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아직, 연애가 필요해
차현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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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영화가 있다. 남자주인공은 연인과 너무도 힘들게 헤어져 함께한 기억을 모두 지워버리려 기억삭제를 의뢰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잊어버렸던 기억 속을 하나씩 거슬러 올라가게 되고, 그곳에 행복했던 너와 나의 시간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멍청한 짓을 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 영화다.(물론 뒤에 이야기는 더 있지만 뭐 여기서 영화 얘기를 오래할 건 아니니까 넘어가도록 하고) <이터널 선샤인>은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이라는 진부한 주제였다기 보다는, 추억을 소중히하고 싶다는 생각을 만들게 하는 영화였다. 왜 <내겐 아직, 연애가 필요해>라는 책에 대한 서평을 쓰면서 <이터널 선샤인> 이야기를 하느냐면, 이 책 역시 지나간 이와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추억을 소중히 대하는 법을 몰랐던 한 남자의 절규에 가깝다면, 책은 추억을 소중히 대할 줄 아는 여자의 기억 어디쯤의 이야기다.

 

책을 보자마자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라고 했던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고, 생각보다 좋은 책이었다. <내겐 아직, 연애가 필요해>는 담담하면서도 화자의 느낌이 정확하게 와 닿는, 쓰인 단어 하나까지도 계산해 넣은 듯 느껴지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손이 가는대로 적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글이다. 투박하지만 소담스럽고, 그렇기 때문에 담길 글들까지 눈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드라마와 예능 작가 출신 저자의 많이 단련된 글솜씨가 넘치지도 않고 모자르지도 안았다고 느껴졌다. (이번에 처음 보는 저자였지만 말이다.)

 

맑고 높은 하늘, 그늘에 있으면 덥지 않을 만큼의 딱 적당한 온도, 부서질 듯 쏟아지는 햇살, 푸르른 공원의 싱그러움, 기분좋게 살랑이는 바람, 한 쪽씩 나눠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너가 좋아하는 음악, 무릎을 베고 올려다보면 보이는 너의 얼굴. <내겐 아직, 연애가 필요해>는 이렇게 따뜻한 상황에서 읽으면 좋을 법한 이야기들이 담긴 책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편안하고 따뜻하고. 물론 책 속의 모든 이야기에 이렇게 따뜻함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책을 다 덮은 후에 드는 '그래, 사랑.. 좋지'라는 생각이다.  "나는 당신이 이 책을 단숨에 읽다가 누군가가 떠올라서 뛰쳐나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다. 제발, 보고 싶은 사람을 보는 일은 미루지 않았으면 한다." 라는 저자의 첫 문장은 이 책의 존재 이유이다.

 

책 속에는 총 8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모두 저자의 지나간 사랑들이다. 저자는 이들과의 만남부터 어느 순간까지 (그것이 열렬히 사랑하다 맞은 이별이 됐든, 사랑 그 근처 어디쯤에서 배회하다 이뤄지지 않은 사랑이 됐든) 그 순간의 자신의 마음을 남김없이 글로 꺼내어 놓았고, 자신을 바라봐 줬던 혹은 바라봐 주길 원하던 당시의 남자들의 행동들도 꺼내 놓았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남자에게서 느껴보았던 안정감, 사랑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입 밖에 낸 적없는 남자지만 편안함 속에서 저도 모르게 받아들였던 확신, 어쿠스틱한 비누 냄새가 났던 파란 눈의 조각상같은 남자와의 싱그러움, 장난치는 게 좋았던 나이 어린 연하남과의 조금은 과격했던 끝맺음, 마을 위에 서 있는 한 그루 봄 나무 같았던 남자와의 낯섦에서 찾던 현실도피까지. 그녀가 풀어내는 이야기 속 남자들은 그녀가 반했던 포인트가 하나씩은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었고, 책을 읽는 나조차도 그들의 매력에 빠질 수 있게끔 멋진 사람들로 등장했다. (물론 취향이라는 게 있어 모두가 '내게' 매력적인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같은 추억이라도 다르게 적힌 다는 것을 말이다. 저자의 이야기들이 온전히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다른 기억은 아마도 그들과 직접 맞춰가야 제대로 된 퍼즐이 완성될 것이다. 하지만 완성되지 않은 퍼즐이면 어떤가. 그저 그들이 그녀의 곁에 잠시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그들을 가끔씩 꺼내보며 가슴 한켠이 따뜻해 질 텐데 말이다. 절절하게 눈물 나는 사랑이야기도 좋지만, 담백하게 여운이 남는 사랑이야기도 좋다. 특히나 남의 사랑이야기가 좋다. 내가 아닌 다른이가 사랑 때문에 행복하고 고민하는 모습들이 보기가 좋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감정들을 만날 때마다 신기하고, 조금은 평범한 내 연애보다 아기자기한 그들의 연애를 보면서 불끈 의지를 다지기도 하고. 어쨌든 나는 이런 사랑 감정들이 좋다는 것이다.

 

ㅡ 누군가가 내게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것, 그 확신이 손끝으로 느껴지는 것. 그가 보여주고 있는 마음이 만져진다는 것. 이걸 뭐라고 하는거지? 사랑의 그립감? (중략) 롱디? 멀리 떨어져 있는 게 무슨 상관이야? 마음이, 만져지는데. (61쪽)

ㅡ 어떠한 난기류라도 결국엔 다 지나간다고 분명 그가 말했었다. (105쪽)

ㅡ 나는 지금 본격적으로 용기의 시간으로 간다. (161쪽)

ㅡ 나는 노력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노력하지 않는 것'은 사랑한다. (287쪽)

 

그런 사랑 감정들을 바라보면서 나의 지난날을 돌아본다. 나의 지난 연애들은 지극히 평범했지만, 만나게 돼서 행복했었고, 가끔씩 꺼내보면 하이킥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유치했다. 그런데 누가 그랬다. 원래 사랑은 유치한 거라고. 비록 저자처럼 예쁘게 사랑을 추억하는 일은 못하지만 나는 나대로의 추억방식이 있는 거니까. 원래 사랑이야기를 보면 '아, 나도 사랑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야 정상이다. 현재 솔로라면 당연히 이 반응이어야 하고, 곁에 누군가가 있다면 '아, 남자친구(혹은 여자친구)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내겐 아직, 연애가 필요해>는 '누구는 잘 있나 모르겠네'라며 지난 추억을 뒤적이게 만든다. 유치한 추억이라도 다시 꺼내보며 빙그레 웃게끔 만들어준다.

 

사는 게 바빠서, 아프게 헤어져서, 이미 지나간 연애니까 등등 박스에 넣은 채 그 주위를 박스테이프로 밀봉한 사람들이 아마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렇게 밀봉해 한 켠으로 밀쳐둔 그 박스가 생각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붙여놓은 테이프에 칼집을 내 뚜껑을 열고 오랜만에 '너'를 추억해 보는 일도 생기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생각하겠지.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다. 기억 속에 저장해 둔 나만의 기억은 언제나 그렇게 편집되는 거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 기억 속 너를 꺼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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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의 종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딜로이트 컨설팅 지음 / 원앤원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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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변화하는 미래에 발맞춰 대처해 나가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미래라는 것이 오늘이 쌓여서 생기는 것인데, 당장 오늘도 알기 힘든 세계가 아니던가. 그런데 또 공급을 하는, 그러니까 고객의 니즈를 미리 파악해 무언가를 한 발 먼저 만들어내야 하는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미래에 대한 예측은 무조건 필요하다. 앞으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잡기 위해서도 그렇고, 좀 더 전망이 밝은 분야(블루오션)를 선점해 많은 이득을 보기 위해서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자료들과 통계를 통해 조금이라도 미래를 예측해 보려는 것이고, 그 정보를 가지고 어떤 수를 둘 것인가에 대한 엄청난 고민을 필수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많이 낯선 이름인 책의 저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과 '딜로이트 컨설팅'은 기업들에게 다양한 산업 및 공공부분에서 회계감사, 세무자문부터 (안진회계법인) 경영, 마케팅, 운영조직에 이르기까지 (컨설팅) 기업의 사업 전반을 기민하게 도우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딜로이트 글로벌'의 한국 회원사라고 보면 된다. <경계의 종말>이라는 책을 쓴 이 그룹은 현재 우리나라 대표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된 상태인데, 이 상태에서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중국의 가격과 기술력에 밀리고 또다시 일본의 엔저로 인해 밀리게 될 거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위아래로 두들겨 맞는 샌드백 상황에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21세기 산업 패러다미 전환의 테마인 글로벌 스마트 디지털 융합의 관점에서 정부의 개혁과 기업의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13쪽) 고.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이 책은 향후 5년간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예측해보고, 살펴보고, 기업들이 그에 따라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하는 것이 좋은 지에 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 책이다. 딜로이트의 세계 최고 수준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그 속에서 대한민국 기업 특색에 맞게 책에 설명을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책은 '사업'을 하는 이들에게 퍽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의 변화는 빠른 속도에 국한되지 않고 각 부문 간의 경계 자체를 없애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지금까지 기업, 경제, 사회의 진화를 결정했던 기존의 경계와 제약이 희미해지고 심지어는 와해되고 있다. (19쪽)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으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도 흐려지고 있다. 각각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 '너무' 달라서 만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대척점에 있던 것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경계를 허물었고, 명확하던 모든 것들이 흐려져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계기를 만들었다. 물론 새로운 가능성이 또 다른 경계를 만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딜로이트는 이를 기업들에게는 큰 기회로 봤다.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후 제조업부터 금융, 보험, 유통, 소비재, 인지기술, 운송, 에너지, 의료, 공공분야에 이르기까지 총 10개의 분야에 걸쳐 앞으로의 발전 예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조업은 제품이라는 한정된 것을 생산해내는 것에서 벗어나 유기적인 서비스나 플랫폼을 함께 제공하는 쪽으로의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큰 유통업체들에게는 소비자들이 필요한 대안을 대신 미리 찾아주는 퍼스널 쇼퍼 개념 도입을 권고한다. 조금은 낯선 '인지기술' 챕터에서는 '통상적으로 인간의 지각력과 인지력이 필요하다고 간주되는 많은 업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는 기술에 적용되는 일반적 용어'라는 설명과 더불어 디지털 발전에 따른 스마트한 온라인 쇼핑의 확산, 그를 위한 기업들의 디지털 기술 투자 등을 미루어 볼 때 '때가 왔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인지 기술에 대한 미래를 높게 평가했다. (물론 그를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의 고급화, 자동화가 전제되어 있어야만 한다)

이런 식으로 책 속에서는 굉장히 많은 사업들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그로 인해 필요한 것들을 주문한다. 그들의 분석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통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정확한데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미래는 치밀하다.​ 물론 단순히 책 몇 페이지로 실현 가능한 이야기는 절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딜로이트에서 그렇게나 많은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의 보고서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신기한 세계를 경험하게 된 듯 하다.


디지털 기술은 기존의 안정된 환경을 뒤흔드는 ​위협이 되지만, 핵심 역량을 보유한 준비된 기업에게는 새로운 시장에 대한 접근 장벽을 낮춰주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준다. 새로운 트렌드와 기술 변화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일 뿐만 아니라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가능성과 기회를 열어주는 열쇠가 되고 있다. (400쪽)

책을 닫는 위의 문장은 이 책의 존재 이유를 대변한다. 새로운 가능성은 준비된 기업에게는 퍽 쉽게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산업들이 미래를 위해 내달리고 있는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딜로이트 그룹에서 내놓은 잘 차려진 보고서는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꾸는 기업들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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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vs. 서울보통시 - 서울은 왜 서울인가 서울 택리지 2
노주석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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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십년 전만 해도, 대학 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던 그 때엔,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간다고 하면 동네사람들이 '출세했다'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니 서울이라는 지명을 갖기 전인 '한양'이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6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서울은 사람들의 워너비 수도였다. (그리고 책 속에서 알게 된)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따져보자면, 백제가 한성을 도읍지로 갖고 있던 시절부터 약 2000년간 유용하게 쓰였던 지역이기도 하고 말이다. 2016년의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여느 나라의 수도 못지 않게 발달되었고, 편리하고, 거대한 몸집을 자랑한다. 많은 것이 한데 모이는 곳이기도 하고, 한데 모여있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터전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한양이 조선의 유일무이한 도시였다면 뒤이은 서울 또한 대한민국의 압도적인 도시이다. 미국의 경제수도 뉴욕과 행정수도 워싱턴을 합쳐놓은 그런 위상을 갖고 있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일본 도쿄와 오사카, 독일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를 버무려 놓은 듯한 일극 집중의 도시이다. 서울이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이 곧 서울이다. 서울을 떠나 대한민국을 논할 수 없다. (6쪽)

 

대한민국을 논할 때 서울을 빼놓을 수 없다고는 하지만, 서울도 서울만의 역사를 가진 하나의 도시일 뿐이다. 그 도시에 너무나 큰 무게의 짐을 씌워 지금까지 온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었다.

서울의 역사는 자신의 이름을 잃고 아내와 엄마로 살아가는 여자처럼 수도라는 권력에 함몰된 역사였다. 수도 행세에 이골이 났다. 그래서인지 서울 사람 대부분이 서울을 내 것도, 네 것도 아니라고 여긴다. 수도라는, 중앙이라는, 특별시라는 헛것에 현혹돼 있다. 서울 본연의 것, 서울 고유의 것을 찾아야 한다. (8쪽)

​그래서인지 책은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보여주면서 그곳에 얽힌 여러 이야기를 다각적으로 풀어낸다. 작게는 지리적으로 시작해 크게는 인문학적이고 문화적인 이야기로 끝을 맺는, 저널리스트 특유의 필력으로 지금까지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서울'을 보게 된다. 저자의 <서울 택리지>의 후속편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서울특별시 vs 서울보통시>는 전편에는 담지 못했던 정치적인 부분들을 함께 담았고, 그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공존하고 있고, 민낯에 버금가는 부분들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강남과 강북의 2개로 나뉘어진 서울의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 올라가 조선시대때의 북촌과 남촌으로 나뉘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예나 지금이나 불균형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렸고, 엄연히 땅의 기원이 있고 불리던 이름이 존재했는데도 불구 엉뚱한 이름을 붙여 부르고 있는 지명과 일제강점기 시절의 얼토당토 않았던 지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사람에게는 성명이 역사이듯 땅에게는 지명이 역사다'(96쪽)라는 것을 피력하기도 했다. 서울성곽이라고 불리는 '한양도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는 이를 훼철한 일제의 만행에 목소리를 높여 분개했고, 복원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는 '서울이라는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작업'(132쪽) 이라고 강조했다.

역사문화 도시 서울의 정체성은 내사산(백악-낙산-남산-인왕산)에서 흘러내려 사대문을 울타리처럼 감싼 한양도성 성곽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가파른 고갯길과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면 한옥 처마와 담장 너머로 펼쳐지는 내사산과 그에 겹쳐진 고색창연한 성곽이 곧 서울이다. (132쪽)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5장인 '정체성을 찾아서'라는 부분이다. 서울이라는 지명이 생긴 이유부터 서울이 왜 서울(수도)일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 서울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서울학'에 대한 이야기까지. 서울이라는 이름 자체는 수도를 뜻하는 보통명사라는 것도 신선한 내용이었는데, 서울이라는 글자 자체가 순 한글인지라 한자 표기가 없어 기록에 남아 있지 않은 점도 그렇고, 현재의 '서울'이 광복 이후 "'한성시'라고 쓰고 '서울시'라 읽는다"라는 어정쩡한 경성부 고문회의의 절충안을 엎은 미 군정이 확정한 이름이라는 것 또한.

 

서울이라는 명칭이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미 군정청 관리들에 의해 '선물'처럼 주어진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중략) 그러나 이후 서울올림픽과 월드컵 개최 등으로 서울이라는 수도명은 '코리아'라는 국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빅 브랜드가 됐다. 고유명사를 보통명사화한 선례이자 돌이킬 수 없는 압도적인 우리의 수도명이자 지명이 됐다. (182쪽)

 

 

조선시대판 서울시장 한성판윤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서울시장에 관한 이야기가 나열될 때 또한 신선했다. 민선 서울시장이 이제 고작 6번밖에 선출되지 않았다는 점, 그 전에는 모두 관선이었다는 점, 그리고 관선 시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면서 '최고 권력자의 명을 받드는 꼭두각시 최고 집행자'란 이야기를 했을 때 등등. 정치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도 꽤나 담백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어 보기 편했다. 마지막 이야기는 서울에 차고 넘치는 '아파트'에 관한 이야기다. 이 또한 어디서 본 적 없는 이야기여서 좋았다. 아파트라는 거주형태가 땅이 좁은데 비해 인구밀도가 높아서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과는 반대로, '압축된 현대성'의 반영이라는 점이 특히 새로웠다. 아파트가 '돈이나 주식과 비슷한 환금성을 가진 재화인 동시에 현대화의 매개체 또는 수단'(250쪽)이었다는 줄레조의 연구결과는 아파트와 아파트 문화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책 속에는 신선하고 낯선것들 투성이다. 알고봐도 재미있고, 모르고 봐도 재미있다. 서울에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거리가 숨어 있다는 것 또한 놀라웠다. 태어난 곳이 서울이라 너무도 당연하게 서울사람이지만, '향토회'가 있는 다른 지역의 사람들처럼의 '서울사람들끼리의 끈끈함'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정도로 서울사람에게조차 서울은 그저 '서울'일 뿐이다. '고향'이라는 이미지보다는 '수도'의 개념이 강하다는 말은 이런 걸 뜻한다. 하지만 내가 살아왔고 나의 온 터전을 함께 한 서울이야말로 진장한 고향이 아닐는지. 서울을 좀 더 알면 서울이 더 재미있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서울은 수도라는 무게에 함몰되어 있다'던 저자의 말에 동감하게 되기도 했다. 저자의 이전작인 <서울 택리지>에는 어떤 새로운 내용들이 들어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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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급 영어패턴 500 플러스 (패턴훈련북 + MP3 CD 1장 + 9가지 온라인 학습자료 포함) - 초보 탈출! 중급으로 점프! 영어패턴 500 플러스 시리즈
이광수.이수경 지음 / 넥서스BOOKS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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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배우게 되면 가장 먼저 하게 되는 생각은 '나도 네이티브처럼 말하고 싶다'일 것이다. 어떤 나라 말(외국어)을 배운다 해도 그럴테지만 영어는 왜인지 더더욱 네이티브처럼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요즘에는 초등학생 때부터 영어공부를 하는데 회화도 미친듯이 잘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지 않다. 영어는 늘 어렵고 늘 멀기만 하다. 그런 영어에도 '패턴'이 있다면서, 패턴을 공부하면 네이티브의 영어가 들린다며 나온 책이 넥서스에서 나온 <영어패턴> 시리즈다. 사실 <영어패턴 500 플러스>의 등장은 굉장히 신선했다. 영어에도 자주 쓰이는 패턴이 있고, 그 패턴들만 잘 외워둔다면 영어가 쉬워진다니. 영어회화의 새로운 법칙이 쓰여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그랬으니까. 넥서스에서는 연이어서 여러 '영어패턴'의 책들이 시리즈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꽤 인지도 있는 인기 시리즈로 자리잡았다. <초중급 영어패턴 500 플러스>는 <영어패턴 500 플러스>의 레벨 업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초중급 영어패턴 500 플러스>는 주황색 표지를 갖고 있다. 각 패턴들마다 고유의 색깔을 갖고 있는데, 초중급은 주황색!

(맨처음에 발간되었던 영어패턴은 파란색이었다.)

 

 

영어패턴 시리즈가 좋은 이유는 '저자직강 녹음강의'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부록들로 영어공부를 서포트 한다는 점이다.

무려 9가지나 특별부록이 제공된다. 이래서 남는게 있나 싶지만 참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 할 수 있다.

 

 

먼저 책에 붙어 있는 특별부록들부터 살펴본다. 책의 맨 첫장에 붙어 있는 CD가 그 첫번째 특별부록. 이 CD에는 패턴 훈련용 MP3와 복습용 MP3가 담겨 있다. 한국인 성우와 외국인 성우가 영어패턴을 동시에 녹음해서 '뉘앙스'를 확인할 수 있게끔 만들어 두었다. 사실 들어보면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은데 계속 듣다보면 그 뉘앙스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요즘 CD 플레이어 쓰는 집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CD는 PC에서만 돌아간다는 것 참고.

 

 

맨 마지막 장에는 '들고 다니면서 공부하는 패턴 훈련북'이 자리잡고 있다. 조그마한 핸디 사이즈로 제작되어 있어 어디든지 들고 다니면서 공부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다. 책 속에 들어있는 모든 패턴, 약 500개의 패턴들이 모두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책을 모두 공부한 다음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착착 정리가 되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다.

 

 

책에 커다랗게 등장하는 패턴은 총 200개다. 패턴001부터 시작해 패턴 200으로 끝나는데, 이 모든 패턴들은 CD에서 그 발음을 찾아 들을 수 있다. 기본 패턴 아래에 유사패턴이 소개가 되어 있고 혹시나 활용형태 같은 것에 차이가 있다면 설명이 되어 있으니 유사패턴이라고 쓰여 있다 하더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겠다.

 

 

STEP1 패턴 집중 훈련 파트에서는 패턴의 쓰임을 확인할 수 있다. 5개의 문장은 번호로 소개된 패턴을 익숙하게 하기 위한 문장들이므로, 자꾸 읽어보고 CD를 들어보고 하면서 완전히 익숙하게 하는 것이 좋은 학습방법이라고 한다. STEP2는 A와 B의 대화체로 되어 있는 '리얼 회화'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 생활에서는 어떤 식으로 쓰이는지, 그것이 어떤 뉘앙스인지 알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고 다이얼로그 또한 MP3로 들을 수 있으므로 자꾸 들어서 익숙해지는 것이 필수겠다.

 

 

 

 

영어패턴 책은 뉘앙스를 많이 강조한다. '네이티브가 사용하는 회화 속 문장의 뉘앙스'. 바로 그 '뉘앙스'라는 것이 네이티브와 비 네이티브의 차이를 만들기 때문이다. 아주 미묘한 차이, 채워지지 않는 2%의 무언가가 그 뉘앙스이다. 문맥상 맞는 말이라도 더 철썩 달라붙는 말이 있다. 네이티브가 더 자주 쓴다거나 관용어라거나. 한국인들이 당연하게 살리는 글의 느낌을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들이 살리지 못한다면 그건 뉘앙스의 차이일 것이다. 한 가지로 콕 찝어 이야기 하는 것은 조금 힘들지만, 뉘앙스의 차이는 소소하게 많은 것을 좌우한다. 그리고 그걸 알아채는 방법은 네이티브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하거나 문장 또는 문맥상 맞는 뉘앙스의 단어를 찾아 완전히 익혀서 쓰는 것 뿐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 이 책은 딱이다. 저자가 직접 녹음한 저자직강을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어떤 느낌으로 해당 문장을 구성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조곤조곤 들을 수 있다. 팟캐스트에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는데, 이 곳으로 가는 URL은 영어패턴 플러스의 책 앞에 떡하니 존재하는 QR코드를 통해 획득할 수 있다. 아이폰, 아이팟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유용한 콘텐츠인 듯!!! 하지만 아이폰, 아이팟을 쓰지 않는다고 차별받는다는 느낌을 가질 필요는 없다. pattern.nexusbook.com 이라는 모바일 웹사이트를 통해 그 저자직강을 들을 수 있으니까!!

 

 

 

넥서스에서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티가 역력한 이 사이트에는 위에서 설명했던 책의 특별부록들이 모두 한데 모여있는 아주 신통방통한 사이트다. 안드로이드 뿐만 아니라 ios를 쓰는 이용자 모두 웹 인터넷으로 접속 가능할 수 있는데다, 어디서든 영어패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월부터 PC버전이 오픈되었으니 노트북 사용자라면 큰 화면으로 공부하는 것도 좋겠다.

 

부가자료 또한 다운 받을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에 프린트도 가능하고, 또한 바로바로 확인도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쓰고 있는 폰이 구식이어서 구동이 됐다 안됐다 하기 때문에 PC 쪽이 더 편한데, 요즘엔 기본적으로 좋은 핸드폰들을 쓰고 있기 때문에 영어패턴 책을 보는 주타겟층인 젊은 이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사이트인듯 하다.


책 한 권으로 이렇게나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책에 지불한 값을 되돌려 받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많은 혜택을 빠짐없이 누려 영어패턴을 잘 사용하게 되어서 네이티브 뺨치는 영어회화를 구사했으면 좋겠다.


 

해당 게시물은 넥서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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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스 - 어떻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애덤 그랜트 지음, 홍지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리지널스>를 읽으면 '오리지널'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뀐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오리지널 original (형용사) 어떤 것의 기원이나 원천. 그로부터 무엇인가 발생되고 진행되고 파생된다.

오리지널 original (명사) 유일한, 독특한 특성을 지닌 것. 흥미롭거나 독특한 의미에서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는 사람, 참신한 독창성이나 창의력을 지닌 사람을 말한다.  _22쪽 (사진으로도 찍어뒀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이라 다시 옮겨 보았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original'이라는 단어는, 본래도 2개의 품사를 가지고 있었다. 위에 적었던대로 형용사와 명사. 하지만 명사 오리지널에 대해 저자가 설명한 풀이는 본래 사전에 실린 의미와는 다르다. 사전에 실린 의미는 원작, 원서, 본인, 실물 등 실재하는 것들의 복제품이 아닌 원본이라는 뜻의 명사로 쓰이는 것인데,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오리지널' 명사의 뜻은 다른사람들과 차별화되는 사람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남들과는 다른 'only one'이라는 의미로 볼 때 '원본'이라는 뜻과 '차별화되는 사람'이라는 뜻은 포괄적으로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책을 계속 읽다보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오리지널'의 의미를 점점 명확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게 되고, 기존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같다고 볼 수도 없는 단어 '오리지널'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되고, 또한 그로 인해서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편견들이 모두 편협한 시선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게 된다. (실로 신기한 경험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가장 중요하게 느끼게 되는 포인트는 '독창성(창의성)'이다. 어떤 분야든 간에 그 분야에서 오리지널이라 불리는 사람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독창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새로운 것들은 독창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독창성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독창성이나 창의성이라는 것들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마치 '신기'라도 몸에 들어온 듯이 섬광이 스쳐 지나간듯 뚝딱 나타나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요즘은 아이들에게 '창의적인 인재'가 되라며 노래를 부르는데, 이 또한 독창성과 같은 선상에 있는 이야기인 듯 하다. 그런데 도대체 독창성이란 무엇이냔 말이다. 창의적인 인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이며, 독창성이라는 것은 누가 판단을 한단 말인가. 나는 이 부분이 참 애매모호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내가 가장 궁금해했던 부분을 저자는 1장에서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먼저 뜻에 대해 설명하는데, 창의성이란 참신하고 유용한 개념을 생각해 내는 일(23쪽)이고, 독창성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비교적 독특한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뜻한다(23쪽)고 한다. 늘 봐온 익숙한 것이지만 그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로봄으로써 갖게 되는 '미시감'을 통해 '호기심'을 갖게 되고, 그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출발선을 찾은 것이고, 이 호기심으로 시작된 생각들이 독창성의 시작이라고 말이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독창성이라는 것은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종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 독창적인 사람들은 우리와 생각보다 더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나, 독창성은 고정불변의 기질이 아니라 오히려 선택에 가깝다(55쪽)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성공에 담대할 것 같은 사람들이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 마치 주식 분산투자하듯이 보험을 들어놓고, 수많은 아이디어들 사이에서 '하나만 얻어걸리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들은 꽤 흥미롭다.


사실 책은 일반적인 책들의 두께보다 <오리지널스>의 책 두께는 훨씬 두껍다. 글이 술술 잘 읽히는 편이지만, 책의 특성상 각주도 많고 집중해서 읽지 않아도 될 부분은 없어 보인다. (읽기 쉬운데 집중하지 않으면 놓쳐버리는 종류의 책이다.) 그렇기에 꽤 두꺼운 책을 읽기 어려워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페이지부터 훑어 보는 것이 앞쪽의 400쪽에 달하는 이야기들에 대한 흥미를 돋울 수 있는 방법일 듯 하다. 바로 '효과적인 행동 지침'(402쪽)에 대한 이야기다. 이 부분은 개인, 리더, 부모 총 3가지의 행동 제안을 통해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체화 시켜 실현시켜 나갈지', '리더는 조직원들에게 어떻게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는지', '독착적인 생각을 가지는 아이로 만들기 위한 부모의 행동은 어떤 방법이 있는지' 등등 잘 정리가 되어 있다. 앞쪽의 각종 사례들의 군더더기를 뺀 알짜배기들만 정리가 되어 있으니, 책을 읽기 전 뒤쪽부터 먼저 읽고 시작한다 해도 무리는 없을 듯 하다.

 

 

위에 정리되어 있는 부분처럼, 저자 애덤 그랜트는 <오리지널스> 속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선정하고 선별해내고 위험을 감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가정과 직장에서 독창성을 발휘하고 유지하는 방법들도 이야기한다. 독창성을 주저하게 만드는 감정들까지 복합적으로 '독창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동이 왜 룰을 깨지 못하는 지에 대한 고찰부터 시작해, 아이를 어떤 식으로 '일깨우는' 것이 아이의 독창성을 살려줄 수 있는 방법인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꽤 넓다. 그렇기 때문에 등장하는 사례들 또한 굉장히 방대해서 읽고 있노라면 즐겁다. 특히 내가 즐겁게 읽었던 부분은 '미루기의 효과' 부분이다.


아래의 이미지는 4장 '서두르면 바보'라는 카테고리 속에 속해 있는 부분인데, '미루는 행위가 독창성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168쪽)의 이야기가 주축이 되어 있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여러 실험 결과들이 동원되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업을 미루게 될 때마다 화가 치밀기도 했지만, 독창성은 서두른다고 달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172쪽)라는 이야기와 마틴 루서 킹의 게티즈버그 연설문이 사실은 연설 당일 아침에서야 완성되었다는 이야기 등을 통해 자이가르닉 효과(미완성 효과)에 대해 설명한다. 사람들은 완성된 작업보다 미완성 작업에 대해 더 잘 기억한다는 사실인데, 일을 중단한 채로 내버려둘 경우 그 일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기 때문이라고 한다. 계획을 세운 후 전략적으로 꾸물거리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시도하고, 수정 보완하면서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것.(180쪽) 이것이 미루기효과의 골자다. 애초에 모든 것을 '마감'에 임박해 하는 버릇이 있는 내게 딱 어울리는 부분이란 생각이 들어서 눈길이 갔던 장이었다. 서평이 됐든, 이벤트 초대가 됐든 왜인지 모르게 '움직여야지, 마무리 해야지'라는 생각은 꼭 마감 당일에만 하기 때문이다. 늘 '왜 미리 해 놓지 않느냐'라는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마감날까지 꾸역꾸역 미루는 건 내가 알게 모르게 이 효과를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그런 엄한 소리는 집어치우고. 단지 저자의 각주 중 '더글러스 애덤스는 "나는 마감일이 정말 좋다. 마감일이 훅 하고 지나가는 소리가 정말 좋다"라고 말했다' 라는 부분을 그저 격하게 공감했기에 좋았다는 것. 그리고 혹시나 앞으로는 이 효과를 기억하면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예를 들면 링컨이라든가 마틴 루서 킹이라든가 스티브 잡스라든가 하는 대체불가능의 사람들이 또한 알고보면 그들 또한 한낱 사람에 지나지 않았고, 자신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관철시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리스크관리를 했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이야기는 쉽게 믿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이다. 하지만 그런 파격을 사례로 삼아 어떻게 하면 독창성을 밀고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등장시켜, <오리지널스>는 독창성을 독창적인 아이디어로만 그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관철시켜 나가면 좋은지에 대한 여러가지 해답들을 내놓는다. 어떤 방법이 옳다라고 선을 긋기 보다는 여러 방면의 가능성들을 소개하면서 '너라면 어떻겠냐?'면서 되묻는다. <오리지널스>는 일종의 '독창성 패러다임 해설서'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마치 굉장히 세세한 조언을 받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애덤 그랜트라는 작가의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었는데, 그에 대한 호감이 확 생겼다고나 할까. 유려한 글솜씨 뿐만 아니라 쉬운 이야기, 그 속에서 얻어갈 수 있는 여러가지 팁들까지. 왜 이 책이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확 이해가 됐다.

 

 

수년 전 심리학자들은 무엇을 성취하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순응 conformity 하는 길과 독창성 originality을 발휘하는 길이다. 순응이란 이미 잘 닦여진 길로 앞선 무리를 따라가며 현상을 유지함을 의미한다. 독창성이란 인적이 드문 길을 선택하여 시류를 거스르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나 가치를 추구해 결국 더 나은 상황을 만듦을 의미한다. _22쪽

아주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 또한 이미 늦었다. (새로운 것들이 이미 너무 많다) 그렇다면 독창적인 사람이 되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니 생각보다 독창적인 사람이 되는 길은 멀지 않은 듯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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