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도입부가 장점이자 단점이다.
주인공 유니스에 이입해서 비밀을 고수하려는 그의 심리에 동조하지 않는 이상, 추리 소설로서 전개는 밋밋하다. 시작하자마자 이미 결론을 알아버린만큼 어떻게 그 사건까지 진행되는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사건이 진행되는 속도감은 더딘편이라 긴장감은 크지 않고, 무채색같은 주인공에 비해 강렬한 개성을 가진 주변인물들한테 시선이 분산된다.
그렇지만 이 작품을 문맹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본다면 나름의 매력을 찾을 수 있다.
문자를 상실했다는 것은, 세상을 보고, 대상을 이해하고, 가치관을 확장하는 이 모든 사고 능력의 기능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세상을 보는 스펙트럼의 한정성이랄까, 어쩌면 낮은 해상도의 시각으로 주변을 보는 것과 같으려나.)
이 소설에서 문맹이란 단순히 사회에서 습득하는 한 가지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더 큰 총체적인 문제임을 드러낸다.
이는 인간으로서 의미조차 상실할수도 있음을, 그러한 공포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