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백범
홍원식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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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웅 백범>을 읽으면 읽을수록 예전에 <백범일지>가 되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대부분의 내용이 소실된 줄만 알았는데, 책을 읽어갈 수록 잊고 있었던 부분들이 되살아나 꿈틀거리는 것 같이 느껴졌다. 이 책 <영웅 백범>은 간단히 말하자면 김구 선생의 전기이다. 19살의 어린 김구부터 한반도 통일을 위해 고군분투하다 시해되는 민족 지도자 김구까지의 일들을 꽤 자세히 다뤄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기의 이야기는 채 4~5페이지를 넘지 않는 선으로 마무리가 돼 있다. 아무리 긴 이야기라 하더라도 소제목으로 나눠서 읽어내려가기 편하게 돼 있어 힘들고 어려운 작품은 아니었다. 오히려 조금은 읽기 힘들었었던 <백범일지>에 비해 <영웅 백범>은 한결 읽기가 편했고 그래서 출판사가 밀고 있는 '남녀노소 모두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 어느정도 동의하는 바이다.

 

소 설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조금의 과장이나 사실이 아님이 더해졌을 수는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것이 인물의 배경을 설명하는데 더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한다. 백 마디의 말보다 한 마디의 행동이 위로가 될 때가 있는 것처럼. 작가는 김구 선생인양 이러쿵 저러쿵 속마음을 설명해내지 않는다. 그저 방관자의 시선으로 '이런 기분이지 않았을까' 혹은 '김구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등의 입장을 취한다. 작가가 주인공 김구 선생의 마음에까지 관여해서 이렇게 저렇게 극에 끌고 다녔더라면 이 책에 대한 신뢰도는 많이 하락했었을 것이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소설을 막기 위해 시도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 느낌이 나는 꽤 마음에 들고 글의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 어떤 이야기보다 김구 선생을 이야기할때는 독립운동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그리고 또 하나 임시정부 이야기 또한. 가끔씩 독립투사들의 전기나 특집 드라마 같은 것들을 방영해 줄때가 있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이 되면 그 횟수는 잦아진다.) 보면 저절로 숙연해진다. 아마 나는 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굉장히 부족한 사람으로 태어나지 싶다. 겁도 많을 뿐더러 그 모진 고초를 이겨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또 나 자신을 버려가며 내 목숨을 내주어가며 조국을 생각할 자신도 없기 때문이다. 나라 잃은 슬픔이야 만백성이나 비범인이나 다를 바 있겠냐만은..결국 범인과 비범인의 차이는 행동력이 아니었을까. 도대체 김구선생의 그 배짱과 용기는 어디서부터 나왔던 것일까. 일제의 고문으로 상한 몸과 잘 먹지 못해 야윈 몸, 그리고 많은 나이등은 아무래도 장애였을 것 같은데 김구 선생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책 가득가득 존경해야 할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자꾸만 모든 것이 조금씩 뒤틀려져 회자되고 있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봄으로써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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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소년 1
이정명 지음 / 열림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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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정명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쓴 소설이 연극 무대로 옮겨지고 나서였다. 나는 그의 소설을 먼저 접한 것이 아니라 무대로 옮겨진 이야기를 더 먼저 접했다. 그리고 무대로 옮겨 놓아도 짜임새 있는 그의 이야기에 한 눈에 반해 버렸다. 그래서 찾아 읽게 된 원작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지금은 신작이 나오면 으레 한 번씩은 찾아보게 되는 작가다. (내가 연극으로 본 작품은 너무나도 유명한 <뿌리 깊은 나무>였다. 2년에 걸쳐 같은 연극을 2번 보게 됐던 것이 우연은 아닌 것 같았다.)

 

이 번에 새로 나온 신작은 <천국의 소년>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고 '바보라 불린 어느 천재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이것만 봐도 주인공이 어떤 느낌일지 감이 오지 않나. 주인공 안길모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다.(아스퍼거 증후군:) 하지만 '수'에 대한 이해에 대해서는 여느 박사 못지 않은 천재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길모는 핸디캡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를 통해 자신에게 닥친 모든 어려움들을 벗어났다. (조금은 핀트가 나간 얘기인지도 모르겠지만, 한 가지만 잘 해도 살아남는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나던 대목이었다) 

 

' 수'라는 것은 실상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접했을때 무턱대고 어렵다고 생각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워낙 "ㅇㅇ법칙"이라고 하면 어려울 것만 같은 느낌이 먼저 드는 건, 수와 친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느끼는 너무나도 당연한 낯섦일테니까. 하지만 길모가 하는 수는 그냥 놀이같았다. 그 어떤 법칙이라도 설사 그 법칙을 알고 있지 않더라도 수와 수 사이의 법칙을 설정하고 그들의 규칙을 규정하는 데에 있어서 길모는 모든 것을 놀이처럼 갖고 놀았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2~3일 생각하면 법칙을 알아내곤 했으니까. 그래서 수를 가지고 노는 길모를 보면서 이 책에 줄기차게 등장하는 "ㅇㅇ법칙"들에 대해 조금은 관심이 갔다. 벤퍼드 법칙, 베르트랑 공준, 푸앵카레 추측, 죄수의 딜레마 등등. 벤퍼드 법칙 같은 경우는 실제 생활에 많이 쓰이는 법칙이라 들어서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법칙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알지 못했는데, 길모는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해줬다. 자신이 지금 무슨 법칙을 쓰고 있으며 상대방이 무슨 법칙을 쓰고 있는지, 그 유래는 뭔지 늘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 설명을 보면서 조금씩은 법칙을 이해하게 됐으며 그리고 아주 조금은 수를 즐길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수 에 대해 우선인 이 책에서 또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점은.. 사랑이야기다. 길모가 그 많은 나라들을 거쳐서 전 세계적인 범죄자가 된 이유가 사랑. 그 하나였다. 영애라는 소녀의 존재. 책 표지에 쓰여 있던 "헤어진 것들은 다시 만난다"라는 것은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애라는 소녀는 길모가 수용소에 들어갔을 때 만났던 소녀였다. 그리고 길모에게 있어 단 하나의 사랑이기도 하다. 그저 길모가 갖고 있는 그 마음은 '사랑'을 알지 못해도 가질 수 밖에 없는 감정...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여기까지. 

 

 

 

 

북 한 꽃제비와 수용소 등의 이야기를 다루고 탈북자라는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이 소설책을 읽는 동안에도 TV 뉴스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책과 현실 사이의 느낌이 가끔은 같은 것도 같고 다른 것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몰라서 읽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한 번 탄력이 붙으니 끝까지 쭉쭉 읽어나갈 수 있었던 재미있었던 책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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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심리술 - 단숨에 느낌 좋은 사람이 되는 기술
시부야 쇼조 지음, 안희탁 옮김 / 지식여행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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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제스쳐의 중요성은 말로 다 헤아릴 수 없을만큼 중요했다. 그래서 제스쳐를 읽는 방법들을 적어놓은 책들을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읽었던 책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단편적으로 기억나는 클린턴 대통령이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를 만졌다는 일화나, 각국의 정상들끼리 만나서 서로 왼쪽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는 기싸움 일화. 그때부터 알게 된 행동(제스쳐)의 중요성. 이 책을 읽으면서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느꼈다. 그리고 이 책은 작가가 "행동"에 대한 범위를 넓게 둔 것인지 일반적인 손 발, 스타일 뿐만 아니라 말투, 취향, 관계에 대한 이해도도 담았고, 마지막 챕터는 연애를 부르는 느낌 좋은 행동을 담았다.(나는 왜인지 마지막 챕터부터 먼저 읽고 있더라...ㅋ)

 

 

 

이 책은 중간중간 삽화도 그려져 있고 심리테스트 마냥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들어있어서 보는 내내 즐겁다. <인간관계 심리술>이 따분하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행동 심리술>이 훨씬 더 부드러운 느낌이다. 책의 구성도 색감도. 그래서 꽤 술술 읽히는 책이고,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부분이 많은 책이다. 또 읽다보면 관상 혹은 느낌에 대한 이야기들도 나오는데, 꼭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들어있는 책을 읽는 느낌이 든다. 흥미로운 책이고 재미있다. 

 

 

p.48~50

- 시선을 왼쪽 위로 두면, 과거의 경험이나 지금까지 보았던 것을 떠올리는 것이다.

- 시선을 오른쪽 위로 두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광경을 상상하고 있다.

- 시선을 왼쪽 아래로 두면, 음악이나 목소리 등 청각에 관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 시선을 오른쪽 아래로 두면, 육체적인 고통 등 신체적인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눈은 상대를 보는 기관임과 동시에 상대가 나를 보는 기관이기도 하므로 항상 주의하기 바란다.

 

이 부분을 볼 때 어디서 많이 들어봤던 이야기들이 딱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거짓말을 할때 눈을 먼저 깜빡거린다든지, 시선의 위치에 따라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다든지 같은 이야기들은 많이 들어는 봤지만 찾아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데- 여기 책에서 딱 정리를 해 주니까 깔끔하면서도 알기 쉬웠다. 이렇게 정리를 해 놓은 부분들이 상당수라서 책을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한다. 

 

참, 이것 말고도 아까 관심을 뒀다던 연애를 부르는 느낌 좋은 행동 부분은 남성들이 읽어둬야 할 부분이다. 여자와 남자의 인식차이부터 데이트를 어떻게 이끌고 나가야 하는지까지 짧은 분량이지만 꽤 여러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작가는 심리학자로서 이런 저런 연구를 하다보니 전문분야가 아니라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대강의 가이드라인정도는 세울 수 있게 된 거고, 그로 인해서 책에 집어넣을 생각까지 한 것 같다. 보니까 소소하고 귀여운 내용들이나 남자들이 이정도만 알아도 여자에게 첫인상을 좋게 심어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여자니까 책에 언급된 정도를 숙지한 남자가 있다면 꽤 배려있는 남자라고 생각하게 될 듯.

 

 

 

꽤 많은 이야기들이 짧게 짧게 담겨 있어서 그 중 어떤 한 가지가 궁금하다면 좀더 자세한 책을 살펴봐야 할 테지만,

이 정도의 이야기들만 알고 있는다면 적어도 호감이 있는 상대에게 방어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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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 - H.O.T 이후 아이돌 팬덤의 ABC 이슈북 8
이민희 지음 / 알마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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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자극적이다. 팬덤과 팬질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야 팬덤인지 빠순인지 그게 뭔 차이냐며 별 생각 안할테지만, 가수든 배우든 뮤지컬배우든 그 누구의 팬을 자처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신경쓰일 단어다, "빠순이"라는 단어. 절대 좋은 뜻으로 쓰이는 단어가 아니었다고 들은 이 단어는 어느순간부터 팬들을 지칭하는 단어가 돼 버렸고, 지금도 여전히 팬을 비하하며 뭉뚱그리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그런 단어가 제목에 등장한다. 제목만 보면 딱 오해하기 쉬운 <팬덤이거나 빠순이거나>.

맨처음, 작가가 글 쓴 의도를 설명하는 글을 읽으면서 '팬덤의 본질에 다가서려했다'던 작가의 말이 궁금함을 돋웠다. 게다가 덜렁 네개의 차례는 날 더 궁금하게 했다. 그러나 책을 받아 들었을 땐, 코웃음을 쳤던 게 사실이다. 이 얇은 책에서 뭘 어떻게 풀어내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남들은 간단하게 치부해 버리는 팬들의 세계에도 일정한 룰이 있다. 그것을 설명하는데는 꽤 복잡할텐데 여기 어떻게 다 들어간다는거지?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팬덤에 속해있지 않고서는 그들의 행동들을 사례들를 모으고 정리한다고 개념이 제대로 설 리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근데 이 작가는 꽤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하고 있다. 내가 속해있지 않았던 서태지 시절, 1세대 HOT를 위시한 전성기를 지나 2세대 동방신기 그리고 현재 3세대라 불리는 수많은 아이돌에 이르는 그 체계를 말이다. 나는 2세대부터 속해있기 때문에(그렇다고 나는 동방신기 팬은 아니었다) 그때부터는 꽤 많이 알고 있다 자부한다. 그래서 이 책을 굉장히 흥미롭게 읽어 나갔다.


물 론 책이 한쪽으로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주변에서 물어볼 친구들 혹은 동생친구들이 동방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탓인지 대체로 동방신기에 관한 이야기들로 주를 이룬다. 그래서 아주 보편적이지 않은 국소적인 이야기들도 보편적이게 다뤄지고 있고, 조금은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도 보인다. 그러나 그건 작가가 조사한 자료의 한계라고 보지 작가의 한계라고 보지는 않는다. 얼마만큼의 자료를 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는 두서없이 이루어지는 것 같은 팬들의 세계를 잘 요약해 놓았고 설명해놓았다.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한 게 여러 번. 팬페이지, 움짤, 플짤, 찍덕, 서포트, 조공, 차트 지붕 뚫기, 팬픽 등등 주위에서 늘상 접하던 단어들을 이렇게 책 안에서 보니까 새롭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팬이 아닌 사람이라면 팬들에게 문득

그 열정과 애정으로 아이돌이 아닌 다른 관심사를 찾으라고 권하고 싶어질지 모른다. 그러면 자아계발은 물론 사회에 이바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뛰어난 프로 스포츠 선수에게 그 근성으로 고시를 준비하라는 제안과 비슷하다. 팬덤은 나의 아이돌을 위해서일 때에만 강력한 에너지를 터뜨린다.

 

 

이 나이에 무슨 아이돌 팬질이라며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사회에서는 일코라고 불리우는 '팬질하는 것을 알리지 않는 것'을 해야만 한다. 정말 위의 말처럼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봤기 때문이다. 팬들도 잘 안다. 오빠 학력고사가 있다면 전국 1등은 나일거라고 스스럼 없이 이야기하곤 하니까. 알고 있기에 사회에선 조용히 하는 것이다. 손가락질 받지 않기 위해.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애정을 보이는 것에는 어떤 의도가 있을 리 없고, 엄청나게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하는데 일반인들의 눈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단락이 꽤나 마음에 박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사회적 관심이 아니다

계 몽은 더더욱 아니다. 그들의 바람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활동기간 동안 사고없이 성취를 거듭하는 자랑스러운 아이돌을 원한다. 또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취향에 대한 말없는 존중을 원한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HOT의 데뷔로부터 지금까지 팬덤이 획득하지 못했던 사회적 배려들이다.

 

 

 

많 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정말 작가의 저 단락은 팬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내 놓은 답인 것 같다. 취미생활은 일상생활에 활력을 주는 존재이지 해악을 입히는 존재가 아니듯, 그저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가진 이들에게 굳이 색안경을 끼고 들이댈 필요가 있을까. 취미생활을 하는 걸 가지고 욕을 듣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이가 피아노가 취미라고 하면 별 말 없이 넘어가는 것처럼, 오늘도 팬들은 누군가가 아이돌을 좋아한다고 해도 말 한마디 보태지 말고 별 말 없이 넘어가는 사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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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오프닝 - 하루 한 끼, 당신의 지성을 위한 감성 브런치
김미라 지음, 조정빈 사진 / 페이퍼스토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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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조금만 읽다보면, 내가 DJ가 된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DJ가 되어서 어디선가 방송을 듣고 있을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

아 마 이 책을 쓴 작가의 원고를 읽었던 DJ들의 느낌이 바로 내가 느낀 이 느낌이 아니었을까.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이지만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 그를 통해 위로를 전하거나 생각하기를 권하거나를 자신의 목소리로 할 수 있다는 것. 참 마음 따스해 지는 기분. 한 페이지의 글을 읽고 나면 그 뒤에 이렇게 말을 붙여야만 할 것 같다.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떠셨나요? 여기는 0000입니다."라고.

 

 

 

 

사람들은 흘려버리듯이 라디오를 듣고, 혹은 배경으로 깔아두고 이야기를 한다. 라디오는 일상에서 늘 그런 존재다.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것. 편한것. 요즘같이 디지털 시대에는 느끼기 힘들테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자리를 옮기기 위해서 탄 버스에서도, 급하게 탄 택시에서도, 음식을 먹으러 들어간 음식점에서도, 팬시점에서도, 미용실에서도, 사람이 있는 곳에서 라디오를 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렸을때부터 라디오를 많이 들은 편이었다. 물론 학교에 다녀야 하는 특성상 라디오는 주로 저녁시간때 듣기 시작했지만, 고등학교 시절 수험공부를 할 때는 독서실에서 내 가장 친구이자 벗이었다. 그렇게 접하기 편해서 그런가, 아니면 마음먹고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라디오 오프닝에 대해서는 한 번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아니 오프닝을 귀담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오프닝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귀담아 듣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니까. 라디오 시작 시그널이 나오는가 싶으면 어느새 첫곡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새삼 책을 읽으면서 느낀 오프닝 원고의 깊이...

 

아무래도 라디오의 진수는 2시간동안의 DJ 솜씨도 아니고, 음악 선곡 능력도 아니고, 게스트 섭외 능력이나 게스트를 이끌어가는 솜씨도 아닌 듯 하다. 이 모든 것이 중요하지만, 라디오의 진수는 바로 오프닝 원고같다. 매일매일 진행되는 라디오의 특성상 매일 다른 이야기로 오프닝을 끌어내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닐테다. 하루의 아주 잠깐 지나간 일 조차도 오프닝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만큼 관찰력도 필요하고, 여러 분야의 지식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도 해야 할 것이고. 세상엔 수많은 생각들이 있고 수많은 지식들이 있다. 그것들을 잘 엮고 자신의 생각을 녹여내고, 생각할거리를 적어내서 열심히 짜낸 것이 프로그램의 첫 시작 오프닝. 실상 아주 짧은 순간에 지나가는 글이지만, 이 짧은 글 속에 담긴 작가의 노력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짧 은 글로 사람의 마음에 똑똑 노크를 할 수 있는 감성. 나는 작가의 그 감성이 마음에 든다. 전혀 생뚱맞은 두 개의 이야기를 엮어서 글을 썼을땐 두 이야기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도 더러 있었고, 이렇게 썼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던 글들도 있지만, 역시 책을 읽으면 작가의 세상을 보는 시선에 나까지도 온순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어떤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서 하나의 주제를 잡고, 그 주제를 풀어내기 위해서 다른 이야기거리를 들고 오거나 경험을 얹고 말을 잇고 살을 붙이고. 그 곁에 따스한 자신의 시선을 보태서 만들어진 오프닝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 보다는 중립에 서서 담담히 이야기 한다. 

 

그래서 작가는 이 책에 '지성을 위한 감성 브런치'라는 부제를 달았나보다.  

같이 공존하기 힘들 것 같은 지성과 감성이라는 녀석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느즈막히 일어나서 먹는 브런치처럼 삶의 여유를 맛볼 수 있게 만드는 책. 

읽기 어렵지 않고, 쉬운 내용들 뿐이니, 머리 복잡할때 간단히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으시는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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