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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 세계 최고 멘토들의 인생 수업
팀 페리스 지음, 박선령.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2018년 4월
평점 :
처음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라는 책 제목을 보면서는 어이없게도 ‘참 자기계발서다운 책 제목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개인적으로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지 않아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듯 하다.) 하지만 책의 원래 제목이 “Tribe of mentors : short life advice from the best in the world”라는 것을 알고 궁금증이 생겼다. ‘세계 최고의 짧은 인생 조언’이라는 제목을 붙일 정도라면 저자가 책에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난 자기 입으로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이 넘쳐서거나 자신감이 없어서거나.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저자가 쓴 책이길 바라보면서 말이다. 결론부터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흥미롭다. 책을 집필하게 된 저자의 ‘마흔 번째 생일에 깨달은 것들’이란 ‘들어가며’ 이야기부터
저자 팀 페리스는 자신의 마흔 번째 생일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여러가지 질문들을 적었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은 자신보다 현명한 현자들에게 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평소에 꼭 인터뷰하고 싶었던 인물들에게 내 인생에 대한 통찰과 조언을 요청했다’, ‘하루, 이틀, 사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등 ‘들어가며’에 적힌 일련의 시간들은, 이 책의 시작이 계획적이지 않았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기다림은 133명이라는 적지 않은 숫자의 대답으로 돌아왔고,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라는 책이 만들어졌다. 들어가며에서 밝힌, 현자들의 다양한 메시지를 간단히 요약하면 “소중하게 간직해온 일이 있는가? 꿈꿔온 삶의 방식이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 시작하라. 지금 하지 않으면, 대체 언제 할 것인가?”라고 한다. 한국판의 제목은 여기서 차용된 듯하고, 결국 제일 중요한 메시지는 '지금 시작하라'이다.
사실, 사람이라는 동물은 서로 굉장히 다른 것 같지만, 또 서로 굉장히 비슷한 구석이 많은 희한한 동물이다. 그렇기에 개개인이 하는 '질문'은 굉장히 특별하지만 평범하다. 그래서인지 책 속엔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52개의 챕터들만 본다면 되게 그럴듯하게 이야기 하는 것처럼 보일테지만,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럴듯함’ 대신 ‘작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거기엔 저자 자신의 경험담과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 저자의 경험과 비슷한 이야기,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인용들까지.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어떤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놓는다. 그것이 옳은 해답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누군가는 그러했다라는 선례를 보여줌으로써, 이렇게라도 해볼래?라고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
어떤 챕터는 한 사람의 인터뷰에 몽땅 할애하기도 했고, 어떤 챕터는 자신의 경험담과 현자들의 공통된 조언들을 적어두기도 했다. 4쪽만에 끝난 챕터가 있가 하면, 10쪽이 넘어가도 끝나지 않는 챕터가 있기도 하다. 이야기들마다 특별함을 부여하려고 애쓴 것 같지는 않지만, 평범한 이야기들만 적어놓지도 않았다. 게다가 이야기들의 연결이라 그런지, 작은 이야기들이 모여 하나의 챕터로 이루어지는 글솜씨는 감탄스럽기도 하다. (팀 페리스의 다른 책은 읽어본 적 없지만, 기본적으로 이 저자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잘 읽히는 글이었고, 어려운 것은 하나도 없지만 뭔가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를 ‘현자들의 삶에 밑줄을 치고 무릎을 치며 감탄하기 위해서가 아닌, 그 통찰을 연료로 삼아 힘찬 시동을 걸어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내 경우엔 당장의 연료가 필요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나는 왜 이 책을 선택했던 걸까.