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대륙기 1 블랙 로맨스 클럽
은림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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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세계는 늘 신비롭다. 현실과 묘하게 맞닿아 있으면서도 다른 부분이 많고, 그렇다고 현실과 다르다고 밀쳐버리기엔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흥미롭기 때문이다. '다름'에서 오는 '호기심'을 충분히 만족시켜주는 작품일 수록 글을 읽어가며 글 속으로 빠져 들어갈 수 있다. (글 속에 쉽게 빠져들 수 없는 판타지라면 읽는 게 고역일 테고 말이다.) 2권, 800쪽이 넘는 분량인 <나무대륙기>는 장편 판타지 소설이다. 판타지를 읽어본 이들이라면 알고 있다시피, 작가가 구축한 상상의 세계 속 뼈대가 튼튼하지 않으면 이야기는 엉망이 되어버리고 캐릭터들은 본래의 목적을 잃을 수 있다. 뼈대의 근본은 작가가 만든 상상력의 세계를 독자들에게 얼마나 구현시킬 수 있느냐의 능력이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 <나무대륙기>는 켜켜이 이야기를 쌓으면서 기본 뼈대를 끊임없이 다져놓는다. 뼈대를 덧대는 작업은 그것들이 익숙해지게끔 하는 하나의 장치이자 노력이고, 눈에 얼추 익을때쯤엔 완전히 그 세계 속으로 빠져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조금은 낯선 이야기들 속에 풍덩 빠질 수 있었던 건 그래서였을 테다.


사실 황금가지의 '블랙로맨스 클럽' 시리즈로 <나무대륙기>가 출간됐다고 했을 때 기대를 했었다. '블랙로맨스 클럽'은 기존 로맨스 소설과는 다른 조금 특이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는 소설들을 소개하는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이전의 <WAKE>도 그랬듯이 온전한 로맨스 이야기라고 하기엔 담고 있는 내용들이 참신하다고 할까. 그리고 역시나.

 

 

계급이 있는 '인간'이 사는 세계, 그 곳에 형태가 없는 채로 살고 있는 심연에서 태어난 '어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는 빛에서 태어난 '옥', 세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용'까지. 판타지적 요소들은 등장인물들에서부터 드러난다. 각 분류별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채 의도치 않게 서로가 얽혔다. 굉장히 많은 비밀들을 갖고 있고, 대체로 그 사연이라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탐욕'과 '사랑'에 관한 것들이다. 이야기는 그들의 사연이 하나씩 밝혀질수록 생각지 못한 곳으로 흘러가고 알고 있던 것들이 깡그리 바꿔버리곤 한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 설명하고 있으니, <나무대륙기>는 일종의 '운명'에 맞서는 이들의 이야기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우연이란 건 없어. 아무데도. 그건 필연에서 떨어져 나온 일부야. 우리가 세상의 조각이듯이. 그러니까 만약에 우연이 일어났다면 인과를 찾아내야 해. (나무대륙기 1, 302쪽)


어쩌면 가장 궁금해 할지도 모르는 비밀에 대해 살짝 귀띔 하자면(일명 반전이라고 한다), <나무대륙기> 속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신분' 혹은 '모습'의 변화가 많다는 것! 그렇기에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자주 오간다. 어떤 인물의 시점이건 그건 변하지 않는다. 사실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하다 갑작스럽게 과거를 소환하는 이야기 방식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진다. 과거라는 표시도 없이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데 읽어보면 이건 이전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몇 번 되돌아가 읽어야 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읽다보면 그렇게 과거를 오가는 것이 오히려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과거를 보다 쉽게 분리할 수 있게 된다. (학습의 효과랄까) 작은 따옴표의 대화체가 있는 부분은 거의 과거의 이야기를 설명하는 중일테니 참고하길.

 

 

 

<나무대륙기>는 두 소녀의 이야기를 따라서 펼쳐진다. '서미'와 '무화'라는 두 소녀가 주인공이다. '서미'는 한 소녀는 녹옥공주의 딸이고, 한 소녀는 서민(혹은 천민)의 딸이다. 두 소녀는 생긴 것도 비슷하고 나이대도 비슷해 자매처럼 쌍둥이처럼 함께 자랐다. 유폐된 공간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녹옥공주를 대신해 유폐된 지역 바깥에서는 서민엄마가 두 소녀를 맡았고, 서민엄마가 일을 나갈 땐 녹옥공주가 돌보거나 둘이 들판으로 나가 놀거나 했다. 서미는 무화의 단 하나뿐인 친구다. 무화가 원하는 건 그것뿐이었다. (나무대륙기 1, 324쪽)라는 문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둘은 둘도 없는 친구였다. 평화로웠던 소녀들의 인생은 서민쪽 소녀가 홍등가로 팔려가던 날 있었던 끔찍한 사건이 있은 후로 180도 변하였다. 변하지 않은 것은 그 사건 이후 서로를 굉장히 의지하며 오히려 둘 사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 정도. '서미'는 녹옥공주의 딸이자 반공주로 살아가고, '무화'는 서민의 딸이자 서미의 그림자 무사로 살아간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반전은 있고, "네가 나를 위해서 뭘 하건, 그건 모두 너 자신을 위한 거야. 무화."(나무대륙기 1, 211쪽) '너는 달이고 그 애는 별이다.' 서미는 오른손을 움켜줘었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했다. 별이 내는 빛을 반사할 뿐. (나무대륙기 1, 214쪽) ​두 문장을 남기며 이들의 설명은 이쯤에서 마친다. (나무대륙기 1권의 표지는 무화, 2권의 표지는 서미이다)

 

무화의 어렸을 때부터의 친구인 어둔 '밤', 그리고 무화의 왼팔인 '어스름', 천재 연금술사 '아라킨'은 모두 '어둔'이다. 밤과 어스름은 무화와, 아라킨은 서미와 얽힌다. 적공자 '반하', 그와 함께 다니는 무사 '단풍'은 무화와 서미 모두와 얽히며, 일찍 죽는 단풍 대신 반하는 <나무대륙기>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무화와 서미 둘 모두와 깊은 연관이 있다. 해적 '야르스'와 '카르파'는 대체로 무화와 얽히며 그들의 보물인 '클로버'를 찾는다. 악공 '수련'은 '연제군'의 과거와 현재에 얽히며, '마노'는 잘 등장하지 않는 듯 하나 굉장히 중요한 축을 맡고 있으며 무화와 깊은 연관이 있다. 이렇게 얽히지만, 이들 중에서는 동일인물이 몇 있다. 또한 자신의 본모습으로 변화하는 이들도 있다. 그건 책을 직접 읽으면서 찾아보는 걸로. (등장인물들을 정리하면서 이야기를 조금씩이라도 하자니 너무 길어지고, 그렇다고 아예 안하자니 좀 뭔가 비는 것 같고. 이래저래 고민하다 누가 누구와 얽히나 정도만 정리했다. 더 복잡하게 얽히지만 그것은 서평에서는 차치하기로 한다.)

 

 

서미와 무화는 아무리 신분이 높아도 여자의 삶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여자들은 말하는 재산이지 사람이 아니었다. (나무대륙기 1, 34쪽) 같은 상황이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지던, 여자의 위치란 그저 종족보존과 혼인을 위한 재산 정도로밖에 치부되지 않던 목국에 살았다. 여자들이 목소리를 자주적으로 낼 수 없는 시대. 권력을 가지려면 자신이 하나의 수단이 돼 누군가에게 시집을 가 획득해야만 하는 시대. 그 속에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기 위해 발버둥 쳤다. 소녀들의 발버둥은 작은 파장과 함께 변화를 만들어내는 듯 했으나, 큰 물줄기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다. 과거는 분석하고 증명하는 게 아니라 기억하는 거예요. 인간은 시간을 존재케 하지만, 그런 순간은 아주 짧죠. 그러니까 과거는 과거인 채로 두고 오늘을 살아요. 그래야 내일이 오죠. 아니면 영영 어제에 갇힐 거예요. (나무대륙기 2, 124쪽) 이라 이야기하면서 희망이란 누군가에게 기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거다. 얼른 가. 너무 늦기 전에. (나무대륙기 2, 360쪽) ​다른 결과를 맞이하려 애썼던 노력들은 물거품이 되어 그렇게 제자리를 찾아갔다. 결국 예언자의 예언은 그대로 이루어졌고, 예언을 지키고자 예언 실행을 막고자 하던 이들의 절박함도 끝을 맞이한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도 <나무대륙기> 속 '운명'과 현실의 '운명'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운명을 봤거든. 사람들은 운명을 기다려. 하지만 그걸 만나는 행운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고, 막상 코앞에 다다라도 감당할 용기를 내는 사람도 거의 없어. 나는 이미 한 번 운명을 놓쳤고 두 번 후회할 생각은 없어."

"운명이라는 걸, 대체 어떻게 알아?"

"마주치면, 알게 돼. 모른다면 운명이 아니지." (나무대륙기 1, 382쪽)

<나무대륙기>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우리는 정해진 운명으로 걸어간다. 과거에서 벗어나 어제에 갇히지 않기 위해 걷고 또 걸어도 결국 또 다른 길을 찾기보다는 정해진 길을 걸어간다' 정도일 것이다. 그렇기에 온 힘을 다해 그 운명을 막아봐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얘기다. (무화와 서미가 그렇게 바꾸려 했으나 바꾸지 못했듯이.) 정녕 정해진 것을 막을 방법은 없는지 더 나은 결론은 없는지 안타까움은 더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전수전을 겪었다 이야기해도 좋을만큼 만신창이가 된 무화는 그앞으로 나아간다. 자신의 선택으로 더 나은 내일이 오기를 바라면서. 그래서 생각해봤다. < 나무대륙기>에서 이야기하는 운명이라는 것은 그저 정해진 길로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 져 버릴 거라고 피지 않는 꽃은 없어. 죽을 거라고 삶을 멈추려는 생명은 없지. 맺어지지 못할 거라고 사랑이 멈춰지진 않아. (나무대륙기 2, 375쪽) 새로운 선택은 또 다른 운명을 낳고, 그 운명은 새로운 길로 인도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처럼, 운명이란 녀석은 끝날 때까지 결코 안도할 수 없는 존재다. 그러니 멈출 수 없다. 비록 막다른 벽 앞으로 달려가고 있다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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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와 라라의 초콜릿 데이 - 숲 속의 꼬마 파티시에 루루와 라라 시리즈
안비루 야스코 글.그림, 정문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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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데이가 초콜릿과 함께 자신의 묻어뒀던 마음을 고백하는 날이라는 건 아마 아이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어른, 아이 할 것없이 많은 이들이 기다리는 날이 아니던가. 그런 이벤트날과 딱 어울리는 책이 나왔다. 바로 소담주니어에서 나온 <루루와 라라의 초콜릿데이>는 책이다. 책 속에서는 발렌타인데이라고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초콜릿 데이'라는 단어로 그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책의 내용자체는 초콜릿처럼 달달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또한 마음을 고백하고 싶어하는 동물친구들을 등장시켜 아이들이 직접 읽으면서 상황에 충분히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 구조를 가졌다.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겨울이 막바지로 향해 갈 즈음 루루와 라라의 베이커리에서는 달콤한 초콜릿을 잔뜩 만들어 놓는다.

바로 '초콜릿 데이' 때문이다. 하지만 루루와 라라에게 쿠키를 사러 오는 동물 친구들은

그 '초콜릿 데이'가 굉장히 낯설다.

루루와 라라가 말한 대로 내일은 '초콜릿 데이'예요. 특별한 날이지요.

자신의 마음을 초콜릿에 담아 선물하니까요. 게다가 여자들만 초콜릿을 선물할 수 있답니다.

그러니까 남자들은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레겠지요. (14쪽)

 

이 설명을 들은 하얀토끼 밀리는 자신의 숲에도 초콜릿 데이가 생겼으면 좋겠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잿빛토끼 피터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초콜릿데이에 대한 설명을 듣자마자 '자신의 숲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한 것을 보고

루루가 재빨리 밀리가 좋아하는 토끼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에 밀리와 피터는 네 잎 클로버를 교환하고 함께 먹었다고 했다.

그것은 약혼식을 올린것과 마찬가지의 행동이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동생 알리는 둘이 약혼한 거라 확신했다.)

그때 이후로도 밀리는 피터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루루는 또 금방 알아챘다.

그래서 지금부터 초콜릿 데이가 숲에 생겼음을 알리고 초콜릿 만들기에 들어갔다.

 

 

 

초콜릿 만들기 테마에서는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여러가지 초콜릿 만드는 방법이 자세히 그려져 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며 만들어 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듯 한데, 실제로 만드는 방법이 너무 어렵지 않으니 함께 만들어 보면 좋을 듯 하다.

 

본래대로라면 초콜릿 녹이는 것을 중탕으로 해야 해 불도 써야 하고,

쿠키도 함께 구워내려면 오븐 사용법도 알아야 하지만,

아무래도 책의 대상이 아이들이다보니 전자레인지 몇 번이면 뚝딱 초콜릿을 녹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또한 쿠키 대신 과일이나 초콜릿 장식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써 놓음으로써 더 복잡한 과정도 생략했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초콜릿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어른의 입장일 뿐, 책 속의 과정을 따라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충분히 재미를 느낄 것이다.)

 

 

알고보니 티피는 숲 속 토끼들에게 인기가 아주 많은 인기남이었다.

그래서 티피가 가장 원하는 초콜릿이 어떤 것인지 알아봤더니 '직접 만든 수제 초콜릿'이라고 대답했다 했다.

그래서 결국 밀리가 생전 처음 초콜릿을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열심히 만들어 봤지만 가게에서 파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서 난감했다.

그때 루루와 라라의 스승님인 슈가 아줌마의 아이디어로 인해 색다른 초콜릿이 탄생할 수 있었다.

 

"모양이 안 예뻐도 직접 만든 정성만큼은 전해질 거야." (50쪽)

(슈가 아줌마가 남긴 이 문장은 아이들에게 쿵 가 닿을 수 있는 문장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조금 더 쉬운 방법으로, 독특한 느낌의 초콜릿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더불어 예전의 약혼식을 떠올리게 하는 네 잎 클로버의 모양으로 포장을 하는 방법 또한 보여줬다.

꽤 많은 과정을 거쳐 밀리가 직접 만든, 누군가만을 위해 만든 초콜릿.

밀리의 마음을 담뿍 담은 초콜릿은 티피에게 잘 전달되었을까?

 

 

이야기가 어떻게 되는지는 책을 직접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위의 이미지가 꽤 행복해 보이는 것을 보면 대충 짐작도 가능하다는 것?

 

 

받는 사람도 해옥해지는 달콤한 디저트의 세계,라는 문장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을 직접 읽을 아이들에게는 '누군가와 나눈다' 혹은 '선물한다'는 것의 의미를 잘 모를테다. 그러니 이 책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함께' 무언가를 먹거나 나눈다는 것에 대한 기쁨,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디저트를 먹는 것만 좋아할 게 아니라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을 즐겼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렇게 숲속 친구들까지 짝이 있는 마당에, 나는 뭐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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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ful Night View 컬러풀 나이트 뷰 - 유럽.아시아로 떠나는 스크래치북 Colorful Night View 시리즈 1
스키아 그림 / 보랏빛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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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래치북은 나와는 좀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다. 컬러링이나 라이팅북과는 좀 다르게 느껴졌다고 하는 게 더 맞는 말 같다. 칠하고 쓰는 것보다 이 깨알같은 밑그림들을 긁어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덜렁거리는 성격이 그 첫 번째 이유고, 집중력이 그리 길지 않음이 두 번째 이유다.) 예상대로 나는 덜렁거림 때문에 이곳저곳 예상하지 못한 스크래치들을 만들어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진을 찍어놓으니 잘 보이진 않더라만, 조금은 아쉬웠던 부분. (나 자신에게!)

 

그래도 빼지 않고 도전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보다 집중은 어렵지 않았고, 그림을 완성해 나갈수록 '나한테도 이런 집중력이 있다니!'란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시간이 훌쩍 가는 것은 물론, 그림을 완성시키고 나면 뿌듯함이 배가 되는 이 책, 열심히 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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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잊어버려서 아쉬움에 사무쳤던 4번째 주목신간 추천. 그래서 이번엔 잊어버리지 않을테다!!라고 생각하며 넉넉하게 2일로 알람을 맞춰두었었다. (그게 바로 오늘!) 알람을 설정하길 잘한 것 같다. 안그랬으면 이번달도 그냥 넘어갔을 수도 있음이니.. 그래서 다음달 주목신간 알람도 지금 설정해두었다. 알람을 꺼버리고 다른 일을 한다면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한데, 그건 30일 후에나 생각해 보기로 하고.

 

3월. 벌써 봄인데 아직은 봄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 갑작스럽게 날씨가 추워졌기도 했고, 그 때문인지 발매되는 음악들도 아직까지는 차분하기만 하다. 봄만 되면 들려온다는 봄캐럴들이 아직 들려오지 않는 걸 보면, 아직 봄을 체감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 하다. 좀 밝고 경쾌한 소설들이 없나 찾아보다가 포기했다. 골라놓은 책들이 어째...ㅋㅋ 그냥 읽고 싶었던 책을 추천한다. 

 

 

 

 

 

 

파기환송 _ 마이클 코넬리 (알에이치코리아)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본 터라, 그 영화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3번째 시리즈라 하기에 관심이 갔다. 법정물은 그 소설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긴박감과 스릴감이 있다. 게다가 이번엔 승소율 0%의 사건에 도전한다고 하니 더 기대. 물론 이전 시리즈물과 이어지는 등장인물들이 주요 배역으로 쓰일테지만, 그런 것들은 그리 중요할 것 같지 않은 느낌적인 느낌.

 

 

 

 

 

 

샬로테 _ 다비드 포앙키노스 (베가북스) 

겨우 스물여섯의 나이. 임신 5개월의 몸으로 나치의 광기에 내몰려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에서 사라진 유대 여인의 생애를 담고 있다. 주인공은 화가 샬로테. '시 같은 소설'이라는 문구는 책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을 이야기 하고 있는 듯 한데, 결코 어두울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기에 프랑스에서 그리 열광적인 사랑을 받은 건지 궁금해진다.

 

 

 

 

 

  

 

변두리 화과자점 구리마루당 1,2 _ 니토리 고이치 (은행나무) 

'화과자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작품'이라는 설명에 끌렸다.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인데다 임팩트가 넘치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차분히 앉아서 읽고 싶은 소설이다. 치열하지 않고 쉽고 예쁘게 읽어내려갈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봄 색깔이 나지 않는 다른 책들에 비해 봄 내음이 물씬 풍기는 책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

의욕적으로 나섰는데 생각만큼 수완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중 한 권이라도 선정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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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그들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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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엄청나게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책이다. 신간평가단 16기로 받아본 책 중에 두툼한 볼륨으로 따지자면 넘버2가 될 정도로. 물론 볼륨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들 또한 방대하고 말이다. 처음 책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낯섦'이었다. 작가도 낯설고 책도 두껍고. 내가 많은 작가나 책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책들이 '낯섦'이긴 하지만, <그들>은 한층 더해 두께에 대한 두려움도 존재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책의 페이지가 100 단위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어느정도 소설에 대한 기본 뼈대가 서면서부터는 술술 더 잘 읽히는 책이기도 하고 말이다. 앞으로 이야기 할테지만, 어두운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도 글의 템포가 빨라 지루하지 않다. (물론 굉장히 긴 장편 소설이기 때문에 읽어내는 데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알고보니 작가는 꾸준히 많은 책을 내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한다. 지금까지 쓴 글이 단편은 1000여편 이상, 장편은 50여편 이상. <그들>은 작가가 초창기에 썼던 작품으로, 현재까지도 작가의 대표작으로 인정받고 있고, 전미문학상까지 받았다. 겨우 32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써 낸 소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 소설에는 담고 있는 내용들도, 주인공들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도 어느 하나 순탄치 않다.

 

<그들>은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다. 내가 과거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 소설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런 답답함 때문인 것 같다. 지금이라면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너무도 당연하게 일어나면서 나를 당황시키니까. 어찌됐든, <그들>은 1930년대 디트로이트 빈민가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여성의 인권이란 것을 찾아보기 힘들었을 시대에서 거의 홀로 아이들을 키우는 (남편이 자주 바뀌긴 했지만 남편은 존재했었다) 엄마 로레타, 그녀에게서 태어난 줄스와 모린 남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많은 이야기들이 줄기를 뻗는다. 30년간의 이야기가 진행되는만큼 많은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들이 여러 방면에서 드러나는데, 그것들은 낱개로 떼어내어 보더라도 매력적인 소재들이다. 에피소드 집합소라 해도 무방할 정도. 물론 막장이라 불릴 수 있을만큼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차 있지만, 그것들 또한 잘 배치되어 있고, 극적인 소재가 많아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래서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 산전수전을 다 겪은 주인공들을 보고 있노라면 읽고 있는 독자 자신까지도 너덜너덜해지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또한 마지막 장을 다 넘겼을 때 후련함보다는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데, 아무래도 그 긴 페이지동안 주인공들에게 동화되어서인 듯 하다.

 

“여자는 꿈 같아. 여자의 일생은 기다림의 꿈이지. 그러니까, 여자는 남자를 기다리면서 꿈속에서 산다는 뜻이야. 굴욕적이지만 여기서 벗어날 길은 없어. 어떤 여자도 도망치지 못해. 여자의 일생은 남자에 대한 기다림이야. 그뿐이야. 이 꿈에는 문이 하나 있는데, 여자는 그 문을 통과해야 돼. 선택의 여지가 없어. 늦든 빠르든 그 문을 열고 통과해서 어떤 남자, 한 명의 남자에게 도달해야 돼. 여기서 벗어날 수가 없어. 결혼 상대는 누구든 상관없지만, 이 길에서는 벗어날 수 없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 (507쪽)

 

특히나 이런 생각을 하는 모린에게서 깊은 안쓰러움을 느꼈는데, 결혼이 삶의 만족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자신을 희생하는 도구로써 사용되는 것이 그 중 하나였다. 가난함은 폭력이 아니지만, <그들> 속에 등장하는 가난함은 폭력을 동반한다. 배운 게 없고 가진 게 없다면 당연히 폭력이 일상이 되는 시대 속에서 모린이 선택해야만 하는 그 상황이라는 것에 대한 안쓰러움. (이런 상황들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책의 마지막에서는 이들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면서.)

 

<그들>은 서문부터 발문까지 빼놓지 않고 읽기를 권한다. 서문에서 작가가 밝혔던, '이 책은 소설처럼 구성한 역사 기록이다'라는 문장이 책을 읽는 내내 '사실'이라는 이야기라는 것 때문에 고통스럽게 했었는데, 발문에서 '하지만 모린은 내가 만들어낸 인물이며'라는 문장을 통해 이 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 허구라는 것이 밝혀졌고, 나는 안도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이라 사실이 아니라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이런 일을 직접 겪은 누군가가 있지는 않을까 불안했던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작가가 워낙 고증을 잘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깜빡 속아넘어 갈 수도 있었고 말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실제인지 아닌지는 이제 중요치 않다. 다만 중요한 것은 비현실적으로 현실적이었던 그때의 디트로이트를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언젠가는 그러했다는 일련의 기억일 뿐.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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