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꼭 읽어야 할 서양고전 -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서양고전 독법
윤은주 지음 / 소울메이트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제목에서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살아가면서 꼭 읽어야 한다'는 것도 그랬고 '서양고전'이라는 단어도 그랬다. 뭔가 독자에게 '이런 거 읽어봤어?'라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듯 했다. (이렇게 느낀 건 나뿐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었다. 어디 어떤 책들을 품고 있나 두고보자라는 생각이 조금은 작용했던 것 같다.


확실히 고전과는 많이 친한 독서를 하지 않아서인지 책 속에 담겨 있는 15권의 책 중에서 읽은 책은 그나마도 손에 꼽히는 몇 권이었고, 그나마 읽어본 책들도 전체를 읽어본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 부분만을 읽어본 게 다였다. 고전을 다 본다는 것은 그쪽 전공이 아니고서야 영 접하기 힘든 일이 아니던가. 학교가 아닌 곳에서 고전을 읽을 여유를 가진 어른이 몇이나 될까. 딱딱하고 어려운 것은 차치하더라도 '고전'이 풍기는 아우라는 일반적으로 선뜻 손을 내밀기 어렵다. 그래서 '고전'이라 불리는 종류의 두꺼운 유명한 책들은 숙제가 아니라면 읽기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강제성이라도 있어야 읽지 않겠냐는 의미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살아가면서 꼭 읽어야 할 서양고전>은 대학생들이 현재 읽으면 좋을만한 책인 것 같다. 그 전공이 정치나 철학쪽이라면 더욱, 두껍고 어려운 고전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이 책 <살아가면서 꼭 읽어야 할 서양고전>은 기본적으로 책의 내용이 요약되어 있다거나 하는 식은 아니다. 다만 그 고전을 읽고 저자가 느낀 점이나 참고할 만한 책들 혹은 영화들을 예로 들어 자신이 이해한 선에서(책을 읽는 독자들이 이해할 만한 선에서) 쉽게 풀어내려고 노력한 책이다. 대중적이고 아주 짧은 고전 풀이서,라고 하면 이해가 좀 빠르게 되려나. 이 책을 통해서 여기에 등장하는 15권의 책에 대해 시쳇말로 '빠삭'하게 알게 되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이 고전이 이런 내용이구나 정도는 알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리트다.


목차를 살펴보면, 책은 1부 삶에 대한 가르침, 2부 정치에 대한 가르침, 3부 앎에 대한 가르침의 세 가지의 큰 분류를 가지고 있다. 저자가 조금이라도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 목차 색인을 해 놓은 것인데, 책을 읽을 때 처음부터 무턱대로 읽어가지 말고 목차에서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를 먼저 읽고 다른 분야로의 독서를 권한다. 아무래도 관심이 있는 쪽의 이야기가 더 쉽게 눈에 들어오고 이해하기 쉬운 법이니까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2부가 재미있었다. 자본론과 군주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때부터 줄기차게 들어왔던 책의 이름이기도 하고, 친숙하게 느껴져서 이 부분을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어 하는 부분이라 그런지 다른 부분들보다 잘 읽혔던 것 같다.


저자인 윤은주 교수의 전공이 정치 철학쪽이기 때문에 그쪽의 이야기가 많은 편이니 조금 편중되어 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충분히 고전에 대한 생각을 해 볼 여지가 있으므로 그리 편중되어 있다고만 생각할 부분은 아닌듯 하다. 게다가 저자는 우리에게 쉽게 이해시키기 위하여 책 한 권을 설명하는 데 많은 책과 영화들을 예로 들어주고 있다. 책이 어렵기 때문에 그 책을 설명하는 데에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봤던 영화와 연관시켜서 설명하곤 한다. [페다고지]를 설명할 때는 '캡틴 마이 캡틴'으로 유명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예로 들었고, [자본론]에서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설명으로 들었다. (어떤 식인지 알겠나?)


무슨 내용인지 세세하게 알 수는 없다 하더라도 어떤 분위기인지는 스윽 훑고 넘어갈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게 하는 책.

그게 바로 <살아가면서 꼭 읽어야 할 서양고전>이다.

 

 

저자는 고전이란 '읽어야 하는 데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것, 혹은 내용이 어려워서 누군가의 설명 없이는 읽기가 힘든 것, 읽지 않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이 있지만 그만큼 변명도 허용되는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이 책을 쓴 저자조차 고전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고전을 잘 모르는 것이 전혀 흠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며, 고전을 좀 더 친숙하게 느끼기 위해 워밍업부터 하고 넘어가야 하는 이유로도 보였다.


책이 품고 있는 내용이 어렵게 느껴져서 그렇지 책 자체는 그리 어려운 책은 아니다. 오히려 흥미롭다. 그러니 어려워하지 말고 서양고전에 맞서는 데 조금의 힘을 내 보자. 대학생들의 필독서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살아가면서 꼭 읽어야 할 서양고전>,

고전을 등한시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게 굳이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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