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나라의 앨리스 - 앨리스의 끝나지 않은 모험, 그 두 번째 이야기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3
루이스 캐럴 지음, 정윤희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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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이야기는 굉장히 많은 매체에서 리메이크 되고, 새롭게 각색되고 덧입혀지면서 사람들에게 참 익숙한 컨텐츠가 되었다. 정확하고 세세한 내용은 모르더라도 대략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야기가 매리트가 있다는 얘기고, 어느 정도의 흥행을 보증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이니까. 개인적으로 내가 재미있게 봤던 애니메이션에서도 앨리스의 캐릭터들을 차용해서 이야기를 전개하기도 했고, 조니뎁이 모자장수로 등장했던 영화나 그 이전의 많은 영화들 (디즈니 애니메이션 무비에서의 앨리스도 빼 놓을 수 없겠다), 잡지의 컨셉들과 음반 자켓의 컨셉들 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만화 등 수 많은 분야에서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앨리스라는 이 작은 꼬마 아가씨는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나 익숙한 앨리스에게 후속작이 있었다는 것을 이번에야 알았다. 무언가 또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라는 제목으로 말이다. 1865년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럴 작가가 이후 6년만에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1871년에 발표 했다고. 그리고 이 앨리스 시리즈는 동시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데, 왜 내게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낯선 걸까? 아무래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 덜 다뤄져서 인 것 같기도 한데, 뭐 이번에 새로 알게 됐으니 됐다. 앨리스의 새로운 모험이라면 읽어보면 될 일 아닌가. 거기다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의 그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리는데, 이전 앨리스의 일러스트를 맡았던 김민지 작가가 이번에도 함께 했다. 굉장히 아름답고 기발한 삽화들이 가미되었는데, 이 어찌 책을 읽지 않으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로 빠져들어가 겪은 온갖 모험 이야기라고 정리를 할 수 있었던 것처럼, <거울 나라의 앨리스> 또한 앨리스가 거울 나라 속으로 들어가서 겪은 온갖 모험 이야기라고 정리를 할 수 있다. 아주 간단하게 정리를 하면 말이다. 사실, 앨리스라는 꼬마 아가씨의 캐릭터 자체가 워낙 호기심이 왕성하고 하고 싶은 것은 꼭 해봐야 하는 성격인데다가 여리기까지 해서, 이리저리 휩쓸려다니기 십상인 캐릭터이기는 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토끼를 따라가는 무모함이나, 거울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바로 들어가보는 행동력을 갖춘 보기 드문 행동파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동물 식물 심지어 말하는 달걀?(험프티 덤프티)과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교환하는 건 외려 부러운 면도 없지 않다. 앨리스처럼 모험을 할 수 있는 여자아이가 흔치 않았던 시절이었으니, 앨리스는 여자아이들에겐 특히 인기 있는 캐릭터였음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책을 읽으며 문득 들었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가서 겪었던 것만큼 이상하면서도 신기한 일이 일어나는 거울 나라 속.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상한 나라로 앨리스를 인도하는 토끼가 거울 나라에는 없다는 것. (앨리스는 거울 나라에, 그러니까 거울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모험을 시작하기 전의 이야기는 상세히 나오지 않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는 달리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거울 나라로 빨려 들어가기 전 고양이들과 노닥거리면서 체스를 두면서 놀고 있었다는 구체적인 행동이 등장한다는 것. 이리 저리 돌아다니면서 이상한 나라 밖으로 나가는 방법을 물으며 다녀야 했던 이상한 나라와는 달리 나가는 방법이 애초에 정해져 있었다는 것 등. 비슷한 듯 하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의 구조는 꽤 다른 편이다. 그럼에도 모험심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거울 속'이라는 특수성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일들의 연속적인 사건들 때문이다.


위에서 이야기했던 대로 고양이와 체스를 두다가 거울 속으로 들어가서였는지, 거울 나라의 끝까지 가는 길은 체스 말처럼 네모난 칸 한칸씩을 지나 8번째 칸에 다다르는 길 뿐이다. 체스판에 등장하는 붉은 여왕과 하얀 여왕 둘 다 등장하고, 물론 왕도 등장한다. (아주 잠깐이긴 하지만) 그리고 어처구니 없이 싸우는 기사들도 등장한다. 체스판의 이미지를 차용하되 체스판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것도 이 때문. 체스의 룰을 자세히 몰라서 '릴리'라는 말의 이름이 있는지, 그 말은 어떻게 체스판에서 움직이는지 뭐 이런것을 알았다면 좀 더 깊이 알 수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전히 '영어 말장난'이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해 번역이 그 맛을 살리기 어려울 때가 많고, '시'로 표현되는 부분들에 대한 감동이 덜한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여전히 감동을 주는 일러스트와 허를 찌르는 대화들은 가끔 멈추고 생각을 하게끔 한다.


"지난 일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정말 형편없는 일이란다." (114쪽)

"제일 아름다운 건 항상 멀리 있는 것 같아!" (126쪽)

"해보지도 않고 보기 좋을지 아닐지 어떻게 알아?" (154쪽)

"일단 말을 뱉고 나면 그걸로 끝이란다. 네가 한 말에 대한 결과에 책임져야 해." (214쪽)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 이어서 거울 나라를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현실 속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아이가 있다면 '정신차리라!'며 호통을 쳤을 지 모르는, 어느새 나도 '어른'의 위치에 서 있지만,

오늘은 그런 것들 모두 던져 버리고 앨리스의 이 이상하고 정신없는 모험에 몸을 맡겨보고 싶은 날이다.

더불어 다가오는 2016년에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가 조니뎁이 출연했던 그 영화 후속탄으로 개봉한다고 하니 미리 읽고 기다려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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