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민낯 - 순정은 짧고 궁상은 길다
팜므팥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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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서 평점 별 다섯개 잘 안 주는데, 이 책 <연애의 민낯>은 재미있다.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그런데 그 웃음 뿐만 아니라 눈물도 난다. 그래서 이 책과 잘 어울리는 단어는 '웃프다'라는 신조어다.​ 이는 작가가 의도한 것이기도 하다. 에필로그에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재미있으면 장땡이고, 웃기는 게 최고라는 생각으로 쓰고 만들었다. '겁나 병맛'이며, '슬픈데 웃겨, 시발'이라는 감상이 나온다면 이 책을 쓴 이로서는 더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병맛, 그리고 감성 터지게 읽어주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이다. 자신의 글이 즐거움을 줬으면 하고 그 안에서 공감을 이끌어내길 원하는 작가의 소망은 충분히 전해진다.


웃기면서 슬픈 이 책의 묘미는 참 시니컬한 작가의 시선에 있다. 예쁘지 않은 것도 알고 있고, 남자가 줄줄 따르는 외모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건어물녀처럼 축 늘어져있는 게 다른 누구와 같이 일상이지만 그래도 털고 일어나 남자를 하나 사귀어 보자고 다독이는 그녀의 글에는 현실성이 있다. 아마 10년 후 어느 누군가가 이 책을 읽는다 해도 공감이 될 법한 그런 현실성 말이다. 물론 카톡 프로필 사진 이야기가 나오고, 천송이 이야기가 나오는지라 나중에 현실성이 좀 떨어질 수도 있지만(현실성 있다며!!) 그 외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이별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미래나 변함없을 테니까 말이다.


발상의 전환이라 했던가. 작가 팜므팥알은 친구들의 구남친들을 불러다놓고 구여친들이 물어보고 싶었던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물어보기도 했다. 읽다보면 남자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하는 그들 덕분에 혈압이 조금 상승하긴 하지만 꽤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기도 했고, 여자친구와의 말다툼에서 승리하는 법을 적어놓은 챕터도 재미있었다. 여자라면 무의식적으로 싸울때 내뱉는 그 말들에 대처하는 남자들의 자세- 너무나도 저자세라서 나는 할 수 없다라고 하는 자존심 킹 남자들을 제외하고서는 왜인지 효과를 봤을 법한 '여자친구 화풀기 스킬'은 공감이 돼서 낄낄거렸다.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 뿐 아니라 공감이 되는 글귀들도 참 많았다.


세상 모두가 변해도, 정말로 그 애는 변하지 않을 줄 알았다.
나는 속았다. 그 순간만은 진심이었을 너에게 속았다. 너는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그 순간에 나를 정말로 좋아한다고 한 것 뿐인데, 바보같이 나는 영원이라고 생각하고 속고야 말았다.
그것이 나는 아직도 억울하고 조금 분하고, 그리고 슬프다.  (153쪽)


평생 다른 여자의 남자가 될 사람에게 내 소중한 기억들이, 내 순수한 사랑이 찌꺼기 같은 기억으로 남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중략)
그리고 배웠다. 끝나버린 사랑에게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자는 것을. 지나간 추억은 아름다울지언정, 지나간 사람은 내게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다는 것도. (197쪽)


내가 더 행복해 보이려 애쓰느라 한참을 낭비했다.
볼지 안 볼지도 모르는 내 사진 따위가 뭐 그리 중요해서. 차라리 그 시간에 기도를 해줄 걸. 행복하라고, 나보다 언제나 더 많이. (224쪽)


나는 과격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게 좀 낯설지만, 이 서평에 대해서는 관대해지고 싶었다. 그래서 꽤 적어보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잘 안되더라. 그래서 그냥 늘 그렇듯 읽어낸 느낌을 적어내려왔다. 나도 그녀도 그리고 너도 누군가의 구여친이기에 느낄 수 있는 이별의 아픔, 이별한 후의 쓸쓸함, 그리고 문득 생각나는 행복했던 추억. 그런 기억들을 콕콕 잘 찝어낸 작가 팜므팥알의 재미난 필력에 박수를. 그리고 지금 당장 헤어진 누군가가 뿐만 아니라 구여친이기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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