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발견 - 휴대폰 소녀 밈의
조정화 글, 퍼니이브 그림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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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색깔의 겉표지, 그리고 겉표지에 그려진 일러스트로 보건대 굉장히 읽기 쉽고 장난스러운 느낌이 가득하다는 선입견을 갖게 한다. 선입견이 굉장히 안 좋은 것임을 알고 있지만 사람이라 어쩔 수 없이 선입견을 갖기 마련아닌가. 그래서 굉장히 유치할 것 같은 이 책은, 생각보다 진중하고도 깊은 내용을 담고 있는 이중성을 보여준다. 그래서 참 특이한 책이라고 느꼈다.


이 책 <시간의 발견>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시간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 내가 알려주지!' 정도가 될 듯 하다. 화자는 라이프 코치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지를 같이 고민해준다. 그리고 간간하게 등장하는 이 책 속 유일한 등장'인물'이자 일러스트의 주인공인 단발머리 소녀 밈의 개그가 함께한다. 밈은 '휴대폰'이 없으면 금단현상을 겪는 이 시대의 보통 소녀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밈'이라는 캐릭터는 "난가?"싶을만큼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들을 재미있게 일러스트로 표현해 놓는다. 물론 밈의 이야기로 웹툰처럼 모든 책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앞에서 이야기 했듯 글 또한 제대로 존재한다. 캐릭터 밈은 책을 밝게 해주고 공감을 이끌어 내는 담당이고, 글은 이런 저런 방법들을 일러주는 부분을 담당한다.


처음부터 책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매일 시간이 없다면서 주말만 기다리는 내 인생,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고 말이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밝힌다. 이 책은 열심히 살고 있지만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느끼거나,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말이다. 작가는 20대의 시간을 안타까워했다. 20대처럼 자신이 자신의 시간을 운용할 수 있는 시간도 드문데, 요즘 20대들은 종종거리면서 원래부터 자신의 인생은 없던 것처럼 무력하게 살고 있다고 말이다. 요즘은 예전보다 살기가 어려워졌고 그렇기에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여유를 가지기도 어려워졌다. 무엇이 하고 싶은지도 모르면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 건 작가가 안타까워하기도 한 지금의 내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에 마음이 그리 쓰였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처음부터 독자에게 묻는다. "이것만 끝나면, 지금은 바쁘니까, 나중에,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지금은 아니야, 아직도 모자라, 다들 그렇게 사니까 어쩔 수 없어"란 말로 현실을 불만족스럽게 사는 것이 과연 미래를 위해 행복한 것이냐고 묻는다. 또한 내 시간도 여유도 없이 바쁘기만 한 게 과연 좋기만 한 건지도 물어본다. 시간을 쓰고 있는 주체가 내가 맞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나중에 시간이 생기면 연애할 생각을 하지 말고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는 지금부터 연애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항상 지각하는 것보다 먼저 기다리는 것이 왜 좋은지도 설명하고, 꿀알바라는 것은 없다고 단호하게 이야기도 해 준다. 책은 끊임없이 독자에게 물어보고 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기를 원한다. 어드바이스 정도는 해 주지만, 네 시간을 쓰는 건 너니까 읽으면서 느끼고 선택하길 바라는 듯 했다.


하지만 어드바이스 중간중간 등장하는 밈은 엄청 재미있다. 하는 얘기마다 개그코드가 잔뜩 들어가 있는데, 그게 또 공감이 엄청나게 되는거다. 현웃이라고, 현실웃음이 나는 부분은 모두 밈이 등장하는 카툰 부분에서였다. 2등신인 이 캐릭터가 하는 짓은 참 잉여스러운데 귀엽기 그지 없다.

 

책을 읽다보면 느끼는 거지만, 이 책 <휴대폰 소녀 밈의 시간의 발견>은 처음 쉽게 봤던만큼 쉽다. 책이 담고 있는 깊이가 있다고 해서 어려워야 할 필요는 없지 않나. 그래서 이 책은 '쉽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처음엔 굉장히 가볍게 생각하고 집어들었던 책인데, 의외의 소득이 있는 것 같다. 잉여스러움을 간직할 수 있는 20대에게 바치는 이 글들엔, 조금이라도 시간을 잘 쓰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러므로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시간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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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꼭 읽어야 할 서양고전 -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서양고전 독법
윤은주 지음 / 소울메이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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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에서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살아가면서 꼭 읽어야 한다'는 것도 그랬고 '서양고전'이라는 단어도 그랬다. 뭔가 독자에게 '이런 거 읽어봤어?'라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듯 했다. (이렇게 느낀 건 나뿐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었다. 어디 어떤 책들을 품고 있나 두고보자라는 생각이 조금은 작용했던 것 같다.


확실히 고전과는 많이 친한 독서를 하지 않아서인지 책 속에 담겨 있는 15권의 책 중에서 읽은 책은 그나마도 손에 꼽히는 몇 권이었고, 그나마 읽어본 책들도 전체를 읽어본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 부분만을 읽어본 게 다였다. 고전을 다 본다는 것은 그쪽 전공이 아니고서야 영 접하기 힘든 일이 아니던가. 학교가 아닌 곳에서 고전을 읽을 여유를 가진 어른이 몇이나 될까. 딱딱하고 어려운 것은 차치하더라도 '고전'이 풍기는 아우라는 일반적으로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렵다. 그래서 '고전'이라 불리는 종류의 두꺼운 유명한 책들은 숙제가 아니라면 읽기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강제성이라도 있어야 읽지 않겠냐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살아가면서 꼭 읽어야 할 서양고전>은 대학생들이 현재 읽으면 좋을만한 책인 것 같다. 그 전공이 정치나 철학쪽이라면 더욱, 두껍고 어려운 고전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이 책 <살아가면서 꼭 읽어야 할 서양고전>은 기본적으로 책의 내용이 요약되어 있다거나 하는 식은 아니다. 다만 그 고전을 읽고 저자가 느낀 점이나 참고할 만한 책들 혹은 영화들을 예로 들어 자신이 이해한 선에서(책을 읽는 독자들이 이해할 만한 선에서) 쉽게 풀어내려고 노력한 책이다. 대중적이고 아주 짧은 고전 풀이서,라고 하면 이해가 좀 빠르게 되려나. 이 책을 통해서 여기에 등장하는 15권의 책에 대해 시쳇말로 '빠삭'하게 알게 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이 고전이 이런 내용이구나 정도는 알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리트다.


목차를 살펴보면, 책은 1부 삶에 대한 가르침, 2부 정치에 대한 가르침, 3부 앎에 대한 가르침의 세 가지의 큰 분류를 가지고 있다. 저자가 조금이라도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 목차 색인을 해 놓은 것인데, 책을 읽을 때 처음부터 무턱대로 읽어가지 말고 목차에서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를 먼저 읽고 다른 분야로의 독서를 권한다. 아무래도 관심이 있는 쪽의 이야기가 더 쉽게 눈에 들어오고 이해하기 쉬운 법이니까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2부가 재미있었다. 자본론과 군주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때부터 줄기차게 들어왔던 책의 이름이기도 하고, 친숙하게 느껴져서 이 부분을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어 하는 부분이라 그런지 다른 부분들보다 잘 읽혔던 것 같다.


저자인 윤은주 교수의 전공이 정치 철학쪽이기 때문에 그쪽의 이야기가 많은 편이니 조금 편중되어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충분히 고전에 대한 생각을 해 볼 여지가 있으므로 그리 편중되어 있다고만 생각할 부분은 아닌듯 하다. 게다가 저자는 우리에게 쉽게 이해시키기 위하여 책 한 권을 설명하는 데 많은 책과 영화들을 예로 들어주고 있다. 책이 어렵기 때문에 그 책을 설명하는 데에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봤던 영화와 연관시켜서 설명하곤 한다. [페다고지]를 설명할 때는 '캡틴 마이 캡틴'으로 유명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예로 들었고, [자본론]에서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설명으로 들었다. (어떤 식인지 알겠나?)


무슨 내용인지 세세하게 알 수는 없다 하더라도 어떤 분위기인지는 스윽 훑고 넘어갈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게 하는 책.

그게 바로 <살아가면서 꼭 읽어야 할 서양고전>이다.

 

 

저자는 고전이란 '읽어야 하는 데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것, 혹은 내용이 어려워서 누군가의 설명 없이는 읽기가 힘든 것, 읽지 않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있지만 그만큼 변명도 허용되는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이 책을 쓴 저자조차 고전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고전을 잘 모르는 것이 전혀 흠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며, 고전을 좀 더 친숙하게 느끼기 위해 워밍업부터 하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로도 보였다.


책이 품고 있는 내용이 어렵게 느껴져서 그렇지 책 자체는 그리 어려운 책은 아니다. 오히려 흥미롭다. 그러니 어려워하지 말고 서양고전에 맞서는 데 조금의 힘을 내 보자. 대학생들의 필독서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살아가면서 꼭 읽어야 할 서양고전>,

고전을 등한시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게 굳이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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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는 읽고 싶은 책이 많아서 추리는 데 고생을 좀 했다. 봄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면서 책읽기 딱 좋은 그런 계절 아니던가. 책 읽기 좋은 계절이라서인지 좋은 책들이 너무 많이 나와 있어서- 한참을 고심했다. 그래서 주제도 딱히 정하지 않고 마음가는 책들로 선정했다. 이번달은 마음가는대로!가 주제라면 주제겠다.

 

 

 

 

 

  

 

 

일단은 제일 먼저 찜한 책 김이나의 작사법, 문학동네 이 책은 보자마자 선택해야지 싶었다. 김이나 작사가는 워낙 유명한 작사가인데다가 그녀만의 특유 감성도 있고, 작사가 쪽에서는 드물게 제 이름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몇 안되는 작사가 아니던가. 그녀의 가사는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만드는 힘이 있는데 그런 그녀가 작사법을 알려준다고 하니 혹한다. 작사를 해 본 적이 있는지라 더욱 눈길이 가는 책- 두 번째도 역시 보자마자 선택한 책이다. 정여울의 그림자여행, 추수밭(청림출판) 그녀의 글은 내가 좋아한다. 여행 에세이에서 느껴지는 문학적 깊이라든지, 그녀가 쓰는 글 곳곳에 묻어 있는 진득한 깊이들은 읽는 사람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지난 내가 사랑한 유럽과 나만 알고 싶은 유럽 시리즈의 글도 좋았었고 말이다. 정여울의 글은 일단 믿고 보고 싶은 마음이라서 무조건 선택한 두 번째 책이다.

 

 

 

 

 

 

제목때문에 선택한 책이다. 정말로 누군가에게는 묻고 싶은 질문이었으니까. 나답게 사는 건 가능하냐고 말이다. 나답게 사는 건 가능합니까,달 20년지기 두 남자가 서로에 대해 그리고 본인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책이라고 하니,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나에 대한 깊은 생각도 하게 되지 않을까 해서 선택해봤다. 재미까지 있으면 더더욱 좋을 것만 같은데, 재미는 글쎄 감이 안오니까 패스.

 

 

 

 

 

 

 

이 두 권은 일러스트가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다. 보자마자 어머 예쁘잖아!!라고 생각한 두 권의 책. 다른 좋은 책들도 많겠지만 내 마음에 콕 들어온 요 부농부농한 책들이 마지막 2권이 되겠다. 소소한 하루, 42미디어컨텐츠 이 책은 사랑과 관련된 책이다. 연애를 하면서 느낄 수 있는 사소한 행복에 관한 커플툰. 인스타그램을 통해 꾸준히 업로드 했던 것들을 책으로 묶어서 냈다고 하는데, 그 그림체가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한 번 보고 싶다라고 느꼈던 책이다. 나를 위한 위로 한마디, 홍익출판사 명언들을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그려놓은 책이다. 명언이라는 것이 별 거 아니지 않나. 내 마음에 와 닿는 한 줄이 명언인 것을. 명언과 따뜻한 그림이 함께 존재함으로써 보면 힘이 날 것 같은 그런 책이라서 선택해봤다.

 

 

 

 

벌써 절반을 넘어섰다- (아직 절반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지만.) 4월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 언제 봄이 오나 했는데 봄은 벌써 와 버렸고, 모르는 사이 꽃들도 만개했다. 봄이 이렇게 스치듯 흘러가는 게 슬프고, 미세먼지는 나를 아프게만 한다ㅠㅠ 그래서일까 요즘은 더더욱 책에 정신집중!!하게 되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래도 봄이니까 책 한 권 들고 밖으로 나가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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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민낯 - 순정은 짧고 궁상은 길다
팜므팥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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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서 평점 별 다섯개 잘 안 주는데, 이 책 <연애의 민낯>은 재미있다.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그런데 그 웃음 뿐만 아니라 눈물도 난다. 그래서 이 책과 잘 어울리는 단어는 '웃프다'라는 신조어다.​ 이는 작가가 의도한 것이기도 하다. 에필로그에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재미있으면 장땡이고, 웃기는 게 최고라는 생각으로 쓰고 만들었다. '겁나 병맛'이며, '슬픈데 웃겨, 시발'이라는 감상이 나온다면 이 책을 쓴 이로서는 더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병맛, 그리고 감성 터지게 읽어주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이다. 자신의 글이 즐거움을 줬으면 하고 그 안에서 공감을 이끌어내길 원하는 작가의 소망은 충분히 전해진다.


웃기면서 슬픈 이 책의 묘미는 참 시니컬한 작가의 시선에 있다. 예쁘지 않은 것도 알고 있고, 남자가 줄줄 따르는 외모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건어물녀처럼 축 늘어져있는 게 다른 누구와 같이 일상이지만 그래도 털고 일어나 남자를 하나 사귀어 보자고 다독이는 그녀의 글에는 현실성이 있다. 아마 10년 후 어느 누군가가 이 책을 읽는다 해도 공감이 될 법한 그런 현실성 말이다. 물론 카톡 프로필 사진 이야기가 나오고, 천송이 이야기가 나오는지라 나중에 현실성이 좀 떨어질 수도 있지만(현실성 있다며!!) 그 외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이별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미래나 변함없을 테니까 말이다.


발상의 전환이라 했던가. 작가 팜므팥알은 친구들의 구남친들을 불러다놓고 구여친들이 물어보고 싶었던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물어보기도 했다. 읽다보면 남자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하는 그들 덕분에 혈압이 조금 상승하긴 하지만 꽤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기도 했고, 여자친구와의 말다툼에서 승리하는 법을 적어놓은 챕터도 재미있었다. 여자라면 무의식적으로 싸울때 내뱉는 그 말들에 대처하는 남자들의 자세- 너무나도 저자세라서 나는 할 수 없다라고 하는 자존심 킹 남자들을 제외하고서는 왜인지 효과를 봤을 법한 '여자친구 화풀기 스킬'은 공감이 돼서 낄낄거렸다.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 뿐 아니라 공감이 되는 글귀들도 참 많았다.


세상 모두가 변해도, 정말로 그 애는 변하지 않을 줄 알았다.
나는 속았다. 그 순간만은 진심이었을 너에게 속았다. 너는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그 순간에 나를 정말로 좋아한다고 한 것 뿐인데, 바보같이 나는 영원이라고 생각하고 속고야 말았다.
그것이 나는 아직도 억울하고 조금 분하고, 그리고 슬프다.  (153쪽)


평생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될 사람에게 내 소중한 기억들이, 내 순수한 사랑이 찌꺼기 같은 기억으로 남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중략)
그리고 배웠다. 끝나버린 사랑에게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자는 것을. 지나간 추억은 아름다울지언정, 지나간 사람은 내게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다는 것도. (197쪽)


내가 더 행복해 보이려 애쓰느라 한참을 낭비했다.
볼지 안 볼지도 모르는 내 사진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해서. 차라리 그 시간에 기도를 해줄 걸. 행복하라고, 나보다 언제나 더 많이. (224쪽)


나는 과격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게 좀 낯설지만, 이 서평에 대해서는 관대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꽤 적어보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잘 안되더라. 그래서 그냥 늘 그렇듯 읽어낸 느낌을 적어내려왔다. 나도 그녀도 그리고 너도 누군가의 구여친이기에 느낄 수 있는 이별의 아픔, 이별한 후의 쓸쓸함, 그리고 문득 생각나는 행복했던 추억. 그런 기억들을 콕콕 잘 찝어낸 작가 팜므팥알의 재미난 필력에 박수를. 그리고 지금 당장 헤어진 누군가가 뿐만 아니라 구여친이기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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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 - 때로는 빛나고 가끔은 쓸쓸하지만
김재연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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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작가가 하는 일은 이런 것.

세상에 퍼져 있는 이야기에 관심 갖기.

누군가와 함께 기억하고 싶은 좋은 이야기 골라내기.

그걸 다시 세상에 잘 퍼뜨리기. (p.16)

 

현재 <이현우의 음악앨범> 메인작가를 하고 있는 저자 김재연은 라디오와 늘상 함께 하는 '라디오 작가'다. 라디오 작가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라는 질문에 내 놓은 답이 이리 따뜻한 것을 보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는 '라디오'라는 매체와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타블로의 꿈꾸는 라디오>, <이소라의 음악도시>, <김C의 뮤직쇼> 등을 거쳐가며 내공을 쌓은 그녀가 내 놓은 책 『너의 마음이 안녕하기를』은 공감이라는 단어가 낯설어진 요즘, 공감이란 단어를 막 꺼내들고 싶은 그런 책이다.

 

라디오를 통해 하고자 하는 말은 늘 그거였다.

우리가 서로 힘이 되어 주면 조금은 더 살 만한 곳이 될 거예요.

DJ 목소리엔 포근함이 배어있고

좋은 음악, 좋은 사람들이 머물면서

여기서 저기로 따뜻함이 흐르는 곳.

언제까지나 그게 라디오였으면 한다. (p.17)

 

라디오처럼 아날로그한 매체와 잘 맞는 글을 쓰는 그녀는, <타블로의 꿈꾸는 라디오>의 작가로 있을 무렵 '블로노트'라는 코너를 통해 자신의 손글씨를 선보였다고 한다. 그 이후 그녀는 '캘리그라피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녀의 감성만큼이나 캘리그라피가 책 속에 녹아있다. 책에 등장하는 모든 손글씨들은 전문적으로 캘리그라피를 연구하는 분들에 비해 전문성은 떨어지더라도 그녀를 닮았기 때문인지 몰라도 정겹게 느껴진다.


 

 

책의 첫 페이지, 제목을 캘리그라피로 작가가 직접 적은 것인데- 이를 시작으로 많은 캘리그라피들이 책 속에 숨어 있다. 요즘 캘리그라피를 예쁘게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을 많은 이들이 하는 것 같던데, 인스타그램에서 책 속 작가의 캘리그라피를 만나면 괜히 반가울 것 같다.


 

한 마디로 이 책은 봄과 잘 어울리는 에세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고 당신을 위로할 거라고 거창하게 쓰인 그런 글들이 아니다. 쉽고 가볍게 읽어내려갈 수 있으면서도 가끔씩 쿵하고 와서 박히는 글들에 눈을 멈출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위에서 본인이 이야기했듯, 라디오 작가라는 직업은 '좋은 이야기를 골라내는' 사람이니까 그녀는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들을 잘 골라잡았다. 글의 소재는 누군가의 '시'에서 출발하기도 했고, 어떤 물건을 보다가 생각이 나기도 했으며, 정말 우연히 발견하기도 했다. 하지만 글의 소재를 어떻게 찾았든 그녀는 그 글들을 참 예쁘고 따뜻하게 적어내려갔고, 그 따뜻함은 읽는 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리고 글과 참 잘 어울리는 사진작가 '밤삼킨별'의 사진들은 읽는 이의 눈을 더 즐겁게 만들어준다. 따뜻한 느낌을 배가 시켜주는 따뜻함은 밤별 작가가 아니라면 글과 잘 어울렸을까 싶을 정도로 글과 잘 맞는다. 작가가 직접 쓴 캘리그라피들도 예쁘게 사진을 찍어주었기에 더 기억에 남는 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글에 배경이 되고 싶다'던 밤별작가의 바람은 「그녀가 말했다」와 「따뜻하게 다정하게 가까이」를 거쳐가면서 잘 이루어지고 있는 듯 하다.


 

초봄이 한겨울보다 매서운 건

세상 움트는 것들의 통증 때문이다  - 강연호, 「몸살」(p.22)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울고 웃고 수그리고 새파라니 얼어서

운명들이 모두 다 안기어 드는 소리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 서정주,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p.98)


슬픔은 흘러야 한다. 너의 슬픔이 나에게로.

나의 슬픔이 너에게로. 강물처럼 흘러야 한다.

그리하여 함께하는 그 슬픔의 힘으로 우리 자신을 소생시키고

다시 희망 쪽으로 걸어가야 한다.  - 박노해 (p.68)


 

 

가끔은 그녀가 고른 소재가 더 와 닿기도 하고,

그녀가 쓴 글보다 그를 손글씨로 옮긴 캘리그라피가 더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건, 그녀의 따뜻한 글이 있다는 것-


마음 다치지 않으려고 충격 주지 않으려고
최대한 높게 두껍게 튼튼하게 방어벽을
쌓아놓고 살지만 별 소용이 없다.
방심한 사이에 만난 칼끝과도 같은 질문 한 방에
마음을 둘러싼 성벽도
그 안에 마음도
무참히 무너져 내린다.

"당신은…… 슬픈가요?" (p.48)


우연히 읽은 예술가 '소피의 칼'의 책에서 발견한 '당신은 슬픈가요'를 통해서

딴딴한 듯 보여도 무너지기 쉬운 마음을 이야기하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동요 '섬집아기'의 2절을 찾아내 알려주기도 한다.


다시 언젠가 아가의 가슴을 토닥이며 자장가를 불러야 할 때가 오면

이 섬집아기를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땐 꼭 2절까지

아가를 만날 생각에 엄마가 모랫길을 달려오는

그 소절까지 끝까지 노래할 것이다 (p.97)


책을 보며 인쇄되지 않은 책은 '사람'이라면서,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우리 마음에 가장 쉽게 상처를 내는 것도 사람이지만 와서 꽃이 되는 것도 사람이다.

꽃씨처럼 훌훌 바람을 타고 날아와 곁에 사뿐 앉더니 어느새 소담하게 피어서 꽃이 된 사람.

잠들기 전에 매일 읽는 책처럼

오래오래 간직하며

날마다 한 장 한 장 넘겨보고 싶은

당신은 내게 그런 사람이다. (p.121)


조금만 눈을 돌려도 여러가지를 찾아 낼 수 있는 예쁜 그 시선으로,

세상의 모든 것들을 바라보는 그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하듯 써내려간 그 글들이 자꾸 마음을 간지럽힌다.

그래서 김C는 추천사를 이렇게 적었다.


 

 

"좀 쑥스러워도 혼자만의 시간일 때 나지막이 소리 내 이 책을 읽어보시라ㅡ 권하고 싶다."고 말이다. 가만히 앉아서 소리내고 싶은 이야기가 한 가득한 이 책은, 확실히 나 말고도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 전하면서 작은 쪽지에 '잘 지내지?' 같이 평범한 안부인사를 건네면서. 일상에서 건져낸 이 소소한 이야기들 속에서 당신의 일상은 오늘도 여전하냐고 스치듯이 묻는다면 그것은 작은 위로임과 동시에 위로라고 생각하지도 못할만큼의 사소한 일상이 될 테니 말이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마지막 쯤에 주인공 장재열이 '나에게는 한 번도 인사를 해 본적이 없다'고 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책을 읽은 나에게도 똑같이 안부를 전한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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