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뒤집는 Wit & Wisdom - 오스카 와일드의 유머노트
오스카 와일드 지음, 설태수 옮김, 설승순 그림 / 북인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인용문의 출처가 없고 번역도 고루하다. 2006년 발행임을 감안하더라도 좀 심했다. 특히 권말에 붙인 역자의 해석은 왜 돈 내고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일러스트는 세상 무쓸모. (이 책은 유머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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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 2021-12-16 16: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21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dollC 2021-12-16 22:1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0^
내년에도 열심히~!
 

생각해보면 차별은 거의 언제나 그렇다. 차별을 당하는 사람은 있는데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차별은 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입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차별 덕분에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나서서 차별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차별은 분명양쪽의 불균형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모두에게 부정의함에도, 희한하게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만의 일처럼 이야기된다. 이게 어떻게된 걸까? 산술적으로 생각해도 내가 차별을 당할 때가 있다면, 할때도 있는 게 아닐까?
- P7

누군가는 여전히 특권이란 말이 불편할 수 있다. 한국인으로서 혹은 남성으로서 이렇게 살기 힘든데 나에게 무슨 특권이 있는 거냐고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불평등이란 말이 그러하듯, 특권 역시상대적인 개념이다. 다른 집단과 비교해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고유리한 질서가 있다는 것이지, 삶이 절대적으로 쉽다는 의미가 아니다.
- P33

고정관념은 대상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이다. 이 머릿속 그림이 대상이라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이다. - P47

‘김치녀‘는 ‘사치를 부리며 남성에게 피해를 끼치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말은 여성이남성에게 보여야 하는 ‘바른 행동에서 어긋나 있다는 평가를 포함한다. 즉 여성에게 기대되는 행동, 말하자면 조신하고 검소한 모습을 보여야 정상이라는 억압적인 역할 규범이 부여된 언어이다. 한남충‘의 경우, 여성이 남성에게 특정한 역할 규범을 요구하는 의미로 읽히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여성의 입장에서 ‘나도 당신을 조롱할 수 있다‘는 호명 권력을 사용하는 현상으로 읽힌다.
따라서 ‘김치녀‘와 ‘한남충‘ 논쟁은 단순한 언어 사용의 문제를 넘어서는, 더욱 심층적인 사회적 성차별 구조의 지각 변동 속에서이해되어야 한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 역사적으로 억압되었던 집단이 평등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이런 현상은 반복된다. 기존의 억압을 유지하기 위한 비하성 언어와 기존의 권력에 맞서기 위해 등장한 비하성 언어가 대립하는 것이다. ‘둘 다 잘못‘이라는 양비론으로 접근해서는 이 난제를 풀 수가 없다. - P97

늘상 반복되어온 탓에 익숙해진 데다가 워낙 비일비재하여 일일이 대응하기도 어렵다. 특히 유머로 던진 말에 정색을 하고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유머와 놀이를 가장한 비하성 표현들은 그렇게 ‘가볍게 만드는 성질‘ 때문에 역설적으로 ‘쉽게 도전하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이런 언어 공격은 인간 내면의 아주 본질적인 부분에 비수처럼 날아와 꽂히는 반면, 그 말이 왜 문제인지 설명하기는 너무나 어렵고 설명할 기회의순간은 짧다. 우리는 대개 말문이 막힌 채 그 찰나의 기회를 놓친다.
- P98

"누가 웃는가"라는 질문만큼 "누가 웃지 않는가?"라는 질문도 중요하다. ‘웃찾사‘의 흑인 분장 사건처럼 웃지 않는 사람들이 나타났을 때 그 유머는 도태된다. 누군가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농담에 웃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런 행동이 괜찮지 않다"는 메시지를 준다. 웃자고 하는 얘기에 죽자고 달려들어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어야 할 때가,
최소한 무표정으로 소심한 반대를 해야 할 때가 있다.
- P99

민주주의 사회에서 수호하는 질서가 단순히 기존의 관습이나 법을 지키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헌법재판소의 말처럼 "헌법이념과 헌법의 가치 질서" "인류의 보편가치, 정의와 인도의 정신" 등에비추어 어떤 질서는 폐기되고 수정되어야 한다. 차별도 폐기되어야 할 질서 중 하나로, 이런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이 사회 혼란을초래하는 것으로 오해되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평등을 실현하기위한 정당하고 정의로운 행보로 이해되어야 한다.
- P162

따라서 법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고 복종하는 태도는 민주주의사회와 어울리지 않는다. 무조건적인 복종은 전체주의의 특징이다. 존 롤스는 저서 『정의론』에서, "사회가 동등한 사람들 간의 협동체제로 해석되는 경우에는, 심각한 부정의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복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시민은 단순히 통치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다음 롤스의 말처럼 때때로 시민 불복종 sivill disobedience 이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에서정의를 이루는 방도가 된다.
- P165

모두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다수자와 소수자의 자유는 같지 않다. 존 스튜어트 밀 John Stuart Mill이 『자유론』에서 지적하듯, 다수자는 소수자의 의견을 거침없이 공격할 수 있다. 반면 소수자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표현을 순화하고,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도록 극도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요구된다. 다수자는 소수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서 잘 말하라고 요구한다. 그렇게 사실상 침묵을 강요한다.
- P171

말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사용되지 않는다. 배제되고 억압된사람들만이 ‘다르다‘고 지칭되고, 주류인 사람들은 중립적으로 여겨진다. ‘중립‘의 사람들에게는 수많은 가능성이 펼쳐져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몇가지의 정해진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결국 ‘다르다‘는 말은 ‘서로 다르다‘는 상대적인 의미가 아니라 절대적으로 고정된 특정 집단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차이가 낙인과 억압의 기제로 생성되는 것이다. - P184

밀이 우려했듯 이미 우리의 삶은 상당히 획일적인 형태로 굳어져 있다. 그러니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불평등한 세상을 유지하기 위한 수고를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불편함을 견딜 것인가? 이 선택은 단순히 개인의 수고로움이나 불편에 관한 것이 아니라,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공동의 가치와지향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정말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가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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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16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돌씨님 2021년 서재의 달인 추카 합니다 ^ㅅ^

dollC 2021-12-16 22:13   좋아요 1 | URL
오잉?!!! 이게 머선일이죠???
감사합니다^^
 

간절히 기다릴 때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저녁이 찾아오는데 등이 시려서 옷을 하나 더 껴입으려다 슬그머니 당신의손이 내 등에 닿아 있다 생각하고 옷을 의자에 내려둔다.
- P26

새와 눈이 마주쳐본 적이 있는가? 불면의 밤에 잠시 잠이들었다가 어떤 새와 눈이 마주쳤다는 생각이 든 순간 잠이깬다. 내 불면 속의 새여, 너는 누구였는가. 갑자기 모든 인간의 시간이 한꺼번에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당신은 새와눈이 마주쳐본 경험이 있는가, 있다면 그 경험을 나에게 들려달라. 어땠는지, 그 경험을 들려달라.
- P32

사물의 정연함. 나는 쓸쓸하다. 어떤 말로도 위로를 받을수 없는 지옥 안에서 랭보를 읽는 것은 아직도 내가 젊다는것을 뜻하지만 쓸쓸해서 이 세상 귀퉁이에 나 혼자만 남은듯한 마음은 시인의 마음이 아니라 이기적으로 늙어가는 한여자의 마음이다.
- P83

빨래를 하다가 잊어버린 사람이 문득 떠오르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아직 그 사람이 날 떠나지 않았네, 그 자리가 그래서 눅눅했네. 그래서 햇살 아래 빨래를 말리면서 그사람 생각이 났구나.
- P186

우리 모두는 실패할 것이라는 악몽에 시달린다. 악몽에 시달리는 시달리지 않든 우리는 실패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실패하는, 실패하는 존재다. 죽음은 모든 실패의 어머니이다. 몸의 실패. 이것이 바로 인간의 실패의 근원이다.
- P227

사람들이 손을 오므리면 그 속에 어둠이 밀려드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다 손을 펴면 어둠은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가고 손금에만 몇몇, 고여 있다.
- P304

2018년 4월 15
이 시들은 귤 한 알에서 시작되었다.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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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11-23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돌씨님, 이 책 어때요?? 아냐아냐, 대답 안 하셔도 됩니다. 관심 갖지 말자;;;;;

dollC 2021-11-24 01:26   좋아요 1 | URL
귤 한 알을 삼키지 못한 시인이 마지막까지 놓지못한 치열한 사색의 시작(詩作) 노트예요. 서점에서 우연히 보고 표지의 유고집이란 단어를 지나치기 힘들었어요. 라로님, 나중에라도 보시길...!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 뇌가 당신에 관해 말할 수 있는 7과 1/2가지 진실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변지영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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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뇌과학 입문서이자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교양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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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효율은 일종의 예산budget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재무예산은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파악한다. 당신의 몸을 위한 예산 역시 이와 비슷하게 수분, 염분, 포도당과 같은 자원들을 얼마나 얻거나 잃었는지 파악한다. 수영이나 달리기처럼 에너지를 소비하는 행위는 당신의 계좌에서 자원을 인출해가는 것과 같다. 먹거나 자는 것처럼 에너지를 보충하는 행위는 예금하는 것과 같다. 이는 단순화한 설명이지만 몸을 운영하려면 생물학적 자원이 필요하다는 핵심 개념을 잘 담아내고 있다. 당신이 취하는(또는 취하지 않는) 모든 행위는 경제적 선택이다.
- P25

이러한 신체예산을 과학에서는 알로스타시스allostasis라고 한다. 알로스타시스란 몸에서 뭔가 필요할 때 충족시킬 수 있도록 자동으로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을 뜻한다. - P27

인간의 뇌에 새로운 부분이란 없다. 우리 뇌에 있는 신경세포들은 다른 포유류의 뇌에도 들어 있으며, 다른 척추동물에서도 찾아낼 수 있다. 이러한 발견으로 삼위일체의 뇌 가설의 진화적 토대는 흔들린다. - P47

그러니 당신에게는 도마뱀 뇌도 감정적인 야수의 뇌도 없다. 감정만 전담하는 변연계 같은 것도 없다. 그리고 이름부터가 잘못 붙여진 신피질은 새로 나타난 부분도 아니다. 많은 척추동물이 동일한 신경세포들을 발달시켰으며, 몇몇 동물의 경우 결정적 단계가 충분히 오래 지속되면서 이 세포들이 대뇌피질을 형성하는 것이다. 인간의 신피질, 대뇌피질, 또는 전전두피질이 이성rationality의 근원이라고 선언한다든가, 전두엽이 비이성적인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이른바 감정적인 뇌 영역을 조절한다는 이야기에 관해 당신이 읽거나 들은 모든 것은 시대착오적이거나 한심할 정도로 정확하지 못하다. 삼위일체의 뇌라는 발상과 감정 및 충동과 이성 간의 싸움에 관한 서사는 현대의 신화, 근거 없는 통념이라 할 수 있다. - P49

우리의 뇌 네트워크는 항상 켜져 있다. 신경세포들은 결코 가만히 앉아서 외부세계의 뭔가가 자신들을 켜주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모든 신경세포는 ‘배선wiring’을 통해 서로 끊임없이 수다를 떤다. 그들의 의사소통이 외부세계나 당신의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따라 더 강해지거나 약해질 수는 있지만, 이 의사소통은 당신이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 P62

고도로 복잡한 인간의 뇌가 진화의 정점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기억해두라. 우리 뇌는 다만 우리가 거주하는 환경에 잘 적응했을 뿐이다. - P75

관심공유는 아이에게 환경의 어떤 부분이 중요하고 어떤 부분은 중요하지 않은지를 조금씩 가르친다. 그러면 아이의 뇌는 신체예산과 관련이 있는 것과 무시할 수 있는 것을 가지고 자기 환경을 구성해갈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환경을 ‘적소niche’라고 부른다. 모든 동물에게는 자신의 적소가 있다. 세상을 감지하고 쓸모 있는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신체예산을 조절하면서 자신의 적소를 만들어간다. 성인 인간은 거대한 적소를 갖고 있다. 아마도 생물들 중에서 가장 클 것이다. 당신의 적소는 인접한 주변 환경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 과거 · 현재 · 미래에 일어나는 일들까지 포함한다. - P88

어떤 집단의 사람들에게 여러 세대에 걸쳐 빈곤이 지속될 때 사회는 너무 쉽게 유전자를 탓한다. 하지만 그 집단 아이들의 뇌는 빈곤에 의해 형성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 P96

예술작품, 특히 추상미술은 인간의 뇌가 경험하는 것을 구성하기 때문에 가능해진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의 입체파 그림을 보고 어떤 인간의 형태임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은 당신의 뇌에 인간의 형태에 대한 기억이 있어서 추상적인 요소를 이해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화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은 예술가는 예술 창작 작업의 절반만 수행할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머지 절반은 보는 사람의 뇌 안에 있다. (예술가와 철학자들은 이것을 ‘관람자의 몫beholder’s share’이라고 부른다.) - P108

신경과학자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어한다. 당신의 일상적 경험이란 외부 세계와 당신의 신체가 주는 제약을 받지만, 궁극적으로는 당신의 뇌가 구성하는 ‘주의 깊게 제어된 환기hallucination’라고 말이다. 물론 당신을 병원으로 보내야 할 종류의 환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모든 경험을 만들어내고 모든 행위를 안내하는 일상적인 환각이다. 이것은 뇌가 감각 데이터에 의미를 부여하는 정상적인 방법이며, 당신은 이런 과정이 일어나는 것을 거의 인식하지 못한다. - P110

그렇다. 뇌는 당신이 인식하기 ‘전에’ 행동들을 개시하도록 배선되어 있다. 이는 사실 보통 일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선택을 통해 많은 것을 하지 않는가? 최소한 그렇게 보인다. 예를 들어 당신은 이 책을 열어서 글자들을 읽기로 선택했다. 하지만 뇌는 예측기관이다. 뇌는 당신의 과거 경험과 현재 상황을 기반으로 다음에 이루어질 일련의 행동을 개시하며, 이러한 일들은 당신의 인식 없이 이루어진다. 다른 말로 하면 당신의 행동은 당신의 기억과 환경의 제어를 받는다. 이것이 당신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할까? 누가 당신의 행동을 책임져야 할까? - P116

어떤 행동이 자동화된 것은 당신의 뇌가 갖가지 행동을 개시하는 각기 다른 예측을 하도록 스스로 세부조정하고 가지치기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당신은 당신 자신과 당신 주변의 세상을 다르게 경험하게 된다. 그것은 자유의지의 한 형태다. 아니면 최소한 우리가 자유의지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 우리는 무엇에 자기 자신을 노출시킬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어떤 행동이 자동화된 것은 당신의 뇌가 갖가지 행동을 개시하는 각기 다른 예측을 하도록 스스로 세부조정하고 가지치기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당신은 당신 자신과 당신 주변의 세상을 다르게 경험하게 된다. 그것은 자유의지의 한 형태다. 아니면 최소한 우리가 자유의지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 우리는 무엇에 자기 자신을 노출시킬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책임’은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비극이나 그 결과로 경험하는 역경에 대한 책임이 아니다. 우리는 자신이 접할 모든 상황을 선택하지 못한다. 우울증, 불안증, 또는 그 외에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때로는 우리가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 P121

신체예산을 공유한다는 사실은 공감에도 영향을 끼친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할 때 우리 뇌는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며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한다. 상대방과 사이가 가까울수록 우리 뇌는 상대방의 마음고생에 대해 더 효율적으로 예측한다. 마치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것처럼 전체 과정이 명확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상대방에게 공감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해 더 많이 배워야 할 수도 있는데, 그러려면 신체예산에서 더 많은 자원을 인출하게 되므로 우리는 불편해질 수 있다. - P130

신경계는 단지 거리뿐만 아니라 수세기 전에 일어난 사건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성경이나 쿠란 같은 고대 문헌에서 위로받은 적이 있다면, 당신은 오래전에 사라진 사람들에게서 신체예산을 지원받은 것이다. 책이나 영상, 팟캐스트는 당신에게 온기를 줄 수도 있고 소름 돋게 할 수도 있다. 이러한 효과는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단순히 말만으로도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물리적인 방식으로 서로의 신경계를 빠르게 변경시킬 수 있다. - P132

말은 인체를 조절하는 도구다. 다른 사람의 말은 당신의 뇌 활동과 신체계통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당신의 말 역시 타인들에게 똑같은 영향을 끼친다. 그 효과를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관계없이 말이다. 그것이 우리가 연결된 방식이다. - P134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당신을 모욕한다 해도 한 번이나 두 번, 심지어는 스무 번째까지도 당신의 뇌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몇 달간 지속적으로 언어폭력에 노출되어 신체예산이 계속해서 인출되는 환경에 살고 있다면 말은 실제로 뇌에 물리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가 눈송이처럼 유약해서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신경계는 좋든 나쁘든 타인의 행동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 P136

나는 인간의 마음이 백지상태blank slate여서 선천적인 것은 하나도 없고 우리 모두 환경이 하라는 대로 되어간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또한 사람들이 모든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뇌를 가지고 세상에 태어나며 하나의 보편적 인간 본성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종류의 마음이란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 별개의 뇌 영역들로 구성된 가상의 뇌 구조, 주머니칼 브레인에서 만들어질 법한 것이다. 나는 이 두 가지가 아닌 세 번째 가능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다양한 종류의 마음을 구성하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배선될 수 있는 기본 뇌 계획basic brain plan을 갖고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이다. - P149

어떤 종류의 마음도 다른 어떤 마음보다 본질적으로 더 낫거나 나쁘지 않다. 다만 환경에 더 잘 적응한 변이가 있을 뿐이다.
인간의 마음에 관한 한 변이가 있는 것이 정상이다. 우리가 ‘인간의 본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말 다수의 인간 본성을 말한다. 하나의 보편적인 마음이 있어야 인간이 하나의 종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리적 환경과 사회적 환경에 스스로를 연결시키는 매우 복잡한 두뇌뿐이다. - P160

사회적 현실은 또한 커다란 책임을 동반한다. 사회적 현실은 너무 강력해서 우리 유전자의 진화 속도와 과정을 바꿀 수 있다.
사회적 현실에서 정말 놀라운 점은 우리가 그것을 만든다는 사실을 종종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자신을 오해하고 사회적 현실을 물리적 현실로 착각해 온갖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은 모든 동물 종처럼 엄청나게 다양하다. 하지만 동물 왕국의 다른 부분들과 달리 우리는 이 변이들을 인종, 성별, 국적처럼 작은 상자들에 이름표를 붙여 정리해 넣는다. 이러한 이름표가 붙은 상자들은 사실상 우리가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취급한다.
이를테면 ‘인종‘이라는 개념에는 종종 피부색과 같은 신체적 특성들이 포함된다. 하지만 피부색이라는 요소는 개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연속체이며, 색조 한 세트와 다른 세트 사이의 경계는 한 사회의 사람들에 의해 세워지고 유지된다. 어떤 이들은 유전학에 호소해 그 경계를 정당화하려고 애쓰기도 한다. 하지만 피부색이 유전자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 사실인 것처럼 눈 색깔, 귀 크기, 발톱의 곡률 또한 마찬가지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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