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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가고 봄이 왔다 - 혼자여도 괜찮은 계절
최미송 지음, 김규형 사진 / 시드앤피드 / 2018년 3월
평점 :
요즘 비슷한 느낌의 책들을 자주 읽게 됐다. 온 몸이 얼어붙을 것만 같았던 추운 바람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녹여버리는 따뜻한 바람으로 바뀌는 환절기라서일까.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기도 했고, 누군가가 그리워지기도 해서, 마음 속도 좀 따스하게 채워넣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 <네가 가고 봄이 왔다>.
지금 이 계절과 잘 어울리는 제목을 가진 <네가 가고 봄이 왔다>의 작가는 말머리에서 "이 책에는 비슷비슷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고 이야기했다. 누군가를 혹은 나 자신을 사랑하고, 상처받고, 그저 우울해질 때도 있다가도, 또 훌훌 이겨내기도 하는. 또 말머리에서 작가는 겁이 많은 자신이 글을 쓰겠다 마음을 먹은 것은 우연히 보게 된 한 편의 시 때문이라고 밝히면서, 책 속의 자신의 이야기를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눴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과 조화가 잘 되어 있어 보기에 참 예쁜 책이었고, 작가의 바람대로 어느 이야기는 내 마음 속에도 남았다.
익숙해진 탓인지 이제는 후회를 후회로 남겨두는 것이 어렵지 않아.
너에게 한번 더 닿아볼까 고민하지만 언제나 생각만으로 그치듯이.
- 지금 이대로가 좋을 때. 14
이제는 이해한다.
하고픈 말 너무 많아
아무 말 하지 않기로 했다는 그 말을.
이제는 이해하게 되었다.
세상에 나오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의미를 지니는 것들을.
- 그저 간직하는 편이 더 나을 때도 있다. 34
지나고 나니까 지금에서야 별것 아닌 일이지.
사실 당시의 나는 누구보다 힘들었거든.
별것 아닌 일에 그땐 왜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라고 하기보다 힘들었던 그때의 나를 위로해주고 싶어.
- 과거의 나. 118
살아간다는 것 자체는 되게 특별하기도 하지만 또 보편적인 것이라, 주어가 없는 어떤 글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겪었던 어느 순간과 맞닿기도 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때의 추억을 소환한다. 사랑 이야기를 보면서 이제는 소원해진 친구를 떠올리기도 하고, 엄마와의 이야기를 보면서 예전 그 사람을 생각하기도 하는 것처럼. 노래를 듣다 가사가 내 상황과 너무 비슷해 울었다는 이야기가 흔하듯이, 글을 읽다 누군가의 말버릇이 떠오르기도 하고, 단어 하나에도 여러 생각이 오간다. 이래서 내가 에세이를 좋아한다.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잊어버렸던 나를 찾을 수가 있으니까.
<네가 가고 봄이 왔다>의 부제는 '혼자여도 괜찮은 계절'이다. 작가가 지칭한 '봄'은 아마도 봄이라는 하나의 계절만을 한정하는 것은 아닌 듯 하다. 내가 작가가 아니니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시작과 끝 이후에 찾아오는 깨달음 같은 것이 아닐까. 그러니 혼자여도 괜찮은 계절 또한 비단 하나의 계절만은 아닐테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계절, 오늘이 '혼자여도 괜찮은 계절'인 것이다.
책의 맨 마지막 이야기는 '지나고 보면 결국에는'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다. 더 많은 말 필요없이 마지막 문장을 이 서평에 옮기며 서평을 끝맺는다.
지나고 보면 결국에는 다 아름다워지는 것뿐이다. 내 곁에 조금이라도 두고 보았던 것 중, 정말로 미운 것은 하나도 없음을 나는 늘 마지막이 되어서야 깨닫게 된다.
- 지나고 보면 결국에는. 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