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사랑을 미뤘다 - 생각만 하다 놓쳐버리는 인생의 소중한 것들
김이율 지음 / 아템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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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다. 미루고 나서 그 다음에 하는 것은 후회하는 것-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처음 느낀 감정은 '후회하다'였다.

 

어제 본 <꽃보다 누나>라는 프로그램 속 윤여정씨는 인터뷰 도중 이런 말들을 했다. 자신은 지금 이 인생을 처음 살아 보는데, 후회 같은 것이 어떻게 남지 않겠냐고. 만약 두번째 살아보는 거라면 이렇게는 안 살았을거라고. 하지만 그 누구든 어떻게 살아가든 오늘은 늘 처음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미래는 불투명하고 두렵기 마련이고, 그래서 후회가 남기 마련이라고. TV 화면을 보면서 울컥했다. 그래, 누구든 헤매면서 살고 있는 것이 자신의 인생이고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자그마한 위로.

 

책을 읽고 나서 고개를 갸웃했던 나였는데, 오히려 여배우가 한 마디로 이 책이 정리가 됐다. <오늘 또 사랑을 미뤘다>라는 이 책은 미루지 않고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적어 내려간 이야기들이었다.

 

 

 

후회라는 단어 자체가 갖는 느낌은 참 아쉽고 아쉽고 아쉬운 것 같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가면 그렇게 하지는 않을텐데"라는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후회 없는 삶이란게 어디 있을까만은, 후회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사람이라는 존재는 끊임없이 후회를 한다. 그래서 후회라는 단어에는 아쉬움이 늘 한 가득 묻어난다.

 

책 속에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실천으로 옮긴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물론 행동을 한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라도 후회는 남을 수 있을테지만, 실천하지 못한 사람들이 보고 있노라면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끔 하는 그런 이야기들. 암에 걸린 누군가에게 했던 행동들, 나를 위해 했던 아버지의 행동들, 엄마와 관련된 이야기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이 또 다른 후회가 없기를 바라면서 만들어간 행동들까지. 어디서 본 듯도 하고 꽤 유명한 이야기가 있기도 한 이 책에는, 유명한 명언들과 영화 책 속의 한 구절들이 속속 등장한다. '훌륭한 책들은 모두 지루한 부분이 있고, 위대한 삶에도 재미없는 시기가 있다. -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함께 가려면 가장 느린 사람의 속도에 맞춰야 하고, 가장 느린 사람의 짐을 함께 들어주어야 한다. - 아프리카 속담'등의 유명한 명언들과 영화 세얼간이의 한 장면 그리고 <세상은 절대 당신을 포기하지 않는다>, <행복의 연금술사> 등의 책들까지. 이야기들과 적절하게 섞여 있는 한 구절들은 읽는 이에 따라 어떨때는 가슴을 울리는 힘이 될 수 있을만한 구절들이 여기저기 존재한다. 내가 유독 엄마, 아빠에 관한 이야기들에 울컥하는지라- 생선가게를 하는 엄마 냄새 이야기라던가 자신의 몸이 상하는지도 모르고 아픈 딸을 업고 뛰던 아빠의 이야기라든지의 이야기들은 역시 울컥할 포인트였다. (많~이 슬프지 않았다는 건 함정.)

 

아쉬웠던 건, (내가 작가의 전작은 읽어보지 못했으나) 책의 내용들이 자기 계발서의 그것들과 비슷한 느낌이었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어떤 것이 더 좋아요'라든가 '어떻게 하세요'라고 되어 있는 식이라서, 에세이라는 카테고리에 넣기엔 자기 계발서 같은 느낌이 강하다는 느낌이 조금. 그리고 임팩트가 아주 쎄게 올만큼의 독특하거나 창조적인 이야기들이 아니라 어디서 많이 보던 것이라는 느낌이 강한 것도 내게는 아쉬움이었다.

 

그래도, 후회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은 충분히 전해지는 책이었다.

나 역시 살면서 후회하지 않으면서 살 수 있기를 바라지만, 아마 어느 누구보다도 많이 후회를 하면서 살아간다. 이제부터라도 조금이라도 먼저 행동하면서 살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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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6개월간의 대장정의 끝이 보인다.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굉장히 먼 이야기라고 느껴졌던 2014년을 맞이한 지금 새삼 시간의 흐름을 실감한다. 오늘이 13기 신간평가단으로 작성하는 마지막 페이퍼- 마지막이란 말을 마주하게 되다니 실감은 잘 안난다. 한달에 2권씩 꼬박꼬박 책을 받았던 기억도 좋은 추억으로 쌓이겠지. 뭐, 아직 이번달의 책이 다 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음달에 종료할 마지막을 걱정하는 것은 이쯤하고. 내가 고른 12월의 신간들이다.

 

 

 

 

 

  

       

 

 

1. 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이 메모하고 끄적여 놓은 것들을 모아서 낸 책. 김광석 다시부르기는 내가 자주 듣는 음반 중 하나로써, 그의 감성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 그가 살아 생전 가지고 있던 것들을 모아서 낸 이번 책은, 아마 나 뿐 아니라 김광석을 그리워하던 이들에겐 꽤 큰 선물이 되지 않을까. 얼마전 히든싱어를 통해 그의 노래들이 재조명 받았는데 이 책이 나와서 되게 반갑다.

 

2. 오블라디 오블라다 - 지금의 나영석이나 1박 2일의 막내피디로 불렸던 유호진 피디등 스타피디들이 등장한 것도 꽤 오래전 일이다. 스타피디의 초창기라고 할 수 있는 주철환 피디.(한때 경인방송 사장이자 현재는 JTBC피디) 그의 유머코드와 재기발랄함은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익히 알려진 바이다. 그가 전하는 한마디- 요즘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3. 어린왕자와 길을 걷다 - 동화는 늘 언제나 사람 마음을 순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아이와 함께 '사람 여행'을 하는 작가라고 소개되어 있던데, 엄마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라 그런지 내게는 좀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동화라는 소재 하나만으로도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그러기에 선택해봤다. 내가 좋아하는 그 많은 동화들을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꾸려냈는지.

 

 

 

 

 

 

 

    

 

4. 이수동 그림세트 - 에세이 부분에 들어가서 12월 출간된 책들을 찾아보다가 단번에 눈에 들어온 책이다. 예쁜 색감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두권 묶음이 그 다음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어차피 오지 않을거면 내가 찜해두자는 의미로 페이퍼에 담아본다. 그림으로 전하는 위로 또한 한 글자 읽을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전하는 울림이 존재한다. 워낙에 유명한 시리즈니, 기대해보려고 한다. 요즘 위로가 필요해..

 

5. 울지 않는 아이 + 우는 어른 - 이건 각각의 책도 존재하던데, 그보다 두 권을 한꺼번에 읽고 싶어서. 에쿠니 가오리라는 유명한 작가의 에세이, 그리고 "웅크린 어린 아이를 가슴에 품고 있는 울 곳을 찾아헤매는 어른을 위한 공감 에세이"라는 글이 마음속에 와서 박힌다. 그녀의 글은 늘 가슴 한켠을 두드리는 묘한 힘이 있었고, 나는 그녀의 책을 꽤나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녀가 이번엔 어떤 에세이집을 냈을지, 그건 내 마음을 얼마나 동요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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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메리카노 어쩌면 민트초코 - 달콤 쌉싸래한 다섯 가지 러브픽션
사토 시마코 외 지음, 강보이 옮김, 한성례 감수 / 이덴슬리벨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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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사랑이야기가 있고, 설레임과 따스함이 공존한다. 하지만 한 편에는 공허함도 존재하고, 그리고 왜인지 모를 황량함도 존재하는 듯 하다. 커피처럼 생활 속에서 익숙한 것이 또 있을까 싶지만, 사실 나는 커피의 맛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많이 즐겨 마시지 않는 탓도 어느정도 있겠지만, 좋은 원두가 어떤건지 어떻게 마시면 커피가 맛있는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누군가 "이 집 원두가 맛있는 것 같아"라고 얘기하면 왜인지 있어보이고 부럽고 하지만, 굳이 내가 커피를 배워보려고 하거나 한 적은 따로 없다. 그건 살아가면서 경험처럼 쌓이는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서다. 배워서 알고 지식이 늘어나는 것보다 내가 부딪혀서 경험해 보는 게 더 오래 기억에 남고 나한테는 좀 더 좋은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커피의 맛을 알아보려면 되도록 많은 커피를 마셔보는 게 중요한데,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잘 못자는 나란 사람에게 아직까지 커피는 친해지고 싶지만 쉽게 다가가기 힘든, 안면만 아는 조금 어색한 반친구 같다.

 

 

 

그래도! 커피와 절친은 아니지만, 내게도 바라는 것은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카페 바토' 같은, 혹은 K마을의 '사강의 집' 같은 그런, 여기저기 발 닿는 곳마다 자리하고 있는 거대 프렌차이즈 카페가 아닌, 직접 바리스타가 커피 한 잔 한 잔을 정성스럽게 내려주는 손맛이 담긴 단골 카페를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음.. 스미레 씨와 렌게 씨가 운영하는 카페 바토가 내가 추구하는 곳의 가장 이상적인 이상향같다. 첫번째 이야기가 꽤 무겁고 황량한 느낌까지 나서 조금 이상한 기분을 안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갔는데 그 다음 이야기가 스미레씨와 렌게씨의 이야기였다. 스미레씨나 렌게씨는 모두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로 나오는데, 호호 할머니가 직접 내려주는 맛있는 커피와 젤리라니. 이렇게나 멋진 가게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나는 그 주변에 다닐 학원이라도 만들어서 출근도장을 찍고 싶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젤리의 탱글탱글함이 좀 이상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데, 렌게 씨가 만들어주는 제철 과일 젤리는 꼭 먹어보고 싶달까. 꼭 파슬리가루가 장식되어 있는 그 제철 과일 젤리를 말이다.

 

사실, '단골'이라는 의미가 그런것 아닌가. 가게의 주인과 손님인 내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것. 그것이 지나가는 인사말일 수도, 진지한 고민상담이나 인생상담 같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찾아갔을 때 반갑게 맞아주면서 살갑게 서로의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이. 친구사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친구사이만큼이나 가까울 수 있는 사이. 그런 끈끈함이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두번째 이야기속 하루카가 부러웠다.

 

 

언젠가 스미레씨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신처럼 젊은 사람은 몸에 아직 쓴맛이 배지 않아서 몸이 쓴 맛을 찾는 거겠죠."
"스미레 씨 몸에는 쓴맛이 많이 배였나요?"
"그럼요. 긴 세월에 걸쳐서 조금씩 배였지요. 날마다 잠자리에 들어 모로 누워 있노라면 쓴맛이 목까지 차올라요. 그럴땐 달짝지근한 걸 마셔줘야 한답니다."

p.44

 

위의 구절은 마음에 들어서 체크해 뒀는데 알고보니 표지의 뒷쪽에 적혀져 있더라. (에디터랑 나랑 통한듯ㅋㅋ)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추천하는 부분이 바로 두번째 잔, <제비꽃 커피와 연꽃 젤리> 부분이다. - 스미레 라는 이름은 일본어로 제비꽃을 뜻하고 렌게라는 이름은 연꽃을 뜻한다고 한다. 스미레씨는 늘 커피를 내리고 렌게씨는 늘 젤리를 만든다고 하여 이야기의 제목을 그리 지었다고 각주가 달려 있다 -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폭신폭신한 느낌이다. 그녀의 사랑 이야기도, 그리고 숨어있는 약간의 반전도. 언젠가 짧은 단막극에 옴니버스 형식으로 들어가도 예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첫번째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였고, 세번째 이야기는 커피 향으로 인해서 추억하는 옛 사랑에 관한 이야기, 네번째 이야기는 웹상에서 만난 사랑이야기였다. 한 잔 더,라는 카테고리는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적어놓은 일기 같기도 하고, 커피와 관련된 글들이 모여져 있는 느낌이기도 하고.. 연애할때의 그 의례 달달하고 가끔은 손발 오그라들 정도의 닭살스러움도 겸비하고 있었다. 한 작가가 쓴 글이 아니라서 그런지 글들에서 각자의 느낌이 뚜렷하게 드러나니까 금방 읽게 된다.

 

 

사랑은 에스프레소처럼 쓸지도, 생크림이 가득 담긴 마끼아또처럼 달지도, 그러면서도 기분좋은 고소함이 존재하기도 하고, 가끔은 너무 뜨거워서 데기도 하고, 식으면 처음의 그 맛이 나지 않아 버리기도 하고, 부드럽기도 하고. 커피가 수 천가지로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키듯이 사랑도 그럴 수 있다는 점이 닮았다. 늘 뜨겁기만 한 커피도 없듯이, 사랑도 그렇다. 어떤 커피를 마시고 싶은지 선택하는 것은 커피를 마실 본인의 선택이다.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떤 사랑을 할건지는 본인의 선택에 따를 뿐- 그래서 사랑은 아메리카노 어쩌면 민트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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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시미즈 레이나 지음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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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잘 모른다. 그저 "어, 저건 특이하다", "인테리어가 예쁘다" 정도로 이야기하는 정도의 내 수준은.. 건축에 대해선 문외한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그런 문외한이 보더라도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속 서점들의 모습-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게 잘 나타나 있고, 대체로 전에 사용하던 용도에서 벗어나 기존의 것을 많이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조화가 된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보고 있자니 눈이 황홀해지면서 직접 내 두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느낌- 한동안 눌러뒀던 여행본능이 꿈틀거릴정도로.

 

 

 

 

 

 

 

 

생각보다 책이 크고 무겁고 하얬다. 새하얀 첫 표지를 넘기면 보이는 첫번째 서점이 그리스 산토리니에 있는 바다와 잘 어울리는 서점- 이 첫번째 서점부터 내 마음을 확 사로잡았다. 나나나나나나~ 포카헹 스웨헹의 CF에 등장하곤 했던 그 파란 바다와 하얀 지붕들과 잘 어울리는 그런 서점. 산토리니라는 이름만으로도 모든 근심과 걱정을 날려버릴 수도 있을 것만 같은데,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책까지 함께 있다니... 이곳이 정녕 천국인가요.

 

 

 

 

 

 

 

 

 

 

기차역을 개조한 영국의 바터북스, 1906년에 문을 연 포르투갈의 렐루서점, 성당에서 서점으로 변신한 네덜란드의 셀레시즈 도미니카넨, 극장에서 탈바꿈한 서점 아르헨티나의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그 유명한 밀라노의 10 꼬르소 꼬모 북샵. 이런 서점이 있었다면 매일 출근도장을 찍었을 것 같은 중국의 키즈 리퍼블릭. 가로수길에 가면 있을 법한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는 타이완의 VVG 썸띵, <두번째 파리>라는 에세이를 읽었을 때 눈에 띄었던 서점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에 선정되어 엄청나게 반가웠던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등등. 책을 보면서 이리 저리 넘기면서 마음에 들었던 서점들을 헤아려보니 이렇게나 많다.

 

 

 

 

 

 

 

 

 

마음에 드는 공간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는데, 그 중에서 몇 군데만 말해보자면... 우선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라는 서점. 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내가 가장 감성적으로 읽었던 <두번째 파리>라는 책에 소개가 돼 있는 서점이다. 티파사라는 작가가 파리에서 직접 살면서 느꼈던 점들을 굉장히 감성적으로 풀어낸 글들이 내게 콕 와서 박힌 책이었는데, 책 속에서 작가가 굉장히 자주 갔었던 장소였다고 소개됐었다. 어렸을 때 꼭 이 서점과 같은 다락방을 갖고 싶었던 꿈이 있다면서. 서점 어디쯤 자신의 집인양 누워서 고르륵 거리고 있다던 그 서점, <두번째 파리>의 책에서부터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여기에 소개가 돼서 얼마나 반갑던지. 100년이라는 시간의 먼지가 빼곡히 안보이는 곳에 정겹게 쌓여 있는 모습이 다른 곳들보다 정겨운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또 마음에 들었던 곳은 중국의 '키즈 리퍼블릭'. 나 어렸을 적엔 저런 서점이 없었으니, 내가 아이를 낳아서 같이 서점에 갈 수 있을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즈음엔 꼭 한국에도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보면서 참 탐이 났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 색감 하나하나에까지 신경 쓴 티가 역력하던데, 한국에는 이런 서점 어디 없나.

 

 

 

 

 

 

 

 

 

 

 

한국에는 앤티크,라고 할 수 있을만큼의 건물이 뭐가 있을까. 요즘 <꽃보다 할배>나 <꽃보다 누나>를 보면서 느끼는건, 한국에도 저렇게 독특한 모양새로 그 긴 역사를 품고 서 있는 건물들이 아직까지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역시나 이전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책들이 가득 들어찬 모습을 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셀레시즈 도미니카넨과 아르헨티나의 엘 아테네오 그랜드 스플렌디드. 시간의 흔적에서 느껴지는 낡음과 멋스러움의 그 어디쯤에 존재하는 겉모습과 책과 묘한 시너지를 일으켜서 보고 있는 내내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웅장함까지. 건물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도, 역사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도, 관광의 측면에서도 어느 하나 충족하지 않는 부분이 없는 이런 건물은 역시 사랑받아야 마땅한 듯 하다.

 

 

 

 

 

 

 

 

 

글보다 그림이 더 많아서 펼치는 순간 압도되는 이 책은, 보고 있으면 이런저런 상상으로 기분이 즐거워진다. 그리고 꼭 가봐야 할 곳에 하나씩 이름을 적어넣어본다. 언제든 해외에 나가게 될 일이 생긴다면 무조건 가봐야 하는 곳에 말이다.

 

계속되는 안타까움.. 한국에도 이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책을 사는 곳이 아니라, 자꾸 오프라인 서점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할 것만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를 느끼면서 관광할 수 있는 그런 곳- 구 서울 시청이 현재는 서울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집에서 거리가 좀 되기에 자주 찾는 곳은 아니지만 광화문 근처에 가면 꼭 한번씩 들러보는 곳이다. 이런 곳이 조금씩 늘어날 수 있기를 이 책을 보면서 생각해봤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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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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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 등장하는 '조르바'. 그때문에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라는 제목을 봤을 때 조금 긴장했었다. 예전에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을 당시, 책 초반에는 책을 읽어나가기 조금 힘들었기 때문이다. 책의 두께에서 오는 압박감은 차치하더라도 왜 잘 읽어지지 않았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저 탄력이 붙기 시작하자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만큼 책에 몰입했던 기억만 난다.(그러니까 내겐 <그리스인 조르바>는 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책을 펼쳐보기 전부터 조금 긴장했던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기본적으로 이 책의 큰 틀은 이전 알라딘 신간평가단때 읽었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의 틀과 다를바가 없다. 그래서 익숙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일단, 읽기가 쉬웠다. 이윤기의 책이 언제나 그랬듯,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들이 독자들을 반기기 때문이다. 책을 처음 봤을 때 가졌던 첫 느낌은 '어려우면 어떡하지?'라는 막연한 두려움이었는데, 내가 잠시 잊고 있었다. 이윤기라는 작가가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었는지를.

 

 

 

 

 

나는 아무리 화려하고 기억에 많이 남고 두고두고 회자되는 글이라고 할지라도, 가독성이 떨어지면 일단 읽기를 포기하고 집어치운다. 독서란 것은 엄청나게 많은 활자들과 그 활자들로 인해 만들어지는 이런저런 생각들 때문에 전체적으로 굉장히 피곤한 작업인데, 아무리 좋은 글인들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제대로 기억할 수조차 없으니까 말이다. 가독성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들도 더러 있겠지만, 나는 가독성이 가장 먼저다. 무슨 책을 읽을지 둘러볼때 고려하는 것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가독성이고.

 

가독성이라는 것은 편집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과 글로써 이루어지는 것 두 가지가 존재하는데 이윤기는 두 말 할것 없이 후자쪽이다. 굳이 어떤 편집을 하지 않더라도 눈에서 피로가 느껴지지 않는 가독성이 존재하는데, 이건 보통 내공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 이윤기의 글은 자신의 느낌을 명확하게 전달함에 있어서, 돌려말하기나 에둘러서 어물쩡 넘어가기 같은 것은 전혀 없이 읽는이에게로 직진한다. 그러나 달려가서 곧바로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완급조절을 통해 여유를 아는 직진이라는 느낌. (말이 좀 두루뭉술한가.) 정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그에 있어서 읽는이를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읽고 나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결국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어떤 것이다- 주제를 툭 던져주는 그런 글.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에는 굉장히 글을 잘 쓰는 이윤기가 고민하고 생각하고 이야기해주고 싶은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개중에는 맞춤법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해 줄 말이 없다고 한 발 물러서는 이야기도 있고, 자신은 어떤 작가가 되고 싶었다며 과거를 회상하는 글들도 있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뒤 한 생각은, 이윤기라는 사람이 글을 잘 쓰는 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이윤기는 글에 대해서 굉장히 진지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적어내는 어떤 것에 대해서 굉장한 책임감도 가지고 있으며, 틀린 것은 언제든 바로잡을 준비가 되어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 거부감도 없고 자신의 자리에서도 늘 고민한다. 누군가가 '글 잘 쓰는 방법이 뭔가요?'라고 물어보면 아직 답을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그런 사람이 이윤기다. 국어 사용에 한치의 오류도 허용하지 않으려 계속 노력하는 모습이 꽤나 인상 깊었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에도 지름길은 없는 듯 하다. 그저 왕도만이 존재할 뿐. 남의 글을 가져다 낯선 것을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어떤것이 더 나을지 또 고민하고, 말들을 찾고 사용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책 속에는 어떤 길이 나와있지 않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히 전함으로써 같은 길을 걷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발자국을 내 주었을 뿐. 고개 숙인 벼는 역시나 아름답다.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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