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덟, 구두를 고쳐 신을 시간 - 한순간도 인생을 낭비한 적 없는 그녀의 이야기
김진향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을 처음 만났을 때는 엄청 상큼한 책인 줄 알았다. 그렇지 않은가. 책의 분위기도 꽤나 예뻤고 저자도 예쁘장한 미인이었으니까- 근데 읽어보면 읽을수록 그런 책이 아니더라. 꽤 많은 굴곡이 있었던 파란만장하다면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이 펼쳐졌다. 물론 본인이 선택한 굴곡이었지만 저자 본인은 그 일들을 당당하게 이야기 할 만큼 자신이 있는 듯도 했다. 스물 여덟이라는 많지 않은 나이- 남들 다 가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선택한 길들에서 직접 부딪혀 보고 깨지고 고생도 하고 깨달음도 얻으면서 달려온 8년이라는 시간. 아마 저자에게는 그 시간이 헛되지 않은 듯 하다.

 

나도 작가와 비슷한 나이 또래지만, 경험은 그렇게 풍부하지 않다. 공부를 나름대로 했었고, 그래서 꽤 편하게 대학교에 다녔었으며, 집안에서는 첫딸인데다 공부를 한다고 이런저런 일들을 안 시켰던지라 경험은 글쎄.. 남들보다 못하다고 하는 게 맞을 듯 하다. 그 흔한 아르바이트조차 엄마 가게에서 잠깐씩 일손을 돕는 게 다였었으니까 말이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에 사회생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조금 무딘 성격을 지녔고 꽤 긍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평을 주위 사람들에게 듣는 중이다. 경험은 많을수록 살아가는데 있어서 굉장히 많은 것을 제공해 주기도 하고, 사람을 성장시키기도 하지만, 굳이 그런 일들을 만들고 싶지는 않다. 안전한 것이 결코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옛사람들의 말처럼, 모든지 안전하게 다녀서 나쁠 건 없으니까.

 

물론 안전한 것을 선택해서 재미가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금상첨화겠다. 남들이 알아주고 아니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 솔직히 안전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음에도 무모한 도전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지. 저자는 안전한 선택지를 마다하고 용기있는 도전을 했다.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일을 했고, 그리고 많은 것을 이뤄가려 노력했다. 하지만 책을 보면서 불편했던 점은, 그 고생과정이 전부 무용담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나는 이럴때 이런 식으로 했어요" 식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이렇게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라며 자신의 인생을 자랑하는 듯한 그런 느낌. 책을 자세히 읽어보면 알 수 있지만, 저자는 순간순간의 자신의 기분에 느낌에 충실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 무모하게 맞지도 않는 카페를 열기도 했고, 쇼핑몰을 운영해 보기도 했으면서, 강의도 해 봤다. 많은 것을 겪기는 했지만, 그 힘든 순간들을 헤쳐나가는 데에는 어느정도 운이 적용됐던 게 사실이다. 우연찮게 좋은 게 나와서라든가 우연찮게 누군가 인수해줘서,라는 식의 글을 봤을 때 '이건 좀 아니지 않나'란 생각을 했다. 그 일을 끌어가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했다는 건 알겠는데, 그 노력의 끝이 우연찮게 이뤄진 것들이라니. 그런 우연은 결코 내가 원한다고 해서 나에게 오지 않는 것 아니던가.

 

차라리 그런것들보다 '구두를 만들면서 고객들을 보고 느낀점'을 서술한 부분들이 더 정이 갔다. 처음으로 아내와 딸에게 똑같이 생긴 구두를 선물하는 아빠의 모습이라던지, 웨딩슈즈를 만들었던 부분이라던지. 그런 부분을 늘려서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이 조금 더 들어갔다면 어땠을까.. 아쉽다. 중간중간 어이없이 튀어나온 '소설'은 도대체 왜 들어가 있는건지 잘 모르겠더라. 저자는 그런 말을 했다. 자신은 조금 들어준 것밖에 없는데 환하게 얼굴을 밝히고 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저자를 만나보지 않고 단지 책으로만 만나서 내가 갖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자가 많은 것을 경험해봤음에는 틀림없고 그럼으로 그녀의 도전정신은 크게 사는 바이다.

 

구두를 고쳐 신을 시간, 사실 그건 늘상이지 않을까.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기회는 항상 열려 있을 것이고 그것을 두드리느냐 마느냐는 오롯한 본인의 선택.

새로운 도전이 무조건 좋다는 것만은 아니지만 자신의 인생에 있어 책임을 질 수 있다면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성인의 특권은 도전이 자유롭다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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