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오프닝 - 하루 한 끼, 당신의 지성을 위한 감성 브런치
김미라 지음, 조정빈 사진 / 페이퍼스토리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조금만 읽다보면, 내가 DJ가 된듯한 느낌이 든다. 마치 DJ가 되어서 어디선가 방송을 듣고 있을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말을 하고 있다는 느낌.

아 마 이 책을 쓴 작가의 원고를 읽었던 DJ들의 느낌이 바로 내가 느낀 이 느낌이 아니었을까.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이지만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 그를 통해 위로를 전하거나 생각하기를 권하거나를 자신의 목소리로 할 수 있다는 것. 참 마음 따스해 지는 기분. 한 페이지의 글을 읽고 나면 그 뒤에 이렇게 말을 붙여야만 할 것 같다. "오늘 당신의 하루는 어떠셨나요? 여기는 0000입니다."라고.

 

 

 

 

사람들은 흘려버리듯이 라디오를 듣고, 혹은 배경으로 깔아두고 이야기를 한다. 라디오는 일상에서 늘 그런 존재다.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것. 편한것. 요즘같이 디지털 시대에는 느끼기 힘들테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자리를 옮기기 위해서 탄 버스에서도, 급하게 탄 택시에서도, 음식을 먹으러 들어간 음식점에서도, 팬시점에서도, 미용실에서도, 사람이 있는 곳에서 라디오를 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렸을때부터 라디오를 많이 들은 편이었다. 물론 학교에 다녀야 하는 특성상 라디오는 주로 저녁시간때 듣기 시작했지만, 고등학교 시절 수험공부를 할 때는 독서실에서 내 가장 친구이자 벗이었다. 그렇게 접하기 편해서 그런가, 아니면 마음먹고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라디오 오프닝에 대해서는 한 번도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아니 오프닝을 귀담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오프닝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귀담아 듣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니까. 라디오 시작 시그널이 나오는가 싶으면 어느새 첫곡이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새삼 책을 읽으면서 느낀 오프닝 원고의 깊이...

 

아무래도 라디오의 진수는 2시간동안의 DJ 솜씨도 아니고, 음악 선곡 능력도 아니고, 게스트 섭외 능력이나 게스트를 이끌어가는 솜씨도 아닌 듯 하다. 이 모든 것이 중요하지만, 라디오의 진수는 바로 오프닝 원고같다. 매일매일 진행되는 라디오의 특성상 매일 다른 이야기로 오프닝을 끌어내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닐테다. 하루의 아주 잠깐 지나간 일 조차도 오프닝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만큼 관찰력도 필요하고, 여러 분야의 지식을 아우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도 해야 할 것이고. 세상엔 수많은 생각들이 있고 수많은 지식들이 있다. 그것들을 잘 엮고 자신의 생각을 녹여내고, 생각할거리를 적어내서 열심히 짜낸 것이 프로그램의 첫 시작 오프닝. 실상 아주 짧은 순간에 지나가는 글이지만, 이 짧은 글 속에 담긴 작가의 노력은 고스란히 전해진다. 

 

짧 은 글로 사람의 마음에 똑똑 노크를 할 수 있는 감성. 나는 작가의 그 감성이 마음에 든다. 전혀 생뚱맞은 두 개의 이야기를 엮어서 글을 썼을땐 두 이야기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도 더러 있었고, 이렇게 썼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던 글들도 있지만, 역시 책을 읽으면 작가의 세상을 보는 시선에 나까지도 온순해지는 듯한 느낌이다. 어떤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서 하나의 주제를 잡고, 그 주제를 풀어내기 위해서 다른 이야기거리를 들고 오거나 경험을 얹고 말을 잇고 살을 붙이고. 그 곁에 따스한 자신의 시선을 보태서 만들어진 오프닝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기 보다는 중립에 서서 담담히 이야기 한다. 

 

그래서 작가는 이 책에 '지성을 위한 감성 브런치'라는 부제를 달았나보다.  

같이 공존하기 힘들 것 같은 지성과 감성이라는 녀석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느즈막히 일어나서 먹는 브런치처럼 삶의 여유를 맛볼 수 있게 만드는 책. 

읽기 어렵지 않고, 쉬운 내용들 뿐이니, 머리 복잡할때 간단히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으시는 분들께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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