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오디세이 - 평화로운 한반도로 가는 길을 묻는 스무 고개
홍석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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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로 태어나 중앙일보 사주로 한국 보수의 중심으로 분류하기에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를 읽는 것은 내게는 일반적인 책 선택이 아니다.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 프로그램에서 정관용과 홍석현의 인터뷰를 보고 홍석현에 대한 이미지에 변화가 생겼다. 덕분에 좋은 책을 읽는다.

그에게도 내게도 어린 시절 북한이란 존재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뿔 달린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80년대 초가 돼서야 짐작과 귀동냥으로 70년대 이전까지 북한이 국제정치나 경제적으로 남한을 우습게보고 있을 거라는 것이 전부였다. 21세기에 들어서 남과 북의 경제력이 401이라는 수치는 모르더라도 현격한 차가 있다는 사실이 누구에게나 알 수 있는 일이다. 박정희 시대는 철저하게 왜곡된 정보가 눈과 귀를 가리던 시대였음을 확인한다. 암흑의 시대였다. 독재가 이데올로기를 등에 업고 국민을 어리석게 만들었다.

 

홍석현은 유학시절 조앤 로빈슨(Joan Robinson)이라는 여성 경제학자가 1964년에 120쪽 분량으로 쓴 <Korean Miracle>이란 책을 1974년에 읽고 북한에 대해 크게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1960년대까지 북한은 남한보다 잘 살았고, 가난이 없는 나라로 기술하고 있다. 이후 40대가 돼서 한반도의 평화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며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지식인이 사리 분별없이 현실에 의거하지 않은 채 이념적으로 경도된 언론 논조를 갖는 것은 잘못이라는 말씀을 듣고 마음이 크게 움직였다고도 고백한다. 이러한 변화 과정을 거쳐 연구해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를 내놓은 것이다. 책과 ‘2018년의 남북 대화 상황은 통일정책은 정부가 만들고 국민은 통일 정책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아야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 놓은 무관심이란 관성에서 벗어나는 외부의 힘이 되었다.

통일이 먼저냐 평화가 먼저냐는 논쟁이 백낙청 교수와 최장집 교수 간에 있는 모양이다. 최장집 교수는 통일에 비중을 더 두는 보수에게 통일을 가슴에 담고 평화를 먼저 추구해야한다는 홍석현의 생각이 신선하다고 평가한다. 우리의 의식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아직도 이념이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보수와 진보를 넘나든 홍석현의 생각에서 취할 점이 여러 가지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보수 세력과 야당과도 대화량을 늘리라고 주문한다. 설득과 타협으로 하나의 관점을 만들어가지고 한다. 남남갈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원전공론화위원회와 같은 형식이라도 남한 내부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북한의 비핵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김정은의 입장에서 미국을 완전하게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에서 다자보장체제를 제안한다. 김정은에게도 핵보다 경제발전으로 주민들의 자발적 충성을 유도하는 것이 안전을 보장할 거라고 제안한다.

2002년과 2008년에 예산의 1%를 통일기금으로 조성하자고 제안했는데 실현되지 못해 아쉬워한다. 나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할 일이라 본다. 201842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의 완결을 선언하고, 앞으로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집중할 것을 결의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판단하는 사례로 본다. 또한 무오류의 화신으로 군림하던 지도자가 잘못을 인정하고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것도 진정성을 믿게 한다고 본다. 북한의 핵개발은 1990년 전후 소련의 붕괴로 강력한 후원자가 사라졌기 때문에 선택한 측면이 크다. 선군노선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전환한 까닭이다.

이제는 경제 건설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핵을 가지고는 국제적 제제와 압박으로 인해 잘 사는 나라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국제적 상황이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 ‘핵협상에서 최고가를 받을 수 있는 시점이다라고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판단한다. 우수한 노동력, 지하자원, 남한의 지원이라는 장점을 살리면 베트남 식이든 중국식이든 싱가포르 식이든 경제발전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북한의 IT 수준은 우리보다 우수해 국제 코딩대회에서 여러 번 우승했다.

선평화-후통일이 현 단계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궁핍과 빈곤에서 탈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선결해야할 인권적 과제로 본다. 북한이 잘한 것으로 첫째는 중국에 예속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하자원을 무분별하게 개발하거나 헐값에 팔아버리지 않는 것도 높게 평가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현실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가장 우려할 사항이다. 미중간의 무역 전쟁이 빠르게 진행되는 까닭은 미국 주류에서 보기에 중국의 군사적 팽창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탓이다. 북한 지도자들은 끊임없이 중국을 견제해왔으며 김일성이나 김정일은 비공식석상에서 통일 후에도 미군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주한 미군의 문제는 한반도 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세력 균형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에 유독 민감한 것이 아니라 북핵의 문제는 남북문제 만이 아니라 국제문제인 까닭이다. “좌든 우든 이념적 접근에 치우친 기존 사고방식에는 맹점과 함정이 존재한다.” 퍼주기로만 보아서는 안되며 북한 경제가 스스로 살아나도록 체질 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은 투자라는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홍석현은 북한 스스로 경제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북한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한다.

책 제목에 오디세이를 붙인 것은 완전한 평화 까지는 여전히 지난한 과정이 필요한 상황에 대한 메타포란 점에 공감한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톱다운 방식의 비핵화 협상은 좋은 기회다 쇠도 뜨거울 때 두드려야하듯이 실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는 메디치에서 20181031일 발행했다.

아래 링크는 조앤 로빈슨의 코리언 미라클을 요약한 웹페이지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grimm1863&logNo=80143689030&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kr%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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