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좋은 질문 642
샌프란시스코 작가집단 그로토 지음, 라이언 옮김 / 큐리어스(Qrious)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책소개에 나와 있는대로 문자 그대로 '신기한 책'이었다. 생각했던 것처럼 이라고 해야할까 생각했던 것보다 라고 해야할까. 책은 정말 '질문'만 가득한 책이었으니까 말이다. 책의 구성은 아주 간단했다. 책의 저자인(저자라고 하기에는 질문을 보낸 35명의 다른 작가들이 있으므로 맞지 않는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 질문들을 정리하고 편집장에게 보낸것은 포 브론슨이라는 작가이기 때문에 저자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서 저자라고 하기로 한다) 포 브론슨이 왜 이 책을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앞의 몇 장 가량을 할애했을 뿐, 그 뒤로는 소위 글감이라고 해야할 질문들만 가득가득 자리했다. 1번의 질문부터 642번의 질문까지. 질문의 아래쪽에는 여분의 자리를 두었다. 한 페이지에는 많게는 4개, 적게는 2개의 질문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고 나머지는 여백으로 두었다. 책의 저자는 이 글감들을 통해서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책에다 그대로 적어두기를 원했다. '책'이라는 범주를 넘어서서 그저 글감들이 모여 있는 자신의 노트 정도로 여겨지길 바랐기 때문이다. 나는 포 브론슨이 바라는대로 글을 적어보지는 않았다. 그저 마음에 드는 질문들에 체크를 해 두었을 뿐.

 

책의 제목이기도 한 642라는 숫자. 애초에 왜 질문이 642개여야만 하는지 제대로 나오지는 않는다. 왜인지 642이라는 숫자에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숨어 있을법한 느낌이 큰데, 아무래도 그런건 없는 듯 하다. 포 브론슨이 이런 일을 제의한 편집장에게 왜 642여야만 하냐고 물었지만, 그저 642개의 질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대답만 돌아왔으니까. 무튼, 질문들 642개 중에서 몇 개만 뽑아봤다.

 


7 '응', '음', '어...', '으음...'만으로 대화하는 장면을 써 보아라.

43 하고 나서 지금도 늘 후회하는 말

55 돈뭉치를 발견하다

85 기다리다

166 기대하지 않은 선물

305 고장 난 전자제품 문제로 고객 상담센터에 전화했을 때 담당자에게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인가?

434 왜 당신이 하는 일은 항상 옳고 남이 하는 일은 잘못된 것일까?

 

 

 

책에 있는 642가지의 글감들은 대체로 이런식이다. 이것들은 그 중에서 내가 마음에 드는 것들로 몇개 체크해 놓은 것들 중 일부이다. 질문은 하나의 단어이기도 했고, 구체적인 상황을 주기도 했다. 자신이 정해놓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써 보기를 원하는 질문도 있었고, 덩그러니 문장만을 던져주기도 했다. 삶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고, 상상해서 써보게 한다거나 혹은 무언가를 설명하게 하거나. 굉장히 번뜩이는 재치들이 들어있기도 했고, 정말 노멀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도 했다. 연속되어 이어지는 질문들도 존재했고, 언뜻언뜻 이건 같은 사람이 질문하지 않았을까 하는 패턴들도 존재하는 듯 보였다.

 

글을 써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글감을 정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인지 말이다. 글감이라는 게 굉장히 무한한 것 같이 보이고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지만, 그 많은 글감들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글감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 책의 질문들을 보면서도 느꼈다. 새로운 글감으로 글을 쓰는 건 꽤 두근거리는 작업이다. 그것이 누구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든 아니든. 이 책은 아마 642개의 질문을 다 생각해보기 전까지 펼쳐 볼 때마다 두근거림을 가져다 줄 것 같다.

 

 

 

 

덧) 질문에 답을 달아봤던 몇 개를 옮겨본다. 아마 어느날은 또 다른 답이 나올테지만, 오늘은 이런 답들을 달고 싶다.

 

85 기다리다

                   너를.

 

- 이 '기다리다'를 봤을 때 다른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 머릿속에 생각나는 건 저 한 단어 '너를' 뿐이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내게는 꽤 울림이 되는 문장인 듯.

 

 

7 '응', '음', '어...', '으음...'만으로 대화하는 장면을 써 보아라.

 

"어...."

"응"

"어..."

"응"

"어..."

"응"

"어..."

"응....."

 

- 요즘 겨울이라 슬픈 발라드들만 들어서 그런가, 이 질문을 봤을때 단번에 헤어지는 연인을 생각했다. 이별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말을 끄는 한 사람, 그리고 이별임을 예감하고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다른 한 사람. 이 연인은 서로를 배려함에 있어서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너무 아픈 상처로 남지 않기를 바라며.. 겨울은 사람을 꽤 감상적으로 만드는 계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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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인생의 목적어

2. 포트레이트 인 재즈

3. 독서공감, 사랑을 읽다

4. 당신에겐 그런 사람이 있나요?

 

 

 

(1) 새로 나온 책의 에세이 분야를 클릭해서 이런저런 목록을 읽어보는 중 제목과 지은이를 보자마자 "이건 읽어야해!"라고 생각한 정철의 <인생의 목적어>. 이분의 책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한다. 엉뚱하면서도 일반적이지 않은 생각들을 하는데, 그것들이 온통 낯선것들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익숙해진 것들에게 시선을 다르게 던져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며칠 전에 서점에 들렀을때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사야지,란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만약 12월의 책으로 선정된다면 굉장히 기분이 좋을것만 같다. 

 

(2)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인 <포트레이트 인 재즈>를 골라봤다. 하루키가 재즈에 굉장히 조예가 깊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정작 에세이를 읽어본 적은 없다. 워낙에 재즈라는 장르 자체가 가깝게 다가가기 어려운 듯한 느낌의 음악이란 인식이 강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대중적인 느낌은 아니다. 그루브가 심해서 울렁울렁 거리는 듯한 느낌도 있고 아직까지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느낌의 곡들이 많은 듯하게 생각되는데, 혹시나 모르겠다. 이 책을 읽어보고 재즈의 매력에 퐁당 빠질런지는.

 

(3) 누군가의 독서목록을 살펴보고 참고하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전혀 모르는 책을 찾을 수도 있고 같은 책의 다른 점을 발견할 수도 있고. 그런점에서 <독서공감, 사랑을 읽다>라는 책은 내가 조금은 간과하고 있는 소설 장르의 독서 리스트다. 아무래도 정신을 집중해서 스토리라인을 따라가야 하는 소설은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금은 멀리하고 있는 중이라서, 새로 독서리스트를 업데이트 할겸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4) 제목과 책의 표지가 마음에 든 책이다. 내가 책을 고르는 방법 중 하나인데, 이건 좋은 책을 만날 확률은 반반정도다. 마음에 들어서 둘려봤는데 내용까지 내 맘에 들면 금상첨화. 다행히 이 책은 작가 무무의 에세이다. 이정도면 훌륭하다. <오늘 뺄셈>을 잘 읽었던지라, 이 책이 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동안 일괄적으로 노골적으로 밀었던 사랑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ㅎㅎ

 

 

 

1.     2.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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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구두를 고쳐 신을 시간 - 한순간도 인생을 낭비한 적 없는 그녀의 이야기
김진향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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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처음 만났을 때는 엄청 상큼한 책인 줄 알았다. 그렇지 않은가. 책의 분위기도 꽤나 예뻤고 저자도 예쁘장한 미인이었으니까- 근데 읽어보면 읽을수록 그런 책이 아니더라. 꽤 많은 굴곡이 있었던 파란만장하다면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물론 본인이 선택한 굴곡이었지만 저자 본인은 그 일들을 당당하게 이야기 할 만큼 자신이 있는 듯도 했다. 스물 여덟이라는 많지 않은 나이- 남들 다 가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선택한 길들에서 직접 부딪혀 보고 깨지고 고생도 하고 깨달음도 얻으면서 달려온 8년이라는 시간. 아마 저자에게는 그 시간이 헛되지 않은 듯 하다.

 

나도 작가와 비슷한 나이 또래지만, 경험은 그렇게 풍부하지 않다. 공부를 나름대로 했었고, 그래서 꽤 편하게 대학교에 다녔었으며, 집안에서는 첫딸인데다 공부를 한다고 이런저런 일들을 안 시켰던지라 경험은 글쎄.. 남들보다 못하다고 하는 게 맞을 듯 하다. 그 흔한 아르바이트조차 엄마 가게에서 잠깐씩 일손을 돕는 게 다였었으니까 말이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에 사회생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조금 무딘 성격을 지녔고 꽤 긍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평을 주위 사람들에게 듣는 중이다. 경험은 많을수록 살아가는데 있어서 굉장히 많은 것을 제공해 주기도 하고, 사람을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굳이 그런 일들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안전한 것이 결코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옛사람들의 말처럼, 모든지 안전하게 다녀서 나쁠 건 없으니까.

 

물론 안전한 것을 선택해서 재미가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금상첨화겠다. 남들이 알아주고 아니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 솔직히 안전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무모한 도전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지. 저자는 안전한 선택지를 마다하고 용기있는 도전을 했다.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일을 했고, 그리고 많은 것을 이뤄가려 노력했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불편했던 점은, 그 고생과정이 전부 무용담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나는 이럴때 이런 식으로 했어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이렇게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라며 자신의 인생을 자랑하는 듯한 그런 느낌. 책을 자세히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저자는 순간순간의 자신의 기분에 느낌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 무모하게 맞지도 않는 카페를 열기도 했고, 쇼핑몰을 운영해 보기도 했으면서, 강의도 해 봤다. 많은 것을 겪기는 했지만, 그 힘든 순간들을 헤쳐나가는 데에는 어느정도 운이 적용됐던 게 사실이다. 우연찮게 좋은 게 나와서라든가 우연찮게 누군가 인수해줘서,라는 식의 글을 봤을 때 '이건 좀 아니지 않나'란 생각을 했다. 그 일을 끌어가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했다는 건 알겠는데, 그 노력의 끝이 우연찮게 이뤄진 것들이라니. 그런 우연은 결코 내가 원한다고 해서 나에게 오지 않는 것 아니던가.

 

차라리 그런것들보다 '구두를 만들면서 고객들을 보고 느낀점'을 서술한 부분들이 더 정이 갔다. 처음으로 아내와 딸에게 똑같이 생긴 구두를 선물하는 아빠의 모습이라던지, 웨딩슈즈를 만들었던 부분이라던지. 그런 부분을 늘려서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이 조금 더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아쉽다. 중간중간 어이없이 튀어나온 '소설'은 도대체 왜 들어가 있는건지 잘 모르겠더라. 저자는 그런 말을 했다. 자신은 조금 들어준 것밖에 없는데 환하게 얼굴을 밝히고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저자를 만나보지 않고 단지 책으로만 만나서 내가 갖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자가 많은 것을 경험해봤음에는 틀림없고 그럼으로 그녀의 도전정신은 크게 사는 바이다.

 

구두를 고쳐 신을 시간, 사실 그건 늘상이지 않을까.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기회는 항상 열려 있을 것이고 그것을 두드리느냐 마느냐는 오롯한 본인의 선택.

새로운 도전이 무조건 좋다는 것만은 아니지만 자신의 인생에 있어 책임을 질 수 있다면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성인의 특권은 도전이 자유롭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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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빠는 딸들의 첫사랑이었다 - 딸에게 물려주는 아빠의 아이디어 노트
이경모 지음 / 이야기나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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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좋으면서 아프고 아련하면서도 여러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느껴질 수 있는 몇 안되는 단어중에 으뜸인 단어는 이 단어밖에 없지 않을까. 바로 엄마 아빠. 곁에서 항상 함께하면서도 냉정한 조언자 역할을 가장 잘 해줄 수 있고, 언제나 나를 위한 사랑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세상에 하나뿐인 내 편- 그런데 생각해보면 신기하게 엄마와 아빠에 대한 굉장히 다른 생각을 느끼게 된다. 여자인 내 경우를 보자면 엄마는 내 미래 모습과 자주 겹쳐보인다. 엄마의 솜씨 좋은 음식 레시피를 배우고 싶어하고, 엄마만의 육아 노하우도 닮고 싶어한다. 그래서 엄마는 내가 앞으로 '롤모델'로 삼고 싶은 마음이 크고, 아빠의 경우엔 '내 애인'으로 삼고 싶은 마음쪽이 크다. 물론 이 경우는 어렸을 때로 한정이 되긴 하지만, 세상에서 처음 접하는 남자고 나를 무조건 사랑해주는 유일한 남자이기 때문에 아빠는 어렸을때부터 이성적으로 느끼는 듯 하다. "나는 크면 아빠랑 결혼할래"라고 이야기 안 해 본 여자 아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렇게 서로 다른 느낌의 엄마와 아빠.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애틋함이 다르다. (지금 내가 언급하려 하는 책은 '아빠'와 관련된 이야기니 이후에는 아빠에 대한 이야기 위주로 하려 한다.)

 

나는 굉장히 무뚝뚝한 딸이다. 어렸을 때는 꽤나 귀여운 척 좀 떨고 애교도 부렸던 걸로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머리가 좀 굵어진 뒤로는 애교나 귀여움 등을 누군가의 앞에서 보이는 게 어색하고, 지금 현재 내 덩치와는 맞지 않는 모습이라서 하지 않아버릇 했더니 여성스러움과는 좀 먼 생활을 하고 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되게 많이 보이쉬한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우리 아빠는 툴툴거릴때가 많다. 딸 같지 않다고. 근데 아빠도 경상도 사람이라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아서 그렇게 대화가 많거나 한 가정은 아니다. 대화가 없는 게 자연스럽고 각자의 공간이 따로 존재하는 아빠와 나의 관계.

물론 나도 엄마한테 엄청 혼난 다음에 아빠 퇴근할때까지 기다렸다가 울면서 달려들었던 어렸을 때의 기억이 아직 남아 있다. 아빠한테 울면서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 엄마한테 맞았던 부위들 보여주면서 일러바치면 엄마가 옆에서 얘처럼 여우가 없다고 그랬던 기억도 아직 선명하게 기억난다. (어렸을땐 정말 여우 저리가라였던 것 같은데, 왜 지금은 곰이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나의 즐거움은 회사 다녀온 아빠와의 만남이었고, 아빠도 늦게 얻은 딸이라서 유독 예뻐했었다고 엄마가 그랬다.

 

그래서 제목과 책의 제목인 "모든 아빠는 딸들의 첫사랑이었다"라는 문장을 봤을 때 무언가 쿵, 마음을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내게는 쥐약이라고 했던 포스트가 어딘가에 있을텐데, 이 책은 좀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내가 책을 고르는 취향은 제목으로부터 오는 느낌이 제일 먼저인데, 이 책은 읽으면서 더 좋아졌다. 아빠가 딸에게 해주고픈 이야기. 좀더 세상을 살아본 사람으로서, 딸을 사랑하는 한 남자로서, 아빠로서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적어 놓았던 공책을 다듬어서 낸 책인데 와 닿는 것이 많았다. 무엇보다, 딸에게 이야기하듯이 쓴 구어체 문체가 읽어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아빠 음성을 불러와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아빠는 살가운 친구같은 아빠가 아니다. 권위적이면서 대화를 별로 안하는, 한국의 아버지상에 퍽 잘어울리는 경상도 남자다. 지금이야 친구같은 아빠, 아이와 같이 놀아주는 친숙한 아빠가 대세이지만 나 자랄때까지만 하더라도 육아는 전적으로 엄마의 몫이었으니 누군가를 위하는데 있어서 조금 서툴다. 근데 이상하게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아빠의 음성으로 대체가 되면서 마치 우리 아빠가 내게 이런 저런 일들을 일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아빠가 나에게 하는 당부 같은 느낌. 본문에 '아빠'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아빠는 말이다' 혹은 '아빠는 그랬으면 좋겠어' '아빠는 그렇단다. 너는 그렇지 않니?' 이런식으로. 그래서 더 잘 몰입하게 되는 부분도 있고.

 

저자는 "더 오래 산 인생의 선배로서 전하는 잔소리가 아닌 깨달음의 이야기"라고 머릿말에 소개했다. 자신이 적어내려간 말이 혹 잔소리가 되지 않을지 걱정하면서도 꼭 일러주고 싶은 것들을 적어놓은 노트. 얼만큼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그저 이 책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 아빠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도 이와는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마 아빠도 무뚝뚝하지 않았다면 내게 이런 얘기를 해줬었겠지, 뭐 이런 생각. 책이 품고 있는 이야기보다 더 따뜻한건, 아마도 이 책을 쓴 '아빠'의 마음이 와 닿아서다. 아들을 대하는 아빠와는 절대 같지 않을 딸을 대하는 아빠의 조심스럽고도 사랑스럽고도 복잡복잡한 그 마음을 대변하는 책.

 

 

 

 

 

덧) 책의 마지막에 이런 구절들이 나온다.

 

"고마워 아빠. 아빠 딸이어서 참 행복했어."

"고맙구나, 딸."

"다시 태어나도 내 아빠 되어줄거지? 지금처럼."

 

책을 읽으면서 한 번도 울컥한 부분이 없었는데 마지막 이 평범하면서도 와닿는 구절들에 울컥했다. 살면서 절대로 내가 뱉을리 없는 저 말들이, 너무나도 내가 하고 싶은 말들과 닮아 있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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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노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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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작가를 처음 알게 된건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을 통해서였다.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 책과 관련된 이 팟캐스트에서 흑임자 역할로 진행자 이동진과 함께 책 이야기를 맘껏 쏟아내고 있다. 재치있는 입담과 듣기 좋은 목소리, 안면 있는 작가들이 게스트로 나올때마다 쑥스러워하면서도 할 질문은 하는 센스까지 갖춘 김중혁 작가. 그런 그가 쓴 에세이라서 서평 책 추천책 중 한권으로 내가 추천하기도 했던 <모든게 노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라는 소재, 그리고 김중혁 작가의 글솜씨까지 합해진 이 에세이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있으니 당연히 눈길이 갈 수 밖에. 그렇게 좋아하는 것들이 모여서 조화를 이루기도 어려운데 <모든게 노래>는 썩 마음에 들었다. 아니 꼭 마음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김중혁 작가는 소설가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가 산문집을 낸 것도 알고 있었고, 칼럼을 쓰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왜인지 소설책은 읽어본 적이 있으나 산문집은 읽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문을 쓸 때의 글솜씨는 어떤걸까 궁금했다. 소설처럼 상상력이 넘치는 글일까? 김중혁 작가의 산문은 철저히 현실에 근거하는 글이다. 자신이 겪은 것, 생각했던 것에 기반을 둔 생활글.(생활툰이라는 용어가 있는 웹툰처럼 생활글이라는 용어 또한 사용가능할 것 같아서 적어봤다) 괄호 안에 따로 적힌 재기발랄한 생각들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는 '술술 잘 읽히는 순함 속에 숨어있는 재치'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빨간책방>에서도 끊임없이 아이팟 이야기를 하면서 음악 얘기도 빼놓지 않더니(김중혁 작가는 빨간책방에서 애플성애자로도 불린다),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노래를 많이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나이대가 반영하듯 나와는 많은 세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지만, 한 가수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넓게 아는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요즘처럼 음원유통 사이트에서 미리듣기가 가능한 1분안에 승부를 봐야하는 치열한 후크송들이 도래하기 전에, 카세트 테이프가 늘어지게 들었고, 더블데크로 누군가에게 녹음을 해 주기도 했으며, 씨디 한 장을 소중히 여겼던 그때의 감성들이 살아있는 그 시절의 음악들이 글 속에 생생히 드러난다. 물론 작가의 경험과 함께.

 

 

 

 

모든 이야기는 노래로 시작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노래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적이 더 많다. 근데 신기한게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가도 음악 이야기로 돌아간다. 한참 소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그 이야기가 노래 속 한 줄의 가사와 섞여서 자신의 경험을 노래 이야기로 풀어낸다. 부족하거나 한다면 노란 박스안에 글을 더 붙이기도 하면서 글을 풀어내는 능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빨간책방> 속의 그 재치가, 책을 읽는 내내 자동음성지원이 되는 듯해서 더 친숙해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책 속에서 가장 와 닿은 것은 "음악을 들을 때마다 뮤지션들의 시간을 생각한다.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고, 연주를 하고, 녹음을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발매를 하는 뮤지션의 시간을 생각한다. 모든 노래들은 시간을 이겨내고 우리의 귀로 전송된 음악들이다" 라는 문단이었다.

 

나는 적어도 어떤 식으로 녹음이 이뤄지는지 믹싱이 이뤄지는지 조금은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의 노력을 조금이나마 모르는 사람들보다는 많이 느낄 수 있었고, 그들의 노고를 위해서라도 한 곡도 마음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김중혁 작가의 저 문단은 내가 굉장히 동의하는 바이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1분 미리듣기로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는다. 조금 시간이 걸릴지라도, 내가 원하는 느낌의 곡이 아닐지라도 충분히 들어본 후에 골라낸다. 조금 더 좋아하는 곡인지 아닌지.

 

 

 

 

 

 

책속엔 이렇게 손글씨와 함께 김중혁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들도 함께 실려있다. 본인 일러스트도 함께.(ㅋㅋㅋㅋ 작가 본인과 일러스트가 너무나도 닮았다) 이런 손글씨에서 느껴지는 한땀 한땀의 기운이 독자를 기분 좋게 한다. 마지막 부분에는 자신이 10년 전쯤에 썼었던 노래 추천 리스트를 실어놓았다. 아는 노래가 루시드폴 뿐이라 나머지 곡들은 직접 찾아들어봤는데, 위에서 적어뒀던 김중혁 작가의 노래의 깊이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덧) 솔루션스, 루싸이드 토끼, W & JAS, 빅베이비 드라이버, 캐스커, 페퍼톤스 등 일반인들은 그렇게 많이 알지 못할 것 같은 인디씬 그룹들을 속속들이 이야기하는 걸 보니, 한국음악에 대한 이해도 또한 높은 듯 하다. 아니, 작가님은 언제 그렇게 많은 음악을 듣는건가요?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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