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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스 - 어떻게 순응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가
애덤 그랜트 지음, 홍지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리지널스>를 읽으면 '오리지널'에 대한
인식 자체가 바뀐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오리지널
original (형용사) 어떤 것의 기원이나 원천. 그로부터 무엇인가 발생되고 진행되고 파생된다.
오리지널
original (명사) 유일한, 독특한 특성을 지닌 것. 흥미롭거나 독특한 의미에서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는 사람, 참신한
독창성이나 창의력을 지닌 사람을 말한다. _22쪽 (사진으로도 찍어뒀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이라 다시 옮겨 보았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original'이라는 단어는, 본래도 2개의 품사를 가지고 있었다. 위에 적었던대로 형용사와 명사. 하지만
명사 오리지널에 대해 저자가 설명한 풀이는 본래 사전에 실린 의미와는 다르다. 사전에 실린 의미는 원작, 원서, 본인, 실물 등 실재하는 것들의
복제품이 아닌 원본이라는 뜻의 명사로 쓰이는 것인데,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오리지널' 명사의 뜻은 다른사람들과 차별화되는 사람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남들과는 다른 'only one'이라는 의미로 볼 때 '원본'이라는 뜻과 '차별화되는 사람'이라는 뜻은 포괄적으로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책을 계속 읽다보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오리지널'의 의미를 점점 명확하게 만들어나갈 수 있게 되고, 기존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같다고 볼 수도 없는 단어 '오리지널'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되고, 또한 그로 인해서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편견들이
모두 편협한 시선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게 된다. (실로 신기한 경험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가장
중요하게 느끼게 되는 포인트는 '독창성(창의성)'이다. 어떤 분야든 간에 그 분야에서 오리지널이라 불리는 사람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되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독창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새로운 것들은 독창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독창성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독창성이나 창의성이라는 것들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마치 '신기'라도 몸에 들어온 듯이 섬광이 스쳐 지나간듯 뚝딱 나타나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요즘은 아이들에게 '창의적인
인재'가 되라며 노래를 부르는데, 이 또한 독창성과 같은 선상에 있는 이야기인 듯 하다. 그런데 도대체 독창성이란 무엇이냔 말이다. 창의적인
인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이며, 독창성이라는 것은 누가 판단을 한단 말인가. 나는 이 부분이 참 애매모호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내가 가장 궁금해했던 부분을
저자는 1장에서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먼저 뜻에 대해 설명하는데, 창의성이란 참신하고 유용한 개념을 생각해 내는
일(23쪽)이고, 독창성은 창의성을 바탕으로 비교적 독특한 아이디어를 도입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뜻한다(23쪽)고 한다. 늘 봐온 익숙한 것이지만 그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로봄으로써 갖게 되는 '미시감'을 통해
'호기심'을 갖게 되고, 그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출발선을 찾은 것이고, 이 호기심으로 시작된 생각들이 독창성의 시작이라고 말이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독창성이라는 것은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종류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 독창적인 사람들은
우리와 생각보다 더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나, 독창성은 고정불변의 기질이 아니라 오히려 선택에 가깝다(55쪽)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성공에 담대할 것 같은 사람들이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 마치 주식 분산투자하듯이 보험을 들어놓고, 수많은 아이디어들
사이에서 '하나만 얻어걸리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들은 꽤 흥미롭다.
사실 책은 일반적인 책들의
두께보다 <오리지널스>의 책 두께는 훨씬 두껍다. 글이 술술 잘 읽히는 편이지만, 책의 특성상 각주도 많고 집중해서 읽지 않아도 될
부분은 없어 보인다. (읽기 쉬운데 집중하지 않으면 놓쳐버리는 종류의 책이다.) 그렇기에 꽤 두꺼운 책을 읽기 어려워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페이지부터 훑어 보는 것이 앞쪽의 400쪽에 달하는 이야기들에 대한 흥미를 돋울 수 있는 방법일 듯 하다. 바로 '효과적인 행동
지침'(402쪽)에 대한 이야기다. 이 부분은 개인, 리더, 부모 총 3가지의 행동 제안을 통해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체화 시켜 실현시켜 나갈지', '리더는 조직원들에게 어떻게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는지', '독착적인 생각을 가지는 아이로 만들기 위한 부모의 행동은 어떤 방법이 있는지' 등등 잘 정리가 되어
있다. 앞쪽의 각종 사례들의 군더더기를 뺀 알짜배기들만 정리가 되어 있으니, 책을 읽기 전 뒤쪽부터 먼저 읽고 시작한다 해도 무리는 없을 듯
하다.
위에 정리되어 있는 부분처럼,
저자 애덤 그랜트는 <오리지널스> 속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선정하고 선별해내고 위험을 감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가정과 직장에서 독창성을 발휘하고 유지하는 방법들도 이야기한다. 독창성을 주저하게 만드는 감정들까지 복합적으로 '독창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신동이 왜 룰을 깨지 못하는 지에 대한 고찰부터 시작해, 아이를 어떤 식으로 '일깨우는' 것이 아이의 독창성을 살려줄 수 있는
방법인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꽤 넓다. 그렇기 때문에 등장하는 사례들 또한 굉장히 방대해서 읽고 있노라면 즐겁다. 특히 내가 즐겁게
읽었던 부분은 '미루기의 효과' 부분이다.
아래의 이미지는 4장 '서두르면
바보'라는 카테고리 속에 속해 있는 부분인데, '미루는 행위가 독창성을 발휘하는 데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168쪽)의 이야기가 주축이 되어 있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여러 실험 결과들이 동원되었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업을 미루게 될 때마다 화가 치밀기도 했지만, 독창성은 서두른다고 달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172쪽)라는 이야기와 마틴 루서 킹의 게티즈버그 연설문이 사실은 연설 당일 아침에서야 완성되었다는 이야기 등을 통해
자이가르닉 효과(미완성 효과)에 대해 설명한다. 사람들은 완성된 작업보다 미완성 작업에 대해 더 잘 기억한다는 사실인데, 일을 중단한 채로
내버려둘 경우 그 일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기 때문이라고 한다. 계획을 세운 후 전략적으로 꾸물거리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시도하고, 수정 보완하면서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것.(180쪽) 이것이 미루기효과의 골자다. 애초에 모든 것을 '마감'에 임박해
하는 버릇이 있는 내게 딱 어울리는 부분이란 생각이 들어서 눈길이 갔던 장이었다. 서평이 됐든, 이벤트 초대가 됐든 왜인지 모르게 '움직여야지,
마무리 해야지'라는 생각은 꼭 마감 당일에만 하기 때문이다. 늘 '왜 미리 해 놓지 않느냐'라는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마감날까지 꾸역꾸역 미루는
건 내가 알게 모르게 이 효과를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그런 엄한 소리는 집어치우고. 단지 저자의 각주 중 '더글러스
애덤스는 "나는 마감일이 정말 좋다. 마감일이 훅 하고 지나가는 소리가 정말 좋다"라고 말했다' 라는 부분을 그저 격하게
공감했기에 좋았다는 것. 그리고 혹시나 앞으로는 이 효과를 기억하면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것.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예를 들면 링컨이라든가 마틴 루서 킹이라든가 스티브 잡스라든가 하는 대체불가능의 사람들이 또한 알고보면 그들 또한 한낱 사람에 지나지 않았고,
자신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관철시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리스크관리를 했기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이야기는 쉽게 믿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이다. 하지만 그런 파격을 사례로 삼아 어떻게 하면 독창성을 밀고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등장시켜, <오리지널스>는 독창성을 독창적인 아이디어로만 그치지 않고 그것을 어떻게 관철시켜 나가면 좋은지에 대한 여러가지 해답들을
내놓는다. 어떤 방법이 옳다라고 선을 긋기 보다는 여러 방면의 가능성들을 소개하면서 '너라면 어떻겠냐?'면서 되묻는다.
<오리지널스>는 일종의 '독창성 패러다임 해설서'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마치 굉장히 세세한 조언을 받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애덤
그랜트라는 작가의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었는데, 그에 대한 호감이 확 생겼다고나 할까. 유려한 글솜씨 뿐만 아니라 쉬운 이야기, 그 속에서 얻어갈
수 있는 여러가지 팁들까지. 왜 이 책이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확 이해가 됐다.
수년 전
심리학자들은 무엇을 성취하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순응 conformity 하는 길과 독창성 originality을
발휘하는 길이다. 순응이란 이미 잘 닦여진 길로 앞선 무리를 따라가며 현상을 유지함을 의미한다. 독창성이란 인적이 드문 길을 선택하여 시류를
거스르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나 가치를 추구해 결국 더 나은 상황을 만듦을 의미한다. _22쪽
아주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
또한 이미 늦었다. (새로운 것들이 이미 너무 많다) 그렇다면 독창적인 사람이 되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을 읽고 나니 생각보다 독창적인
사람이 되는 길은 멀지 않은 듯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