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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나라 ㅣ 지혜의 시대
노회찬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평점 :
그가 출연하는 시사프로그램은 볼만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나 편향된 시각에서 상대를 공격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사람들과는 달랐다. 그의 순발력과 재치는 보통사람이라도 시사토론을 즐길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여름 먼 나라로 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며 애도했다. 이구동성으로 그가 떠난 까닭을 ‘남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 일조차도 극도의 수치감으로 느끼는, 수치스럽게 사느니 죽음을 택한 자존심 강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에 대해 아는 바 부족한, 정치에 관심두지 않고 살아온 지난날을 <우리가 꿈꾸는 나라>를 읽으며 돌아본다.
<우리가 꿈꾸는 나라>는 2018년 2월 창비에서 주최한 ‘지혜의 시대’ 연속 특강 중 고 노회찬 의원님의 강연 ‘촛불시대, 정치는 우리 손으로’를 바탕으로 유시민 작가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추도사, 소설가 안재성이 쓴 故 노회찬 의원의 略傳으로 구성한 책이다.
강연은 현대사를 before candle과 애프터 캔들로 구분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애프터 캔들기에 이루어야 할 ‘우리가 꿈꾸는 나라’의 조건과 희망을 표현한다.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이 재난 구호 행사자리에서 모두 모인 장면과 우리나라 전직 대통영의 처지를 견주며 얼룩진 헌정사 70년을 돌아본다.
촛불이 준 과제로 불공정, 불평등, 전쟁의 위협을 해결하여야 한다는 거다. 공정한 사회를 위해 검찰개혁과 사법부(“우리나라보다 사법부 신뢰도가 낮은 나라는 콜롬비아, 칠레, 우크라이나 뿐” p.49)의 개혁을 요구한다. 불평등(2008년의 미국 금융위기 이후 낙수 효과 정책을 쓰는 나라는 거의 없다. 오바마와 메르켈 총리가 공식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고 인정, IMF조차도 낙수효과 정책을 폐기. p59)을 해소하고 평등한 사회(지난 20년간 기업총부채는 절반으로 줄고, 가계 총부채는 네 배가 늘었다. p61), 기회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GDP의 28%를 재분배하는 우리나라와 30% 중반대를 재분배하는 미국, 51%를 재분배하는 프랑스, 58%를 나눠 쓰는 스웨덴을 견준다. 재분배(세금을 많이 걷어 복지 늘리기, 경제민주화)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적절한 방법이란 주장을 여러 가지 쉬운 예(호주는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보다 25% 많다. 영국은 비정규직의 연봉이 정규직의 세배)를 들어 설명한다.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핵화가 선행되어야 함과 평화는 진보든 보수든 가리지 않고 지켜야할 가치라고 말한다. 평화는 의견이 갈릴 수 없는 문제다.
변화는 정치에서 시작되니 정당가입이나, 시민단체 가입, 후원, 댓글 등으로 참여하자고 말하며, 참여가 세상을 바꾼다고 한다. 선거제도 개편으로 국회가 민심을 대변할 수 있게 되어야 한국 정치가 발전할 것이다. 지켜볼 일이다.
묻고 답하기에서 ‘자영업자의 어려움’(우리나라 인구 대비 자영업자의 비율이 28%로 미국의 7%와 비교한다. ‘하루 20명, 미용사 자격증 60만명, 여성인구 2400만명, 1200만 명이 이틀에 한번’에서 페르미의 추정 사고를 떠오르게 한다.) ‘교육불평등 해소책’(모든 대학 학사관리 통합, 학벌과 학력에 따른 고용 차별 해소), ‘노동문제 진단’(파견노동의 위험성)과 큰 정당으로 가지 않고도 정치를 계속하는 원동력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마지막 유품이 10년이 넘은 양복 두벌과 낡디낡은 구두 한켤레에서, 스스로에게 엄격했지만 너무도 소박했던 노회찬”이란 문장에서 낯이 뜨거워진다.
약전을 통해 신용카드 발급 거부당한 일화, 지금도 전세살이하는 형편, 문학과 예술을 사랑한 노회찬, 2007년 민주노동당의 내홍(중앙당 당직자가 당원 명부를 북한 노동당에 보냄), “진보를 좋아하고 진보를 지향하는 사람들 속에 가장 부족한 것이 다원주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관용의 태도가 굉장히 부족하다” 는 생각 등 노회찬의 삶을 보며 먼 나라로 가기 전에 더 많이 알지 못했음이 안타깝다. 이 가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