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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소년 1
이정명 지음 / 열림원 / 2013년 5월
평점 :
내가 이정명 작가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쓴
소설이 연극 무대로 옮겨지고 나서였다. 나는 그의 소설을 먼저 접한 것이 아니라 무대로 옮겨진 이야기를 더 먼저 접했다. 그리고
무대로 옮겨 놓아도 짜임새 있는 그의 이야기에 한 눈에 반해 버렸다. 그래서 찾아 읽게 된 원작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지금은 신작이 나오면 으레 한 번씩은 찾아보게 되는 작가다. (내가 연극으로 본 작품은 너무나도 유명한 <뿌리 깊은
나무>였다. 2년에 걸쳐 같은 연극을 2번 보게 됐던 것이 우연은 아닌 것 같았다.)
이
번에 새로 나온 신작은 <천국의 소년>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고 '바보라 불린 어느 천재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이것만 봐도 주인공이 어떤 느낌일지 감이 오지 않나. 주인공 안길모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다.(아스퍼거 증후군:) 하지만
'수'에 대한 이해에 대해서는 여느 박사 못지 않은 천재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길모는 핸디캡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를 통해 자신에게 닥친 모든 어려움들을 벗어났다. (조금은 핀트가 나간 얘기인지도 모르겠지만, 한 가지만 잘 해도 살아남는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나던 대목이었다)
'
수'라는 것은 실상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껴진다. 그래서 처음 이 책을 접했을때 무턱대고 어렵다고 생각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워낙
"ㅇㅇ법칙"이라고 하면 어려울 것만 같은 느낌이 먼저 드는 건, 수와 친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느끼는 너무나도 당연한 낯섦일테니까.
하지만 길모가 하는 수는 그냥 놀이같았다. 그 어떤 법칙이라도 설사 그 법칙을 알고 있지 않더라도 수와 수 사이의 법칙을
설정하고 그들의 규칙을 규정하는 데에 있어서 길모는 모든 것을 놀이처럼 갖고 놀았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2~3일 생각하면
법칙을 알아내곤 했으니까. 그래서 수를 가지고 노는 길모를 보면서 이 책에 줄기차게 등장하는 "ㅇㅇ법칙"들에 대해 조금은 관심이
갔다. 벤퍼드 법칙, 베르트랑 공준, 푸앵카레 추측, 죄수의 딜레마 등등. 벤퍼드 법칙 같은 경우는 실제 생활에 많이 쓰이는
법칙이라 들어서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법칙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알지 못했는데, 길모는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해줬다. 자신이
지금 무슨 법칙을 쓰고 있으며 상대방이 무슨 법칙을 쓰고 있는지, 그 유래는 뭔지 늘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 설명을 보면서
조금씩은 법칙을 이해하게 됐으며 그리고 아주 조금은 수를 즐길 마음도 들었던 것 같다.
수
에 대해 우선인 이 책에서 또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점은.. 사랑이야기다. 길모가 그 많은 나라들을 거쳐서 전 세계적인 범죄자가 된
이유가 사랑. 그 하나였다. 영애라는 소녀의 존재. 책 표지에 쓰여 있던 "헤어진 것들은 다시 만난다"라는 것은 책의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애라는 소녀는 길모가 수용소에 들어갔을 때 만났던 소녀였다. 그리고 길모에게 있어 단 하나의
사랑이기도 하다. 그저 길모가 갖고 있는 그 마음은 '사랑'을 알지 못해도 가질 수 밖에 없는 감정...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여기까지.
북
한 꽃제비와 수용소 등의 이야기를 다루고 탈북자라는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이 소설책을 읽는 동안에도 TV 뉴스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북한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책과 현실 사이의 느낌이 가끔은 같은 것도 같고 다른 것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몰라서 읽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한 번 탄력이
붙으니 끝까지 쭉쭉 읽어나갈 수 있었던 재미있었던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