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좋은 질문 642
샌프란시스코 작가집단 그로토 지음, 라이언 옮김 / 큐리어스(Qrious)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책소개에 나와 있는대로 문자 그대로 '신기한 책'이었다. 생각했던 것처럼 이라고 해야할까 생각했던 것보다 라고 해야할까. 책은 정말 '질문'만 가득한 책이었으니까 말이다. 책의 구성은 아주 간단했다. 책의 저자인(저자라고 하기에는 질문을 보낸 35명의 다른 작가들이 있으므로 맞지 않는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 질문들을 정리하고 편집장에게 보낸것은 포 브론슨이라는 작가이기 때문에 저자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서 저자라고 하기로 한다) 포 브론슨이 왜 이 책을 만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앞의 몇 장 가량을 할애했을 뿐, 그 뒤로는 소위 글감이라고 해야할 질문들만 가득가득 자리했다. 1번의 질문부터 642번의 질문까지. 질문의 아래쪽에는 여분의 자리를 두었다. 한 페이지에는 많게는 4개, 적게는 2개의 질문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고 나머지는 여백으로 두었다. 책의 저자는 이 글감들을 통해서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책에다 그대로 적어두기를 원했다. '책'이라는 범주를 넘어서서 그저 글감들이 모여 있는 자신의 노트 정도로 여겨지길 바랐기 때문이다. 나는 포 브론슨이 바라는대로 글을 적어보지는 않았다. 그저 마음에 드는 질문들에 체크를 해 두었을 뿐.

 

책의 제목이기도 한 642라는 숫자. 애초에 왜 질문이 642개여야만 하는지 제대로 나오지는 않는다. 왜인지 642이라는 숫자에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숨어 있을법한 느낌이 큰데, 아무래도 그런건 없는 듯 하다. 포 브론슨이 이런 일을 제의한 편집장에게 왜 642여야만 하냐고 물었지만, 그저 642개의 질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대답만 돌아왔으니까. 무튼, 질문들 642개 중에서 몇 개만 뽑아봤다.

 


7 '응', '음', '어...', '으음...'만으로 대화하는 장면을 써 보아라.

43 하고 나서 지금도 늘 후회하는 말

55 돈뭉치를 발견하다

85 기다리다

166 기대하지 않은 선물

305 고장 난 전자제품 문제로 고객 상담센터에 전화했을 때 담당자에게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인가?

434 왜 당신이 하는 일은 항상 옳고 남이 하는 일은 잘못된 것일까?

 

 

 

책에 있는 642가지의 글감들은 대체로 이런식이다. 이것들은 그 중에서 내가 마음에 드는 것들로 몇개 체크해 놓은 것들 중 일부이다. 질문은 하나의 단어이기도 했고, 구체적인 상황을 주기도 했다. 자신이 정해놓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글을 써 보기를 원하는 질문도 있었고, 덩그러니 문장만을 던져주기도 했다. 삶과 관련된 이야기도 있고, 상상해서 써보게 한다거나 혹은 무언가를 설명하게 하거나. 굉장히 번뜩이는 재치들이 들어있기도 했고, 정말 노멀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도 했다. 연속되어 이어지는 질문들도 존재했고, 언뜻언뜻 이건 같은 사람이 질문하지 않았을까 하는 패턴들도 존재하는 듯 보였다.

 

글을 써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글감을 정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인지 말이다. 글감이라는 게 굉장히 무한한 것 같이 보이고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지만, 그 많은 글감들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글감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 책의 질문들을 보면서도 느꼈다. 새로운 글감으로 글을 쓰는 건 꽤 두근거리는 작업이다. 그것이 누구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든 아니든. 이 책은 아마 642개의 질문을 다 생각해보기 전까지 펼쳐 볼 때마다 두근거림을 가져다 줄 것 같다.

 

 

 

 

덧) 질문에 답을 달아봤던 몇 개를 옮겨본다. 아마 어느날은 또 다른 답이 나올테지만, 오늘은 이런 답들을 달고 싶다.

 

85 기다리다

                   너를.

 

- 이 '기다리다'를 봤을 때 다른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처음부터 지금까지 내 머릿속에 생각나는 건 저 한 단어 '너를' 뿐이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내게는 꽤 울림이 되는 문장인 듯.

 

 

7 '응', '음', '어...', '으음...'만으로 대화하는 장면을 써 보아라.

 

"어...."

"응"

"어..."

"응"

"어..."

"응"

"어..."

"응....."

 

- 요즘 겨울이라 슬픈 발라드들만 들어서 그런가, 이 질문을 봤을때 단번에 헤어지는 연인을 생각했다. 이별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말을 끄는 한 사람, 그리고 이별임을 예감하고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다른 한 사람. 이 연인은 서로를 배려함에 있어서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 너무 아픈 상처로 남지 않기를 바라며.. 겨울은 사람을 꽤 감상적으로 만드는 계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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