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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 - 위대한 여성들의 일러스트 전기 ㅣ 라이프 포트레이트
제나 알카야트 지음, 니나 코스포드 그림, 채아인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이종'이라는 출판사는
'미술전문' 예술 분야의 출판사이다. 출판사의 성격이 성격인지라, '버지니아 울프'의 전기가 담긴 책이 나온다고 해서 조금은 의아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일러스트, 미술, 예술 관련 책을 출판하던 곳에서 갑자기 웬 여성 문학가의 전기가 나오는 걸까? 하지만 그런 생각은 채 오래하지
못했다. 책 표지의 일러스트부터 눈을 사로잡기 때문이었다. 책이 주는 느낌은 책 제목만을 들었을 때 가질 수 있는 그런 문학적인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다. 책 자체가 굉장히 예쁘면서도 아기자기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책을 들춰보면서 알게 됐다. 이 책은 머리 아프게 읽어가야 하는 책이
아니라 느껴야 하는 책이구나 하고.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들어본 이름일 테다. 하지만 내게는 크게 와 닿지 않은, 어느 유명 문학가일 뿐이었다. 그의 이름을 듣고 '그녀'를 '그'라고 착각할
뻔 했으니 말 다한 것이 아닌가.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당대에는 물론 현대까지도 많은 의미를 가지는 소설들, 이른바 고전들을 굳이 찾아 읽지
않는 내 특징상 그녀를 잘 모르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이런 나같은 사람들, 그러니까 작품은 들어봤으나 (작품은 유명하니까 어디서든
들어봤으나) 작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다. 복잡하지 않고 오히려 되게 간결하지만, 그 속에서 작가의 생애를 단편적으로나마
알 수 있도록 만든 책. 작가의 전기라고 해서 거부감을 심어주지 않고 일러스트를 통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어려운 내용도,
복잡할 것도 없이 편안한.
말하자면 이종에서 출판한
<버지니아 울프>라는 책은 일종의 일러스트 책이다. 여성 문학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전기를 작가가 일러스트와 함께 버무려 간단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여러 여운을 남기는 그런 책. 그렇기에 책 속에는 많은 글들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글들 사이사이의 공간을 메꾸는 것은
예쁜 일러스트들이다. 게다가 책 속의 일러스트로 만들어진 편지지와 함께 달력도 증정하고 있으니, 소장욕구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식일
듯.
이야기는 꽤 단편적으로
이어진다. 그녀의 성장과정이나 행했던 행동들이 상세하게 기술되지는 않지만, 그녀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했던 일들은 대체로 기술되는 식이다.
가끔씩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도 있는데, 특히 이 부분 "위로할 길 없는 슬픔에 빠져, 버지니아는 몇 달 동안 식사를 거부하고
침대에 누워 새들이 그리스어로 노래하는 것을 들었다." 은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책을 읽는 와중에는 잘 몰랐었다. 아니 왜
새들이 그리스어로 노래를 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을 뿐. 하지만 후에 버지니아 울프를 검색하면서 그녀가 앓았던 정신이상에 관해 알게 됐고, 이
부분은 그녀가 겪었던 환청의 어떤 부분을 적어놓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자세한 전기가 아니기 때문에
나처럼 읽으면서 의아한 부분이 생길 수도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처럼 검색해 보는 것도 좋고, 그녀의 다른 전기를 읽어보는 것도
좋겠지. 이 책은 그녀에 대해 스스럼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일종의 초급 수준의 수학책이다. 더 높은 차원의 수학이 필요하다면 그에 맞는 책을
찾아가면 된다. 어렵지 않고 흥미를 유발해 많은 이들이 수학을 포기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 이 책이 할 일인데, 이 책은 충분히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본다. 작가가 버지니아 울프의 평전들을 참고해 얻은 영감과 정보들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책
말미에 작가가 영감을 얻은 책들의 제목이 나오니, 고급 수학이 필요한 사람들은 이 곳에 언급된 책들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원래 작품은 그걸 쓴 작가의
인생관이나 살아온 환경 등을 알고 보는 것과 아닌 것의 큰 차이가 있지 않은가. 이 책만으로 그녀의 인생 전부를 알 수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녀가 한 뼘 가까이 느껴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안락한 느낌의 일러스트들은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친근감을 줬고,
그에 따른 호기심도 안겨주었다. 내가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검색해 보며 그녀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냈던 것처럼 이 책을 읽을 다른 어떤 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예쁘고 작고 읽기 쉬운 책이지만 읽다보면 궁금한 것이 많아지는, 새로운 느낌의 전기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