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스쿨 토익 Basic LC 시원스쿨 토익 Basic
정상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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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영어가 안되면 시원스쿨 닷컴!'

요즘에도 굉장히 자주 보는 것 같은, 집 앞 롯데시네마의 화장실에 갈 때마다 보는 광고 카피다. 류현진과 함께 이시원 강사가 등장해서 짧게 영어 원리에 대한 소개를 하는 광고. 뭐 TV에도 등장하는 예의 그 똑같은 광고인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시원스쿨'이라는 브랜드는 적어도 내게 되게 친숙한 브랜드다. 시원스쿨이 영어 관련 강의 사이트이니까 당연히 토익에 관한 사이트도 있겠거니 했는데, 이렇게 본격적으로 책이 등장할 지는 전혀 몰랐다. LC와 RC 두 권이 출간 되었는데, 나는 그 중 LC의 책을 보게 됐다. (RC가 더 약한 건 안 비밀..ㅠ)


토익이 LC와 RC로 나뉜다는 것은 토익 근처에라도 가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물론 토익의 t자도 모르는 사람들은 왜 LC이고 RC인지 알지 못할 테지만 말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LC는 Listening 부분, RC는 Reading 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토익은 정해진 시간 내에 정해진 갯수의 문제를 푸는 시험이다. 다만 그 시험이 '이 사람이 영어를 이만큼 잘합니다'라는 공신력을 갖게 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에 듣기와 읽기 모두를 중요하게 두는 것이고,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이 달라서 따로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람들이 리스닝 쪽을 더 잘해서인지 아니면 그쪽이 훨씬 파고들기 쉬워서인지는 몰라도, 듣기는 만점을 받거나 2~3개 정도 틀려야 사람들이 염원하는 '토익 800'의 점수를 달성할 수 있다고도 한다. (고 들었다)


토익 관련 강의를 몇 개쯤 들어봐서 안다. 모두 무료 샘플 강의였는데, 사람들이 왜 강의를 보는 지 알 수 있는 것만큼이나 굉장히 귀에 잘 박히는 수업이었다. 그리고 왜인지 이렇게 강의를 들은 사람들과 듣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는 출발선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뭐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 <시원스쿨 토익 Basic LC> 또한 교재로 만들어진 책이다. 그렇기에 토익시원스쿨에 가면 저자인 정상이 수업하는 강의를 들을 수가 있다. 나는 아쉽게도 무료 mp3파일을 찾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저자 직강이 있다보니 그 책과 연관되어 공부를 하는 쪽이 성적을 올리기엔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서.


이 책의 저자 '정상'은 토익 시험 58회 응모, 그 응모한 시험에서 모두 990점 만점을 받은 사람이다. 한 마디로 토익 실력자라는 이야기다. 토익은 패턴이 있다고들 한다. 물론 외워야 하는 단어와 문법들이 즐비하지만 (RC부분에는) 그것들을 열심히 하다보면 어느정도 문제의 패턴에 익숙해 질 수 있다고 말이다. 한 문제를 푸는 데 얼만큼의 시간을 줄이느냐가 관건인 문제풀이에서, 문제를 풀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받는 다는 것은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되는 일이다. 그렇기에 <시원스쿨 토익 Basic LC>에는 정상 강사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들을 하나로 집약해 만들어낸 책이라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듣기파트는 총 4개의 유형의 문제들이 등장한다. 주어진 사진 보고 바르게 묘사한 사진 찾기, 주어진 질문과 가장 적절한 답변 찾기, 두 사람의 화자가 주고받은 대화문을 듣고 문제에 대한 답 찾기, 연설문 설명문 등을 듣고 문제에 대한 답 찾기. 이렇게 총 4개의 유형들은 또 각각의 자주 출제되는 패턴들로 세분화 되어 어떤 식으로 문제에 다가가면 시간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답을 찾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 한가지 패턴을 여러번 반복해서 문제를 푸는 이가 익숙해질 수 있도록 유도한 뒤, 뒷쪽에서 기출문제를 풀어보며 감을 잡게 하고, 실전감각도 다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물론 토익은 단어를 누가 많이 아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에 '단어'정리는 필수로 해 놓았고 말이다.


문제를 들을 수는 없어서 읽으면서 찬찬히 봤는데, 생각보다 깨알같은 팁들이 줄줄이 떨어진다. 본인이 직접 직강을 하기 때문에 더 좋은 꿀들은 강의 내에서 떨어질 테지만, 강의를 보지 않더라도 분명히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꿀팁이 될 만한 것들 말이다. 책을 보다보니 괜찮아서 동생에게도 추천해 줄 생각이다. 하나의 강의를 둘이서 보면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될 테니 옆에 앉혀 놓고 같이 공부하는 방법도 강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좀 들면서. LC의 퀄리티를 보니 RC도 사서 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책 퀄리티가 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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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탐구생활
김현진 지음 / 박하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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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탐구생활>이라는 육감적인 제목을 가지고 이렇게나 단정한 글이 나오기도 힘들 것 같다. 제목만 들어서는 뭔가 굉장한 일이 벌어질 것만 같고, 은밀한 일들이 벌어져야 할 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으니까 말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단정한 느낌. ㅡ내게 <육체탐구생활>의 첫 느낌은 그랬다.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들은 '몸'에 깃들어 있다

작가의 말의 제목이 이렇다. 성공회 신부인 매튜 폭스가 쓴 글이 어느정도 실려있는데, 작가는 이 글을 보면서 '육체'라는 단어를 오래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는, '뱃속으로부터 끓어오르는 도덕적 격분과, 돌이켜보기 싫은 몸의 기억과, 상심했던 시간들과 내가 멸시하고 함부로 대했던 내 육신이 실은 우리 삶을 이루는 모든 것이었음을 나는 아주 늦게 깨달았다. (11쪽)' 라는 자신의 생각이 다다른 깨달음을 이야기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이 책은 육체에 대한 그녀의 글이지만 본질적으로는 육체로 한정지을 수 없는, 정신과 기억과 추억과 몸에 대한 이야기다. 사전에 나오는 '육체'라는 단어의 뜻에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음에도 책 제목이 퍽 잘 어울리는 것은, 그녀가 책 안에 꾹꾹 눌러담은 이야기들이 다른 의미로는 '육체'라는 단어 속으로 충분히 담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이 '탐구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를 오래토록 곱씹고 되새기고 생각하고 다시 곱씹어서 그것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생각을 하고 나서야 뱉을 수 있는 거라고 말이다. 그녀는 그렇게 탐구하면서 얻은 자신만의 깨달음으로 자신만의 방법을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당신의 경험은 나도 경험해 봤어요. 그러니 당신의 경험이 당신의 것이라고 슬퍼만 하지 말아요. 당신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 내는 나같은 사람도 있잖아요' 같은 느낌. 전혀 위로를 전할 것 같지 않은 제목에서 위로를 얻었다니 그것도 참 아이러니한 일이긴 한데,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경험으로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일은 참 멋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거 좀 웃긴다라는 글들이 나오다가도 그러니 그녀가 책 속에 담은 결코 가볍지 이야기들을 마주 할 때면, 나는 살면서 얼만큼 탐구하고 있나 고민도 하게 되고 말이다. 회사를 다닐 때 괴로움을 느꼈을 때 타인에게 받았던 위로의 경험을 들려주면서 읽는 이에게도 위로를 전해주는 이런 이야기들은 마음이 따뜻해 지는 이야기였다.


할머니가 아가,라고 불러주면 대책없는 안도감이 온돌처럼 포근하게 찾아왔다. 아직 너는 세상에 애송이니까 더 깨지고 울어봐도 된단다, 너는 아직 아가니까 아직 깨질 수 있는 시간이 남았단다 아가, 뭐 그런 의미들을 나 혼자 멋대로 읽어내다 보면 할머니가 아가, 하고 부를 때 암담해 보이기만 하던 남은 날들이 아주 조금은 희망적으로 보이는 주문에 걸리곤 했다. (62쪽) 

"있잖아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요!"
젊지도 늙지도 않은 경찰관의 얼굴은 매우 곤란해 보였다. 그는 잠시 캄캄한 하늘을 쳐다봤다가 땅바닥을 쳐다보더니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서툰 손길로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괜찮아요. 그거, 다 젊어서 그런 거예요. 다 괜찮아질 거예요."
"정말요?"
"그럼요. 다 괜찮아질 거예요." (72-73쪽)


그녀가 적은 단어들 중, 회사를 그만 두고 난 뒤 내뱉은 '낭만적인 낙오자'라는 생각은 내게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낙오자임을 쿨하게 인정하고, 지금 당장은 아주 만족스러운 느낌을 잠깐이라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즐기는 것.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종종 거리며 다른 직장을 찾는 누군가에게는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회사를 퇴사한 슬픔은, 말하자면 이런 거였다. 단순히 직업을 잃었다는 것이 아니라 나는 정상인들의 세계에서 절대 견디지 못한다는 증거, 결국 나는 하자 있는 제품이라고 도장 찍혀버렸다는 것, 나는 이 세상을 살아가기에 큰 결함이 있다, 라는 총체적 증명. (51쪽)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경쟁 시대에서, 누군가는 낙오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사무실에 들어앉아 있을 때 즐기지 못했던 가을 정취 속을 개를 데리고 천천히 걸으면서, 인정했다. 그렇다 나는 낙오자다, 또한 하자품이다. 그리고 아주 낭만적인 낙오자다. 지금은 이것으로 좋다. (52쪽)


그래도 명색이 <육체탐구생활>인데 육체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 나와서는 쓰나. 물론 등장한다. 남자들의 스키니진은 엉뽕 같다면서 여자들의 가슴을 모아주는 보정 속옷과 다를 바 무에 있냐며 스키니진에 대한 생각을 말하기도 하고, 손이 이쁜 여자가 좋다는 말에 손톱을 길러 케어까지 받아봤으나 하는 직업상 손톱이 금방 부러져버려서 하등 소용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으며, 저자의 아빠가 만든 채무로 집이 경매로 넘어가 자신들을 쫓아내러 온 용역 깡패의 탄탄한 몸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지만 엉뚱한 느낌이 나는 이야기들이 대다수. 가장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잘 생기면 성희롱이 아니고 안 그러면 성희롱이다'라는 글 부분이다. 물론 그 뒤의 해명 글 부분도 재미있었다. 남자들의 밑도끝도 없는 자신감에 대한 이야기에 관한 글이었는데 여자들이라면 한 번씩은 꼭 공감을 할 것 같은 이야기였다.


그에 반해 '격렬한 손길이 애정이라 생각했다'라는 제목을 쓴 글은 책 속에서 가장 슬프게 읽은 부분이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냈는데, 어렸을 때부터 '지나치게' 맞고 자라 자신의 몸을 함부로 대하며 상대방에게도 계속 맞을 짓을 하게끔 행동하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도 잘못했을 때엔 엄마한테 꽤나 맞고 자랐는데도 불구, 그녀의 '생각' 자체가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진심으로 '애는 때려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말리는 부분에서는 도대체 어땠길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에 대한 해답은 곧 등장했다. 레슬링 기술을 걸리는 건 기본, 연발로 맞기도 했던 것 같다. (무척이나 두루뭉술하게 표기했지만 말이다) 어떻게 딸을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상상도 안되면서 꽤나 안쓰러웠던 이야기였다. 자신을 소중히 하지 않은 것이 다 그 마음의 상처 때문에 생긴 '누군가 내 몸을 함부로 해도 그러려니 하는 어떤 체념'의 상태까지 간 것에 대해서는 말이다. 

사는 게 강퍅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그때 과자를 뿌리던 할머니 모습을 생각하고 그 목소리를 떠올린다. 살겠다는 것들은 다 이뻐. 악에 받쳐 잘 살겠다는 것들은 안 이쁘지만 살겠다는 것들은 이쁘다. 그 다음부터 나는 함부로 비둘기 징그럽다 말 안하기로 했다. 누가 그럴 자격이 있단 말인가. 살겠다고 하는 것들끼리. (235쪽)

그래서 그럴 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책 속에서 찾았기에 덧붙여본다.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만, 죽겠다고 약도 털어넣고 팔목에 칼도 가져다 그어본 그 시절의 작가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인 것도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그런가. 그녀의 이야기들은 웃기는 부분이 있을 지언정 가볍지는 않았다. 가벼울 수 없었다. 그녀는 고된 삶의 육체노동에 자신을 던져보기도 하고, 남들은 다가가지도 않고 관심조차 없는 농성장들에 다가갔으며, 굉장히 슬픈 죽음에 연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뭔가를 잃은 기억이 많아지는 거라고 나는 서른도 넘긴 나이에 알게 되는 모양이다. (22쪽)' ​어른이 된지 한참인데 아직 사춘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야기 하면서도, '꿈을 쫓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져 우리는 그냥 이렇게 죽는 것이다. 죽을 각오를 하면 뭘 못하냐는 식으로 흔히 하는 그 말은, 정말로 죽고 마는 사람들 앞에서 이토록 무색하다. (261쪽)' ​현실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내던지기도 한다. 그녀의 글들은 합일점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마음대로 내던져 지는 듯 하다.


그래서 책을 처음 열었을 때의 즐거움보다 책을 닫을 때는 차분함이 나를 찾아왔다. 그녀는 도대체 어떤 것들을 사랑하였고 어떻게 받아들였기에 이렇게나 만신창이처럼 보이는가. 그녀의 몸에 깃든 것들은 감히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것들인 듯 하여 안쓰러움도 한켠 마음에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그녀의 생각은 온전히 그녀의 모든것들을 받아들이고 해석해내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마음도 함께 자리잡았다.


가볍지 않다. 가볍지 않은데 글 속의 위트들은 피식 나를 웃게 한다. 참 아이러니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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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 위대한 여성들의 일러스트 전기 라이프 포트레이트
제나 알카야트 지음, 니나 코스포드 그림, 채아인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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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이라는 출판사는 '미술전문' 예술 분야의 출판사이다. 출판사의 성격이 성격인지라, '버지니아 울프'의 전기가 담긴 책이 나온다고 해서 조금은 의아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일러스트, 미술, 예술 관련 책을 출판하던 곳에서 갑자기 웬 여성 문학가의 전기가 나오는 걸까? 하지만 그런 생각은 채 오래하지 못했다. 책 표지의 일러스트부터 눈을 사로잡기 때문이었다. 책이 주는 느낌은 책 제목만을 들었을 때 가질 수 있는 그런 문학적인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다. 책 자체가 굉장히 예쁘면서도 아기자기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책을 들춰보면서 알게 됐다. 이 책은 머리 아프게 읽어가야 하는 책이 아니라 느껴야 하는 책이구나 하고.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본 이름일 테다. 하지만 내게는 크게 와 닿지 않은, 어느 유명 문학가일 뿐이었다. 그의 이름을 듣고 '그녀'를 '그'라고 착각할 뻔 했으니 말 다한 것이 아닌가.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당대에는 물론 현대까지도 많은 의미를 가지는 소설들, 이른바 고전들을 굳이 찾아 읽지 않는 내 특징상 그녀를 잘 모르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이런 나같은 사람들, 그러니까 작품은 들어봤으나 (작품은 유명하니까 어디서든 들어봤으나) 작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다. 복잡하지 않고 오히려 되게 간결하지만, 그 속에서 작가의 생애를 단편적으로나마 알 수 있도록 만든 책. 작가의 전기라고 해서 거부감을 심어주지 않고 일러스트를 통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어려운 내용도, 복잡할 것도 없이 편안한.


말하자면 이종에서 출판한 <버지니아 울프>라는 책은 일종의 일러스트 책이다. 여성 문학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전기를 작가가 일러스트와 함께 버무려 간단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여러 여운을 남기는 그런 책. 그렇기에 책 속에는 많은 글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글들 사이사이의 공간을 메꾸는 것은 예쁜 일러스트들이다. 게다가 책 속의 일러스트로 만들어진 편지지와 함께 달력도 증정하고 있으니, 소장욕구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일 듯.



이야기는 꽤 단편적으로 이어진다. 그녀의 성장과정이나 행했던 행동들이 상세하게 기술되지는 않지만,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했던 일들은 대체로 기술되는 식이다. 가끔씩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도 있는데, 특히 이 부분 "위로할 길 없는 슬픔에 빠져, 버지니아는 몇 달 동안 식사를 거부하고 침대에 누워 새들이 그리스어로 노래하는 것을 들었다." 은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책을 읽는 와중에는 잘 몰랐었다. 아니 왜 새들이 그리스어로 노래를 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을 뿐. 하지만 후에 버지니아 울프를 검색하면서 그녀가 앓았던 정신이상에 관해 알게 됐고, 이 부분은 그녀가 겪었던 환청의 어떤 부분을 적어놓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자세한 전기가 아니기 때문에 나처럼 읽으면서 의아한 부분이 생길 수도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처럼 검색해 보는 것도 좋고, 그녀의 다른 전기를 읽어보는 것도 좋겠지. 이 책은 그녀에 대해 스스럼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일종의 초급 수준의 수학책이다. 더 높은 차원의 수학이 필요하다면 그에 맞는 책을 찾아가면 된다. 어렵지 않고 흥미를 유발해 많은 이들이 수학을 포기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 책이 할 일인데, 이 책은 충분히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본다. 작가가 버지니아 울프의 평전들을 참고해 얻은 영감과 정보들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책 말미에 작가가 영감을 얻은 책들의 제목이 나오니, 고급 수학이 필요한 사람들은 이 곳에 언급된 책들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원래 작품은 그걸 쓴 작가의 인생관이나 살아온 환경 등을 알고 보는 것과 아닌 것의 큰 차이가 있지 않은가. 이 책만으로 그녀의 인생 전부를 알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녀가 한 뼘 가까이 느껴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안락한 느낌의 일러스트들은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친근감을 줬고, 그에 따른 호기심도 안겨주었다. 내가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검색해 보며 그녀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냈던 것처럼 이 책을 읽을 다른 어떤 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예쁘고 작고 읽기 쉬운 책이지만 읽다보면 궁금한 것이 많아지는, 새로운 느낌의 전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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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 위대한 여성들의 일러스트 전기 라이프 포트레이트
제나 알카야트 지음, 니나 코스포드 그림, 채아인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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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출간 된 <제인 오스틴>. 사실 버지니아 울프보다 제인 오스틴이라는 인물이 내게는 더 익숙하다. 왜냐고 묻는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제인 오스틴을 접할 기회가 개인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은 <오만과 편견>이다. 이 책은 책 뿐만 아니라 이미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 여러 차례 히트한 작품이기도 하고 말이다. 나도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제인 오스틴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듣게 되었다. 그 후, 작가 본인인 제인 오스틴을 토대로 픽션을 가미해 만들어진 <비커밍 제인>을 본 후 완전히 각인되었다. 사실 처음으로 <오만과 편견>과 <비커밍 제인>을 마주했을 때는 전혀 상관이 없는, 시대만 비슷한 영화인가보다 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니 비슷한 부분이 꽤나 많아서 '도대체 왜 비슷하지?' 라는 생각으로 의문을 품었고, 찾아보니 <비커밍 제인> 속 여주인공이 <오만과 편견>의 작가란다. 그렇게 제인 오스틴은 내게 각인되었다. 꽤나 강렬하게 말이다. 그래서 <제인 오스틴>은 내가 꽤나 기대했던 책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제인 오스틴> 속 일러스트들은 역시 여자의 마음을 저격한다. 무엇보다 일러스트들의 느낌이 좋은 건 따뜻하면서도 활기찬 색감 때문이다. 디테일한 인물 표현부터 그 시대 속 풍경묘사, 집안의 세세한 물건들의 묘사, 그리고 평화롭고 고즈넉한 느낌까지. 임팩트 있는 이야기가 아닌데도 조그마한 이미지 하나 때문에 임팩트가 있게 변화하는 모습을 이 책에서는 자주 목격할 수 있는데, 그게 일러스트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버지니아 울프> 서평 당시 구구절절 적어놓았기에 넘어가려 했으나 절대 패스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버지니아 울프> 서평 참조)


글이 얼마 없어 금방 다 읽었음에도 다시 앞으로 돌아와 일러스트를 찬찬히 감상하게 되는 그런 책. 이 책은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다.




제인 오스틴의 삶은 꽤나 평탄하다. 책 속에 '유복했다'는 글은 보이지 않으나 풍기는 이미지 자체가 '가난'하다거나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가족끼리의 유대가 좋은 집안이었던 것만은 분명한 듯 하다. 아버지가 목사였으며 목사관을 기숙학교로 만들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책에 둘러싸여 지냈던 것은 그녀에게는 글쓰는 것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제인 오스틴의 엄마 카산드라는 시 쓰기를 즐겨했고 제임스 오빠는 솜씨있는 시인이었다. 제인은 노트에 소설 쓰기를 즐겨했다고 한다. 그녀에게 재능이 있음을 안 아버지가 마호가니 책상을 선물할 정도로 그녀의 가족들은 화목했다. 이후의 생활도 몇 번의 부침이 있을 뻔 했지만 나름 평탄했으며, 익명으로 출간한 <이성과 감성> 이후 그녀의 출판물들은 당대에도 크게 사랑을 받는다. 제인 오스틴은 굴곡진 삶을 살았던 인물은 아닌 듯 하다.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비커밍 제인>의 이야기들은 픽션이기에 가능했던 이야기였음이 밝혀져서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제인 오스틴의 생애가 나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좋다. 그녀의 성정이었기에 <오만과 편견>의 사랑스러운 엘리자베스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제인 오스틴>은 살면서 6편의 작품밖에 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에도, 현재에도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 (BBC의 설문조사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꽤나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듯 하다) 그녀의 글에는 뭔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버지니아 울프>부터 시작해 '위대한 여성들의 일러스트 전기'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는데, 다음에는 코코샤넬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녀의 전기는 또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특히 코코샤넬은 옷을 만들던 디자이너 아니던가. 어떤 느낌일지 왕궁금. 이종 출판사의 일러스트 전기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본다. 쭈르륵 책꽂이에 꽂아놓고 본다면 꽤나 예쁜 인테리어 소품이 될 것 같은, 그래서 계속 출간된다면 사서 모으고 싶은 시리즈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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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나라의 앨리스 - 앨리스의 끝나지 않은 모험, 그 두 번째 이야기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3
루이스 캐럴 지음, 정윤희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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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이야기는 굉장히 많은 매체에서 리메이크 되고, 새롭게 각색되고 덧입혀지면서 사람들에게 참 익숙한 컨텐츠가 되었다. 정확하고 세세한 내용은 모르더라도 대략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가 매리트가 있다는 얘기고, 어느 정도의 흥행을 보증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이니까. 개인적으로 내가 재미있게 봤던 애니메이션에서도 앨리스의 캐릭터들을 차용해서 이야기를 전개하기도 했고, 조니뎁이 모자장수로 등장했던 영화나 그 이전의 많은 영화들 (디즈니 애니메이션 무비에서의 앨리스도 빼 놓을 수 없겠다), 잡지의 컨셉들과 음반 자켓의 컨셉들 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만화 등 수 많은 분야에서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앨리스라는 이 작은 꼬마 아가씨는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나 익숙한 앨리스에게 후속작이 있었다는 것을 이번에야 알았다. 무언가 또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1865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럴 작가가 이후 6년만에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1871년에 발표 했다고. 그리고 이 앨리스 시리즈는 동시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데, 왜 내게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낯선 걸까? 아무래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 덜 다뤄져서 인 것 같기도 한데, 뭐 이번에 새로 알게 됐으니 됐다. 앨리스의 새로운 모험이라면 읽어보면 될 일 아닌가. 거기다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의 그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리는데, 이전 앨리스의 일러스트를 맡았던 김민지 작가가 이번에도 함께 했다. 굉장히 아름답고 기발한 삽화들이 가미되었는데, 이 어찌 책을 읽지 않으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로 빠져들어가 겪은 온갖 모험 이야기라고 정리를 할 수 있었던 것처럼, <거울 나라의 앨리스> 또한 앨리스가 거울 나라 속으로 들어가서 겪은 온갖 모험 이야기라고 정리를 할 수 있다. 아주 간단하게 정리를 하면 말이다. 사실, 앨리스라는 꼬마 아가씨의 캐릭터 자체가 워낙 호기심이 왕성하고 하고 싶은 것은 꼭 해봐야 하는 성격인데다가 여리기까지 해서, 이리저리 휩쓸려다니기 십상인 캐릭터이기는 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토끼를 따라가는 무모함이나, 거울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바로 들어가보는 행동력을 갖춘 보기 드문 행동파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동물 식물 심지어 말하는 달걀?(험프티 덤프티)과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교환하는 건 외려 부러운 면도 없지 않다. 앨리스처럼 모험을 할 수 있는 여자아이가 흔치 않았던 시절이었으니, 앨리스는 여자아이들에겐 특히 인기 있는 캐릭터였음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책을 읽으며 문득 들었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가서 겪었던 것만큼 이상하면서도 신기한 일이 일어나는 거울 나라 속.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상한 나라로 앨리스를 인도하는 토끼가 거울 나라에는 없다는 것. (앨리스는 거울 나라에, 그러니까 거울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모험을 시작하기 전의 이야기는 상세히 나오지 않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는 달리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거울 나라로 빨려 들어가기 전 고양이들과 노닥거리면서 체스를 두면서 놀고 있었다는 구체적인 행동이 등장한다는 것.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서 이상한 나라 밖으로 나가는 방법을 물으며 다녀야 했던 이상한 나라와는 달리 나가는 방법이 애초에 정해져 있었다는 것 등. 비슷한 듯 하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의 구조는 꽤 다른 편이다. 그럼에도 모험심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거울 속'이라는 특수성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일들의 연속적인 사건들 때문이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고양이와 체스를 두다가 거울 속으로 들어가서였는지, 거울 나라의 끝까지 가는 길은 체스 말처럼 네모난 칸 한칸씩을 지나 8번째 칸에 다다르는 길 뿐이다. 체스판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과 하얀 여왕 둘 다 등장하고, 물론 왕도 등장한다. (아주 잠깐이긴 하지만) 그리고 어처구니 없이 싸우는 기사들도 등장한다. 체스판의 이미지를 차용하되 체스판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것도 이 때문. 체스의 룰을 자세히 몰라서 '릴리'라는 말의 이름이 있는지, 그 말은 어떻게 체스판에서 움직이는지 뭐 이런것을 알았다면 좀 더 깊이 알 수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전히 '영어 말장난'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해 번역이 그 맛을 살리기 어려울 때가 많고, '시'로 표현되는 부분들에 대한 감동이 덜한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여전히 감동을 주는 일러스트와 허를 찌르는 대화들은 가끔 멈추고 생각을 하게끔 한다.


"지난 일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정말 형편없는 일이란다." (114쪽)

"제일 아름다운 건 항상 멀리 있는 것 같아!" (126쪽)

"해보지도 않고 보기 좋을지 아닐지 어떻게 알아?" (154쪽)

"일단 말을 뱉고 나면 그걸로 끝이란다. 네가 한 말에 대한 결과에 책임져야 해." (214쪽)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 이어서 거울 나라를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현실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아이가 있다면 '정신차리라!'며 호통을 쳤을 지 모르는, 어느새 나도 '어른'의 위치에 서 있지만,

오늘은 그런 것들 모두 던져 버리고 앨리스의 이 이상하고 정신없는 모험에 몸을 맡겨보고 싶은 날이다.

더불어 다가오는 2016년에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조니뎁이 출연했던 그 영화 후속탄으로 개봉한다고 하니 미리 읽고 기다려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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