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형제 동화전집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1
그림 형제 지음, 아서 래컴 그림, 김열규 옮김 / 현대지성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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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처럼 '공주가 되기'를 꿈꾸지는 않지만, 나는 여전히 '공주'이야기가 좋다. (사실 나는 커서 공주가 되기를 꿈꾸지는 않았다. 그저 상상 속에서 즐거워 했을 뿐.) '00공주'라 이름붙여진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은 늘 착하고 아름답고 바보같이 당하기만 하며, 언제나 나중에는 왕자를 만나 행복해지는 결말에 도달하곤 하는 뻔한 이야기일지라도 말이다. 결론을 알고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세상에 몇 개나 될까. 내게는 유일하게 이런 류의 이야기들이 계속 봐도 지겹지 않은 류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의 공주계의 고전들은 내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엄마들이 '딸'을 낳으면 가장 먼저 사주는 동화책이 아닐까 싶다. 공주처럼 예쁘게 자라라는 뜻도 담겨 있겠지만 자신들도 이 동화를 보면서 컸기 때문이기도 하고, 왕자처럼 좋은 남자를 만나길 바라는 마음도 조금 담았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 공주들은 1930년대 <백설공주>를 영화화 한 것을 시작으로 디즈니에서 새롭게 재창조되어 아직까지도 애니메이션계의 고전으로써 그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디즈니는 과거의 동화들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을 넘어서 캐릭터에게 입체적인 성격과 더 험난한 여정을 주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림형제의 작품 중엔 <라푼젤>이 가장 최근에 나온 작품일텐데, 늘 탑 속에 갇혀 있던 원작의 라푼젤과는 달리 디즈니의 라푼젤은 도둑을 상대하기도 하는 당찬 캐릭터로 등장한다. 디즈니의 동화 재창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지만, 과연 원작이 없이도 이렇게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물론 있을 수 있지만.)

 

 
이 책 <그림 형제 동화전집>은 그림 형제가 독일 전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수집한 '구전되어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기록한 결과물이다. 사실 나는 그동안 그림 형제가 직접 창작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닌 '수집'한 것이라고 하니 이야기들이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210편에 달하는 이야기가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고 말이다.


원작과 동화는 많이 차이가 있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잔혹동화라고 해서 야하고 잔인한 장면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책들도 출간되고 하지 않았었나. 210편이나 되는 이야기들은 어렵지 않게 술술 읽혔다. 동화책이다 보니 어려울 것도 생각할 것도 많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워낙에 내용들이 간결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채 한 페이지가 안 되는 이야기들도 종종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책은 얇았다. 210편의 동화책이 수록된 책 치고는 양호한 두께였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책 속지의 두께를 느끼는 순간 210편의 무게가 새삼 느껴졌다. 아주 얇은, 예전에 국어사전 혹은 영어사전에서나 느껴볼 법한 감촉의 종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 속에서, 이야기는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와 내가 모르는 이야기 두 가지로 나뉘었다. 사실 이들이 옮긴 동화가 200편이 넘는다는 것도 이 책을 받아들고서야 처음 안 사실이었으니 모르는 이야기가 더 많았다고 해야 맞는 말일테지만 말이다.


그림 형제의 이야기는 권선징악이 뚜렷하다. 악인이 벌이는 행동은 끔찍한 수준이며, 사람을 잡아 먹는다거나 죽인다거나 하는 일도 쉽게 일어난다. 그리고 그들이 벌인 짓만큼 처벌도 끔찍하다. 구전되어 내려오던 이야기들의 특성상 많이 살이 붙어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상상하고자 하면 정말 끔찍한 장면들이 등장한다. 끓는 기름에 산 사람을 넣는다거나 화형을 한다거나 창밖으로 사람을 내던진다거나. 하지만 책을 읽으면 그 끔찍한 부분들을 꽤 덤덤하게 넘어갈 수 있는데, 그건 그런 끔찍한 이야기를 하는 화자의 어조가 담담하기 그지 없어서다. 아무렇지 않은 듯 앞에서 동화를 이야기하던 그 어조 그대로, 자세히 묘사는 하지 않고 그냥 '그 악인은 이러이러한 벌을 받았다고 합니다' 정도로 끝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차 이런 상황들이 익숙해져서 나중에는 끔찍하단 생각은 하지 않게 됐다.


책을 읽다보면 비슷한 이야기들도 등장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섯 마리 백조>와 <열 두 왕자>가 그렇다. 오빠들에게는 막내 여동생이 하나 있고, 오빠들이 걸린 마법을 풀기 위해서는 몇 년동안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않아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 것도 있고 말이다. 구전되는 이야기들이 비슷한 얼개를 갖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익히 아는 <백설공주>의 이야기는 생략된 부분이 여럿 있었고, 생각보다 백설공주는 많이 멍청했으며, 마지막에는 발목이 잘릴때까지 춤만 춰야 하는 <빨간 구두>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끝맺었다. (물론 죽을때까지 춤을 춰야 했던 건 왕비였다.) 끔찍함 속에서도 알고 있는 것과 새로 알게 된 것들을 찾아보면서 책을 읽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만약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이렇게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동화책을 한 번에 이렇게 많이 읽은것도 되게 오랜만인 것 같다. 그리고 옛날 동화들을 읽고 있자니 어린 나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헛웃음이 나오는 허술한 전개들에도 마음이 두근거렸던 그 어린시절의 순수했던 나를 다시 회상해 본다. 그림 형제의 동화책은, 여전히 아이들에게는 신비한 마법상자이지 않을까 싶다. 그 시절의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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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내는 용기 - 아들러의 내 인생 애프터서비스 심리학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재현 옮김 / 엑스오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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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다"
작년을 뜨겁게 달구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tvN 드라마 <미생>, 그 속의 짠한 우리네 아버지 '오차장'이 한 말 중 하나다. 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했으며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밖에 없는 말. 왜인지 어느 무협지나 패싸움 영화에 등장하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다"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인 것도 같다. 사실 나는 드라마 <미생>을 한 편도 보지 않았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 않아 동질감을 느낄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굳이 보지 않아도 인기가 많은 드라마라서 말이다. 하지만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다"라는 오차장의 말은 <미생>의 어록이라면서 여기저기서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오늘 하루만 버티자, 지금 이 순간만 버티자, 이렇게 하루 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듯 하다.


<미움받을 용기>의 공동 저자 '기시미 이치로'가 펴낸 <버텨내는 용기>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아들러의 심리학을 근간으로 한 책이다. 프로이트나 융보다는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아들러의 심리학 책들이 많이 등장했다. 일본에서 먼저 붐이 일었던 아들러의 심리학은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턴가 붐이 일더니 지금까지 꺼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아들러의 심리학과 관련된 일본 저자의 여러가지 책이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개인적으로 아들러의 심리학에 대해 아는 바를 잠깐만 이야기하고 넘어가자면, 그가 창안한 '개인심리학'이라는 이론은 '나를 먼저 똑바로 직시한 후, 타인과 함께 세상에 나아가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책은 <버텨내는 용기>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속의 내용들은 아들러의 '개인심리학'에 대한 대중적인 풀이서라고 할 수 있다. 원제 <인생을 꿋꿋이 살아가는 아들러 심리학>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자기삶의 꿋꿋이 살아내기 위해서 필요한 지침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저자는 열등감과 우월감, 집착, 공격욕구, 애정욕구, 신경증, 그리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 전반에 관한 이야기와 아들러의 심리학을 잘 접목시켰다. 아들러가 예전에 했던 실험들이나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와 덧붙여서 읽는 이에게 물음을 던짐으로써 어떤 것이 더 나은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서라고는 하지만 플라톤과 프로이트의 이론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다른 점에 대해 설명하고 독자를 설득한다.


책 속에서 저자가 이야기 한 아들러의 심리학 이야기 중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은 이야기는 이거다. "세상 모든 이야기는 다르게 쓰인다"라는 이야기. 사람은 경험조차 자신에게 맞게 조작한다고 한다. 똑같은 경험을 하고서도 우리 모두가 똑같아지지 않는 것은 각각 저마다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32쪽) 왜 이소라의 노래 '바람이 분다'의 가사에도 나오지 않나.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고 말이다. 같은 공간,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각자의 생각대로 그 이야기는 기억된다. 그 생각이라는 것을 아들러는 '목적'으로 바라봤고, 이것이 아들러의 목적론의 핵심 이야기다. 아들러는 사람이 행동을 하는 것은 어떤 목적을 위함인데 그때 이루어진 행동들은 모두 자신의 자유의지로 이루어진 행동이라고 바라봤다. 여타의 핑계나 변명 같은 것은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늘어놓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아들러는 '과거를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과거는 이미 지난 경험이므로, 내가 원하는대로 선택한 경험으로 재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떤 것을 선택해서 의미부여를 하느냐에 따라 트라우마도 없어질 수 있다는 이론까지 나아간다.


물론 이론이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원하는 대로' 의미부여를 통해 과거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면, 이는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것을 뒤엎을 수 있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없었다. 과거 안 좋았던 기억에서 그 앞 뒤로 일어났던 상황들을 역추적해 좋은 기억을 선택해서 기억한다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흥미로웠다. 기억을 통해 나를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로운가 말이다.


이 책에서도 역시 아들러는 자기 자신을 직시하기를 원한다. 무의식적으로 행동한 것이라 해도 그 행동의 처음을 잘 살펴보면 그렇게 행동한 목적이 반드시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있어 '뭐 이런 것까지'라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런 내 생각과 같은 내용이 책 속에 담겨 있어 그대로 옮겨본다.

어느 날 아들러가 강연하는 자리에서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당신이 한 말은 하나같이 당연한 말 아닌가요?"
그러자 아들러가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그 당연한 말의 어느 부분이 좋지 않다는 거죠?"


솔직히 책에 적힌 모든 이야기는 어렵지 않다. 오히려 흥미롭다. 그리고 그가 했던 말의 어느 것들은 내게 공감도 일으켰다. 어느 하나 나쁘지 않은 부분은 없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대해서는 결론을 확실하게 내리지는 못했다. 지금 이렇게 서평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그가 의도한 이야기를 어떻게 더 풀어내야 하는지도 감은 잘 잡히지 않는다. 다만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 '네 탓이 아니다'라는 어중간한 말을 하지 않는 그의 이야기들과 함께 과거는 너에게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다. 이 하나만으로도 앞으로를 살아가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얻을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는 이보다 더 큰 위로가 어디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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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시작하는 한 뼘 인문학 - 사고의 틀을 바꾸는 유쾌한 지적 훈련 인문 사고
최원석 지음 / 북클라우드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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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다. 알고 있는 내용에 관한 색다른 물음이 만들어 낸 이야기들은 피식 웃음을 전해준다.
깔끔하다. 확실히 기자 출신 저자라서 그런지 글에 군더더기가 없다.
늘어난다. 남들보다 내가 좀 더 알고 있다는 우월감까지 갖게 된다.
이 모든 게 <상식으로 시작하는 한 뼘 인문학>(이하 한 뼘 인문학)의 책을 읽고 난 짧은 감상이다.

 

<한 뼘 인문학>은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상식들의 오류들에 대한 이야기 책이다. 저자는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책의 시작부분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은 정말 상식일까? 혹시라도 천동설처럼 우리가 굳건히 믿고 있는 상식 중에 틀린 것은 없을까?" 이 물음에서 시작된 이 책은 상식의 오류들을 비롯해서 뜻 밖에 만들어진 역사들과 이면에 숨어 있는 이야기들을 찾아내 담은 책이다. 상식을 깨는 상식책을 만들고 싶었다던 저자의 바람이 담긴 책은, 생각보다 많은 상식을 깨 부수었고, 그로 인해서 소소한 재미와 생각의 전환을 내게 전달해주었다.

 

 

일단, 1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에 대한 오류들을 바로 잡는다. 오페라 극장의 박스석은 원래 '오페라를 보기 위해 만들어진 좌석이 아니다'라는 새로운 사실, 한글 띄어쓰기는 서양인 선교사가 조선말을 가르치기 쉽게 하기 위해 임의로 구분해서 쓴 게 최초였다거나, 마지노선은 최후의 보루가 아닌 최전방을 이야기 하는 단어였다거나, 신문고는 일반 백성들이 치기에는 너무 복잡한 과정과 글을 알아야 하는 핸디캡 때문에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거나, 에디슨이 사실은 흑색선전을 해대던 포용력 넓은 이가 아니었다거나, 사약을 마신 후 한 시간 이상 살아있던 이가 있었다는 이야기 등- 알고보면 사실과는 많이 다른 이야기들에 대한 속 이야기를 해준다.

 

이와 비슷한 맥락의 6장 또한 상식에 관한 이야기로, 간디와 마틴 루터킹이 사실은 색정광이었다는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으며 (내가 이들을 신봉한 것은 아니지만 이면을 알고보니 그들의 업적까지도 생각하게 만들었다) 19세기의 발레리나들은 부유층과의 매춘을 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생활을 했으며, <국부론>의 '보이지 않는 손'이 정부의 개입을 일체 하지 않는 것이 아닌 부의 균등한 분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는 것, 헬렌켈러와 아인슈타인은 사회주의자였으며, 공정무역이 사실은 그냥 무역보다 아주 조금 더 그들에게 이득을 줄 뿐이라는 사실 등 현재 내가 알고 있는 내용들과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이야기들에서 나는 꽤 허탈해 했던 것도 같다.

 

그리고 조금은 생소하지만 재미있는 상식들에 관한 것들도 나온다. 커피 이름 '카푸치노'는 사실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입는 옷에서 유래한 단어이며, 조커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웃는 남자>에서 모티브를 따 온 캐릭터이고, 징크스는 사실 새 이름이며, 방사성 물질인 라듐이 한 때는 만병통치약과 뷰티크림에 사용됐다는 이야기 등등은 흥미로우면서도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상식들이기도 했다.

 

책을 읽고 나면 조금은 혼란스럽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온 작가의 이야기는 모두 '증거'가 충분히 제시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내 상식이 틀렸다고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라서다. 어떤 게 맞고 어떤 게 틀린지에 대한 고민은 차후에 하게 되더라도 상식이 상식이 아닌 것에 대해 어찌 혼란스럽지 않겠는가. 하지만 나오는 말에 적힌 작가의 말을 읽고 그가 이런 글을 쓴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세상을 보는 색다른 눈을 가지는 것도 좋을 테지만, 파편적인 하나의 이야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흔들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파편들만을 좇다가 큰 그림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조각 조각 파편이다. 그 파편들 속에는 사람냄새 나는 상식들이 숨어 있다. 다만, 이 상식들이 내가 알고 있는 상식과 조금 위배된다고 해서 여기에 언급된 인물들이 행했던 모든 일들이 깡그리 무시되어도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란 얘기다.

 

작가가 걱정했던 대로 이 책을 곡해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조금 더 넓은 눈을 갖게 해 주는 데 한 뼘 정도, 딱 그정도의 기여를 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 원래 고기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것 아니던가. 책을 통해서 알고 있는 이야기도 한 번 거꾸로 뒤집어 보고 바로 보면서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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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꽝 멸종 프로젝트 - Dr.심의 몸 개그, 그것이 알고 싶다
심현도.이형진 지음, 성낙진 그림 / 청춘스타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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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책 제목을 들었을 때의 호기심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몸꽝멸종 프로젝트'라니, 얼마나 귀와 눈에 확 꽂히는 제목이더란 말인가.

책도 빨간색이라 눈에 확 뛰는데다 표지에 그려져 있는 이미지들과 글씨들은 사람들의 눈을 끌기에 충분했다. (조금 어지러운 맛이 있긴 한데, 그게 오히려 눈에 띄는 결과를 가져온 듯 하다) 기존의 책들이 여자들을 위한 다이어트, 살을 빼는 것에 집중을 하는 책들이었다면 이 책은 다이어트도 포함하지만 그와 같이 근육이 붙지 않는 깡마른 체형을 위한 내용들도 포함하고 있음을 책의 표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뚱뚱형부터 '매일 운동하는데 근육이 안 생기는' 빼빼형까지, 책에서 이야기하는 몸꽝은 꽤 포괄적이다. 뚱뚱함 뿐만 아니라 비쩍 마른형도 포괄할 수 있는 책이라니 눈길이 갈 수 밖에 없었는데, 읽어보니 책은 의외로 기본부터 짚었다. 현재 유행하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자신만의 운동법과 식이요법을 찾기 위한 안내서로써의 역할을 하는 책. 그러니 뚱뚱해도 말라도 해당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이 가진 기능은 여기에 있었다. 한 번 읽고 지금 당장 따라하면서 살을 쭉쭉 빼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간을 길게 보고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혹은 근육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는 책.


몸매 개선 그것이 알고 싶다, 줄여서 몸개그.

몸매개선에 관한 책인 이 책은 첫장부터 이렇게 얘기한다.

"4주 완성, 8주 완성? 개나 줘버려!"라고.

 

 


몸꽝멸종 프로젝트를 보고 있으면 옛날 초등학교때 보던 과학 만화책이 생각난다. 읽기 쉽고 이해가 빠른, 눈으로 보는 것이 있어서 더더욱 흥미를 놓치지 않게끔 되어 있던 그 '유익한 만화책'들 말이다. 나는 지구과학쪽 만화책을 가장 좋아했는데 우주에 대한 관심보다 행성들의 모습이 화려해서였을 거다. 이 책도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웹툰' 방식을 차용, 중요한 정보를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초등학생이 봐도 될만큼의 쉬움이라고 한다면 이해가 쉽게 가려나. 책은 지은이 심현도 대표의 캐릭터가 두 명의 몸꽝 남녀를 대상으로 여러 가지를 설명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몸매를 개선하는데는 식이요법과 운동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이쪽에 관심이 없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 그 식이요법과 운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식이요법과 운동에 대해서 먼저 제대로 짚고 넘어가는 방식이다.


먼저 식이요법에 관한 내용의 주는 '어떤 메뉴의 밥을 먹느냐'가 아니라 '어떤 영양소로 채운 밥상을 만드느냐'가 기본인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둘은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전혀 다르다. 전자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것을 무작정 따라하는 것이고 후자는 나에게 맞는 것을 찾을 수 있는 기본틀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후자쪽이 시간이 더 오래 걸릴테지만, 내 몸에 맞는 방법을 찾아 그로 인해 건강하게 몸매를 개선할 수 있다면 그야 말로 엄청나게 좋은 것이 아니던가. 식이요법을 위해서 영양소에 대한 기본부터 쌓고 가고, 영양소가 왜 필요한지를 알았으니 그 영양소들을 어떻게 섭취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운동에 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운동에 관한 이야기는 운동을 하면 벌어지는 결과들에 대한 이해부터 하고 나서 간단히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들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살이 찌는 이유와 근육이 붙는 이유,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의 차이점 같은 이해를 하고 나서 팔굽혀펴기와 턱걸이 등의 간단한 운동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는 식이다.


게다가 이야기 중간중간 몸꽝 남녀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들도 바로잡아준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무조건 식물성 단백질이 좋은걸까? / 나쁜음식과 더 나쁜음식 가리기 / 다이어트 실패 원인? 등의 이야기들을 이유와 함께 설명해 준다.

그리고 6장에 가서는 운동에 대한 잘못된 상식들만을 모아서 제대로 이야기를 해 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도 이 부분들이었다.)

 

 


사실 책을 볼 시간이 없거나 중요한 내용들만을 다시 보고 싶을 때는 여기 '심플팁'만을 보면 된다. 이는 앞에서 그림과 설명으로 이루어진 내용들을 종합 요약 정리한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간단하게 설명이 되어 있지만 앞쪽에서 이야기한 모든 내용들을 보기 쉽게 정리해 놓았다.

 

 

 

 

 

 

 

 

책을 사면 주는 이 '스킨폴드 캘리퍼'는 책의 부록같은 존재다. 인바디라는 기계로 체지방을 측정하는데, 살을 뺀다고 해도 정확하게 얼만큼 빠졌는지는 병원에 가서 전문적으로 측정해야만 가능하다. (혹은 인바디 기계가 있는 헬스클럽이거나) 하지만 이 캘리퍼로는 간단하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몸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책에도 사용법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고, QR코드를 찍으면 더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어 직접 살을 집어보고 자신의 비만도를 측정해 볼 수 있는 좋은 기구였다. 무엇보다 매일매일 측정 가능하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자신이 얼만큼의 살을 뺐는지를 가장 쉽고 빠르게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목표 설정을 할 때 도움이 많이 될 듯 하다.

 

 


하지만 책은 마지막에 이야기한다. 앞에서 봤던 모든 것들은 그저 이론일 뿐, 현실적으로 몸매를 개선하려면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고 자유롭게 자신이 선택해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칼로리를 따지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면 오히려 폭식을 할 수 있듯이 일단 생각을 좀 유연하게. 사람마다의 성질이 모두 다른데 남의 방식이 최고의 방법이라 따라하는 것이 내게 무슨 도움이 될 수 있겠는가. 최선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말에 동의하는 바이다. 다행히 다이어트나 근육을 만들땐 최악이란 있을 수 없다. 그저 최선의 선택만이 있을 뿐. (최악을 굳이 만들어보자면 다이어트를 포기하는 것 쯤이려나)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내가 얼만큼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느냐. 책에서 설명한 여러가지를 토대로 내게 맞는 '선택'을 잘 한다면, 분명히 몸매를 개선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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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이유 - 가슴 뛰는 여행을 위한 아홉 단어
밥장 글.그림.사진 / 앨리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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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서 생각했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뭐가 있을까?

 

나같은 경우는 '그냥'이 이유였다.

그냥 그곳에 가보고 싶으니까. 그냥 마음이 동하니까. 그냥 보고 싶으니까. 그냥 그냥 그냥..

작가도 이런 저런 9가지의 단어들을 '이유'랍시고 늘어놓았지만, 글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아, 이 사람은 여행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말이다.

 

 

 

 

행운, 기념품, 공항+비행, 자연, 사람, 음식, 방송, 나눔, 기록.

그가 나열한 9개의 이유 중 내 마음을 끌어당겼던 건 기념풍과 기록 카테고리다. 개인적으로 '나눔'을 하러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고, 아직 누군가를 돕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행을 떠났던 적이 없으므로 그 카테고리는 그냥 읽는 것으로 패스. 음식은 아무래도 내가 물갈이를 좀 하는 편이라 고생이 심하므로 그것도 나를 잡아 끌지는 못하니까 패스. 여행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알고야 있지만 '굳이' 사람을 만나러 떠나지 않으니 요것도 패스....

 

이런 식으로 패스 해 나가다간 나와 밥장 작가와의 연관성이 없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하던 찰라 보이는 기념품-

 

어딘가에 여행을 가면 그곳의 무엇이라도 들고 오고 싶어하는 건 어쩌면 인간의 당연한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예전 전쟁이 일어났을 때 정복하고 나면 꼭 전리품을 챙기는 것처럼 말이다. 여행지를 정복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기념을 하고 싶은 거다. 하지만 그렇고 그런 기념품 가게에서 고르는 건 어쩐지 정이 없다. 그리고 재미도 없다. 해서 그 나라만의 고유한 느낌을 나타내는 것을 찾으러 다니는 것이 여행을 나가면 하는 일이다. (물론 나는 여행을 밖으로 나가본 적은 없다.... 내가 말하는 건 그 지역만의 특색있는 무언가를 찾는 것을 이야기한다.) 작가의 경우 '맥주'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지인들에게 선물용으로 구매했던 것 뿐인데 이제는 그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고 모양도 예뻐서 모아놓으면 뿌듯하기 때문에 꼭 그 지역의 맥주캔을 산다는 것이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어머니께는 꼭 '냉장고 자석'을 선물하는 것이었는데, 언젠가 냉장고 가득 냉장고 자석을 붙이게 되는 날이 오게 될 것 같다며 이야기 하는 작가의 글이 어쩐지 모르게 신나보였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부러워 했던 건 작가의 능력이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을 손으로 직접 그려 남길 수 있는 능력-

 

 

 

 

 

 

손바닥만한 크기의 몰스킨을 들고 다니면서 그곳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적고 그리는 작가의 모습은 많이 부러운 종류였다. 따라 그리는 것 말고 조금 창의적인 그림에는 영 재능이 없는 나는 이런 사람들이 엄청스리 부럽다. 내가 본 것을 '나만의 느낌대로' 재창조 할 수 있고, 그것은 오롯이 내 것이 되어 그때의 기억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 사진도 물론 좋다. 순간의 모든 기억을 봉인하여 내게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억을 선물하긴 하지만, 왜인지 온전히 '내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가는 고마운 사람이 있거든 그 자리에서 냅킨이든 자신의 수첩이든 간에 그림을 그려 상대방에게 건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의, 선물 그리고 받는 쪽에서도 기분 좋은 선물. 책에는 여기저기 그가 그린 그림들이 등장한다. 대충 그리거나 정성스레 그리거나 스케치이거나 완성본이거나 그 어떤 것이든 간에 그것들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정성스러움과 추억들을 보고 있으니 부럽기 그지 없었다.

 

 

 

작가가 떠나는 이유를 적어 놓았던 건 앞으로도 얼만큼이나 그 단어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고, 그렇기에 떠나는 이유가 꼭 아홉 개의 단어 때문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했다. 여행을 떠난 다는 것은 어찌됐든 설레는 일. 이유가 있을 필요가 있을까? 이유가 생기는 순간 그것에 얽매이기만 할 뿐-

 

여행의 가장 좋은 이유는 '이유없음', '그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알라딘 공식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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