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패배
에마뉘엘 토드 지음, 권지현 옮김 / 아카넷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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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패배

2026. 6. 12()

슈펭글러의 서구의 몰락과 비슷한 제목이라 이목을 끈다. 역사학자나 미래학자가 아닌 인류학자의 관점에서 본 서구의 미래라는 점도 책을 주문하게 한다. 에마뉘엘 토드는 가족 체계와 인구학적 변수가 이데올로기, 정치 체계, 종교 체계를 결정한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한 저서들을 발표한 인류학자다. 인구학적 변수는 국가 흥망의 상수로일 수 있고 경제력이나 군사력도 마찬가지지만 가족 체계를 변수로 내놓은 글은 내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하리라 기대했다.

토드가 제안하는 가족 체계는 부계 사회와 부모계 사회로 구분한다. 부계 사회는 사회공동체를 중시하나 부모계 사회는 공동체보다 개인을 중시한다는 것으로 풀어간다. 이외에도 종교, 그중에서도 서방 세계의 주요 종교로 개신교를 상정하고 개신교의 변화를 3단계(활성 단계, 좀비 단계, 제로 단계)로 구분하며 서방 세계의 패배를 말하고 있다. 패배란 공동체를 중시하는 사회에 개인을 중시하는 사회가 미래에 승리할 수 없다는 뜻으로 본다.

 

서방의 패배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을 축으로 논리를 풀어간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는 실존적 문제지만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가 전쟁에서 이기리라고 내다본 미어샤이머’(미국인)의 주장을 소개한다. 러시아의 군사 행동에서 출발해 서방의 위기로 이끌어 간다.

토드는 서방에서는 국민국가가 사라졌다고 가정한다. 국민국가라면 영토가 최소한의 경제적 독립을 누리는 정치 체계에 속해야 하는데 항상 적자였던 프랑스, 영국, 미국은 더는 완전한 국민국가가 아니라고 말한다. 제대로 작동하는 국민국가는 중산층이 중심축인 특수한 계층구조가 있어야 한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이어온 것이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와스프 WASP-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문화가 단계적으로 무너지면서 중심과 계획이 없는 제국, 즉 네오콘(힘과 폭력을 믿고 근본적 의미의 문화가 없는)이 형성되었다고 해석한다.

또한, 세계화를 시도한 미국에 중국 제품의 범람으로 미국 노동자 계층이 사라진 것이, 로마의 역사에서 이탈리아로 밀, 수공업품, 노예가 유입되면서 농부와 수공업자가 사라졌던 제국의 후기와 유사하다고 본다. 경제지리학에서 다루는 세계화에 따른 글로벌 가치사슬이란 것이 허망한 결과를 이끌지도 모른다. 이외에도 개신교의 붕괴가 미국에 미친 영향을 다룬다.

 

이와 같은 인류학자의 논리를 전개하며 먼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동유럽을 살펴보고 유럽과 미국의 쇠퇴 현상과 원인을 나열하며 왜 많은 나라들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하는지 살핀다.

 

러시아는 푸틴 집권 기간 내에 알코올 중독에 의한 사망률, 자살률, 살인 발생 건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러시아 국민이 1990년대의 악몽 이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해졌음을 재발견한 것이다.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 반열에 올랐고, 세계 1위의 원전 수출국이며 엄청난 러시아 인터넷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제재를 받았으나 서방 시장에 휘둘리지 않는 자주권을 되찾았다. 토드는 러시아를 권위주의적 민주주의로 정의한다. 푸틴이 권력을 잡은 뒤 러시아인들은 국경 밖으로 나갈 권리가 생겼고 전쟁 중에도 그 권리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이는 한 체제가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거나 자신감을 가지려는 신호다. 한국 언론을 통해서는 이러한 러시아의 현 상황을 알 수 없기에 책이 주는 통계와 자료, 해석은 의미가 있다. 러시아에는 미국보다 공학도가 더 많다. 러시아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중산층의 출현과 공산주의의 와해가 병존했다고 본다. 토드는 러시아의 특이한 공동체적 성향에 주목한다. 러시아에는 공동체적 가치-권위와 평등-가 아직 충분히 남아 있어서 하나로 뭉친 국가의 이상이 여전히 살아 있고 특수한 형태의 애국주의가 재출현했다고 본다. ‘푸틴 시스템은 안정적인바 러시아 역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에는 취약점도 있다. 근본적인 취약점은 저출산이다. 특히 동원할 수 있는 남성 인구가 감소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우선순위는 많은 영토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병력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었다. “러시아의 외교와 군사 관행의 특징은(미국과 정반대로) 이미 한 약속은 지킨다는 신뢰성이다.”(P.59) 이 문장은 프랑스인 저자 토드의 평가다. 미국 중심의 서방 미디어로 접하는 소식으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는 대리모 출산의 천국이었다.”(P.65) 이는 낮은 출산율과 함께 사회 해체를 판정하는 지표다. 전쟁 중에도 대리모 출산이 줄지 않았다니. 가격 경쟁력이 세계 시장의 25%를 차지했다고 한다. 출산 수요는 서방 선진국에 있다. 우크라이나는 유연하고 핵가족적이며 러시아의 집약된 공동체 시스템보다 자유민주주의에 더 개방된 부계 문화이다.

1931~1933년 우크라이나에 두 차례의 대기근이 있었고 이는 스탈린이 농업국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폭력 행위로 기억되지만, 2차 대전 이후에는 첨단 항공 산업과 군수 산업을 포함한 산업 우선 개발 지역이 되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실패한 근본적인 원인은 도시 중산층이 전반적으로 적었다는 점이다. 중산층을 차지했던 유대인이 비율로 따지면 러시아보다 많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90%의 유대인이 줄었다.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한 적이 없었고, 서부 도시 르비우를 거점으로 한 국민주의 세력권, 수도 키이우를 포함하여 동방정교회, 약한 부계가 특징인 핵가족, 개인주의 성향이 특징인 중부, 친러시아 성향이지만 중산층이 이민을 떠나 현재는 러시아군이 점령하지 않았어도 구체적인 형태를 상실한 남부와 동부로 삼분되어 있다. 돈바스의 러시아어 사용자들은 우크라이나 편에 섰고 나치 상징을 사용하지만, 러시아 문화를 따른다. 토드는 이를 러시아 중산층이 버린 서민 중 소수의 반응으로 본다. 우크라이나에는 금지된 정당이 12~19개나 되니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P.103) 세금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서방의 지원금으로 예산을 충당하고 있으니, 우크라이나는 공중에 떠 있는 상태다.

 

러시아가 요구한 것은 세 가지였다. 크림반도를 유지해야 한다. 돈바스의 주민들이 용납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가야 한다. 마지막은 우크라이나가 중립국 지위를 갖는 것이다. 나토에 가입하려고 애쓰는 우크라이나를 가민 둘 수 없었다.

 

미국에 관한 이야기다. 과두제와 니힐리즘으로 미국의 본성을 규정한다.

개신교의 제로 상태를 통해서 트럼프 현상과 바이든의 해외 정책, 내부로는 썩어 들어가고 바깥으로는 과시 벽을 보이는 미국, 미국 시스템이 자국 시민과 다른 국가의 시민에게 가하는 폭력”(p.223)이라는 표현으로 미국의 사유와 사상이 위함 진공 상태에 있다고 본다. 돈과 권력에 대한 집착만 남아 있다. 미국의 사망률 증가 추이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의료비 지출, 기대수명의 감소, 유아 사망률에서 니힐리즘을 본다. 루스벨트 시절에 부자에게 과중한 세금을 매기고 이들을 견제할 노조를 제도화하여 노동자 계층이 중산층으로 이동하 선한 사례도 있었다.

존 롤스의 정의론20세기 후반 미국 와스프의 상류 계층이 보인 행태를 이론으로 만들었고, 여기서 정의라는 것이 최종적으로는 최빈곤층의 행복은 증진하더라도 불평등을 없애지는 못한다고 주장한다. 1980~2020년은 미국에 불공정이 판을 치는 상황이었으나 정의론이 정치인들과 싱크탱크 지식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1980년대에 시작된 롤스의 전 세계적-아니 서방에서의-성공은 계획된 것이었다. CIA가 재정 지원을 해주었다. 토드는 이를 사회학적으로 사악하다고 평가한다.

미국 개신교가 제로 상태에 있다는 설명도 여러 가지로 나열한다. 복음주의가 전통적인 개신교가 별다른 관계가 없는 이단이며, 유럽보다 미국의 종교 행위빈도가 높다는 통계는 부풀려졌다기에 개신교가 사라진 사실이 감추어졌다고 한다. 문맹이 퇴치된 인구에서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신앙심의 후퇴를 보여 주는 지표다. 동성 결혼의 수용은 불가역적인 문화적 변화의 증거, 종교의 제로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교육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계층화되어 간다.

 

P.236~P.238에 걸쳐 재로 개신교와 흑인 해방은 독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다. 이해하려고 여러 번 읽었으나 저자 토드는 백인과 흑인을 구분(차별)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개신교의 붕괴는 흑인을 불평등의 원칙에서 해방시킨다. 그러나 이 과정은 당황스러운 결과를 낳는다. 즉 흑인에 대한 불평등은 백인의 평등을 가능하게 했으며 흑인 해방은 미국 민주주의를 뒤흔드는 뜻밖의 부정적 결과를 낳았다. 흑인이 더는 불평등의 원칙을 구현하지 않음으로 백인의 평등도 전멸한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민주주의 감점은 그 어느 곳보다 미국에서 가장 위협받고 있다.”(P.238)

 

세계화에 따른 노동자 계층의 파산은 중산층의 감소로 이어졌다. 최근 미국 마가(MAGA)들이 역사를 되돌리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쉽지 않다. 세계화는 미국 제조업의 헤게모니를 무너뜨렸다. 1928년 미국 제조업은 세계 제조업 생산의 44.8%를 담당하다가 2019년에는 16.8%로 추락했다. 이와 대조되는 것은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이다. 중국은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싼 것과 비싼 것, 노동과 기술이 필요한 모든 것을 생산할 수 있다. 중국은 202028.7%를 차지했다.

미국 수감률 최고, 빈번한 총기 난사 사건, 비만의 나라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글로벌 밸류체인을 이끄는 미국에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무기를 생산할 능력이 없다. 서방이 아닌 나머지 세계에 대한 미국의 의존성과 근본적인 나약함을 볼 수 있다. 서비스(의료를 포함)를 빼면 미국의 실질적인 국내 총생산은 2022년 기준으로 39520달러(1인당 GDP76천 달러) 로 독일, 프랑스보다 낮다. 미국의 무역수지는 불균형 상태다. 생산보다 소비를 많이 한다. 미국은 수입으로 살고 있고 그 수입은 수출이 아니라 달러를 찍어내어 감당하고 있다.

능력주의 이상은 미국 민주주의에 역효과를 냈다. 과학이나 공학 연구보다 수입이 더 높을 수 있는 법학, 금융학, MBA 등의 분야로 두뇌 유출이 일어났다. 이를 토드는 교육의 발전이 최종적으로 도달한 타락이라 표현한다. 수입한 노동자에 대한 의존성도 높다. 미국에서 태어난 STEM 인력 중 67.3%가 학사로 해외인력 비중이 86.5%에 달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39%는 외국인이다. 현재 수입 인력은 와스프뿐만 아니라 미국 백인 전체의 교육 붕괴를 상쇄한다. 네덜란드병은 천연자원의 저주로 불린다. 미국 경제에 족쇄를 채우는 천연자원은 바로 달러.

미국의 대학, 정치, 영화에서 유대인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 비유대인과의 결혼율도 18%에서 61%로 변화되고 있다. 그래도 현재 지도층과 전쟁에 몰두하는 무리 중 유대인의 비중은 여전히 높다. P.219~273까지는 초강대국 미국의 민낯을 까발려 미래의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아직도 미국은 초강대국이다.

 

미국과 유럽 모두가 현실과는 달리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며 전 세계를 대표한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그들은 주관적인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있다. 경제적 세계화 덕분에 서방은 세계의 저임금 노동자를 착취하는 일종의 글로벌 부르주아로 살아가고 있다. 미국의 노동자들이 기업의 외주 때문에 생산자로서의 가치가 제거되자 사회적 유용성을 잃고 알코올 중독, 오피오이드 중동, 절망, 자살에 빠졌다. 이에 비해 러시아는 백인 국가인데 세계를 착취하는 게임을 일삼지 않으며 오히려 시스템 외부에 머물며 주권 국가로 남아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싸움이 아니라 러시아와 미국,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이 벌이는 싸움이다. 러시아 봉쇄는 처음부터 나토의 나르시시즘에서 비롯된 것일 수밖에 없는 터무니없는 계획이었다.

 

인류학적 다양성에 관해 살펴보면, 미국, 영국, 프랑스의 자유주의 정치 체제는 우연히 태어난 것이 아니라 개인주의적인 핵가족 배경에서 탄생했다. “중국의 농촌 가족 구조는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권위주의와 평등주의가 특징이다.”(P.293) 토드의 이론에 따르면, 부계 원칙은 공동체 가족 시스템과 공존할 때가 많고 완전한 개인주의 가족 시스템과 공존할 경우는 드물거나 아예 없다고 한다.

대만과 일본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미국은 그럴만한 제조업을 더는 가지고 있지 않다. 미국에서 계속 자라고 있는 니힐리즘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약속 존중의 원칙을 낡고 부정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배신이 규범이 되고 있다.”(P. 301)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패배는 독일과 러시아의 관계 강화로 가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미국이 자신들을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20011211일에 중국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시켰다.

미국이 중동에서 철수하기로 한 것은 2009년부터 에너지 자립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유럽연합과 러시아를 두고 양자택일하라고 요구함으로써 체제 붕괴를 가져온 것은 유럽연합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되찾고 러시아계 주민에게 러시아어 사용을 금지해서 다시 굴종시키는(또는 추방하는) 불가능한, 따라서 니힐리즘적인 꿈을 추구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의 실질적인 회원국인 것처럼 행동했을 뿐만 아니라 나토가 실질적인 회원국을 위한 공격 부대인 것처럼 행동했다. 따라서 러시아의 불신은 백 퍼센트 정당하다.”(p.330)

미국의 무분별하고 비타협적인 이스라엘 지지는 자폭 징후이다. 미국의 전략적 선택을 예상하고 싶다면 합리성이라는 명제를 하루라도 빨리 버려야 한다. 국방부와 백악관 지휘부는 전쟁에서 졌다는 사실과 우크라이나를 결국 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 대규모 탈산업화와 재산업화를 겪는 상황에서 맛보는 국제적, 전략적 패배이다. 미 제국주의와 달러의 후퇴는 미국인의 생활 수준을 급격히 떨어뜨릴 것이다.

 

에마뉘엘 토드의 서방의 패배가 전개하는 논리 중 가족 체계 부분은 논리 구조를 구성하는 뼈대로는 취약하다는 느낌이다. 미국 개신교의 현 상황을 제로 단계로 보는 것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만 인류학자의 관점에서 이렇게 볼 수 있다는 점만 확인한다. 주요 내용은 미국의 현 상황을 기술하는 것으로 여러 다른 책에서 언급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피터 디킨이 지은 세계경제공간의 변동 GLOBAL SHIFT: MAPPING THE CHANGING CONTOURS OF THE WORLD ECONOMY을 공부(이미 낡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를 중국이 증명하고 있다)한 경험에서 미국 제조업의 붕괴를 이해한다. 나아가 중국의 시진핑이 정한 방향, 노동력이 필요한 제품도 고급 기술이 필요한 제품만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후발국의 추격을 피하고 선진 강국으로 나아가는 길이란 판단은 올바른 판단으로 본다. 읽히기를 대기하고 있는 이병한의 아메리카 탐문은 토드의 시각을 점검해 보고 미국의 약점을 극복하고 불확실성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볼 수 있을 듯하다.

 

덧붙이는 잡다 :

서방이란 무엇인가 묻고 답한다. 막스 베버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개신교와 유럽의 경제 도약의 상관관계를 수립했다. 개신교는 원칙적으로 신자들의 문맹을 퇴치한다. 모든 신자가 성서를 직접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글을 읽게 돈 주민들은 기술과 경제 겨에 발전도 이룰 수 있다. 개신교는 우연히 더 효율적인 노동력을 만들어낸 것이다. 개신교는 예정설을 이어받아 선택받은 자와 저주받은 자가 있고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1907~1981년 미국에서 성행한 우생론과 강제 불임 수술은 모든 인간에게 기본권을 똑같이 인정하지 않는 개신교 배경의 논리적 결과다. 따라서 개신교는 이중으로 서방 역사의 중심에 있다. 좋게는 교육과 경제 발전에 기여했고, 나쁘게는 인간이 불평등하다는 사고를 초래했다. 토드는 종교를 활성 상태, 좀비 상태, 제로 상태로 구분한다. 동성결혼 합법화는 인류학적으로 볼 때 사회세력으로서의 기독교는 완전한 종식된 제로 상태로 본다.

 

달러화가 미국을 넘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화가 된 것은 1960년대로 대영제국의 해체가 큰 원인이었다. 최초의 자유주의자들이 시장을 구축했다고 보는 것은 칼 폴라니의 관점이고 신자유주의자들은 경제를 파괴한다. 신자유주의는 정신이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에서 해방된, 베버식과는 다른 자본주의를 세우기를 원했다. 신자유주의 혁명은 지적인 단순성을 넘어 도덕의 결여를 보여 준다. 1870~1930년의 개신교를 좀비 개신교 사회라 부른다. 종교 활동이 위축되었지만, 종교의 사회적 가치는 여러 교화가 만든 통과 의례들과 함께 살아남은 세계다. 1960년대에 좀비 상태에서 제로 상태로 이행하였다고 본다. 화장 비율의 급격한 증가와 동성애 결혼이 대세를 이룬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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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불안한 시대를 버티는 단단한 문장들
모옌 지음, 허유영 옮김 / 필로틱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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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2026. 6. 6()

읽을거리로 중국 현대문학을 선택하면 후회하지 않는다. 이미 인구 대국인 중국에서 독자들이 선택하고 감동한 것이라서 국내에 번역되어도 통하기 때문이다. ‘모옌은 글로 표현하되 말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작가 필명이고, 본명은 관모예다. 201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중국 내에서 찬사(민족의 영광)와 비난(체제의 나팔수)을 함께 받았단다. 책 제목을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로 정한 까닭은 그가 받은 비난에 굴하지 않은 날들을 은유한다. 영화 <붉은 수수밭><행복한 날들>은 장예모 감독이 그의 소설로 만들었다. 소설로 알고 주문했으나 읽어 보니 37편 에세이다. 가난한 시절을 어떻게 지내왔는가, 성장 과정에서 영향을 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꿈을 갖고 성장하되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글, 독서의 의의와 다른 작가의 글에서 배운다는 이야기, 글을 쓰려면 삶으로 깊숙이 들어가 눈과 귀, 코로 읽고 써야 한다는 글 등을 담았다.

 

이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 모옌의 관점이 드러난 문장들을 옮겨본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지만, 뒤로 물러서지도 않았다사람은 삶에 패배할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해 쓰러져 있어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십여 년 동안 조금도 퇴보하지 않는 일은 더 어렵다는 인간의 삶을 평가하는 문장이다.

‘<춘절은 아이에게는 인생의 찬란한 시기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의미지만, 어른에게는 인생의 절정에서 한 걸음 미끄러지는 시간이다.>’는 설날이 어른에게 기쁘거나 흥미 있는 일이 아님을 이렇게 표현한 거다. ‘그럼에도 춘절은 쇠어야 한다. 아이들을 위해서다라는 덧붙임은 루쉰의 말과 다르지 않다. 기성세대는 뒷세대에게 길을 터주는 역할을 다하고 주검으로 남아야 한다는.

거위를 훔친 날에서 쓴 허락된 나쁜 짓을 하러 가는 건지, 금지된 좋은 일을 하러 가는 건지 헷갈렸다라는 문장을 만난다. 혼자보다 여럿이 하는 일이 책임이 나뉘어져 덜 두려운 일이다. 이런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내뱉은 숨의 길이를 재면 삼 미터는 족히 될 것 같았다는 긴 숨을 이렇게 표현한 거다.

그 평범한 사람들의 품위가 바로 한 민족이 고난 속에서도 끝내 타락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마지막 버팀목이었다는 어머니, 부모님, 조부의 삶에 대한 찬사다.

노벨상을 받았을 때 아버지가 해준 말 상을 받기 전에는 남과 어깨를 나란히 해도 되지만, 상을 받은 후에는 남보다 머리 하나는 낮춰야 한다.’

딸의 대학입시를 지켜보며 세상에 절대적인 공평함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세상을 인식한다.

 

소설이란 말 그대로 소인배의 말이다. (p.175) ‘사기꾼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고향 사람이다.’ 이 말은 소설가를 두고 한 말이다. 이런 류의 문장은 선지자는 고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예수의 말과 고향에서 인정받기가 어렵다는 공자의 말과 같은 맥락이다. “단편소설의 조건은 반드시 작가의 글쓰기가 성숙해진 후에 쓴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작품을 읽으면 그 작가만의 고유한 세계를 느낄 수 있다.”(p.273) 냄새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소설가의 영토라는 관점을 드러낸다. 소설에 냄새를 담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냄새로 사물을 묘사하거나 작가의 상상력으로 냄새가 없는 사물에 냄새를 불어 넣으란다.

 

허무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일에서 삶이 너무 고되고 고통스러우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묻고 답한다. 생사의 고단함은 탐욕에서 비롯되니 욕심을 줄이고 무위에 이르면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진다. 공즉시색, 색즉시공은 우리가 집착하는 것들이 실은 실체가 없다. 인간의 욕망을 끊어야 한다는 둥 불교철학을 이야기한다. 불교는 세상을 바라보는 사유의 틀,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고 말한다. 우주에서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놀라운 행운이니 설령 고통스럽다 해도 우리가 사람으로서 겪는 체험이라 여기자고 한다. 인간이란 텅 빈 허무 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야만 하는 존재다.

 

독서의 의의에서 글쓰기는 언제나 독서에서 시작된다. 다른 사람의 책을 읽으며 글쓰기에 흥미가 생겨 창작을 시작했고, 또 다른 사람의 책 속에서 지식을 얻고 글 쓰는 감각을 익혔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나도 글을 잘 쓰지는 못하나 글을 쓰려면 독서량이 많아야 한다는 전제에 완전하게 동의한다. 20여 년의 공백기를 돌아보며 듣는다는 것의 중요성을 말하여 귀로하는 독서를 제안한다. 듣는다는 것의 중요성을 표현한 말이다.

자신의 성공과 부를 과시하고 부와 위대함을 혼동하며 잔꾀를 지혜로 생각한다. 이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민중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사상적으로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 타인을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을 너무 좋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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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법률가들 - 법은 어떻게 독재를 옹호하는가
헤린더 파우어-스투더 지음, 박경선 옮김 / 진실의힘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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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법률가들

2026. 5. 31()

부제가 법은 어떻게 독재를 옹호하는가?’히틀러의 법률가들은 법이 어떻게 정치 이데올로기에 굴복하여 국가가 인간성과 법치라는 근본적 기준을 깨뜨리는 것을 막아내지 못하는지를 알려준다. 한국 사회에서 국가 권력인 공권력에 의해 생명과 재산을 잃고 빼앗긴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이 차츰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독재 권력이 경찰과 군, 검찰을 이용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준 것에 대해 모른 체 하거나 관점이 다르다는 말장난으로 책임과 반성의 기회조차 나는 몰라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정농단과 불법 계엄의 부끄러움을 모르고 반성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력화하는 상황에서 법의 제정과 적용이 어떤 기준을 가져야 하는가를 생각할 때 히틀러의 제3제국에서 왜곡된 규범 질서의 주요 부분이 어떻게 변화하고 정권에 충성하던 법 이론가들이 이를 정당화했는지 살펴보는 일은 의미 있는 일이다.

 

나치의 법 이론은 형식주의와 실증주의를 버리고 공동체의 통합’, ‘명예’, ‘인종적 동질성’, ‘인종적 평등같은 실체적 가치를 중시하는 법의 실질적 개념을 선호했다. (p.20) ‘공익은 사익보다 앞선다.’라는 원칙에 따라 법은 개인의 이익을 보호하는 대신 공동체를 육성해야 했다. 민족사회주의 법에서 지침과 제도들의 이론적 토대에는 국가의 통합을 이유로 획일적인 세계관과 공통의 윤리적 신념을 바탕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삶을 꾸릴 것을 시민들에게 요구했다. 이는 계몽철학의 기본원리와 충돌했다. 칸트는 어느 누구도 내게 본인의 방식으로 행복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라는 자유 개념은 나치 이데올로기와 극명하게 대조를 이룬다.

 

이 책은 독일 최초의 민주정인 바이마르공화국 헌법의 결점들(대통령의 긴급명령에 따른 통치 가능성, 명확한 사법 심사 권한을 갖춘 헌법재판소의 부재 등)을 다룬다.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의 긴급명령은 극히 제한적이고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한 경험이 있으니, 바이마르공화국의 헌법에 비해 한국 헌법은 안정적임을 알 수 있다.

나치의 법률가들은 1차 대전에 참여했던 투사들의 경험으로 생겨난 사회적, 공동체적 유대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바이마르공화국 말기에 자행된 나치 돌격대의 잔혹한 테러와 폭력을 은폐하려 하였다. 1933년 민족사회주의 정권을 장악했던 법 이론가들은 바이마르공화국의 민주정을 뿌리 깊게 경멸하였고 대학의 법 이론가들의 공격적인 수사는 전체주의 국가를 용인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바이마르 헌법 48조는 대통령이 긴급명령을 통해 정치적 과정에 개입하도록 허용해 군사적 지원 요청할 권리,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조항을 폐지할 권한이 주어졌다. 이는 극우파와 급진좌파의 영향력에 맞서 공화국을 보호하려는 것이었다. 권위주의가 부상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외에도 국가기관들이 헌법에 따라 입법 활동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평가할 수 있는 법적 기관이 없었다. 대통령은 헌법의 범위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제국 대통령의 명령은 위헌적이었고 법원 판결의 결함은 상당 부분 제도적 실패에서 비롯되었다. “히틀러의 집권을 지지했던 보수주의자들은 히틀러가 볼셰비즘을 막아줄 유용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고, 히틀러와 나치당을 통제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p.66)

 

법사상가들이 히틀러의 권력 축적을 정당화한 방식을 살펴보면, 1934년 힌덴부르크 사망 이후 히틀러가 제국 총리로서 제국의 대통령직을 이어받는 과정에서 전임 군 장성 힌덴부르크의 후광을 입은 총통은 국가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이를 활용했다. 법 이론가들은 전체국가(total state)라 일컫는 특정 유형의 단일국가로 해석하여 독일이 독재국가로 변모한 사실을 은폐하려 하였다.

19331월 히틀러가 제국 총리 자리에 임명된 것은 독일에 급격한 정치적, 법적 변화를 몰고 온다. <제국 의회 화재 법령>으로 바이마르헌법이 보장하던 시민의 기본적 자유가 정지됐다. <수권법>은 과거 주권을 가졌던 연방 주들은 제국의 행정단위로 전락하여 중앙집권국가를 세울 수 있게 되었다. 민족사회주의자들이 천명한 목표는 일당독재였고 1년 만에 이를 이루었다. <신규 정당 설립금지법>, <당과 국가의 통합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 제정되었고, 19341월에 <제국의 재건을 위한 법>은 주의회를 해산시키고 주권을 제국에 넘김으로써 독일의 연방 구조를 뒤엎어 버렸다. 19348월 실시된 대통령 및 총리 직무 통합에 관한 국민투표에서 90%의 득표로 히틀러는 제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국민투표는 정치적 전횡을 형식적인 법적 정당성 안에 은폐하려던 전략이었다. 이후 총통은 대통령, 총리, 나치당의 당수 역할을 한다. 전반적으로 법률가들은 인조 이데올로기와 총통에 대한 신화적 지위 등을 포함한 민족사회주의 원칙을 기반으로 국가기관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민족사회주의자들이 권력을 잡은 후 나치 형법 이론가들이 범죄행위 자체보다도 범죄자의 범죄 의도에 점점 더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이에 따라 형법은 나치 이데올로기의 인종적, 사회적 편견에 취약해지고 말았다.

나체 체제는 형법을, 국민을 통제하고 심지어는 공포로 몰아넣었고, 게슈타포에게 여러 권한을 빼앗기면서 정치적 도구로 변질되어 버렸다. 나치당은 사실 중심 형법에서 신념 중심 헌법으로 바뀌어 갔다. 나치 국가의 형법에서 형법의 주요 목적은 범죄 억지와 보복, 형법의 도덕화와 명예 처벌 승인, 자유주의 원칙인 법 없으면 범죄도 없고, 처벌도 없다처벌 없는 범죄는 없다로 대체, 유추의 허용, 의도 중심의 형법 개발이라는 특징

가졌다.

반유대주의 인종 이데올로기의 이론적 배경을 살펴보고 관료주의적 각료들도 과격해지던 정권의 계획을 충분히 인지했을 뿐 아니라 대량 학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치 친위대와도 교류했다. 나치 친위대인 게슈타포는 국가 안의 국가였고 공포, 박해, 살인의 중심에 있었다. 나치 친위대에 자체적인 군 사법관할권은 법률적 관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치 친위대 사법권이 직면한 문제는 폴란드 점령지역에서 장교들이 자행한 중대 범죄뿐 아니라 대량 학살 명령이 친위대 법원 최고 심급인 힘러와 히틀러로부터 직접 전달되었음이 사실이다.

19334<직업공무원제의 재건을 위한 법>에서 모든 유대인 공무원을 해임한다고 규정하였다. 1935년 뉘른베르크법은 유대인과 아리아계 독일인과의 결혼 및 혼외정사를 금지하였다. <제국시민법>은 유대계 독일인의 투표권을 박탈했고, 유대인은 독일제국의 시민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였다. 1941년쯤에는 이른바 최종해결지시는 히틀러로부터 서면이 아닌 구두로 하달되었다. 히틀러가 내린 이 명령은 나치 친위대장이자 독일 경찰 수장인 함러에게, 나치 친위대와 경찰 고위 간부들, 특수기동대에 전달됐다.

 

3<게슈타포법>은 게슈타포의 조치들에 대한 사법 심사를 배제하여 강제수용소 내 친위대의 폭정과 수감자들의 법적 무방비 상태를 고착했다. 국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모든 동향을 감시, 박해, 진압하는 것이 비밀국가경찰의 기능이라고 정의했다. 함으로는 히틀러의 의지를 합법성의 근원으로 강조했다. 1938<보호구금에 관한 법령>은 강제수용소에 수용되기까지의 모든 절차를 은폐했다. 나치 친위대 사법권은 나치 법 이론의 특징인 법과 도덕의 통합을 수용하는 도덕화 이데올로기로 가득 차 있었다.

 

저자는 법과 도덕을 분리하고 법은 자율적인 행위성 및 타인과의 비폭력적 조정을 보장해야 함을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히틀러의 법률가들을 읽어가며 입법이 세상이 펼쳐지는 방향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며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 법 사상가들, 법 이론가들, 대학 교수들의 사고가 법 제정의 바탕에 있음을 확인하니 한국 사회에서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절차이자 도구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헌법, 법률, 명령, 조례, 규칙이라는 법의 위계를 고려할 때 국회의 권한이 막중한데도. 이보다 큰 문제는 법을 적용하는 사법권에 있다고 본다. 법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의 문제가 훨씬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이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이 나기까지 보통 4년 반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문제다. 송사에 연루되면 그동안의 불확실성이 생업 종사에 막대하게 지장을 주고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하게 만든다.

히틀러의 법률가들은 일반 독자에게 큰 흥미를 끌지는 못할지라도 입법, 행정, 사법 등 법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법률적 행위를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 읽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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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오션 전략
김위찬 외 지음, 강혜구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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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오션 전략

2026. 6. 22()

2006613일 독일 월드컵 대한민국과 토고가 둥근 지구에서 둥근 공을 가지고 다투던 날 읽었던 블루오션 전략을 트레바리 세종 독서클럽 발제를 위해 다시 읽는다.

책은 경영전략/혁신으로 분류된다. 책에서 얻은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는 2010년대 초반 충남교육청 학교 정책과에서 장학사로 근무하며 독서콘서트라는 사업을 평가하고 재구조화하는 전략으로 활용했었다. 이는 독서의 결과를 교육정책 업무에 적용했다는 자부심으로 남아있다. 다시 읽어가며 경영전략/혁신을 기업이나 사업에 적용하는 것 말고 개인의 삶에도 투사하여 성찰하는 삶을 꾸려 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읽는다.

 

경영전략서인 블루오션 전략은 기업이 경쟁이 무의미한 비경쟁 시장을 창출해 유혈 경쟁의 레드오션을 깨고 나와 새로운 도전을 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 경쟁자를 벤치마킹하거나 줄어드는 수요를 경쟁업체와 나누는 대신, 수요를 늘리고 경쟁에서 벗어나는 전략이다. 블루오션에 도달하는 방법으로 전략 캔버스‘4가지 프레임 워크를 소개하고 블루오션 전략의 원칙을 상세히 설명한다.

전략 캔버스는 경쟁하는 기업이 어디에 투자하고 제품과 서비스, 유통에서 경쟁하는 요소가 무엇인가, 고객들이 경쟁 상품으로부터 얻는 것은 무엇인가를 그래프 형태로 보여준다. 레드오션에서는 요소들을 연결한 가치곡선은 모두 같은 방향으로 집중한다. 여기서 저자들은 전략 포커스를 경쟁자에서 대안품으로, 고객에서 비고객으로 방향을 재설정하라고 한다. 이를 풀어보면, 가치와 비용, 두 가지를 추구하려면 경쟁자를 벤치마킹하거나 차별화와 원가 우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기존의 전략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4가지 액션 프레임워크는 새로운 가치곡선을 그리기 위해 업계의 표준 이하로 내려야 할 요소를 찾고(감소), 업계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요소들 가운데 제거할 것을 찾고(제거), 업계의 표준 이상으로 올릴 것을 찾고(증가), 업계가 아직 한 번도 제공하지 못한 것 중 창조해야 할 요소(창조)는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블루오션 전략의 원칙6가지다. 첫째, ‘시장 경계선을 구축하라는 대안 사업을 관찰하고, 산업 내 전략 그룹들을 관찰하고, 구매자 체인을 관찰하며, 보완적 제품과 서비스 상품을 관찰하고, 구매자에 대한 상품의 기능적 또는 감성적 매력 요소를 관찰하고, 시간의 흐름을 고찰하여 시장의 실제 상황을 재구축하는 통찰력을 가질 수 있으며 이를 블루오션으로 연결하라는 것이다. 둘째, ‘숫자가 아닌 큰 그림에 포커스하라는 전략 포커스를 그려 현재 시장 공간에서 기업의 전략적 포지션을 시각화할 뿐 아니라 미래 전략을 도식화하라는 것이다. 전략의 시각화를 4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이를 통해 전략 기획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숫자가 아닌 큰 그림으로 그리기를 권하며 영혼은 이미지로 생각한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소개한다. 셋째, ‘비고객을 찾아라는 블루오션의 규모를 어떻게 최대화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고객들의 차이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구매자들이 가치를 주는 강력한 공통점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 고객을 3개 영역으로 구분하여 최대 규모를 포착해야 함을 강조한다. 넷째, ‘정확한 전략적 시퀸스를 만들어라는 수익성을 보장하는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다수의 가격대를 규명한 후 가격대 내 수준을 명확히 하라 한다. 블루오션을 찾는 가치혁신은 변화를 뜻하기 때문에 종업원, 비즈니스 파트너, 일반 여론을 대상으로 적절한 교육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블루오션 지수엔 효용성, 가격, 비용, 도입에 장애를 어떻게 처리했는가를 고려해야 한다. 다섯째, ‘조직상의 주요 장애를 극복하라는 조직의 인지적 장애, 한정된 자원, 기득권층으로부터의 강력한 저항, 동기가 없는 직원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여섯째, ‘전략 실행을 전략화하라는 공정한 절차가 사람들의 행동과 태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를 설명한다. 공정한 절차는 지적, 정서적 인식을 바르게 하고 신뢰와 참여를 이끌어 전략을 실행할 때 자발적 협조를 이끌 수 있음을 사례로 제시한다.

 

저자들은 블루오션 전략을 창출해 내기까지 시르크 드 솔레이유, 카셀라 와인즈, 사우스웨스트, 넷제츠, 여성 전용 핼스 클럽 커브스, 노보 노드디스크, 블룸버그, 헝가리 버스 업체 NABI, 멕시코의 세멕스 시멘트 회사, 아이튠즈, 프랑스 옥외 광고 공간 판매회사인 JC 드코, 등 수많은 기업의 흥미 있고 가슴설레게 하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블루오션 전략의 결론은 블루오션 전략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가 자문하고 10~15년은 간다고 본다. 이를 위해 블루오션을 모방하지 못하도록 차단해야 하며, 그래도 언젠가는 모방하니 항상 가치곡선을 모니터하면서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독자가 기업을 경영하지 않는다고 블루오션 전략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별히 ‘4가지 프레임워크는 자신의 삶과 직장 생활을 평가하고 성찰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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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산행은 하고 싶다
임종수 지음 / 모아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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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산행은 하고 싶다.

2026. 5. 20()

저자는 그저 평범한 시민이고 직장인이다 라고 말한다. 수십 년간 직장에서 일을 한 후 은퇴하고 자주 산에 오르는 정도라면 수긍할 수 있다. 30여 년에 걸쳐 전국 100대 명산을 다 오른 경험을 가진 저자를 평범하다고만 평가하기엔 부족하다. 저자는 책으로 산행이나 인생에 길라잡이가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낸다.

 

그래도 산행은 하고 싶다의 핵심 주제는 산행과 인생살이이다.

‘01 이 산에 서면 저 산이 그립다 에서 전국에 있는 100대 명산에 오른 이야기다. 100대 명산 중 가장 낮은 산(홍천 팔봉산 300m)을 앞에 배치하였다. 산이 낮아 쉽게 보여도 실은 쉽지 않음을 말하려는 뜻이다. 산마다 가진 매력이 다르고 같은 산이라도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산에 오르는 사람을 맞이한다.

오르막 없는 정상은 없듯이 고통 없는 삶도 없다.(p.62)”라며 산행과 인생을 표현한다. 누구나 산에 오른 때면 힘들고 포기하고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정상에 오르려 노력하듯이 인생도 누구나 크고 작은 어려움, 상실, 외로움, 실망을 겪게 마련이다. 산행에서 겪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이 반드시 불행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등산로가 직진코스만 있지 않고 여러 갈래로 나뉘고, 중간에 쉼터도 있다는 현실과 인생행로는 같았다. 삶에도 오르내림이 있고, 더 긴 세월을 살다 보면 롤러코스터 등산로 같다는 것을 실감한다.”(p.70)라는 문장도 산행과 인생을 표현한다. 멀어서 미루어두었던 고성 연화산을 다녀와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고 밝힌다. 이런 경험으로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을 마주하고 회피할 생각부터 한다면 되는 일도 안된다. 정면 돌파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정해졌고, 이왕 시작한 일이면 최상의 목표를 언들 때까지 노력해야 한다.”로 연결한다. 가끔은 멀리서 봐야 좋다면 불필요한 것에 집착하지 않는 소유의 욕망에서 벗어나는 삶의 태도를 산행에서 배운다. “삶은 행복함과 팍팍함이 서로 반복되는 인생 여행이다.”(P.61)

이외에도 세월유수, 여조과목, 불광불급, 과유불급, 다다익선, 호사다마, 새옹지마, 사근취원 등의 사자성어로 산행과 인생살이를 쉽게 풀어가니 읽기 쉽다.

 

그래도 산행은 하고 싶다를 읽어가며 가보고 싶거나 다시 가야 할 산들이 있다.

“2월 하순에 남쪽 지방의 땅속에서 가장 먼저 머리를 내밀고 하얀색 꽃을 피우는 봄의 전령사가 변산바람꽃이다.”(P.38) “계룡산에 다시 가지 말라 했다.”(P.84) 변산과 계룡산은 가까우니 철에 맞게 다시 가보고 싶다.

무등산 등산을 여러 해 다니면서 느낀 것은, 어느 곳에서 정상을 오르내려도 편안하다는 것이다.”(P.110) 눈이 쌓인 무등산에 가보는 것이 꿈인데, 겨울을 기다려야 하니 이번 주말에 다녀와야겠다.

눈꽃 산행의 백미를 보고 싶으면 두말 말고 영동 민주지산으로 가라”(P.133)를 읽으며 소백산 눈꽃을 보려 기차를 탔던 추억이 떠오른다.

사진으로 책에 실어준 돈대봉에서 내려다본 관매도의 봄’(P.194)을 보니 내년 봄이면 진도에 가서 배를 타고 관매도에 들어가 유채꽃을 보고 싶다.

 

책에 여기까지만 소개돼 있다면 아쉬울 뻔했다.

‘02 우리 산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에서는 계절별로 가보면 좋은 산을 소개한다. 봄에 가면 더 멋진 산은 산청 황매산, 지리산 바래봉, 지리산 세석평전, 홍천 팔봉산, 홍천 공작산, 창원 무학산, 무등산국립공원 안양산, 부안 내변산. 여름에 가면 더 멋진 산은 인제 방태산 아침가리, 양평 유명산, 과찬 관악산, 문경 대야산, 제천 월악산 용하 야영장, 속리산국립공원 화양동계곡, 포항 내연산. 가을에 꼭 가봐야 할 주제는 억새와 단풍산행이라며 청송 주왕산 절골, 평창 오대산 선재길, 포천 소요산, 정읍 내장산, 장흥 천관산, 창녕 화왕산, 포천 명성산, 장수 장안산, 울주 신불산을 추천한다. 겨울에 가면 더 멋진 산으로 제주 한라산, 평창 계방산, 영동 민주지산, 원주 치악산, 진안 운장산, 무주 덕유산을 추천한다. 더불어 계절마다 다르게 등산 채비를 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공간을 인식하는 방법으로 지도를 자주 보는 독자라서 아쉬운 것은 소개한 산마다 적당한 크기와 색감을 가진 지도를 곁들여 놓았다면 등산 초보자에게 산행의 방향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산행이란 등산과 여행이라며, 은퇴자에게 재정과 건강이 보장되어야 인생 2막의 목표 설계와 취미생활을 행복하게 누릴 수 있다.’라는 조건을 이야기한다. 눈에 확 들어오는 문장은 느림의 미학을 아는 이, 특히 저질 체력을 지닌 이들에게 산행은 완전히 멋진 일이다.”(P.270) 빨리 정상에 오르는 것이 좋다고 여기던 독자에게 바삐 서두르지 않아야만 즐겁고 행복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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