 소개하고 공부를 완성시키는 8가지 역량의 정의, 기르는 방법, 사례를 제시한다. 만드라트, 마인드맵, 로직트리 등 사고력 향상을 위한 역량키우기는 교육자라면 이미 알고 사용하는 방법이다. 질문하기야 말로 모든 변화를 부르는 역량이란 시각에 공감하지만 학교교육에서 이를 알고도 실행하지 못한다.

창의력 파트에서 영재가 되기 위한 8가지 조건으로 부모가 성공모델, 어려서 시작, 집안에서 그런 일이 다반사, 세 단계에 걸친 스승, 남다른 연습과 수련, 자발성, 강한 내적 동기, 후견인의 희생을 들어 준다. 브레인스토밍, 브레인라이팅, 스캠퍼, 트리즈는 창의성을 키우겠다는 방향성에 따라 선생님들이 사용하는 학습방법이다.

공감력과 통찰력도 다룬다. 통찰은 관찰에서 시작한다. 관찰없이 통찰은 없다. 해당 분양의 전문 지식과 관찰이 누적되어 통찰을 발휘하는 것이다. 통랄은 연결고리를 깨닫고, 선입견을 깨고, 모순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해결력에서 소개한 영화 <마션>, <달과 6펜스>의 작가 서머셋 모음의 ‘자비광고’, 마오타이주의 세계화 사례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페르미의 추정 사고 기법은 여러 책에서 소개하는 사례다.

가공력에서 소개한 두가지 공식은 새롭다. 문자→인쇄→TV→웹→앱→? (5000,500,50,20 → ?)

手作과 秀作 이야기도 생각해 볼 일이다. 실행력에서 소개한 채근담의 문장으로 나를 돌아본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하고 스스로에 대해서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하라.”

 

에필로그의 “공부는 일생을 두고 오르는 등산길이다”에 공감하며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은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두루 섭렵하고 체계적인 지식을 쌓아야 한다.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려며 특정 분야의 틀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풍부하고도 심도 있는 지식을 얻어야 한다. 시야가 넓어질수록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키워져 특정 장르의 지식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날카로운 판단과 분석에 이르게 된다.”는 저자의 생각을 되뇌어 본다.

 

대한민국 교육은 모두가 한마디씩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너무 많은 의견과 제안으로 교육정책을 만들거나 변화를 주기조차 쉽지 않다. 교육정책에 변화를 주려면 수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연수를 받게 하지만 이도 근본적이고 전체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호수에 물결이 일다 잔잔해지듯 여러 교육정책들이 명멸해왔다. 최근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가지 교육 미신>을 많은 교육자들이 읽는다고 한다. 안에 있든 밖에 있든 교육이 중요한 영역이지만 개인이나 소수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부유감>은 제도권교육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에서 사원 교육을 담당하던 저자가 내놓은 진단과 개선방향은 교육계 내부에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부분도 있다. 1장과 2장은 내부에 있는 사람들도 대부분 알고 있는 이야기다. 교육계 밖에서도 안을 이렇게 보고 있음을 확인한다. 어떤 수식어를 붙이든 공부하려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책이다. 안에 있는 사람이 밖의 시선을 파악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학생보다 부모가, 교육행정가가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은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두루 섭렵하고 체계적인 지식을 쌓아야 한다.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려며 특정 분야의 틀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풍부하고도 심도 있는 지식을 얻어야 한다. 시야가 넓어질수록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키워져 특정 장르의 지식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날카로운 판단과 분석에 이르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