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4차 산업혁명 - 인공지능, 빅데이터, 가상현실, 블록체인 등이 불러올 부의 이동
강규일 지음 / 책들의정원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젠가부터 TV만 틀면 '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가 나온다. 내 귀에 익숙해 이젠 친근하기까지 하다. 자주 흘러 나오기에 익숙하기는 하지만, 사실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지는 않다. 뭐가 4차 산업혁명인지, 그래서 내 삶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 건지,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이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학창시절 사회 시간에 1차, 2차, 3차 산업혁명에 대해서 배웠다. 하지만 산업혁명들을 겪었던 이들의 혼란 같은 건 자세히 배운 적이 없다. 그래서 더 불안한 지도 모르겠다. 지금이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데, 나는 혼란을 겪지는 않을 것인가 같은 불안함. 결국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잘 아는 것이 그 불안함을 떨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 권으로 읽는 4차 산업혁명>이란 책을 선택하게 됐다.

책은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어렵지 않은 단어와 설명으로 잘 풀어서 알기 쉽도록. 과학이라는 것은 학창시절 이후 전혀 접점이 없던 사람이라 하더라도 알기 쉽게끔 말이다. IT 분야에 관심이 있어 자세히 파기 전까지 문과생이라 문외한이나 다름 없었다던 저자는, 읽는 이의 눈높이를 충분히 배려했다. 어려운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쉽게 읽히게끔 하는 글솜씨 또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4차 산업혁명은 매우 포괄적이다.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생활 주변에서 이미경험했거나 어디서인가 봤을법한 기술이라는 뜻이다. 또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함께 하고 있다. (16쪽)

바로 위에 적어둔 글귀는 4차 산업혁명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이미 4차 산업혁명은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사실 책 속에 등장하는 단어들도 참 익숙한 단어들이다. 빅데이터, 3D 프린팅, 비트코인, SNS, 만물인터넷(사물인터넷), 웨어러블, 증강현실까지. 이 중에 익숙하지 않은 것은 아무것도 없듯이, 이미 우리 삶 속 깊숙히 함께하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저자가 책 속에 적어둔 것들은 이런 것들의 기본적인 설명, 이런 것들이 나오게 된 배경, 만든이와 발전과정, 현재 쓰이는 현상 등이다. 한 가지의 일에 대해 차분히 선후를 설명해주니, 익숙했다 하더라도 낯설게 느껴졌던 단어들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가장 관심이 갔던 이야기는 아무래도 가상화폐, 그러니까 블록체인과 관련한 이야기다. 한동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주제고, 아직도 뜨거운 감자인 주제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주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싸이월드의 도토리와 아프리카 TV의 별풍선의 개념을 끌어왔다. 오프라인의 돈의 가치와 유통 흐름이 온라인 세계로 진입한 것을 설명하면서, 거래의 주체가 있는 도토리와 별풍선과는 달리 가상화폐는 화폐를 발행하는 '누군가'가 없다는 점을 설명한다. 또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의 발전 가능성과 피해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가상화폐와 맞붙는 정부들에 대한 서술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정리가 되는 듯 하면서도 어렵게 느껴지는 건 내가 아직까지 가상화폐들과 관련성이 없기 때문일테다. 가상화폐의 주제가 아닌 인공지능, A.I에 대한 주제는 흥미롭게 읽었다. 요즘에 많이들 출시되고 있는 인공지능 탑재 스피커라든가, 셋탑이라든가는 내 일상과 가깝기 때문이었다. 

책을 읽고 나면 느낄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멀리 있는 단어가 아니구나. 저자는 여는 말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쩌면 4차 산업혁명은 앞으로 몇 년간, 혹은 수십 년간 연속될지도 모른다."고. 그러니 잘 알고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미래를 대비를 하는 것이 최선일지 모르겠다. 어렵다고 모른다고 밀쳐두기엔,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의 한 가운데 있으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 세계 최고 멘토들의 인생 수업
팀 페리스 지음, 박선령.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라는 책 제목을 보면서는 어이없게도 ‘참 자기계발서다운 책 제목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개인적으로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지 않아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듯 하다.) 하지만 책의 원래 제목이 “Tribe of mentors : short life advice from the best in the world”라는 것을 알고 궁금증이 생겼다. ‘세계 최고의 짧은 인생 조언’이라는 제목을 붙일 정도라면 저자가 책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난 자기 입으로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이 넘쳐서거나 자신감이 없어서거나.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저자가 쓴 책이길 바라보면서 말이다. 결론부터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흥미롭다. 책을 집필하게 된 저자의 ‘마흔 번째 생일에 깨달은 것들’이란 ‘들어가며’ 이야기부터

저자 팀 페리스는 자신의 마흔 번째 생일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여러가지 질문들을 적었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은 자신보다 현명한 현자들에게 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평소에 꼭 인터뷰하고 싶었던 인물들에게 내 인생에 대한 통찰과 조언을 요청했다’, ‘하루, 이틀, 사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등 ‘들어가며’에 적힌 일련의 시간들은, 이 책의 시작이 계획적이지 않았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기다림은 133명이라는 적지 않은 숫자의 대답으로 돌아왔고,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라는 책이 만들어졌다. 들어가며에서 밝힌, 현자들의 다양한 메시지를 간단히 요약하면 “소중하게 간직해온 일이 있는가? 꿈꿔온 삶의 방식이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 시작하라. 지금 하지 않으면, 대체 언제 할 것인가?”라고 한다. 한국판의 제목은 여기서 차용된 듯하고, 결국 제일 중요한 메시지는 '지금 시작하라'이다. 

사실, 사람이라는 동물은 서로 굉장히 다른 것 같지만, 또 서로 굉장히 비슷한 구석이 많은 희한한 동물이다. 그렇기에 개개인이 하는 '질문'은 굉장히 특별하지만 평범하다. 그래서인지 책 속엔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52개의 챕터들만 본다면 되게 그럴듯하게 이야기 하는 것처럼 보일테지만,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럴듯함’ 대신 ‘작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거기엔 저자 자신의 경험담과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 저자의 경험과 비슷한 이야기,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인용들까지.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어떤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다. 그것이 옳은 해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누군가는 그러했다라는 선례를 보여줌으로써, 이렇게라도 해볼래?라고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 

어떤 챕터는 한 사람의 인터뷰에 몽땅 할애하기도 했고, 어떤 챕터는 자신의 경험담과 현자들의 공통된 조언들을 적어두기도 했다. 4쪽만에 끝난 챕터가 있가 하면, 10쪽이 넘어가도 끝나지 않는 챕터가 있기도 하다. 이야기들마다 특별함을 부여하려고 애쓴 것 같지는 않지만, 평범한 이야기들만 적어놓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야기들의 연결이라 그런지,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챕터로 이루어지는 글솜씨는 감탄스럽기도 하다. (팀 페리스의 다른 책은 읽어본 적 없지만, 기본적으로 이 저자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잘 읽히는 글이었고, 어려운 것은 하나도 없지만 뭔가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를 ‘현자들의 삶에 밑줄을 치고 무릎을 치며 감탄하기 위해서가 아닌, 그 통찰을 연료로 삼아 힘찬 시동을 걸어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내 경우엔 당장의 연료가 필요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나는 왜 이 책을 선택했던 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가 가고 봄이 왔다 - 혼자여도 괜찮은 계절
최미송 지음, 김규형 사진 / 시드앤피드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비슷한 느낌의 책들을 자주 읽게 됐다. 온 몸이 얼어붙을 것만 같았던 추운 바람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따뜻한 바람으로 바뀌는 환절기라서일까.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기도 했고, 누군가가 그리워지기도 해서, 마음 속도 좀 따스하게 채워넣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 <네가 가고 봄이 왔다>. 

지금 이 계절과 잘 어울리는 제목을 가진 <네가 가고 봄이 왔다>의 작가는 말머리에서 "이 책에는 비슷비슷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고 이야기했다. 누군가를 혹은 나 자신을 사랑하고, 상처받고, 그저 우울해질 때도 있다가도, 또 훌훌 이겨내기도 하는. 또 말머리에서 작가는 겁이 많은 자신이 글을 쓰겠다 마음을 먹은 것은 우연히 보게 된 한 편의 시 때문이라고 밝히면서, 책 속의 자신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과 조화가 잘 되어 있어 보기에 참 예쁜 책이었고, 작가의 바람대로 어느 이야기는 내 마음 속에도 남았다.


익숙해진 탓인지 이제는 후회를 후회로 남겨두는 것이 어렵지 않아. 
너에게 한번 더 닿아볼까 고민하지만 언제나 생각만으로 그치듯이.
- 지금 이대로가 좋을 때. 14

이제는 이해한다.
하고픈 말 너무 많아
아무 말 하지 않기로 했다는 그 말을.

이제는 이해하게 되었다.
세상에 나오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의미를 지니는 것들을.
- 그저 간직하는 편이 더 나을 때도 있다. 34

지나고 나니까 지금에서야 별것 아닌 일이지.
사실 당시의 나는 누구보다 힘들었거든.
별것 아닌 일에 그땐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라고 하기보다 힘들었던 그때의 나를 위로해주고 싶어.
- 과거의 나. 118


살아간다는 것 자체는 되게 특별하기도 하지만 또 보편적인 것이라, 주어가 없는 어떤 글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겪었던 어느 순간과 맞닿기도 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때의 추억을 소환한다. 사랑 이야기를 보면서 이제는 소원해진 친구를 떠올리기도 하고, 엄마와의 이야기를 보면서 예전 그 사람을 생각하기도 하는 것처럼. 노래를 듣다 가사가 내 상황과 너무 비슷해 울었다는 이야기가 흔하듯이, 글을 읽다 누군가의 말버릇이 떠오르기도 하고, 단어 하나에도 여러 생각이 오간다. 이래서 내가 에세이를 좋아한다.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잊어버렸던 나를 찾을 수가 있으니까.

<네가 가고 봄이 왔다>의 부제는 '혼자여도 괜찮은 계절'이다. 작가가 지칭한 '봄'은 아마도 봄이라는 하나의 계절만을 한정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내가 작가가 아니니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시작과 끝 이후에 찾아오는 깨달음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러니 혼자여도 괜찮은 계절 또한 비단 하나의 계절만은 아닐테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계절, 오늘이 '혼자여도 괜찮은 계절'인 것이다. 

책의 맨 마지막 이야기는 '지나고 보면 결국에는'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다. 더 많은 말 필요없이 마지막 문장을 이 서평에 옮기며 서평을 끝맺는다.


지나고 보면 결국에는 다 아름다워지는 것뿐이다. 내 곁에 조금이라도 두고 보았던 것 중, 정말로 미운 것은 하나도 없음을 나는 늘 마지막이 되어서야 깨닫게 된다.
- 지나고 보면 결국에는. 2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별의 별 이야기
신지별 지음 / 경향BP / 201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랑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는 늘 조금은 아프다. 사랑했던 순간들의 반짝임보다는, 아팠던 순간들의 눈물들이 더 많은 것 같아서다. 눈물 속에 반짝임이 함께 있으니 사랑했던 순간들이 적다 단정할 수도 없지만, 눈물 속 반짝임이 그저 반짝이던 순간들보다 아픈 건 사실이니까. <별의 별 이야기> 또한 다르지 않다. 또한 '외로움', '짝사랑'이라는 제목들과 상황들이 많아서 그런지 쓸쓸함이 조금 더 배가 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별의 별 이야기>라는 제목처럼 책 속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가 기억하고 기록하는 당신의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조금은 뻔뻔한 느낌의 다짐들도 여럿 보인다. 그러니까 작가가 사랑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꽤 가감없이 적었다는 뜻이 된다.
'정열적이었다 하기엔 일 퍼센트 정도의 뜨거움이 모자랐고, 냉정했다 하기엔 우리가 맞닿던 순간의 온도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 꼭 보라색 같았다.(186쪽)'처럼 묘하고 어중간한 사랑 이야기가, '당신의 부재와 내 세상의 종말은 같은 말이다.(136쪽)'처럼 자신의 모든 걸 던졌던 사랑 이야기가, '꽤 오랫동안 달에게 소원을 빌 때는 그의 행복만을 빌었는데 이제 그러지 않으려 해요. 나도 행복해질래요. 그 사람 없이도.(259쪽)'처럼 이별 후의 이야기가, '사소한 반짝임 하나에 나는 순만 년을 달려서라도 그에게 닿고 싶다는 마음을 걸었다.(15쪽)'처럼 짝사랑의 이야기가. 그 많은 사랑 이야기가 모두 모여 <별의 별 이야기>라는 하나의 책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사랑하느라 수고 많았어'라는, 책 속에서 읽다가 울컥했던 아주 짧은 문장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이 문장을 읽자마자 아주 힘들게 사랑을 이어나갔던 그 어느날이 문득 떠올랐다. 그때의 초라했었던 내가 떠올랐다. 힘들게 부여잡고 있던 그 사랑이, 사실은 잡고 있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며 버티던 나였기에 초라했었던. 그 당시의 내가 이 책을 보면서 직접 위로 받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해줄 수 있어 참 좋았던 말 '사랑하느라 수고 많았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쿡 박히는 일도 많지 않은데, 아마도 내게 <별의 별 이야기>는 '사랑하느라 수고 많았어'라는 문장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책의 뒷 표지엔 사랑이 계절 같다는 글이 있다. 오래전에 떠났던 계절이 다시 돌아올 즈음이면 원래 나를 채우고 있던 향기는 서서히 옅어지는 것처럼, 사랑이 계절같다고. 한 사람이 떠나가고 나면, 다시 새로운 사람이 다가오듯이, 사랑을 하면 <별의 별 이야기> 속 그 많은 사랑 이야기들처럼 많은 것들을 겪을 것이다. 어쩌면 다시는 사랑따윈 하지 않는다 다짐을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새로운 계절이 끊임없이 돌아오듯이 사랑 또한 어떻게든 이어진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리고 그렇게 아파하면서도 또 사랑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벽 세시 수취인 불명
새벽 세시 지음 / 경향BP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취인 불명.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바로바로 서로의 상황을 톡으로 확인하는 시대에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단어다. 예전에는 이런 제목을 가진 노래도 종종 나오곤 했는데, 요즘에는 편지를 보내지 않으니 현실에서는 사용할 일이 없는 단어이기도 하다. 그러니 아마도 이 단어의 뜻을 모르는 어린 학생들도 있을텐데, 수취인 불명은 '편지를 보냈는데 받는 이가 그곳에 살지 않아 반송됨'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제목 <새벽 세시 수취인 불명>은 새벽 세시쯤 적어두었던, 이제는 어디에 사는지 몰라 (혹은 모르고 싶은) 그에게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다. 받는 사람이 분명하니 수취인 불명일리 없건만, 결국 상대방에게 닿지 않을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니 수취인 분명이 아닐리 없다. 이 책은 누군가의 가슴 아픈 사랑 고백이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다. 언제고 사랑은 끝이 있다. 사랑이 영원하다고 순진하게 믿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새벽 세시 수취인 불명>은 버티고 버티다 결국 손을 놓아버린 이후의 이야기를 담았다. 자의로 놓았던 타의로 놓았던, 사랑이라는 그 손을 놓은 후 자꾸 떠오르는 생각에 힘들어하는 모습들이 등장한다. 상대에 대한 원망을 하기도 하고, 돌아오면 안 될까 애원을 해보기도 한다. "너 때문에 나는 이렇게 힘이 들어. 왜 내게 그렇게밖에 못했어, 왜?" "계속 아프더라도 네 곁에 있고 싶어."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아팠던 그 사랑을 잊기 위해, 잊고 싶어서 적은 글. 어쩌면 상대방에게 보내기 위한 편지라기보단 나 자신을 다잡기 위해 쓴 글인 듯도 한 느낌도 들었다.


잃다, 낭만. (52쪽)
살면서 딱 한 번 맛본 낭만을 위해서 얼마나 무수한 다른 날들을 죽여왔던가. 그건 애초에 내가 가질 수없던 것인지도 모르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홀연히 떠나버린 네 뒷모습에도 여전히 사랑 고백을 하고 싶은 나는 대체 뭐고.

네가 불행했으면 좋겠다. (124쪽)
네 뒤엉킨 옷가지들 사이에 내 머리카락 한 올 떨어져 있다면 참 좋겠다. 정신없이 나갈 채비를 하던 네가 그 별것도 아닌 것 하나에 울컥해서는 하루를 망쳐버렸으면.


대체로는 너를 잊지 못하는 나를 원망하기도, 나를 이렇게 만든 너를 원망하기도, 완전히 잊혀지지 않는 지난 사랑에 대한 아픔을 이야기하기도, 더이상 너를 볼 수 없는 슬픔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가 닿지 못한 마음의 부스러기들이 잔뜩 모여 있다. 조각 난 마음이라도, 그 작은 조각에 기대서라도 어떻게 해보고 싶은 글쓴이의 마음 같은 것- 읽다보면 그런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아마 이별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위로와 공감을 줄 책일 것 같다. 이별한 뒤 수취인 불명으로 보내고 싶은 마음 부스러기들이 누구나 하나쯤은 존재하니까 말이다.

다행히 책 속에는 갈 곳을 잃은 마음 부스러기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주 가끔,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는 글들도 발견할 수 있다.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현재 나는 이별한 상태가 아니라서 그런지 이 부분들에 더 많은 공감을 했다. 그 중에서 '그뿐'이라는 제목을 가진 글이 책의 모든 내용 중에 가장 좋았는데, 내가 갖고 싶은 사랑관과 무척 비슷해서 마음이 갔던 것 같다. 


마음을 담아두는 곳. (112쪽)
시도 때도 없는 애정 표현에도 부디 마음이 닳지 않았으면 좋겠다. 매번 말해도 가슴 벅차는 말이 있다면 그건 내가 너를 이 마음 온전히 다 바쳐 사랑한다는 말일 테니까. 너는 이 진심을 담아둘 뿐 절대 쏟아지지 마.

사랑의 정의. (142쪽)
세상에 틀린 사랑이 어디 있는가. 정말 틀렸다고 말할 것이라면 그건 애초에 사랑이 아니었겠지.

그뿐. (159쪽)
사랑의 조건이란 무작정 어딘가로 떠나자고 말하면 흔쾌히 고개 끄덕여줄 수 있는 여유로움과 폭우 속을 휘청일 때 나를 뿌리처럼 꽉 붙잡아줄 수 있는 단단함이면 그뿐.


새벽 세시라는 작가의 이름처럼 감성적인 글을 잘 쓰는 작가는, 이번에도 많은 이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책을 썼다. 이전에 읽었던 <새벽 세시>라는 책은 사랑의 여러 감정에 대해 짧게 적었던 책이었는데, 이번 <새벽 세시 수취인 불명>은 마음을 조금 더 길게 늘어뜨려 편지형식으로 이야기하듯 풀어낸 책이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랑에 관한 감성적인 책이니,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은 천차만별일 테니까. 다만, 이번 책은 마음 부스러기들을 모은 책이라, 현재 마음이 바스라져버려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하고 싶지만 차마 전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속으로 계속해서 곱씹으면서, 언젠가는 진심이 통하기만을 기도했던 지난 밤들의 기록을 이곳에 담습니다. (중략) 이건 거짓 하나 없는 진심이자, 매일 읊조리던 쓸쓸한 혼잣말이에요.
- 새벽 세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