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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 위대한 여성들의 일러스트 전기 ㅣ 라이프 포트레이트
제나 알카야트 지음, 니나 코스포드 그림, 채아인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버지니아 울프>와 함께 출간 된 <제인
오스틴>. 사실 버지니아 울프보다 제인 오스틴이라는 인물이 내게는 더 익숙하다. 왜냐고 묻는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제인 오스틴을 접할
기회가 개인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이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은 <오만과 편견>이다. 이 책은 책 뿐만 아니라
이미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 여러 차례 히트한 작품이기도 하고 말이다. 나도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제인 오스틴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듣게
되었다. 그 후, 작가 본인인 제인 오스틴을 토대로 픽션을 가미해 만들어진 <비커밍 제인>을 본 후 완전히 각인되었다. 사실 처음으로
<오만과 편견>과 <비커밍 제인>을 마주했을 때는 전혀 상관이 없는, 시대만 비슷한 영화인가보다 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보니 비슷한 부분이 꽤나 많아서 '도대체 왜 비슷하지?' 라는 생각으로 의문을 품었고, 찾아보니 <비커밍 제인> 속 여주인공이
<오만과 편견>의 작가란다. 그렇게 제인 오스틴은 내게 각인되었다. 꽤나 강렬하게 말이다. 그래서 <제인 오스틴>은
내가 꽤나 기대했던 책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제인 오스틴> 속
일러스트들은 역시 여자의 마음을 저격한다. 무엇보다 일러스트들의 느낌이 좋은 건 따뜻하면서도 활기찬 색감 때문이다. 디테일한 인물 표현부터 그
시대 속 풍경묘사, 집안의 세세한 물건들의 묘사, 그리고 평화롭고 고즈넉한 느낌까지. 임팩트 있는 이야기가 아닌데도 조그마한 이미지 하나 때문에
임팩트가 있게 변화하는 모습을 이 책에서는 자주 목격할 수 있는데, 그게 일러스트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버지니아 울프> 서평
당시 구구절절 적어놓았기에 넘어가려 했으나 절대 패스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버지니아 울프> 서평
참조)
글이 얼마 없어 금방 다 읽었음에도 다시 앞으로 돌아와
일러스트를 찬찬히 감상하게 되는 그런 책. 이 책은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다.

제인 오스틴의 삶은 꽤나 평탄하다. 책 속에
'유복했다'는 글은 보이지 않으나 풍기는 이미지 자체가 '가난'하다거나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가족끼리의 유대가 좋은
집안이었던 것만은 분명한 듯 하다. 아버지가 목사였으며 목사관을 기숙학교로 만들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책에 둘러싸여 지냈던 것은 그녀에게는
글쓰는 것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제인 오스틴의 엄마 카산드라는 시 쓰기를 즐겨했고 제임스 오빠는 솜씨있는 시인이었다. 제인은 노트에 소설
쓰기를 즐겨했다고 한다. 그녀에게 재능이 있음을 안 아버지가 마호가니 책상을 선물할 정도로 그녀의 가족들은 화목했다. 이후의 생활도 몇 번의
부침이 있을 뻔 했지만 나름 평탄했으며, 익명으로 출간한 <이성과 감성> 이후 그녀의 출판물들은 당대에도 크게 사랑을 받는다. 제인
오스틴은 굴곡진 삶을 살았던 인물은 아닌 듯 하다.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다)
<비커밍 제인>의 이야기들은 픽션이기에
가능했던 이야기였음이 밝혀져서 조금은 아쉬운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제인 오스틴의 생애가 나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좋다. 그녀의 성정이었기에
<오만과 편견>의 사랑스러운 엘리자베스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제인 오스틴>은 살면서 6편의 작품밖에
남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대에도, 현재에도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 (BBC의 설문조사에서 셰익스피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꽤나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듯 하다) 그녀의 글에는 뭔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버지니아 울프>부터 시작해 '위대한 여성들의
일러스트 전기'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는데, 다음에는 코코샤넬이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녀의 전기는 또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특히
코코샤넬은 옷을 만들던 디자이너 아니던가. 어떤 느낌일지 왕궁금. 이종 출판사의 일러스트 전기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본다. 쭈르륵 책꽂이에
꽂아놓고 본다면 꽤나 예쁜 인테리어 소품이 될 것 같은, 그래서 계속 출간된다면 사서 모으고 싶은 시리즈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